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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02:00:59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II/스토리 및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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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 캐릭터별 대면 대화 모음2. 스토리 모드 / 아케이드 모드
2.1. 애쉬 스토리2.2. 팀별 스토리
2.2.1. 엘리자베트 팀2.2.2. 일본 팀2.2.3. 야가미 팀2.2.4. 아랑전설 팀2.2.5. 용호의 권 팀2.2.6. 이카리 팀2.2.7. 사이코 솔져 팀2.2.8. 여성 격투가 팀2.2.9. 김갑환 팀2.2.10. K' 팀2.2.11. 에디트 팀
2.2.11.1. 추가 일러스트
2.2.12. 애쉬 팀
2.3. 에필로그2.4. 배드 엔딩

1. 각 캐릭터별 대면 대화 모음

엘리자베트 팀 일본 팀 야가미 팀
엘리자베트 듀오론 쉔 우 베니마루 다이몬 이오리 매츄어 바이스
아랑전설 팀 용호의 권 팀 이카리 팀
테리 앤디 로버트 타쿠마 랄프 클락 레오나
사이코 솔저 팀 여성 격투가 팀 김 팀
아테나 켄수 마이 유리 김갑환 화 자이 라이덴
K' 팀 에디트 캐릭터 히든 캐릭터
K' 쿨라 맥시마 애쉬 빌리 사이키 불오리 네스츠쿄 가라데
중간보스 미러전 최종보스
사이키 이블 애쉬


스토리 모드의 경우 각 팀의 문서를, 아케이드 모드에서의 대화는 개별 캐릭터의 문서 참고. 이 대사집은 모두 우레시노 아키히코(嬉野秋彦)가 집필했다.

2. 스토리 모드 / 아케이드 모드

KOF XIII 아케이드 가동 전 캐릭터들의 공식 홈페이지 카운트다운 메세지를 별도로 모아놓은 문단.
[카운트다운 메세지 열기 / 닫기]
D-13
  • 로즈 번스타인
전세계의 KOF 팬 여러분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번스타인 가를 대표하여
한 마디 인사말을 말씀드리겠어요.

처음 KOF를 시작한 것은 어딘가의 갱이다라는 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것을 지금의 형태로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은
저희 아버지인 루갈의 공적... 에? 벌써 시간 다 됐어?

...아, 아무튼! 앞으로 13일!
각 팀의 컨디션도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대의 KOF 개막까지,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D-12
  • 이카리 팀
랄프 : 헤헷, 작전 개시까지 드디어 2주 남았구만. 아아, 젠장! 팔이 근질근질거려 죽겠군! 어이 너희들, 선봉은 나한테 양보하라구? 명령이니까 말야!

레오나 : …중위님… 확실히 대령님은 어제도 똑같은 말을 하셨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그저께도 비슷한 소리를……

클락 : …얘기하지 마, 레오나. 대령님은 그런사람이야. 아마 내일도 내일모레도 똑같은 얘기를 하겠지. ……요컨대, 대령님은 정신연령이 유난히 낮으니까.

D-11
  • 일본 팀
다이몬 : 음? 이건 대체 무슨 소란이지? 어이 쿄, 베니마루! 이 카메라는 대체 뭐야? 대회 개최까지 아직 10일 이상 남았을텐데.

: 아아, 카운트다운 용의 코멘트란 놈이지? 미안하지만 나는 패스하겠어. 지금은 그런 들뜬 기분이 아니라서 말야.

베니마루 : 이런이런, 아무래도 우리 팀 멤버들은 매스컴이 어색한 모양인데, 대회에서는 최고의 시합을 할 것을 약속하지. 카메라 너머의 허니들을 위해서도 말야.

D-10
  • 아랑전설 팀
앤디 : 이번 대회는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오랜만의 큰 무대입니다. 시라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모든 힘을 다해서 결과가 어떻든 후회가 없도록......

: 너 말이야...좀더 재미있는 말은 못하냐? 이래서 진지한 인간은 안된다구! 알겠냐? 이 죠님이 마이크 어빌리티의 기본을 가르쳐주지!

테리 : 자자, 앤디와 죠의 만담은 신경쓰지말고...... 오랜만에 3명이 모인 이 대회, 물론 우승하는 건 우리들이지. 모두 응원 잘 부탁한다구! See You!

D-9
  • 여성 격투가 팀
마이 : 옷~홋홋홋! 시라누이 마이, 화려하게 부활! 역시 KOF에는 나라는 큰 송이의 꽃이 필요한거지! 세계는 나를 원하고 있다구!

유리 : 뭐랄까, 마이쨩, 변함없구나~ ……그래도 세계가 원하는건 큰 송이의 백합(유리)일지도 모른다구? 이미지 체인지한 내가 모두의 화제를 독점! 이라구.

: ……진짜, 완전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두 사람... 이봐, 너희들! 수다떠는 것도 그쯤 해둬. 본방까지 앞으로 9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D-8
  • 야가미 팀
이오리 : 흥……시시하군. 이런 소임에 어울릴 생각은 없다. 네놈들 둘이서 맘대로 해도 좋다…

바이스 : 크큭…… 예상대로라서 웃었네. 뭐, 카메라를 향해 웃으면서 코멘트를 날리는 당신도 보고 싶긴 해도 말야.

매츄어 : 그런가? 나는 수승한 이오리는 보고 싶지 않은데. …축제에 들떠 있는 사람들도 곧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야가미 이오리라는 남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말이야.

D-7
  • 용호의 권 팀
타쿠마 : 훗훗훗……대회까지 앞으로 7일 남았군… 오랜만의 대무대인지 나도 몸이 근질거리는구먼. ……쎄잇! 데얏! 체스토오오!!

로버트 : 있잖어, 료. 스승님말여, 한빵 크게 하실 거 같은디 벌써부터 이 상태로 실전까지 가실 수 있으까? 도중에 쓰러지시면 어쩌나 싶은디.

: 안심하라니까. 만약 아버지가 쓰러지셔도 내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두 번 더 싸우면 되는거야! 자, 확실히 텐구 가면도 챙겨 왔고 말이야.

D-6
  • 김 팀
: 에... 에또... 저, 화 자이는... 무, 무도가 정신에 입각해... 아... 우... 저... 정정동동...?

라이덴 : 동동이 아니라, 그건 정정당당이다! ...그런데, 이 문장 뭔가요? 김 사범님! 정말로 본 게임에 들어가서도 이런 대사를 해야하는 겁니까?

김갑환 : 뭔 소리를 하는거냐 두 사람! 그것도 갱생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자, 카메라를 보고 처음부터 다시 100회 실시한다!

D-5
  • K' 팀
쿨라 : 자아, 자아! 오늘밤은 KOF 개최 5일전 기념으로 아이스크림 파티를 해보아요~!

K' : 또 영문 모를 소리나 하고있고... 어쨌거나, 내가 나갈 일은 없도록 하라구. 네 녀석들 선에서 알아서 어떻게든 해.

맥시마 : 그건 뭐, 된다면야 그렇게 하고싶네. ...어쨌거나 신경 쓰이는 녀석들이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고도 하고 그런 소리를 쉽게 내뱉을만한 것 같진 않은데, 파트너?

D-4
  • 사이코 솔저 팀
켄수 : 앞으로 4일! 앞으로 4일이면 대회가 시작한다고! 다시 태어난 내가 진정한 용이 되어 날아오를 날이 오는 거야!

: ...글쎄? 용은 날개가 없을텐데... 켄수,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용은 어떻게 나는 거야?

아테나 : 저, 저기... 사부님? ...기분 탓인지, 최근 켄수에게 태클 거는 게 심해지지 않았어요?

D-3
  • 엘리자베트 팀
엘리자베트 : 이제 곧... 이제 곧 결판이 난다. 우리 일족의 숙명도... 그리고 애쉬... 당신과의 싸움에도 나는 더 이상 망설이거나 하지 않아!

: 언제나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말이야. 오늘의 아가씨는 언제나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단 말야. 뭔가 나쁜 것이라도 주워 먹은 거야?

듀오론 : 나도 상당히 무뚝뚝하다고는 생각한다만... 네가 너무 여자에 인연이 없는 이유는 왠지 모르게 나도 알 것같은 기분이 드는군...

D-2
  • 애쉬 크림슨
...드디어 때가 되었다, 인가?...
뭐, 이렇게 될 거란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좋아, 결판을 짓자고.
...모레.
이 세계가 어떻게 될 지를 말이지.

...그치만, 그 전에 네일케어 받아야 겠다.
예약없이 해 줄 가게가 이 주변에 없으려나...?

D-1
  • 사이키
......일단......너희 말야
......사라져

......가 아니라
이런 시시한 거 보고 있지 말고
어여 오락실 가라, 응?

[KOF XIII], 내일부터 가동한다
......너희들 인간의 '미래'라는 게 어떤 건지
직접 너희 눈으로 확인하고 와.

2.1. 애쉬 스토리

개인 스토리라기보다는 작품 전반의 프롤로그 역할이 강하다.
구름에 뒤덮인 낮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엔진소리가 둘의 대화를 가로막는다. 멀어져 가는 비행기 구름을 보는 베니마루의 발에는 커다란 가방이 놓여있다. 그리고 듀오론은 홀로 빈손으로 서있었다.

신출귀몰한 이 남자라면 묘하게 납득이 간다. 기본적으로 이 남자는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주인이라고 베니마루는 생각했다.

듀오론 : 입원?

엔진소리에 방해받은 질문을 듀오론이 되풀이했다.

듀오론 : 쿠사나기 쿄가?
베니마루 : 말이 입원이지 검사입원이야. 무겁냐 가볍냐를 말하자면 야가미를 막으려고 달려든 신고 쪽이 훨씬 중증이지. 전신골절상이라서 2~3개월 정도로는 낫지도 못할걸.

그래도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피의 폭주를 일으킨 야가미 이오리를 상대로 그정도 상처라면 행운이라고 해야겠지.
롱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베니마루와 조금 거리를 둔 듀오론은 조용히 탄식했다.

듀오론 : ……그래서 너도 귀국인가.
베니마루 : 뭐, 당분간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냐. 그리고, 그 녀석이 팀을 짤 상대는 달리 없다구?
듀오론 : 그런 건가?
베니마루 : 그런 거지.

수긍한 베니마루는 미소지으며 계속했다.

베니마루 : 너, 그 남자를 찾고있지?
듀오론 : 그 남자라니?
베니마루 : 까지 말고. 난 그 남자랑 만난 적이 있다고?
듀오론 : ……그랬군.

비적이라고 불리는 암살자 집단의 일원인 듀오론은, 일족을 배신하고 나간 부친 론을 찾고있다.
원래라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리 없는 듀오론이 KOF에 출장하고있는 것도 론의 행방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금발을 쓸어넘기며 베니마루는 말했다.

베니마루 : 혹시 어디서 그 남자 이야기를 들으면 너에게 알려주지.
듀오론 : 미안하군 베니마루. 빚을 지는군.
베니마루 : 별로 감사할 필요는 없어. 그 대신, 그 자식을 찾으면 나한테 알려줘.

듀오론은 말없이 베니마루를 쳐다본다.

듀오론 : ……너와 애쉬는 무슨 관계가 있지?
베니마루 : 나한텐 없지만 그 녀석이 있잖아. 결국 모두 애쉬에게 한 방 먹은 거잖아?
듀오론 : 또 쿠사나기 쿄 얘긴가……마치 보호자같군.
베니마루 : 시끄러.

다시 쓴웃음을 짓는 베니마루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펜스에서 등을 뗐다.

베니마루 : ……슬슬 탑승시간이야.
듀오론 : 조심해라.

등에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베니마루에게 듀오론이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앞으로 여행을 할 친구를 배웅하는 순간이지만 그 어조는 매우 냉담했다.
베니마루는 어깨 너머로 듀오론을 돌아봤다.

베니마루 : 의외로, 곧 얼굴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고?
듀오론 : 그렇다고 해도, 그 때는 같은 팀이 아닐텐데.
베니마루 : ……그렇겠지.

