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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13:39:42

계전기

1. 개요2. 역사3. 용도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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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싱이 제거된 소형 크래들 릴레이의 모습
파일:Relay_animation_without_flyback_diode_.gif
릴레이의 작동 방식[1]

전기로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계전기라 부른다. 영어로는 relay(릴레이).
한자로는 다. 즉 계산기, 계량기의 ‘계’(, 셈할 계)가 아니라 ‘’(이을 계)다. 전류를 이어주는 장치란 뜻으로 영어 명칭인 릴레이(relay)와 뜻이 같다.

전기 스위치는 전기 회로에 전류가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차단 장치인데,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위치는 회로에 스위치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다.[2]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2만 볼트가 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사람이 직접 고전압 회로를 동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전압의 전류는 번개처럼 공기의 절연성을 뚫고 불꽃을 일으켜 치명적인 감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3] 그래서 직접 조작하지 않고 별도의 저전압 회로를 만들어 그 스위치를 사람이 조작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이 저전압 회로를 계전기(Relay)라고 부르며 정확히는 저전압 회로와 고전압 회로 사이의 접점, 즉 고전압 회로를 여닫는 장치(대개 전자석이다) 부분을 계전기라 부르는 것.

그렇다면 ‘간접 스위치’ 등으로 부르면 될 것을 왜 계전기라 부르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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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 사용자들에게 유명한 SRD-05VDC-SL-C 릴레이

계전기는 위의 예시처럼 고전압 회로에서도 쓰이지만,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흔한 장치다. 전기 주전자에서 물이 끓으면 스위치가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도 계전기가 작동해서 스위치를 끄는 것이며[4], TV나 컴퓨터를 끄고 잠시 뒤에 작게 들리는 탁 소리도 내부의 계전기가 작동하는 소리이다. 아래의 용도 문단에서 설명하겠지만, 사실상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흔한 회로이다.

높은 전력을 제어하는 계전기는 릴레이가 아닌 마그네틱 컨택터(Magnetic Contactor, MC / 전자접촉기)로 부른다. 원리는 같으나 주접점의 경우 NO 혹은 NC 접점으로만 이루어져, NO와 NC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릴레이와는 다르다.

보통 전자석 코일에는 직류가 사용되나, 교류를 사용하는 계전기 또한 있다. 별도의 직류 전원 없이 220V 전원만으로 계전기를 작동시켜야 하는 용도에 사용된다.

2. 역사

“전자석을 이용해, 전류를 흘리면 회로가 닫히고 전류가 끊기면 회로가 열리는 스위치”는 전기 회로와 전자석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장치이다. 때문에 계전기는 19세기 초부터 여러 사람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명되었으며, 특히 전보 관련 발명에 자주 포함된 장치이다. 당시엔 “계전기”같은 별도의 명칭은 없었으나, 기능을 보면 명백히 계전기이다.

특허에 계전기가 포함된 것은 욕심쟁이로 악명높은 새뮤얼 모스의 전보 특허(1840년)가 처음인데, 이 특허에서는 계전기를 “증폭기”라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전기 신호를 매우 먼 거리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물론 이 “증폭”은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등을 이용한 증폭 회로와는 전혀 다르고, 하나의 전기 회로에 연결된 계전기를 다른 회로에 연결하면 회로 1을 여닫을 때마다 계전기도 열렸다 닫혔다 하며 회로 2를 여닫을 것이고, 회로 2에도 계전기를 설치하고 여기에 또 회로를 연결하면…. 하는 식으로 무한 연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당시의 유선통신, 즉 전신기의 원리이다.

계전기라는 명칭은 이처럼 “전기 신호를 넘겨준다”는 의미이며 영어 명칭인 릴레이 역시 전달한다는 의미로, 이처럼 “전기 신호를 한 회로에서 다른 회로로 넘겨주는 장치”라는 의미에서 붙은 명칭인 것이다. 오늘날엔 전보와 모스 통신(전신)이 별로 이용되지 않으므로 계전기는 주로 회로 개폐에 이용되지만, 계전기라는 명칭은 남아 있다.

다만 오늘날엔 단순히 릴레이라 뭉뚱그려 부르지 않고 "마그네틱 스위치"처럼 보다 구체적인 명칭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계전기에는 무조건 전자석이 들어가는게 상식이었으나 오늘날엔 전자석이 일절 사용되지 않는 반도체 계전기(솔리드 스테이트 릴레이)도 등장하였으며, 이런 경우에는 용어를 분리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3. 용도

최초의 계전기는 상술했듯이 유선 통신(전보, 모스 통신)에 널리 이용되었으며, “전기 신호를 회로에서 회로로 넘겨준다”는 기능을 이용해 전기 스위치로도 이용되었다.