또 한 대, 거대한 제트기가 활주로를 향해 내려온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둘의 긴 머리를 흩트리고 또 그들의 대화는 단절됐다.
강한 바람으로 얼굴을 돌린 베니마루가 다시 듀오론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방금까지 거기에 있던 검은 장신의 그림자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베니마루 : ……어울린다면 어울리는군.

조그맣게 코웃음친 뒤, 베니마루는 가방을 들어올렸다.
이 주변의 땅값이 어떤지는 그런 데에 전혀 무지한 베니마루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코 싸지는 않을 거라는 걸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장소에, 이 정도로 넓은 저택을 가질 정도라면 재력은 물론, 그 정도의 은밀한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카구라 가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이 가문은 그 정도의 힘이 실제로 있을 것이다.
넓은 정원의 연못에 웅크려 큰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베니마루는 뒤에서 인기척을 듣고 뒤돌아보았다.

치즈루 : 언제 일본에?

그렇게 물은 것은, 자색의 유카타를 입은 흑발의 일본풍 미인 카구라 치즈루였다.

베니마루 : 몇 시간 전이야.
치즈루 : 발걸음이 가벼운 게 부럽군요.

조금 쓸쓸하게 미소지은 치즈루는, 정원에 있는 응접실에 정갈하게 앉았다.
올해의 일본 여름은 언제나보다 무더운 느낌이다. 하지만, 치즈루의 안색이 나쁜 건 그런 더위 때문이 아닐 것이다.
차가운 차를 가져온 사용인이 물러가는 것을 기다린 뒤, 베니마루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베니마루 : 몸 상태는 여전한가, 치즈루 씨?
치즈루 : 네. 몸은 어느정도 돌아왔습니다만, "힘"은...
베니마루 : 그런가……
치즈루 : 그러고보니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네요. 우승 축하해요, 베니마루 씨.
베니마루 : 그런 소리 말아. 대전 상대가 도중에 "실격"해서 올라간 부전승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야.

차가운 차를 마시고 입안에 어렴풋한 향이 퍼져나간다.
확실히 이 마음은 우승자의 영예로운 마음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베니마루는, 패자의 분한 마음으로 귀국한 것이다.

카구라 가문의 현 당주인 치즈루와 쿠사나기의 계승자인 쿠사나기 쿄, 그리고 야가미류의 야가미 이오리.
그들 3인방은 이미 신화가 된 먼 옛날,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거만한 지구의사 "오로치"와 싸우고, 그를 봉인한 "삼종의 신기"의 후예다.
현대에 부활한 오로치를, 격한 싸움 끝에 다시 봉인에 성공한 3인방은, 하지만, 전전회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서 그 오로치에 비견할 수 있을만큼 강대한 적과 만났다.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인류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류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이종족. 그들이 말하는 "그 땅"이 어디를 의미하는지는 치즈루들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봉인된 오로치의 힘이라는 건 확실하다.

‘내가 오로치의 힘을 가진다.’

『삼종의 신기』 전에 모습을 드러낸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의 한 명, 무카이라는 남자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찰칵, 하는 유리잔 속의 얼음의 소리가 났다.
짜증나는 매미소리는 어느새 끊어지고, 그 옆에서는 기분 나쁜 침묵의 장이 펼쳐져 있었다.
산뜻한 정원을 바라보며, 베니마루는 입을 열었다.

베니마루 : 이봐, 치즈루 씨. 지금, 오로치의 봉인은 어떻게 돼있지?
치즈루 : 유감스럽게도……제 힘을 빼앗긴 터라 오로치의 봉인은 깨져버렸습니다.

치즈루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베니마루이 바라본 그녀의 미간에는 근심어린 주름이 희미하게 보였다.

베니마루 : 봉인에서 풀려난 오로치가 어디선가 되살아났다……는 건, 가능한 말인가?
치즈루 : 그건 아니겠죠. 전에 제 언니가 게닛츠에게 살해당해, 역시 봉인이 파괴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로치의 부활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다시 봉인한 오로치는 완전한 부활을 한 것이 아니었고, 반대로 쿠사나기와 야가미를 상대로 싸운 후 꽤나 약해져 있을 터입니다.
베니마루 : 그 말은 즉, 그 오로치가 다시 한 번 실체를 얻고 부활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는 말인가.
치즈루 :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봉인으로부터 해방된 오로치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는 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미 오로치의 힘은 그 알 수 없는 남자가 말한대로 그들의 주인에게 흡수되었을지도...
베니마루 : 치즈루 씨도 그 사항에 대해선 모르는거군?
치즈루 : ……면목 없습니다.

흑발을 정리하며, 치즈루는 머리를 숙였다.

치즈루 : "거울"의 힘을 잃은 저로써는 오로치의 기척을 살필 수 없습니다.
베니마루 : 그다지 치즈루 씨가 사과해야할 건 아니야. 나쁜 건 그 애송이니까.

치즈루를 덫에 빠뜨린 건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들이지만, 그녀의 힘을 실제로 빼앗은 건 애쉬 크림슨이였다.
그 이후 치즈루의 신기로써의 힘 오로치의 봉인을 "지키는 자"로써의 힘은 빼앗긴 채로 변함이 없다.
치즈루는 천천히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치즈루 : 애쉬 크림슨……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베니마루 : 그 자식은 나도 신경쓰여. ……그 녀석, 전의 이름 긴 패거리들과 꽤 안면이 있는 모양인데 어떤 관계인지 전혀 감이 안 온단 말야.

과거에 두 번, 베니마루는 KOF를 통해 애쉬와 만났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주근깨 애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쿄나 이오리의 것과는 다른 녹색의 화염을 사용하는 소년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행동하고있는걸까, 베니마루로써는 물론이고 안면이 꽤 있는 듀오론으로써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다시 베니마루는 조용한 수면을 응시하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전혀 정리될 기색이 없는 생각의 조각을 맞춰보았다.

베니마루 : 애쉬와 그 단체……동료라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싸우기도 하는 게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옛날부터 적이였던것 같은 느낌도 아닌 거 같고 말이지.
치즈루 : '동료였던 관계를, 그 소년쪽에서 배신했다'라곤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베니마루 : 글쎄. ……그런데, 엘리자베트라는 레이디는 애쉬를 같은 사명을 가진 동지라고 말하고 있다고. 배신한거라고 말하자면 오히려 그녀 쪽이 애쉬에게 배신당했다는 말이야. 애쉬 자식, 그런 사명같은 거 잊어버렸다고 말했고.

저번 KOF에서는, 베니마루는 듀오론과 함께 엘리자베트 블랑토르셰를 리더로 한 팀으로 참가했다.
엘리자베트 자신은 참전의 목적이나 애쉬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 입을 닫았지만, 적어도 베니마루가 보기에는 엘리자베트와 애쉬는 꽤나 친분이 있는 걸로 보였다.
긴 금발을 쓸어올리며, 베니마루는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베니마루 : 아마 엘리자베트는, 애쉬가 뭘 하는 놈인지, 뭘 하려고 하는지,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내가 아무리 가르쳐달라고 말을 해도 전혀 말을 않더라고.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노 코멘트일거라고 생각해.
치즈루 : 그 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거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예전의 저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베니마루 : 치즈루 씨와 비슷한 입장……?
치즈루 : 네.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그들을 오로치 일족과 비교해보자면, 그것을 숙적으로 간주하는 엘리자베트 블랑토르쉬는 아마도 저의 입장. 그렇다면 애쉬 크림슨은...
베니마루 : 그럼, "삼종의 신기"의 바퀴에서 떨어져나간 야가미 이오리인가?

치즈루를 돌아보며 베니마루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치즈루 : 그럴지도 모릅니다. 엘리자베트 블랑토르쉬와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가 대적하고 있는 동안, 애쉬는 그 양쪽과 모두 통하면서, 그 어느 쪽도 아닌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베니마루 : 어쨌든 애쉬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본인을 족쳐서 말하게 하는 수밖에 없는가보군. 그 다음에는 네 힘도 되찾아야 할거고.
치즈루 : 하지만 애쉬 본인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
베니마루 : 곧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단언한 베니마루의 귀에는, 마지막에 만났을 때의 애쉬 크림슨의 말이 지금도 확실히 떠올랐다.

베니마루 : 그 녀석은, 야가미가 가진 "곡옥"의 힘을 빼앗을 때, 이런 얘기를 했어. 다음은 쿠사나기 쿄 차례라고.

이미 애쉬는, 치즈루가 가진 "거울"에 이어 저번 대회에서 야가미 이오리의 "곡옥"의 힘까지 손에 넣었다. 이걸로 두 번이나 오로치를 막아온 삼종의 신기는 지금은 쿠사나기 쿄가 가진 "쿠사나기의 검"만이 정당한 계승자의 손에 남아있다.
그리고 애쉬는, 그 최후의 하나조차, 곧 손에 넣을 심산이다.
핏기없는 입술로 치즈루는 중얼거렸다.

치즈루 : 만약 오로치의 힘이 지금 그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만약 쿠사나기의 "힘"까지 애쉬의 손에 넘어가버리면 오로치를 다시는 봉인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베니마루 : 그렇게는 안 되지.

베니마루의 하얀 가죽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베니마루 : 여태까지 방법을 생각해보면 애쉬가 정면으로 쿄와 다툴 일은 없을 테지. 어떤 혼란을 틈타서 아마 다음 KOF 무대에서 어떻게 할거라고 생각해.
치즈루 : 그렇다면?
베니마루 : 아, 내가 왜 일본에 돌아왔다고 생각해? 물론 목적 중 하나는 당신 얼굴을 보려고 그런 거긴 하지만.

스트랩을 집어 휴대전화를 꺼내고 손가락을 흔들거리며 베니마루는 치즈루에게 윙크했다.

베니마루 : 팀메이트와 회의시간이다. 아쉽지만 슬슬 가봐야할 거 같군.
차가운 하북지방의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듀오론에게 강남의 상하이는 어디까지나 이방의 땅이였지만, 그래도 여기를 방문할 때 마다 느끼는 그리움같은 감정을 떠올리는 건 조금이지만 여기에서 지낸 과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듀오론의 친구는 이 거리가 매년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수도 베이징의 영향을 받고있는 상하이가 왜 살기 힘들어지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그가 음지에서밖에 살 수 없는 인종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옛 거리가 파괴되고 바뀌어서 하늘을 찌르는 아름다운 빌딩이 점점 건설되고 있는 중에 사회의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삶의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힘으로밖에 말하지 못하는 뒷골목의 남자들도, 그 거리도, 점점 더 스마트한 방법을 배워서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거리의 풍경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그는 자신이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새로워진 상하이가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리라.
그 서투른 남자의 이름은 쉔 우.

듀오론은 그 남자와 만나기 위해 상하이로 돌아왔다.

저번 KOF 직후, 쉔 우는 팀메이트들과 함께 돌연 행방을 감췄다.
일부에서는 사망설까지 떠돌았지만, 듀오론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쉔 우가 그렇게 간단히 죽을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상하이에 도착하자 증명되었다.

듀오론 : ……어디 있어도 돋보이는 남자군.

쉔 우의 건재함을 내려보며, 듀오론은 차갑게 미소지었다.
높은 창문 아래로 듀오론이 바라본 곳은 10분 전의 축하 분위기와 완전 뒤바뀌어 아비규환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 레스토랑의 홀은, 이곳의 주인인 신안청회의 회장 소위 중국계 마피아 보스의 환갑 축하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조직의 구성원이였다.

그 홀에 거대한 덤프 트럭으로 벽에 구멍을 내며 등장한 쉔 우는, 놀라서 움직임이 둔해진 남자들에게 기쁘게 덤벼들었다. KOF 회장에서도 이런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기 힘들것이다.
덤프 트럭에 치인건지, 아니면 난투로 날아가버린 것인지. 하얀 테이블은 모두 쓰러지고 그 곳에 놓여있던 술과 요리 등은 모두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 지독한 난투극 속에서 보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뒷골목의 남자들이 차례차례 패대기쳐진다. 수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그들이 쉔 우 한 명의 폭력 앞에서 모두 굴복하고 있었다.

자기끼리 쏘게 되는 걸 두려워해서인지 남자들은 총으로 무장할 일은 없었지만 만약 그들이 총을 사용한다고 해도 덤프 트럭의 돌입부터 최후의 남자가 결판이 날 때 까지의 시간이 좀 길어질 뿐이리라. 그 정도로 쉔 우의 전투력은 압도적이였다.
쉔 우의 격투 스타일을 말하자면 무술이라는 단어로 연상할 수 있는 화려하고 기교있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듀오론처럼 소리 없이 적의 등을 일격하는 은밀함도 없다. 흉폭하게 손발을 휘두르고 욕을 내뱉으며 닥치는대로 부수고 쓰러뜨리는 그 싸우는 방법은 ‘싸움’이라는 단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도망도 치지 못하고 얼어있던 애송이 무리의 뚱뚱한 보스가 자비없는 철권에 모든 이가 깨져버린 시점에서 듀오론은 참극의 장소로 내려왔다.

: 후우.

주먹에 튄 피를 털어내며, 꽤나 조용해진 홀을 둘러보던 쉔 우는 덤프 트럭과 함께 서있는 듀오론을 알아채고 태연히 손을 흔들었다.

: 여어.
듀오론 : ……또 화려하게 한 건 했군.
: 날 얕본 상대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먹여준 거 뿐이라고.

쉔 우가 빙긋이 입꼬리를 올리자 그 곳에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듀오론은 쉔 우의 발밑에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노인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새삼스러운 것을 물었다.

듀오론 : 이들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서 날 콱 죽이려고 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쉔 우는 팔과 목에 감겨있던 붕대를 뜯어냈다. 상처는 대부분 나아가고 있었지만, 그 상처는 쉔 우가 말하는 살인청부업자와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일 것이다.
이렇게 쉔 우가 살아있는 것이 증명된 이상, 그 의뢰는 실패로 끝난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죽이려 든 상대를 그냥 둘 정도로 쉔 우는 물렁한 남자가 아니다.
멀리서부터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챈 쉔 우는 듀오론에게 말했다.

: 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귀찮은 일이 되기 전에 얼른 퇴장하자고.
듀오론 : 이런 걸 당하고도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는 걸 보면 마피아라는 것도 꽤 어려운 장사군.
: 뭐, 그렇지.

타고온 덤프 트럭을 방치해둔 채로, 쉔 우는 신음하는 남자들 사이를 큰 발걸음으로 넘어간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신음하는 뒷골목의 주민들을 보며 탄식한 듀오론도 그렇게 걸어간다.

: 그런데 듀오론.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면서, 쉔 우가 듀오론에게 말한다.

듀오론 : 뭔가?
: 너, 애쉬가 어디있는지 모르냐?

이쪽에서 물으려 했던 걸 상대에게 들으며 듀오론은 쓴웃음을 짓는다.

: 어이 뭐야? 뭐가 웃겨?
듀오론 : 아니다……너 역시 모르는건가.
: 엉? 너 역시라는 건 무슨 의미야?
듀오론 : 내가 널 찾은 건, 너로부터 애쉬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 쳇……

듀오론의 말에, 쉔 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쉔 우의 노기어린 모습에 남은 식사를 하고 있던 들고양이들이 황급히 달아난다.
코트 옷깃을 바로잡으며, 듀오론은 쉔 우를 바라보았다.

듀오론 : ……대체, 애쉬와 무슨 일이 있었지?
: 뭐, 여러 가지로. ……떠올리기도 짜증나지만, 애쉬가 날 엿먹였다고.

둘의 발걸음은 어느새 익숙해진 술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크게 서향으로 기울어진 암갈색의 햇살이 인기척 없는 창고가 도로에 둘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었다.
쉔 우는 약하게 상처가 남아있는 볼을 긁으며 듀오론에게 말했다.

: ……그래서, 너는 왜 애쉬를 찾고있지?
듀오론 :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찾고 있는 게 아니다. 엘리자베트라는 여자를 기억하나?
: 그래, 네 팀메이트였던 그 튼튼한 여잔가?
듀오론 : 그녀가 애쉬를 찾고 있다.
: 왜 또?
듀오론 : 자세한 사정은 나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번의 묘한 단체와 얽힌 얘기같더군.
: 흐응.

상처가 있는 쉔 우의 얼굴에 맹수가 떠오르는 웃음이 비쳤다. 쉔 우가 이런 표정을 보이는 건 대체로 그곳에 즐거워보이는 전투의 향기를 맡았을 때인 게 틀림없다.

듀오론 : ……결론을 말하자면, 애쉬가 뭘 하려하고있는지, 나도 흥미가 없는 건 아니란 말이지.
: 그래? 나는 흥미 없어.
듀오론 : 그렇겠지.

쉔 우가 흥미를 가지는 건, 강한 상대와 싸우는 것 뿐이리라.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알기쉬운 남자다.

듀오론 : ……애쉬를 쫓고 있다보면, 당연히 그런 상대가 나오겠지.
: 만약 안나온다고 해도, 이쪽은 애쉬를 이대로 두진 않아. 알잖아? 친한 동료에게도 예의는 있다고?
듀오론 : 그런가.
: 그래.
듀오론 : 구체적으로는?
: 한 방 먹인다.

쉔 우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 ……뭐, 그자식은 내 동생같은 놈이니까. 나를 속인 건에 대해서는 그걸로 없던 일로 해주지.

겁없이 웃으면서, 쉔 우는 듀오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소꿉친구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쉔 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듀오론 쪽도 그 불쌍한 마피아들을 이미 잊고 있었다. 그 화려한 싸움도 쉔 우에게서는 당연한 그저 일상의 한 토막에 지나지 않았다.
베니마루가 야부키 신고의 병실을 방문한 건, 면회시간이 이미 끝난 시간이였다.

베니마루 : 미안, 오랜만에 일본의 교통 정체를 얕보고 있었어. 좀 더 빨리 올 생각이였는데...
신고 : 아니, 전혀 문제없슴다. 오히려 감사함다! 일부러 이렇게 와주시니 죄송합니다, 베니마루 씨.

침대 위에서 몸을 들어올린 신고는, 베니마루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베니마루 : 어이, 다이몬 선생! 이쪽도 오랜만이구만.
다이몬 : 음.

미리 와있던 다이몬 고로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한다. 애초에 다이몬이 절대 기분이 좋진 않을거라는 걸 베니마루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절제되고 표정의 변화가 적은 유도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둘의 교제는 긴 시간동안 지속되어왔다.
파이프 의자에 앉은 베니마루는 붕대와 깁스로 전신을 가린 신고를 다시 바라보고 몇 번이나 의미있는 납득을 했다.

베니마루 : ……의외로 팔팔하구만, 미라군.
신고 : 아뇨. 왜냐면 저, 신체 건강한 거 밖에 자랑이 없으니까요.
베니마루 : 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신고 : 저기, 베니마루 씨! 그럴 땐 아니 그렇지 않아, 식으로 말해주는 거 아님까?

무심한 베니마루의 대답에 신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쿠사나기 쿄, 야가미 이오리와 함께 전회 KOF에 출장한 신고는 대회 종료 때 갑자기 피의 폭주를 일으킨 이오리에게서 쿄를 구하다가 전치 몇 달이 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신고의 터프함의 증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입원으로부터 반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다는 건, 곧 일어나서 훈련을 재개한다고 난리치는 것도 곧이겠지. 야부키 신고는 그런 생각 없는 소년이였다.

베니마루 : 그렇다곤 해도, 신고의 신분에 이런 특실은 좀 그렇잖아.
신고 : 아, 이 병실을 대준 건 카구라 씨임다.
베니마루 : 치즈루 씨가?
신고 : 네. 저는 별로 괜찮슴다만 이렇게 된 게 모두 자기 탓이라고...
베니마루 : 그런가……

신고가 물과 기름이라고 할 수 있는 쿄와 이오리를 팀으로 묶고, 양 쪽을 함께 싸우도록 중재한 건 "힘"을 잃어버린 치즈루의 바람이였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다.
원래 신고의 상처에 대해서 치즈루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애초에 격투가가 상처입는 건 자기의 책임 이외에 무엇도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경우 치즈루가 출장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치즈루에게는 자신이 애쉬에게 "힘"을 빼앗기지만 았았다면 하는 생각이 있을 터이다. 야가미 이오리가 "피"의 폭주를 일으켰던 건, 명백히 오로치의 봉인이 풀린 것이 원인이였다. 치즈루는 그래서 더욱 자신을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면회 시간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베니마루는 신고에게 말했다.

베니마루 : 네가 그 때 팍 쓰러져버려서 듣진 못했겠지만, 그 때 거기에 뭐가 있었지?
신고 : 죄송함다, 전 자세한 건 잘……하지만 갑자기 야가미 씨가 정신을 잃은거 같아서 쿠사나기 씨에게 덤벼든 검다. 저, 어떻게든 쿠사나기 씨를 구하려고 야가미 씨를 멈추려고 했지만...

거기서 말이 끊어지고, 신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다이몬 : ……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

다이몬이 그렇게 신고의 어깨를 두드렸다.

베니마루 : 그건 그래. 혹시 그 상황에 있었던 게 나나 고로였다 하더라도, 폭주한 야가미를 멈추는 건 생각할 수 없다고. 그건 인간이 아냐, 말하자면 괴물이지.

그런 말이 위로가 될 리가 없다고 베니마루가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외에 신고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베니마루 : ……그 말은 즉, 애쉬가 나타난 건 그 직후 정도인가?
신고 : 아, 그렇슴다. ……그 근처부터 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애쉬 씨가 야가미 씨의 등에 접근해서, 뭐랄까…… 도깨비불? 아무튼 그런 거 비스무리한 걸 갑자기 파악- 꺼내는 느낌이였슴다. 그리고 야가미 씨도 쓰러지고...
베니마루 : 거기에 우리가 급히 달려온거고.
신고 : 아마도……

베니마루 일행이 급히 달려왔을 때, 이미 쿄도 이오리도, 그리고 신고도 모두 그 장소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단지 애쉬 홀로 빗속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냉소를 짓고있었다.

신고 : ……그러고 보니, 그 후에 애쉬 씨는 어떻게됐슴까?
베니마루 : 도망쳤어.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굴욕에 베니마루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베니마루 : 나와 듀오론과, 그리고 엘리자베트 3명이 달려들어 붙잡으려 했는데, 그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어.
다이몬 : 사라졌다고?

괴성을 지르는 다이몬에게 베니마루는 애매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베니마루 : 그래, 아마 그건 "거울"의 힘이라는 거겠지.
신고 : 카구라 씨의……?

원래라면 치즈루 손에 있어야 할 힘인 "거울"의 힘을 가지고, 애쉬는 그들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것은 애쉬가 그 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베니마루는 신고의 말로 애쉬가 야가미 이오리의 힘을 빼앗아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에 만날 때 아마 애쉬는 "곡옥"의 힘마저 자신의 것으로 하고있을 것이다.
다이몬은 미간의 주름을 깊게 파고, 굵은 팔로 팔짱을 꼈다.

다이몬 : ……카구라 님에다 야가미에게 왔다면, 애쉬의 다음 목표는 쿄라는 게 명백한건가……
베니마루 : 그래. 그런데 쿄는 어디 있는 거야?
다이몬 : …………

신고와 다이몬은 얼굴을 굳히고 말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베니마루 : 검사 입원했잖아? 병원은 어디야?
다이몬 : 병원은 여기였는데,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뛰쳐나가서 모습을 감춰버려서...
베니마루 : 그 바보 자식...!

베니마루는 이마에 손을 얹고 탄식했다.
아무리 봐도 시끄러울 듯한 간호사에게 쫓겨 베니마루과 다이몬은 병원을 뒤로 했다.
이미 날은 해가 저물어 근처에는 무거운 한여름의 막이 내려앉아있었다. 가로등에 비친 길을 걸으며 베니마루는 다이몬에게 물었다.

베니마루 : 쿄 자식, 지금 뭐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이몬 : 글쎄……
베니마루 : 어울리지도 않게, 산 속에 짱박혀 있는 거 아냐?
다이몬 : ……전에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지.
베니마루 : 그래. 사람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곤 해도 그 녀석의 경우 조금 극단적이란말야.