현재 릴레이의 대표적인 사용례는 5V, 수 mA를 사용하는 저전압 저전류 전자회로인 제어 회로를 사용하여 220V, 16A가 흐르는 고전압 고전류 회로를 제어하는데 쓰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더 고전압/고전류 환경에서는 릴레이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5]

또 다른 대표적인 예시로는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이 있다. 방향지시등이 일정 주기로 깜빡거리게 하는 것은 타이머 회로인데, 타이머 회로[6]에서 나오는 전력은 방향지시등을 밝히기에는 너무 적다. 따라서 타이머 회로와 계전기가 연결되고 릴레이가 방향 지시등을 작동시킨다. 자동차의 방향지시등을 켜면 들리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바로 계전기의 스위치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소리다. 집적회로가 없던 시절의 옛 자동차는 이 계전기로 발진 회로를 구성하여 자동적으로 깜빡일 수 있도록 하였다.[7] 방향 지시등 외에도 브레이크등, 전조등, 상향등 같은 다른 등화장치나 열선이나 자동차 에어컨 등 다른 자동차 부품에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자동차에는 아예 릴레이만 모아두는 릴레이 박스가 있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전화교환기에도 대량으로 쓰였다. 과거 아날로그 전화는 전류로 음성신호를 전달했으므로 전화 교환기에는 수많은 아날로그 접점이 필요했고 반전자식 교환기는 제어에는 컴퓨터를 썼지만 실제 전화신호를 연결하는 접점으로는 전자석으로 제어하는 릴레이가 쓰였다. reed (갈대) 릴레이라고 접점을 가는 유리관에 봉입하고 코일을 감아 릴레이로 썼다. 기계적으로 간단하고 밀봉되어 있어 저렴하면서도 매우 신뢰성이 높다.

아예 수만 볼트의 고압이 흐르는 스위치의 경우 사람이 직접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작동시키는 스위치는 저전압의 스위치 회로에 연결하고, 계전기를 이용해 이를 고압 회로에 연결하면 안전하게 회로를 여닫을 수 있다.

등장 당시에는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던 진공관트랜지스터 등장 후 오늘날에는 하이엔드 음향기기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계전기는 여전히 다양한 전자제품에서 절찬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진공관은 디지털 회로의 용도로서는 반도체에 비해 단점밖에 없는 수준이고, 아날로그 신호 증폭 회로에서도 초고전압 분야를 제외하면 반도체 증폭소자에 의해 특성이 많이 따라잡혀 있으므로 대부분의 응용처에서 반도체에 밀려난 반면, 계전기는 응답속도가 느린 대신 허용 전류가 반도체에 비해 매우 크다는 중요한 장점이 있으므로 여전히 사용되는 곳이 있다. 반도체로 대전류를 제어하는 것은 어려워서 이를 위해서는 사이리스터IGBT와 같은 특수한 소자 또는 SiCGaN과 같은 특수한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나, 릴레이는 원리상 단순히 전자석으로 동작되는 스위치이므로 비싼 소자를 사용하지 않고 대전류가 흐르는 회로를 on/off시킬 수 있다. 그리고 TR에서 컬렉터 손실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반면 릴레이는 그냥 기계적인 스위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손실이 거의 0에 가깝고 따라서 발열을 해소해줄 냉각 장치도 필요없다.

오실로스코프, 멀티미터, 함수발생기, 하이엔드 오디오 같은 정밀한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장비에서도 사용되는데, 이러한 장비는 입력, 출력 설정에 따라 프론트엔드 회로를 재구성해야 한다. 릴레이만큼 신호를 확실하게 전달시킬수 있는 소자가 거의 전무하므로 이러한 장비의 프론트엔드에 릴레이가 이용된다. 이러한 장비의 다이얼을 조작할 때 내부에서 들리는 딱딱 소리가 릴레이 소리이다. 비슷하게 구형 아날로그 인터폰에서도 종종 이용된다.

3.1. 컴퓨터

작동 원리나 성능을 떠나 순수하게 '전류를 이용해 여닫을 수 있는 스위치'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와 거의 완벽히 동일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계전기만으로도 논리 회로를 구성할 수 있고 집적 회로를 구성해 튜링 완전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기계식으로 움직여서 작동하는 원리 특성상 속도는 전자 소자에 비해 그야말로 토 나오게 느리고 전력 소모도 크지만, 작동 자체는 잘 된다.

실제로 콘라트 추제의 초창기 모델들도 릴레이 기반이었으며, 그레이스 호퍼 제독이 세계 최초로 진짜 버그를 찾아낸 컴퓨터 하버드 마크 II(Harvard Mark II)도 릴레이 컴퓨터였다.[8] 그 외에 ENIAC이나 콜로서스 등 초창기 진공관 컴퓨터들도 보조 소자로 수백~수천 개의 릴레이를 썼다.