불시에라곤 해도 야가미에게 일격에 정신을 잃은 사실은 아마도 쿄의 프라이드에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그것을 갚아주기 위해서 쿄가 남 몰래 수련을 하고 있는 건 쉽게 짐작이 간다.

베니마루 : ……쿄는 이걸로 됐군.
다이몬 : 혼자 행동하게 두는 건 좀 위험하지않나?
베니마루 : 그렇다고 해도, 그 자식이 우리들에게 호위받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진 않을 거잖아.
다이몬 : ……확실히 그렇군.
베니마루 : 결국, 강해지고싶다면 자신이 어떻게 하는 수 밖에 없어. 우리들도 그렇잖아?

다이몬이 무게있게 수긍했다. 유도의 세계에서 몇 번이나 정점에 올랐던 그는,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의 엄격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베니마루 : 다음은 야가미의 행동이 신경쓰이는군. 그쪽은 뭐, 쿄가 움직이면 당연히 올 거고.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이몬 : 어때, 베니마루? 내일이라도 우리 대학의 도장에 오는 건?
베니마루 : 어이 어이, 참아달라고.

미소를 띄우는 팀메이트를 올려다보며, 베니마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베니마루 : 난 겨우 오늘 귀국했다고? 아직 시차적응도 안 돼있어. 내일은 편하게 쉬게 해줘.
다이몬 : 농담이야. 체력관리도 중요한 일이니까.
베니마루 : ……고로가 농담을 하다니.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뜨겠군.

가슴 속에 요동치는 불안함을 억지로 웃음으로 안정시키고, 베니마루는 별이 별로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대성당 옆의 가파른 언덕에서 발을 살짝살짝 흔들며, 별이 적은 밤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네일 아트 솜씨에 만족하는 듯 웃는 소년은 그 손가락 끝에 녹색의 불꽃을 피운다.

그 불꽃은, 때로는 붉고, 때로는 푸르고, 흔들릴 때마다 색이 변화해간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입가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메마른 미소가 번진다.
세느 강 북쪽 해안, 파리 18구. 거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서있는 대성당은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명소이지만 이런 장소에까지 들어오는 관광객은 역시 없다.

보탄 : 애쉬 크림슨.

불의에 날아온 여자의 목소리에 소년은 선명한 불꽃을 주먹쥐어 꺼트리고 시선을 돌렸다.

보탄 : 네가 그 힘을 손에 넣은 건 불꽃놀이를 위해서는 아닐텐데?
애쉬 : 보탄 씨……였나?

언제 그곳에 온 것인지 애쉬처럼 위험한 위치에 무난하게 서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소년은 냉담하게 미소짓는다.

애쉬 : 일부러 그런 말 하려고 몽마르트르까지? 꽤나 한가하구나, 당신들.
보탄 : 시끄러워.

보탄이라고 불린 여자는 눈썹을 올리며, 손에 들고 있던 하얀 봉투를 소년에게 던졌다.

보탄 : ……이번 대회의 "초대장"이다.
애쉬 : 흐응.

손끝으로 끼어잡은 고풍스런 빨간 봉인이 찍힌 봉투에서 시선을 돌리고, 소년은 주근깨가 흩어져있는 코를 매만지며 재수없게 말한다.

애쉬 : 나한테도 주는거지? 규칙 같은 거구나.
보탄 : 드디어 마지막 일이다. 실수하지 말라고?
애쉬 : 별로. 난 당신들의 부하가 아니라고. 하나하나 지시하는 거, 그만두지 않겠어?
보탄 : 이 자식!

소년의 불손한 언행에 노한 보탄은 곧 노기를 가라앉히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보탄 : ……자신의 입장이란 걸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네놈이 건방지게 굴어도 되는 게 누구 덕분인지를 말야...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어대다간 몸이 다칠 거라고?
애쉬 : 충고 매우 감사하군, 보탄 씨. 꼭 "쓸모없는 자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
보탄 : 그리고 또 하나.
애쉬 : 아직도 더 있어?
보탄 : ……블랑토르쉬의 여자가, 널 찾고 있는 모양이다.
애쉬 : 베티가?

한순간 소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지만, 그 놀란 표정도 곧 미소에 사라졌다.

보탄 : 방해될 것 같으면 네가 처단해.

그렇게 말하고 보탄의 모습은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는 순교자의 언덕에서 서서히 사라져간다.

애쉬 : 아... 아……

초대장을 대충 접어 주머니에 넣은 소년은, 길게 자란 앞머리를 매만지며 짜증나는듯이 투덜거린다.

애쉬 : 베티도 여전히 진지하구나. 좀 더 빈둥댈 줄로 생각했는데……

그 순간, 소년의 모습이 붉은 태양에 감기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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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 OF FIGHTERS를 개최한다.
이상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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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정도로 심플한 내용의 초대장을 받고, 니카이도 베니마루가 가볍게 놀란 건, 그 살벌한 문장이 아니라, 전 대회로부터 간격없이 바로 이번 대회의 개최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베니마루 : 발신자는 『R』인가. 그립군.

안면이 있는 빨간 봉인에, 저도 모르게 입가가 느슨해진다.

다이몬 : 이번 주최자……대체 누구지?

파란 오픈카의 뒷좌석을 혼자 점거하고있는 다이몬이, 동시에 자신에게도 도착한 초대장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다이몬 : 루갈 녀석은 본거지와 함께 자폭했을텐데...
베니마루 : 치즈루 씨로부터의 정보인데, 이번 대회는 세계각국의 매스컴도 움직여서 꽤 대대적인 행사가 될 모양이야. 정식으로 기자회견이 열리면 주최자의 정체도 밝혀지겠지.

라디오로부터 흘러나오는 곡에 맞춰 리듬을 타면서 베니마루는 핸들을 잡고있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오픈카의 차체가 햇빛을 반사하며 푸르게 빛난다.

베니마루 : 그런데 쿄 자식, 나랑 엇갈려서 해외에 갔다더라.
다이몬 : 산 속에 틀어박히는거보단 어울리지만.
베니마루 : 뭐, 노력이 싫은 쿄가 솔선수범해서 수행하고 오는 건 이쪽으로써는 기쁜 얘기지.

베니마루에게 쿄의 연락이 왔던 건 어젯밤이였다. 자세한 사정은 하나도 설명하지 않은 주제에 내일 귀국할 예정이니까 공항까지 마중나와 달라는 일방적인 전화였지만,
베니마루에게 있어서 화가 나기보다는 우선 쿄의 안전이 확인되어 안심했다는 쪽의 심경이 더 컸다.
널찍한 공항의 주차장에 애차를 주차하고, 베니마루는 입술을 매만졌다.

베니마루 : 그럼……오랜만에, 일본 최강팀의 회합인건가?

오로치와 싸운 때도, 네스츠와 싸운 때도, 결국은 이 멤버로 돌아온다. KOF의 단골이라 불리는 팀은 꽤 있지만, 베니마루에게는 자신들이야말로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폭음을 울리며 활주로에 춤추듯 내려오는 점보 제트를 올려다보며, 베니마루과 대문은 공항의 로비로 향했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일 드 프랑스의 파리 시내로 들어온 듀오론은 시차 적응으로 하품을 연발하고있는 동행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미소지었다.

: ……너는?

듀오론의 시선을 느낀 쉔 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다.

듀오론 : 꽃의 도시에 이만큼 어울리지 않는 남자도 없지.
: 시꺼.
듀오론 : ……지금 기회에 얘기해둘까.

개찰구를 빠져나와서 지상에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탄 듀오론은, 욕을 퍼붓고 있는 쉔 우에게 말했다.

듀오론 : 이번 팀 리더는 아마도 네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여자다.
: 입만 살아서 교만하고 콧대높은 아가씬가?
듀오론 : 전부 다다.
: 이봐.
듀오론 : 그리고 하나 더, 그 쪽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는 아마 너 같은 남자일거다.
: 어이.
듀오론 : 그런 걸 다 참고 알아서 해라.
: 맘 편히도 얘기하는구만……대체, 날 멤버로 넣으려면 그 쪽이 상하이까지 마중나오는 게 맞는 거 아냐?
듀오론 : 그런 겸손한 방법은 모르는 아가씨라는거다. ……프라이드 높은 걸 받아들이고 적당히 맞춰주면 된다.
: 쳇……난 너랑 다르게 정직한 사람이라고. 속이 뒤틀리면 그만큼 확실히 해준다구.
듀오론 : 그건 상관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의 목적은 애쉬를 찾는거다. 그걸 잊지 말도록 하지.
: 말 안해도 알고있어. ……그 애송이, 한 대 콱 먹여서 울려버려야 마음이 풀린다고.

이미 너덜너덜해진 초대장 봉투를 주머니에 구겨넣으며, 쉔 우는 양손의 글러브를 고쳐끼웠다.
지하철의 홈에서 지상까지 올라온 둘은, 파리의 화사한 햇살에 마중받는다.
쉔 우 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직 이 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자각하면서, 듀오론은 파리의 땅을 힘차게 밟았다.

2.2. 팀별 스토리

2.2.1. 엘리자베트 팀

푸른 초원에, 잔물결이 선다.
옛 전통과 사명을 현대에까지 전해왔던 일족의 거주지는 지금은 남프랑스의 자연속에 섞여 이미 지난 날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간신히 남아있는 물이 말라버린 분수와 탄 주석 자국만이 일찍이 여기서 전개되고 있던 호화로운 날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상반신을 잃은 여신상을 올려보고 있던 엘리자베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푸른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광대한 저택과 그곳에 거주했던 일족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 대화재로부터 몇 년이 흐른걸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대화재 자체가 어떠한 전조, 혹은 누군가의 책략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간에 그 날을 경계로 무거운 사명을 계승하는 사람은 단지 두 사람만 남게 되어버렸다.
그 날로부터 두 사람은 정말로 누나와 동생과 같이 살아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조각도 여기에는 없다.

엘리자베트 : ......

지난날 정원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손에 들고, 승복을 입은 엘리자베트는 몇시간이나 그 자리에 내내 서 있었다.

노인 : ……아가씨.
엘리자베트 :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뒤에서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에 엘리자베트는 작게 머리를 흔들었다.
또 불어온 바람이 엘리자베트의 얼굴을 숨기고 있던 검은 베일을 흔들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채, 쉔은 탁상 위의 작은 커피잔을 응시하고 있다.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무릎이 상하이에서 온 이 사람의 긴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컵에 반쯤 남은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마신 후, 쉔은 미간을 찌푸렸다.

앞으로 3초, 버틸 리가 없다...듀오론이 이렇게 예상하고 나서 딱 3초 후, 쉔은 쥔 주먹을 치켜들고 테이블을 내려치려고 했다.

듀오론 : 그만 둬.

테이블이 두 동강나기 직전, 갑자기 늘어난 듀오론의 팔이 쉔의 주먹을 막았다.
쉔은 듀오론을 노려보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혀를 차며 팀메이트의 손을 풀어버렸다.
예술가와 관광객으로 붐비는 몽마르뜨는 초여름의 저녁 노을에 물들어져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여기에서는 산책로에 늘어져있는 남자들의 그림자마저도 어딘가 예술적으로 보였다.
여러가지 떳떳치 못한 구석이 있는 듀오론은 자신이 너무 부적절한 곳에 있는 기분이 들어서 쓴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작은 웃음을 우연히 들었는지 다시 쉔의 눈빛은 듀오론을 향했다.

: ...... 뭐가 이상해?
듀오론 : 아니... 나나 너도, 이 장소에는 부적절하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 오고 싶어서 온건 아니잖아.

쉔은 작은 커피잔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잡았다.

: 그 녀석은 무슨 생각이지?
듀오론 : 무슨 말이지?
: 이봐, 우리들은 일부러 불려서 이런 곳까지 오게 된거라고?
듀오론 : 그렇다.
: 여기는 두 사람, 저쪽은 한명, 그렇다면 저쪽이 상하이까지 오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이 프랑스 변두리까지 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듀오론 : 불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듀오론은 아무렇지 않게 응답했다. 물론 쉔이 그 대답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

: 그...
듀오론 : ......온 것 같다.

듀오론의 한마디에 쉔은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자베트 :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도착한 엘리자베트는 정중하게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지각의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의자를 난폭하게 돌려 일어난 쉔은 상복 차림으로 나온 엘리자베트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다 호들갑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 매우 느린 행차다. 게다가 대단히 곱게 꾸미고 있군. 파티라도 하고 오는 모양이지?

반어라고 하기엔 조금 말에 독기가 있던 쉔의 말을 묵살하고, 엘리자베트는 클러치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엘리자베트 : 초대장은?
듀오론 : 물론.
: 있다고.
엘리자베트 : 그렇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대회 첫 경기 당일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경기장에서 만납시다.
: 뭐!?

담담한 엘리자베트의 말에 쉔이 눈썹을 찌뿌렸다.

: 제길, 우리들은 당신이 오라고 말했기 때문에 일부러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서 왔다고? 그런데 뭐야. 사람을 실컷 기다리게 해 놓고 그것이 끝인가!? 단지 한 마디할것이었으면 전화 1통이면 해결되었을 거 아냐!
듀오론 : 진정해, 쉔.

엘리자베트에게 달려드는 쉔을 진정시키고 듀오론은 일어섰다.

듀오론 : 어차피 우리들의 첫 경기가 열리는 곳은 프랑스이다. 유럽 방문이 조금만 앞당겨졌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
: 그러니까 파리 관광도 즐겨보라는 건가? 너도 이런 도시 어울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 바로 조금 전 아냐?
듀오론 : 관광이 싫으면 게라도 먹으러 가면 어때?
: 너 같은...
듀오론 : 농담이다.

두 사람의 그 언쟁 사이, 엘리자베트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 있었다.
멀어지는 엘리자베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던 항상 다부지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고 오히려 작아보였다.
또한 엘리자베트를 바라보던 쉔은 작게 코를 울리며 중얼거렸다.

: 그런데... 저 아가씨, 애쉬와 어떤 관계지?
듀오론 : 자세한 내용은 나도 모른다. 아무래도 친척이나 다른 무엇인 것 같다. 단지 가까운 사이인 건 확실한 것 같군.
: 그런 것을 묻지 말고 손을 빌려 달라고하는 것은 조금 구실좋은 변명이지 않나, 친구?
듀오론 : 불만이있다면 다른 멤버를 찾을까?

듀오론 조용히 쉔을 응시했다.

듀오론 : ...... 지금부터 너를 받아 줄 것 같은 지인이 있으면 좋을 테지만...
: 확실히 나, 아군보다 적이 많긴 하지.

스스로를 조롱하는 것처럼, 쉔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애쉬 놈에게 빚을 갚게 하자고.
듀오론 : 무슨 말이지?
: 게 말이야. 이번 대회가 끝나면 3명이서 먹으러 가자구.

『King of Fighters』 세계 각지를 전전하는 일대 격투 대회는 여름의 한창에 시작된다.
그 결과가 나올 무렵에는 이미 세상은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게 시즌에는 여전히 조금 이른지도 모르지만, 성급한 쉔에게는 그렇기에 딱 좋을 시기 일지도 모른다.
쉔은 편안하게 듀오론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으음, 일단 어딘가에서 한잔 하자구.
듀오론 : 진심인가?
: 그렇겠지.
듀오론 : 그럴 거 같았다.

듀오론은 머리 속에 그렸던 파리의 지도를 기억해내,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메트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록 생소한 땅이나, 그 지도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자객으로 태어나 자란 듀오론 선천적인 버릇 같은 것이라고 할 수있다.
서늘한 그림자가 떨어지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서 쉔은 듀오론에게 물었다.

: 어디 갈 생각이야?
듀오론 : 13구역이다.

베트남과 구 인도차이나라고 하는 동남 아시아 식민지의 종주국이었던 일도 있었기 때문인지,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중국인 거주 국가이고 파리의 13구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존재한다.
거기 가면 두 사람의 입맛에 맞는 술이나 요리도 선택해서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겠지.
문득 쉔이 계단가에서 발길을 멈추고, 지상을 되돌아보았다.

듀오론 : ......뭐지?
: 아니

과장하여 머리를 흔들며 쉔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띄웠다.

: 싸우는 이유 따위는 사람마다 다르지.
듀오론 :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을 말하는가.
: 그래, 이제 와서다. ...다른 사람의 형편 따위 관심없어. 내가 알아봤자지.
듀오론 : ... 가자.

쉔과 함께 듀오론은 지하의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화려한 도시를 비추는 햇살의 따뜻함보다 엉기는 어둠의 서늘함 쪽이
스스로에게는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일몰의 전후여서일까, 바람이 약간 강하게 일었다.
조금 전까지, 흰 벽면을, 석양의 암적색으로 물들이고 있던 사크레쾨르 사원도 지금은 흰 조명에 비추어지고 있다.
관광객의 모습도, 낮보다는 적긴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는 없어지지 않았다.

엘리자베트 : 그 아이의 기척이 있었군요.

곁에 대기하는 늙은 집사에게 엘리자베트는 말했다.

엘리자베트 : 더 이상 여기에 있지 않아요. ...하지만 그 아이는 확실히 여기에 있었군요.
노인 : 아가씨.
엘리자베트 :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범.

불안한듯한 늙은 집사에게 작게 미소보인 엘리자베트는 베일이 달려있는 검은 모자를 벗었다.

엘리자베트 : 나는 무기력하지 않아요. 오늘의 그건...단지, 각오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인 : 각오를 말입니까...?
엘리자베트 : 그 아이가 어디까지나 자신의 사명을 잊은 거라면 그때는 그런 각오가 필요한 것입니다.
노인 : 아가씨, 그것은 너무...!
엘리자베트 : 괜찮습니다.

엘리자베트가 움켜 쥔 주먹에서 흰 빛이 바늘과 같이 넘쳐 흐른다.
땅거미를 밀쳐내는 엘리자베트의 빛은 그녀 자신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엘리자베트 : 내 마음에 빛이 있는 한, 반드시......!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노인: 아가씨,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엘리자베트: 네, 이제 괜찮아요... 조금 속이 안 좋은 거 뿐이에요. 잠시 혼자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는 고마웠다고 전해주세요.

노인: 알겠습니다.

: 어이, 아가씨 상태는?

듀오론: 지금 차에 탔다.

: 갑자기 왜 그러지...?

듀오론: 저렇게 보여도, 역시 긴장이 풀려서 그렇겠지.

: 우승해서 마음을 놓은 건가? 조금 귀여운 구석도 있구만?

듀오론: 그럴지도.

: 그래. 이제 축제도 끝났군.

(대회가 끝나고 한참 뒤)

: ...야.

듀오론: 왜?

: 언제까지 거기 멍하니 있을 거냐? 무슨 수행이라도 하냐?

듀오론: 그러는 너는? 빨리 사라지시지?

: 나는 여운을 즐기는 거다. 풍류를 즐기는데 방해하지 마.

듀오론: 그런가...

(또 한참 뒤)

듀오론: 아직 안 갈 거냐?

: 왜? 그러면 안 되냐?

듀오론: 풍류같은 소리 하지 말고, 왜 여기 있는지나 말해!

: ...약속.

듀오론: ?

: 무슨 약속을 했던 거 같아서.

듀오론: 나도 마침 그 생각 했는데...

: 너도냐?

듀오론: 응.

: 그럴 거 같았다.

(차 안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 엘리자베트. 손에는 애쉬가 쓰던 머리띠를 가지고 있다.)

2.2.2. 일본 팀

북반구가 여름을 맞이할 무렵, 남반구는 흘러가는 가을을 안타까워하고있다.
그 계절보다도 빠르게, 청년은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그 여행도 오래가지 않고 종말을 맞이하려 한다.

아르헨티나 탱고의 애수를 띈 선율이, 이 뒷골목까지 들려온다.
한 달 이상 이 나라에 체류하고 있으면서, 탱고 스탭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걸 알면 베니마루는 분명 바보 취급하겠지만, 청년은 딱히 댄스를 익히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탱고 멜로디에 맞춰 휘파람을 불면서 가죽 점퍼의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로, 청년은 희미한 네온 사인의 빛에 비춰지는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청년은 갑자기 크게 뒤로 도약했다.

: ......

어깨에 멘 배낭을 그곳에 떨어뜨리고, 가볍게 주먹을 쥐고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그 때 뺨에는 엷은 피가 선을 그렸다.

: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야?

깊은 어둠을 향해, 청년은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슈룸 : 쿠사나기 쿄인가?

깊은 어둠 쪽에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나타난 것은, 머쉬룸 컷의 날씬한 슈룸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슈룸에게 달라붙어있는 숏 보브컷의 소녀 리멜로.[1]
둘은 모두 어둠보다 어두운 눈을 하고, 병적으로 보일 정도로 안색이 희다.

: 이 기척, 겪어본 적이 있어.

둘을 노려보는 채로, 쿠사나기 쿄는 뺨의 상처를 훔쳤다.

: ……예전의 뭐라던가 하는 단체의 동료인가? 대체 내게 무슨 용무지?
슈룸 : ……

슈룸은 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손에 있는 끈 같은 것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쿄는 눈을 부라렸다.
슈룸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검은 가죽으로 된 안대였다. 그걸 본 쿄의 뇌리에는 노련한 애꾸의 용병의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이 슈룸이 쿄가 떠올린 남자로부터 안대를 뺏아온 것이라면 그 실력은 꽤 엄청난 것임이 틀림없다.
섬머 스웨터를 입고있는 슈룸의 체격은 격투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갸날프지만 그 병약해보이는 모습 내면에는 무언가 보통이 아닌 힘을 숨기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 역시. 평범한 쥐새끼는 아닌 모양이군. 그런데, 대체 내게 무슨 용무지? 이대로 계속 침묵할 거면 이쪽에 용무가 없다고 봐도 되겠지, 얼른 길을 비키라고.
슈룸 : 위세만은 꽤 괜찮군.

슈룸은 익살맞게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손톱이 긴 오른손으로 쿄를 무례하게 가리켰다.

슈룸 : ……이렇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지만, 완전히 잘못 짚었군, 쿠사나기 쿄. 설마 “검”의 계승자가 겨우 이 정도였다니 말야.

기습적인 공격에 뺨에 상처를 입은 쿄를 앞에 두고, 슈룸은 리멜로와 얼굴을 맞댄 채로 쿡쿡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완전히 자신을 깔보는 듯한 태도에도 쿄는 결코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입가에는 대담하게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 그렇게 말하는 너희들이야말로, 건방진 입을 놀리기엔 100년은 빠르지 않을까나?
슈룸 : 뭐라고?
: 아직도 눈치채지 못 했나?

쿄가 반대로 슈룸을 가리키자, 슈룸의 섬머 스웨터의 가슴 부분이 새하얀 재로 변해 무너져내렸다.

슈룸 : ……!

슈룸의 표정이 놀라 굳어진다. 그가 어둠 속에서 쿄를 기습한 찰나, 쿄는 뺨을 조금 내어주며 슈룸의 급소로 정확히 그리고 충분히 봐주는 일격을 가한 것이다.
만약 쿄가 진심이었다면 슈룸은 지금쯤 쿠사나기의 화염에 휩싸여 이 장소에 쓰러져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게 된 걸까, 슈룸의 어조에서 쿄에 대한 비웃음의 느낌이 사라졌다.

슈룸 : ……확실히 착각하고 있었다. 예상 이상이라는 의미로 말이지.
: 이해한 건 그렇다 치고...

쿄는 가볍게 목을 돌리며, 입가를 끌어올린다.

: 그렇다면, 이번엔 이쪽에서 가줘야하지 않겠어!
슈룸 : 기다려.

쿄가 거리를 좁히기 직전, 슈룸이 무언가 하얀 것을 쿄에게 던졌다.

: ?

순간 그것을 받아든 쿄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얀 봉투에 빨간 인장, 그리고 그곳에 찍혀있는 “R"의 문자 모든 것들이 본 적 있는 것들 뿐이였다.
쿄는 어둠으로부터의 방문자들에게 시선을 옮기고, 의심스레 물었다.