일본 후지츠는 심지어 1958년에 릴레이 기반 컴퓨터를 만들기도 했다(FACOM 128). 1958년이면 진공관은 물론이고 트랜지스터가 컴퓨터에 이용되던 시절인데도 이런 구식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를 만든 것. 물론 이 시대의 계전기는 이미 새뮤얼 모스가 만든 케케묵은 계전기와는 차원이 다른, 작고 새끈한 계전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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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OM 128 컴퓨터에 사용된 계전기. 수많은 계전기들을 하나의 작은 부품으로 압축한 모듈이다.

참고로 후지츠 FACOM 128은 누마즈 공장에 보존중으로, 지금도 작동이 된다. 뒷쪽 캐비닛에 빽빽히 꽂혀 있는 것들이 수많은 계전기들이다.

진공관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스위치 소자의 기능을 계전기가 담당했으며, 20세기 중반까지도 승강기의 제어에는 계전기가 이용되었다.[9] 당시 사람들은 미래에는 계전기 기술이 더욱 발전해 로봇을 이용한 각종 미래 테크놀로지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상상했으며, 당시 제작된 SF 영상물을 보면 미래의 로봇에 계전기가 장착되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대표적으로 금지된 세계에 등장하는 로봇인 “로비”).

성능은 보잘것없지만 특유의 기계적 감성으로 오늘날에도 취미삼아 릴레이로 계산기나 간단한 컴퓨터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


릴레이 컴퓨터로 원주율을 계산하는 모습. 고작 소수점 아래 7자리까지 계산하는 데만도 8분이 넘게 걸리고, 특히 소수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심지어 제대로 된 급수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고전적인 [math(\dfrac{355}{113})] 공식을 이용한 것인데도 저렇다. 이 정도면 웬만한 기계식 계산기보다도 느리다. 동일한 공식을 1930년대 기계식 계산기로 계산하자 수 초 만에 결과가 나오는 모습. 물론 릴레이 컴퓨터는 컴퓨터답게 단순 수식 계산 뿐 아니라 범용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다시피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말 그대로 취미 수준 이상의 의미는 없다.


[1] 이렇게 릴레이 구동 회로에 다이오드가 없다면 작동 시 아크로 인해 스위치 접점이 부식될 수 있다. 아크 발생을 막기 위해선 구동 회로에 플라이백 다이오드를 추가해줘야 한다.[2] 회로 접점에서 와이어가 스위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방식. 예를 들어 방 벽에 붙어있는 전등 스위치는 보통 가정용 두꺼비집과 천장의 형광등을 잇는 전선에 직결되어 있으며, 두꺼비집을 열면 보이는 수많은 스위치들도 마찬가지로 집의 각 공간으로 이어진 배선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3] 일반적인 온습도의 공기의 절연파괴는 거리 1cm를 기준으로 교류 21kV, 직류 30kV에서 일어난다. 상태가 나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을 때 스파크가 튀는 것을 볼 수 있듯, 더 낮은 전압에서도 더 짧은 거리라면 아크 방전이 일어날 수 있다.[4] 사실 전기주전자나 다리미, 헤어드라이기 등 전열기구의 계전기는 온도계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전기적인 계전기일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금속의 열팽창을 이용하여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바이메탈이 휘어져서 회로에서 떨어지는 '열동형 계전기'일 수도 있다. 바이메탈의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딱" 혹은 "짝" 소리가 난다. 열동형 계전기는 회로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도 쓰인다.[5] 보통 소형 릴레이는 10A 많아 봐야 16A가 최대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과전류가 흐르면 열에 의해 접점이 붙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정격전류가 16A 이하라고 해도 회로가 연결되는 순간의 돌입전류가 그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순간적인 과전류를 감당할 수 있는 릴레이를 써야 한다.[6] 디지털 타이머가 아니라 대부분 릴레이와 컨덴서를 이용한 단순한 회로이다. 혹은 서멀 릴레이와 열선을 이용한다.[7] 다만 요즘 자동차는 전자식 계전기 또는 FET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동음이 들리지 않고 그냥 스피커로 재생하는 효과음이다. 여담으로, 스피커로 방향 지시등의 구동 효과음을 내는 최초의 자동차들은 “어차피 효과음인데, 계전기의 딸깍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내보자”하고 벨소리 등의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 켜면 나오는 띵똥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악평을 늘어놓자 다시 옛날 계전기 소리에 가까운 똑딱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8] 나방이 릴레이 스위치에 끼어 있었다.[9] 우리나라 건물들도 마찬가지여서, 1960~1980년 무렵에 지어진 건물의 승강기 제어실에는 계전기 기반 컨트롤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이런 건물들도 지금은 계전기 시스템을 제거하고 평범한 임베디드 시스템으로 교체했지만, 거대한 계전기 기반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던 대형 캐비닛이 아직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여의도 시범아파트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옛날 아파트에서 이런 셋업을 볼 수 있다. 간혹 계전기 기반 시퀀스 회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과 관련된 승강기 괴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