: ……어째서 네놈들이 이런 걸 주는거지?
슈룸 : 도망치면 곤란하잖아. 신중을 기해서 당신에겐 직접 초대장을 전달하기로 한거지. 애초에 아무래도 쓸데없는 염려였던 거 같긴 하지만 말이야.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움츠린 슈룸은, 이상한 침묵을 이어가는 리멜로와 함께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슈룸 : 확실히 전했다구, 쿠사나기 쿄. 아마, 당신이 찾고있는 놈도 나올거야. ……실컷 힘내보라고.
: 쓸데없는 오지랖이군.

슈룸이 어둠 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쿄는 다시 초대장을 바라본다.
인장을 풀지 않아도 내용은 예상이 된다. 들어올린 배낭 속에 봉투를 넣고, 쿄는 웃었다.

: 뭐, 불타오르게 해주면 아무래도 좋지. 난 그 자식을 깨부수면 되는거니까.
신호 대기 중에, 백미러의 각도를 조정하며 베니마루는 쿄에게 말했다.

베니마루 : 그러고보니 너, 신고 병문안은 어떡할래?
: 필요없어.
베니마루 : 치즈루 씨한테는? 이전에 야가미가 왔다간 모양이라구?
: 더 필요없어.

무뚝뚝하게 뿌리치며, 쿄는 하품을 삼켰다.
1시간 전, 공항에서 간만에 재회한 쿠사나기 쿄는 좋은건지 나쁜건지 옛날 그대로였다.
애교 없는 것도 옛날 그대로. 나이만 먹고 아직 어딘가 애 같은 부분이 남아있는 것도 여전했다.

해외에서 무사수행을 해왔다곤 하지만 단련한 곳은 아무래도 마음보단 몸쪽 뿐인 듯 하다.
백미러 너머 뒷좌석에 앉은 다이몬과 시선이 마주쳐 베니마루는 조그맣게 쓴웃음을 지었다.

: ……뭐야?

쿄가 곁눈질하며 베니마루를 노려본다.

베니마루 : 뭐가?
: 지금 웃었잖아?
베니마루 : 별로?
: ……흐응.

조수석을 크게 리클라이닝해, 쿄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다이몬.
다이몬 : 왜?
: 너, 본업 쪽은 괜찮은거야?
다이몬 : 난 항상 유도의 정점에 서 있다. 염려할 건 없어.

조용히 애차를 스타트시킨 베니마루가, 진지한 듯한 다이몬의 말의 뒤를 이어받았다.

베니마루 : 고로쨩, 대회가 끝날 때까진 강사 휴업이라더군.
: 헤에, 그럼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질 순 없겠구만.
다이몬 : 물론, 패배는 없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잖아?
: ……뭐, 그렇지.

녹색이 차창 밖을 바람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그걸 바라보며, 쿄는 미소를 띄운다.

: 있잖아, 베니마루, 다이몬.
베니마루, 다이몬 : 왜?
: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상관없어?
베니마루 : 뭐야, 새삼스럽게?
: 이번 대회, 주최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의심가는 건 그 무리들이라고.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들』 여태까지의 대회로 베니마루도 다이몬도, 그렇게 불리는 자들과 만났다... 그들이 위험한 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적과의 싸움을 언급하는 쿄의 말이였지만, 베니마루도 다이몬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베니마루 :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

옆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베니마루는 쿄를 바라봤다.

다이몬 : 적이 강한 쪽이 보람도 있는거다.

거목처럼 팔짱을 낀 채로, 다이몬은 미소를 띄웠다.

다이몬 : 확실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였군.
베니마루 : 음, 뜬금 없었다.
: 시끄러.

쿄는 시큰둥하게 눈을 감았다.
젊은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북반구는 틀림없이 여름이였다.
여름이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다.
언제나의 동료와, 언제나의 여름, 그리고 어쩌면 그 남자.

쿄를 불타오르게 하는 데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우승 세레모니 도중 불꽃을 되찾은 이오리가 난입해서 쿄와 싸우기 시작한다.)

스태프: 위험해! 물러서! 카메라 돌려! 이쪽이야!

기자: 이건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일본 팀의 우승 회견 도중에 야가미 선수가 난입했습니다!

이오리: 내가 우승 세레모니를 방해해서 불만이냐, 쿄?

: 우승? 우승이라고?

(애쉬: 아하하하♪)

: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어. 귀찮은 행사를 망쳐줘서 고맙군. ....야가미, 네놈은 뭔가 알고 있는 거냐?

이오리: 그래, 알고 있지.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라는 걸 말이야!

: 그래...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기분이 좀 찝찝했는데 잘됐군. 끝까지 붙어보자고!

이오리: 지옥문 앞까지만 안내해주마. 그 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

: 우오오오!!

이오리: 죽어라!

(애쉬: 모든 것이 평화롭다... 아하하♪)

2.2.3. 야가미 팀

요즘의 열기를 감안하면, 그 밤은 결코 덥지는 않았고 때때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오히려 지내기 좋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구라 치즈루가 눈을 뜬 것은, 역시 열기 탓이라기보다는, 나쁜 예감이라는 쪽이 맞을 지도 모른다.

치즈루 : ...

정원을 향한 문을 통해 쏟아지는 보름달의 빛이 조용히 방 안을 푸르게 비추고 있다.
그 문 밖에 긴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감지한 순간, 치즈루의 의식은 완전히 각성했다.

치즈루 : ! 누구냐!?

그렇게 누구인지를 확인하며 치즈루는 곧 자신의 미숙함을 깨달았다.
이렇게 확실히 그림자를 볼 필요도 없이 기척을 살펴보면 정원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방문자의 정체를 곧 알 수 있다.
치즈루가 부끄럽게 여긴 미숙함을 그림자 또한 알아챘으리라.

이오리 : ……무기력해보이는군, 카구라.

낮은 냉소가 날아든다.

치즈루 : 당신이야말로...

하얀 셔츠의 가슴팍을 깊게 여미며 치즈루는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치즈루 : 당신이야말로 불꽃을 잃은 그대로죠?
이오리 : 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 오만한 대답에 치즈루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보랏빛 화염을 잃었지만, 그의 강인함은 색이 바래지 않았다.
치즈루의 경호를 위해 이 저택에 배치해둔 보디가드들을 모두 때려눕히며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건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이였다.
“거울의 힘”을 잃고, 패기조차 잃어버린 자신과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며 치즈루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오리 : 네 힘이 돌아왔는지를 보러왔지만……역시 그 꼬맹이를 없애야 하는 모양이군.

남자가 발길을 돌리려 하자 치즈루는 황급히 손을 뻗었다.

치즈루 : 기다리세요, 야가미! 이것은 당신에게는 큰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오리 : ……뭐?
치즈루 : 당신이 사용하는 야가미의 불꽃은 이 660년간 오로치의 힘과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서로 섞여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곡옥”의 힘과 화염을 잃은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야가미 가문이 오로치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오리 : 하찮군.

남자는 치즈루의 호소에 일침을 가했다.

이오리 : ……난 나다. 야가미 가문 같은 건 알 바 아니다.
치즈루 : 야가미!!!

다시 남자를 불러세우려 했지만 치즈루는 자신이 얼마나 부조리한 말을 입에 담았는가를 지금에서야 자각한다.
야가미 가문의 화염, “곡옥”의 힘. 그것이 오로치의 피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면, 그가 오로치와 결별하는 것은 자신의 화염을 영원히 버려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오로치를 봉인하는 “삼종의 신기”의 한 가지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 딜레마에 치즈루는 안색이 파래졌다.

이오리 : 안심해라. 곧 네 “거울”도 돌아올 거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치즈루에게, 남자가 떠나기 직전 말을 걸었다.

이오리 : ……그 다음에 잃게 되는 건 “검”이겠지만.
치즈루 : 그만두세요, 야가미!

치즈루는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문을 열어제쳤다.

하지만, 그 곳에는 푸른 달에 비치는 조용한 정원 뿐이였고 붉은 머리를 한 남자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간선도로를 대형 트럭이 지나칠 때마다, 육교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거린다.
계속되는 비바람에 여기저기가 벗겨진 보도는 뭔가 거대한 동물의 시체처럼 보인다.
그 시체의 등뼈를 천천히 오르던 야가미 이오리는 문득 발을 멈추고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 본다.

이오리 : ……

오른손가락 끝에 걸린 담배가 대부분 재로 변하자, 이오리는 돌연 말했다.

이오리 : ……망자 같은 놈들이 이제 와서 무슨 용무냐?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냉철한 눈길이 육교의 끝에 얽힌 그림자를 응시한다.

이오리 : 나에게 원망하는 말이라도 하려고 나타났나? 아니면, 한 번 더 죽여달라는 말이라도 하려는 건가?

이오리의 그 말에, 어둠이 대답한다.

매츄어 : 인사라고, 야가미……오랜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걸.
바이스 : 한 번 더 하늘을 보라고. ……전에 말했잖아? 보름달이 뜨는 밤에 다시 만나자고.
이오리 : ...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요염한 여자들의 목소리에도, 이오리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이오리의 시선을 받은 그림자가 몸부림친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그림자는 점차 확실한 형상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로 들어섰을 때, 그림자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모습을 손에 얻었다.
담배 꽁초를 내던지며 이오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린다.

이오리 : ……무슨 미련이 남아서 나타났지?
바이스 : 미련? 그런 건 없어.

붉은 머리의 바이스는 크게 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펴며 대답했다. 검은 팬츠룩에 둘러싸인 사지가 굽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냥감을 노리는 뱀의 모양같았다.

바이스 : 애초에 등장할 생각도 없었다고.
이오리 : 그렇다면 왜 여기 있지?
매츄어 : 글쎄... 왜 그럴까? ……어쩌면, 당신들이 예상 외로 칠칠치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맑은 얼굴로 대답한 금발의 매츄어는 오른쪽 눈의 안대를 누르며 붉게 젖어 빛나는 입술을 들어올린다.

이오리 : ……무슨 말을 하고 싶나?
바이스 : 카구라에 이어 야가미…… 당신까지 당해버렸잖아? 그, 애쉬 크림슨인가 하는 녀석한테...
매츄어 : 게다가 묘한 녀석들이 오로치의 힘을 노리고 있잖아? “머나먼 대지에서 온 자”인가 하는 녀석들 말야.
이오리 : ……알 바 아니지. 흥미없다.
매츄어 : 그야 당신은 그렇게 말하겠지. 자기 자신에게도 흥미가 없으니까 말야.
바이스 :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그렇지 않아.
매츄어 : 오로치의 힘을 간단히 빼앗겨버리면 정말 화날거라고?
바이스 : 그래서 우리가 온 거야.

어둠을 등지고 여자들의 세 눈동자가 묘하게 빛난다. 매츄어도 바이스도, 이오리가 그 손으로 목숨을 끊었을 터인 여자들이였다.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이오리는 입술을 움직인다.

이오리 : 카구라의 뒤치다꺼리란 참 번거롭군. ……하지만, 네놈들이 대체 뭘 할 수 있지?
매츄어 : 글쎄. 하지만 서로에게 뭔가 이용가치 정도는 있을 거라고. 그렇지 않아?
바이스 : 당신이 노리는 건 그 꼬마, 우리가 노리는 건 그 단체……양 쪽 모두 대회에서 이기다보면 마주치는 상대야.
이오리 : ……항상 그렇지만 하찮은 소임이군.
매츄어 :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그 소임에 어울려주는 게 결국은 가장 지름길이라구.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형식적이지만 팀메이트가 필요하지. 그렇지 않아, 야가미군?
이오리 : 흥...

이오리는 흥미없는 듯 코웃음치며, 걸어갔다. 매츄어와 바이스도 뒤따라 육교를 내려간다.
발을 멈추는 일도 없이, 이오리는 등 뒤로 덧붙여 말했다.

이오리 : 미리 하나 말해두지. 만약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바이스 : 네놈들에게 용무는 없다라고? ……기억하고 있어.

바이스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들린다.

매츄어 : 우리들도 즐기고 있다고. 화염을 잃은 지금 당신의 강함을 말야. 당신이니까 우리들을 실망시키진 않겠지만.
이오리 : ……혓바닥이 긴 건 죽은 뒤에도 변함없군.

육교를 내려가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이오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 터인 여자들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고, 앞머리 너머의 이오리의 시선 저 편에는 푸른 달이 조용히 빛나고 있을 뿐이였다.

이오리 : ……

이오리는 담배를 새로 꺼내들고 애용하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어둠 속에서 그 여자들의 안광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빛이 점멸하고, 짙은 연기가 보름달이 기다리는 밤 하늘을 향해 떠내려간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곡옥을 되찾은 이오리)

매츄어: 역시, 그렇군... 660년의 세월이 야사카니와의 피의 계약을 속박하고 있네.

바이스: 야사카니... 아니, 야가미라는 계약자가 아닌데도 보라색 화염을 다룰 수 있던 건 그 때문이였군?

매츄어: 야가미 이오리, 정말 그거로 만족하나요?

바이스: 그걸 손에 넣으면 모든 게 원상 복구되죠. 잃었던 보라색 화염뿐 아니라, 너를 속박하는 피의 저주도, 쿠사나기의 인연도.

이오리: 모르겠다. 그게 네놈들 목적 아닌가?

매츄어: 우리는 상관없어요. 당신은 어떻게 할 거죠, 야가미 이오리?

이오리: 흥...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매츄어: 유감이군요, 야가미 이오리. 아니, 당신은 이걸로 만족하나요? 어쨌거나, 더 이상은 당신과 만날 일도 없을 겁니다.

바이스: 그러지도 않을 거야. 보름달 뜨는 밤에, 다시...

매츄어: 글쎄, 악몽 속에서라면 언제라도...

2.2.4. 아랑전설 팀

미합중국, 사우스 타운의 이스트 아일랜드에 있는 파오파오 카페 1호점은 격투가로서 입신하려고 하는 자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원래 이 사우스 타운은,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이종 격투기 대회 『King Of Fighters』 발상지이다.
그 사우스 타운에서 밤마다 흥분되는 싸움을 제공하는 파오파오 카페가 실력 있는 격투가들이 기술을 겨루는 장소가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심코 몸을 움직이고 싶어지는 베린바우의 선율에 사람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겹친다.
아직 저녁 때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칵테일 라이트로 비추어진 점내는 밤부터의 쇼를 애타게 기다리는 손님들로 이미 가득 차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는 듯한 말로 표현 못할 그리운 이 두근거림에 그만 가볍게 제자리 걸음으로 리듬을 타고 있던 죠 히가시.
하지만 2층의 테라스 석에서 아래 플로어를 바라보곤 다시 언짢은 듯 탄식 했다.

언짢은 듯이가 아니라, 죠는 지금 정말로 언짢았다.

: 아 정말, 이 튀지 못해 안달난 형제 녀석들……

파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죠는 천장을 올려 봤다.

: 세계의 슈퍼스타, 이 죠 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그 녀석들도 많이 컸군.
리차드 : 누가 슈퍼 스타라고?

죠의 테이블로 점장 리차드가 큰 저그(jug : 손잡이가 달린 큰 맥주컵)를 가져 왔다. 종업원이 많이 있는 와중에 리차드가 스스로 웨이터 역을 맡고 있는 것은 상대가 익숙한 죠이기 때문이다.
리차드는 죠 앞에 저그 맥주와 악어 튀김 접시를 늘어놓고 쓴 웃음을 지었다.

리차드 : 테리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뭐 평소의 일이라고 하면 평소의 일이지만 앤디까지 지각하는 드문 일도 있군... 무슨 일 있나?
: ……어차피 대단한 이유도 아냐.

저그를 잡고 죠는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현역 무에타이 왕자로서 사상 최강의 챔피언이라 명성 높은 죠 히가시와 사우스 타운의 전설이라고까지 불리는 테리 보가드, 그리고 테리의 남동생으로 골법의 달인 앤디 보가드, 이 3명은 이번 KOF에 팀을 짜 출장하게 되어 있었다.
각자가 1류 격투가인 3명은 지금까지도 이 팀으로 가끔 KOF에 참전해 왔다. 수많은 팀이 격전을 벌이는 대회 속에서도 항상 우승 후보의 필두이며 최고참의 단골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죠나 앤디가 다양한 사정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테리만이 다른 멤버를 모아 참가하는 케이스가 계속 되고 있었기에 이 3명으로 참전하는 것은 오래간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의 시간에 테리와 앤디가 늦었다. 벌써 죠는 여기서 30분 이상이나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죠가 화난 이유는 요컨대 거기에 있었다.

포크를 뒤집어 쥐고 푹푹 튀김을 쑤셔 입으로 가져가면서 죠는 낮은 목소리로 악담했다.

: 금발 잔디머리 형제 녀석들……만약 앞으로 30분 지나서도 오지 않으면...
리차드 : 어이, 죠, 왔어
: 뭐?

리차드가 어깨를 두드리자 죠가 포크를 내던지고 난간에 몸을 내밀었다. 입구 쪽에 긴 금발을 등에 늘어뜨린 청년과 흑발의 미녀가 나란히 서있었다.
앞에서의 그 앤디 보가드와 그의 약혼자라고 자청하는 시라누이 마이 두 사람이었다.

마이 : 아! 저기다! 야호, 죠!

자기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죠와 리차드를 눈치챘는지 마이가 두 사람을 향해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다.

: 저 자식들……또 이것 보라는 듯이 노닥거리기는……!

앤디의 팔에 들러 붙은 마이를 보고 죠가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리차드 : 응? 왜 그래 죠? 무슨 말 했어?
: 빠져 가지고! 앤디 저 놈, 야무지지 못하게 느물느물하게 인중 늘어뜨리고.
리차드 : 딱히 앤디는 야무지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죠, 너 앤디가 부러운 거 아냐?
: 누가 그래!

죠는 술로 인한 취기와는 다른 이유로 얼굴을 붉히고서 테이블을 두드렸다. 거기에, 앤디와 마이가 올라 왔다.

앤디 : 야, 죠!
마이 : 하~이♪
앤디 : 늦어서 미안해. 비행기가 늦는 바람에.

앤디는 죠의 짜증 따위 모른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야말로 이 남자다운 상쾌한 미소다.

: 쳇…… 비행기가 늦었다면 어쩔 수 없지……

늦은 이유를 듣자 죠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다. 악수를 주고 받는 대신에 악어 튀김을 찌른 포크를 앤디의 손에 쥐어주고 괜스레 헛기침을 한다.

: ...근데 테리 놈은 어떻게 된거야?
앤디 : 형? 글쎄, 모르는데. 아직 오지 않았어? ……어라? 악어 의외로 맛있는걸.

죠의 옆에 앉은 앤디는 우물우물 튀김을 씹으면서 리차드에게 맥주를 주문했다.

마이 : 나도 맥주 부탁해요, 리차드 씨!

앤디 옆에 의자를 딱 갖다 붙인 마이가 활기차게 손을 든다.

리차드 : OK, 맥주 둘이구나.
마이 : 아, 거기다가 하는 김에 우리의 승리 축하 파티의 예약도 넣어 몰아 받을 수 있나요?
: 승리 축하 파티-?

마이의 대사에 죠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 ...어이 마이, 너도 이번 대회에 나와?
마이 : 후훙~♪ 당연하잖아?

마이는 가방 안에서 흰 봉투를 꺼내며 빙그레 웃음을 띄웠다.

마이 : 뭐라고 해야 하나? 봐봐, 역시 내가 없으면 이 대회는 제대로 돌지 않는다구~. 그러니까 이번 우승은 원조 여성 격투가 팀이 받아갈게요. 미안하게 됐네요♪
앤디 : 어떻게 생각해? 일본에서부터 쭉 이런 상태야.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자신 있게 웃는 마이에게 앤디가 기가 막힌 얼굴로 한숨을 내뱉었다. 죠는 맥주를 다 들이키고 입술을 치켜 올렸다.

: 뭐, 꿈꾸는 정도는 괜찮지 않아? 어차피 우승하는 건 이 죠 님과 유쾌한 형제 팀이라고 정해져 있으니까.
리차드 : 오랜만의 출장으로 모두들 좀이 쑤시고 있는 것 같군.

리차드가 죠 일행의 테이블에 저그를 늘어 놓으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리차드 : 이봐. 당신들이 학수고대하던 전설의 늑대 씨가 드디어 도착한 것 같은데?

리차드가 어깨 너머로 뒤를 가리키자 때마침 테리가 계단을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 근처에는 왠지 마리도 있다.
함께 있는 테리와 마리라고 보고 죠의 미간의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테리 : Hey! 모두 모인거 같네!

테리가 모자의 챙을 밀어 올리며 쾌활하게 윙크 한다.

앤디 : 어떻게 된 거야, 형. 늦었잖아.
테리 : 사우스 타운에는 어제 밤에 도착했는데 긴 여행에 지쳐서 역의 대합실에서 자버렸거든. 그래서 일어났더니 벌써 약속 시간이고, 당황스러워서 마리한테 연락해서 할리 데이비슨으로 날아와 날 데려다 준거야.

마리는 기죽지 않는 말투로 말하는 테리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조금 호들갑스럽게 어깨를 움츠렸다.

마리 : 아 정말, 이쪽도 조금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고 생각했더니, 가능하면 빨리 파오파오 카페까지 데려다줘라니.
테리 : 으아~ 미안 미안. 진짜 고마워, 마리.
: 미안 미안~이 아니잖아!

죠는 의자를 차 넘어뜨릴 기세로 일어 서서 테리와 마리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테리의 얼굴을 척하고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 너 이 자식, 테리! 미안한 일을 해서 사과를 하려면 마리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지 않냐고, 앙!?
테리 : 왜 그래, 죠? 왜 그렇게 곤두서 있는 거야?
: 됐으니까 우선 사과하라고! 도대체가 말야, 너 전에도 이런 식으로 나를 기다리게 한 적이!
앤디 : 그러고 보니 언뜻 들은 건데...

앤디가 죠의 분노를 무시하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잘랐다.

앤디 : 이번 대회, 그 라이덴이나 화 자이가 김갑환 씨하고 함께 출장하는 것 같아.
마리 : 라이덴에 화 자이…… 소문은 들었던 적이 있지만 설마 그 사람, 이번에는 그 두 사람을 갱생시킬 생각인가?
테리 : 뭐, 강한 놈들이 나오는 건 문제없지. 기분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으면 말할 것도 없어.
마리 : 변함 없네, 테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메우듯이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테리 일행. 그 바로 앞에서 죠가 주먹을 떨고 있자 테리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테리 : 혹시 네가 신경질적인 게 그 이유인가? 확실히 화 뭐시기라고 하는 녀석과는 많이 인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죠?
: 어엉!? 누가 신경질적 이라는 거야!?
테리 : 아니, 그러니까 너란 말이지. ……조금 전부터 신경 곤두세고 있잖아.
: 읏 ……적당히 해라, 이 자식아!

전혀 기죽지 않던 테리의 태도에 마침내 인내심의 끈이 끊어진 죠는 눈앞의 테이블을 뒤집었다.

테리 : 잠깐……, 어, 어이, 갑자기 왜 이래, 죠? 벌써 취한 거야?
: 시끄러! 네놈한테는 우선 리더의 위대함을 깨닫게 한 후에 차분히 사과를 받겠다!
테리 : 뭔지 잘 모르겠지만……OK! 대회 전에 서로 힘을 재확인해보자고!
: 쿨하게 웃지 말란 말야!

테라스 석의 난간을 넘어 1층 플로어의 배틀 스테이지에 내려서는 죠와 테리.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의 등장에 갤러리들의 사이에서 금세 큰 환호성이 끓어올랐다.

: 정말, 형제가 모여서 이것 보라는 듯 노닥거리고-!
테리 : 죠, 뭐라고? 갤러리가 시끄러워서 잘 안들린다!
: 아무 것도 아냐!

죠는 경쾌한 스텝을 밟는 테리를 응시하고 파커를 벗어 던졌다. 밝은 미소는 그대로이지만 테리의 전신에 패기가 가득 차오는 것을 죠도 안다.

: ……뭐, 더치라고 해도, 이런 일은 확실히 풀지 않으면 안되지. 어느 쪽이 강한가라고 하는 것은 말야...

마음 속에서 솟구쳐 오는 뜨거운 투지가 체내의 알코올을 일순간으로 증발시켜 죠의 취기를 어느정도 날려 버렸다.
조금 남자답지 않은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강적을 앞에 두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은 싸움으로 가득 찬다.
결국 죠도 또한 강한 녀석과 싸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기분 좋은 어느 의미로라도 매우 단순한 남자인 것이었다.

테리 : 간다, 죠!

경쾌한 스탭에서 일변, 테리가 죠의 눈앞으로 뛰어 들어 온다. 테리의 실력이 조금도 쇠약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죠의 전신이 환희로 떨렸다.

: 으랴!

죠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도 앞으로 뛰어 들면서 주먹을 계속 내질렀다.

: 보라고…… 우승을 결정하는 순간, 누구보다 뜨거운 성원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몸, 죠 히가시 님이시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테리: YEAH!

: 역시 나야!

앤디: 해냈다! 드디어 해냈어! 이걸로 길었던 싸움도 끝난...

마이: 앤디~ 우승 축하해!

앤디: 좋았어!

마리: Hi! Handsome boy! Congratulations!

테리: OK!

오카마: 멋져요! 죠! 사랑해, Honey!

: 으샤아!! ...음? 너 누구...

(오카마가 죠에게 키스를 하려고 든다.)

: 으악!?

오카마: Je t'aime(사랑해) ❤ 나의 죠!

: 자, 장난하지 마아아아아아아!!

오카마: 호~호호호호호호호!! 호호호호, my darling!

: 아아아아아아아악!!

(오카마에게 수차례 키스를 당한다.)

오카마: 후후후후후! 더 이상 놓치지 않을 거에요!

: 꿈... 이건 꿈이야...

오카마: 저도 꿈만 같아요♪ 호호호호호호호

: 꿈일 거야...

2.2.5. 용호의 권 팀

그 날 타쿠마 사카자키를 경악케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타쿠마의 사랑하는 딸, 유리 사카자키였다.

타쿠마 : 유리!? 어떻게 된 거냐, 그건!?
유리 : 에?

유도복의 띠를 매고 있던 유리가, 살짝 떨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유리 : 왜 그래, 아빠?
타쿠마 : 왜 그래가 아니고! 그 머리! 그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유리 : 아, 이거?

등의 중간 부분 정도까지 길었을 터인 유리의 머리카락이, 지금은 어깨 근처까지 밖에 없다. 유리는 말끔하게 짧아진 머리카락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유리 : 항상 조깅하는 코스 중간에 새로운 미용실이 열렸어. 그래서 어떤 느낌일지 한 번 다듬어 봤어.
타쿠마 : 내가 묻고 있는건 그런 게 아니다!

유리의 말을 끊으며, 타쿠마는 소리를 높였다.
도장에는 타쿠마와 료, 유리 외에 하얀 띠의 문하생들도 여기저기에 있었지만 모두 한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타쿠마를 보고 있다.
어째서 타쿠마가 갑자기 성질을 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유리의 오빠이며, 타쿠마의 자식이기도 한 료에게는 타쿠마가 어째서 갑자기 불쾌해졌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 쯤에서 말리지 않으면, 문하생들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 저기, 아버지, 그게...
타쿠마 : 넌 닥치고 있어! 알겠냐, 유리!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로버트 : 왜 그라요, 다들? 뭔 일 있는교?

료를 조용히 만든 타쿠마가 다시 뭔가 말하려던 찰나에, 묶은 도복을 어깨에서 떨군 로버트 가르시아가 나타났다.

로버트 : 오? 유리 쨩, 머리 깎았는가?
유리 : 아, 응.
로버트 : 헤에, 단발도 잘 어울리는구만. 귀여워부네.
유리 : 아이 참, 로버트도...

얼굴을 마주보며 싱글벙글 웃는 유리와 로버트.

로버트 : 아, 유리 쨩, 오늘 나랑 한 판 대련 할란가?
유리 : 좋아. 봐주기 없기로 한다면 말이지♪
로버트 : 당연하제, 지금 유리 쨩을 상대로 적당히 할 수는 없응께.
타쿠마 : 아, 로버트.

로버트의 등장에 페이스를 빼앗긴 느낌이 든 타쿠마는, 고충을 겪고있는 듯한 표정인 채로, 둘의 회화에 끼어 들었다.

타쿠마 : 상대가 필요하다면 내가 해 주지.
로버트 : 에? 아버님이 하실라구예?
타쿠마 : 너에게 아버님이라 불릴 만한 기억은 없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유리가 상대라면 조금 부족하겠지.
유리 : 저기, 아빠.
: 야, 유리.

화를 꾹 참는듯 하면서 아버지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유리를, 료가 말렸다.

: 지금은 관둬, 유리.
유리 : 하지만, 완전 자기 맘대로잖아! 거기에 방금 전에도...
: 뭐, 아버지의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유리 : 에?

료의 말에 유리는 이상하게 여기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 뭐, 다른 문하생들의 앞이고, 여기선 참아줘.

신속히 도복으로 갈아입은 로버트는 띠를 매며 타쿠마의 앞에 서니 슬쩍 료 일행 쪽을 한 번 보고 쓴웃음 섞인 윙크를 보냈다.
아마 로버트도 타쿠마가 불쾌한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료는 가볍게 손을 모아 말없이 로버트에게 감사를 보내고, 유리를 재촉해, 둘이서 가볍게 대련을 시작했다.
유리 : 정말이지! 왜 사카자키 가의 남자들은 왜 그런 거야!?

아이스 카페오레를 빨대로 빙글빙글 휘저으며, 유리는 분한 듯이 말했다.

유리 : 오빠도 "머리 깎았어? 흐음"이라고? 어울려라든가, 안 어울려라든가, 말도 못 해줘? 아버지는 이해도 안 되는 리액션을 하고 말이지! 조금은 로버트 씨를 본받는 게 좋아!
로버트 : 뭐......

하루의 수련을 끝낸 뒤, 유리와 로버트는 높은 등대에 있는 경치 좋은 오픈 카페에 와 있다.
쇼핑하러 간다고 하고 집을 나온 유리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로버트가 유리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다.

로버트 : 가라데의 귀신이라 불린 사부도 사람의 자식. 아니, 사람의 부모여, 유리짱이 신경쓰이는 거겄제.
유리 : 에? 뭐야 그게? 어떻게 된 거야?
로버트 : 뭐, 그거에 관련해서는 가족과 관련된 거니 내가 말할거이 아니여. 료한테 물어보는게 좋을 것이여.

카푸치노 컵을 두고, 로버트는 의미심장하게 그 주제를 끝냈다.
도장에서의 료도 그렇고, 지금 로버트도 그렇고, 뭘 말하고 싶은건지 유리에게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

로버트 : 그래도 아마, 사부가 본심을 말하면, 이 이상 유리 쨩에게는 가라데를 그만두게 할 지도 모른디.
유리 : 에? 가라데를 그만 두게해?
로버트 : 자세히 말하자믄 대회에 나간다든가, 그런 레벨의 가라데 이야기여. 원래 유리 쨩이 가라데를 시작한 건 호신술을 목표로 한 거이지? 그래도, 지금 유리의 가라데는 이미 호신술의 레벨을 멀찌감치 뛰어넘었응께,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대회에도 나가고 말이여....... 요거이 본말전도제?

로버트의 지적에 유리는 입을 굳게 닫았다. 확실히 유리가 가라데를 시작한 것은 호신술을 위해서였다.
그것이 어느샌가 본격적으로 빠져들어, 지금은 『King Of Fighters』의 단골 선수로까지 불려지고 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을 터인 가라데가, 자신이 다치는 것도 상관없이 싸우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 것은 본말전도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 어~이!

유리가 꾹 머리를 숙이고 있으니, 익숙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니, 이 카페까지 이어진 돌계단의 한 층 아래 쯤에서 가죽 자켓을 입은 료가 둘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슬슬 돌아가자, 유리!
유리 : 오빠......
로버트 : 방금 내가 연락해부렀으. 올 때는 내 애마였지만 돌아갈 땐 료의 구닥다리 오토바이여, 그다지 멋은 없는디.

카푸치노를 마시며, 로버트는 웃으며 유리를 보냈다.
집까지 함께 타고 갈 터 였던 료의 오토바이는 도중에 가스 누출이 일어나고 말았다. 무거운 오토바이를 끌고 가게 된 료에게는 재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걸지도 모른다.

: 아버지 말이지.
유리 : 응...
: 생각해보면, 너의 단발머리는 본 적이 없어.
유리 : 에, 그랬어?

아스팔트 위에 석양을 받으며 둘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고 있다. 그걸 지긋이 내려다보던 유리는 오빠의 차분한 말투에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 그래. 네가 전에 단발머리였을 때, 확실히 고등학생 쯤이었고...
유리 : 아아, 응, 그 때는 소프트볼만 계속 했지.
: 그리고 아버지는 그 때 쯤에는 없었고...
유리 : 그런가......

그걸로 겨우 유리에게도 료나 로버트가 말하고 싶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리가 어렸을 적의 모습을 모르는 타쿠마는 딸이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타쿠마가 자신의 아이들과 재회했을 때, 이미 유리는 성인 여성이 되어 있었다.

: 그렇기에 아버지의 의무같은 게 있으니 괜히 그렇게 되는 걸꺼야...... 아마 아버지는 지금에서야 네가 신경 쓰여 어쩔 수 없던거지. 그래서, 네가 익숙하지 않은 머리모양을 한 것만으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거지.
유리 : 그래도 오빠에게는 특별히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걸.
: 그건 내가 남자고 네가 여자라 그렇겠지......너도 슬슬 장래를 생각해야 할 나이고.

그걸 듣고 유리는 갑자기 실실 웃었다. 설마 이 일편단심 가라데인 오빠에게 장래의 일을 생각하라는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료는 눈썹을 찌푸리며, 곁을 걷는 유리를 내려다봤다.

: 뭐야, 지금의 반응은? 나도 장래같은 건 생각하고 있다고?
유리 : 예를 들면?
: 그거야 이미 정해져 있지, 극한류의 극을 보는 거지.
유리 : 그럴 줄 알았어...

상상한대로의 답을 오차없이 그대로 말하니 유리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그런 대답을 할 정도로 료는 융통성이 없는 사내다.
유리는 머리 뒤로 손을 깍지껴서, 석양이 비추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 쉬며 말했다.

유리 : '아~아~ 오빠의 눈꼽만큼도 없는 융통성은 유전이네, 정말로...... 킹 씨가 조금 불쌍해졌어...'
: 응? 뭔가 말했어, 유리?
유리 : 아무것도 아냐.♪

눈썹을 찌푸린 료를 남겨두고, 유리는 달렸다.

: 야! 유리! 어디 가?
유리 : 나, 조금 달리고 나서 돌아갈 테니까!
: 그건 좋지만, 너무 늦지는 마!
유리 : 그리고 말이지!

유리는 어깨 너머로 료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유리 : 나, 이번 대회는 킹 씨랑 마이 쨩하고 같이 나가!
: 뭣!? 어이, 잠깐! 금시초문인데?!
유리 : 그런고로, 오빠는 홀애비 냄새나는 3명이서 엔트리 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버지도 오빠도 날 다시 보게 해주겠어!
: 야, 유리!

달리는 유리의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쫓아온다. 그걸 떨쳐내려는 듯 유리는 스피드를 올렸다.

: 이런이런......

눈 깜짝 할 사이에 멀어져 가는 유리를 배웅하며 료는 탄식했다.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성인이 된 유리에 대해 이리저리 신경쓰고 있는 건 료도 이해한다. 최근에는 더욱 더 그러했다.
그런 타쿠마가 또 유리가 다른 팀으로 참가하는 걸 듣는다면, 아마 화가 나서 관자놀이에 푸른 힘줄이 격렬하게 설 것이다.
아무튼 료가 할 수 있는 건 유리가 집에 돌아와 타쿠마에게 KOF 참전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버지를 달래고 유리의 아군이 되어주는 것 정도일 것이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인터뷰 기자: 과연, 극한류 팀 여러분들이 이번 대회에 임한 결의는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극한류 팀과 친분이 있는 분들께도 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유리 사카자키 양!

유리: 네~ ♪

인터뷰 기자: KOF 단골 선수이기도 한 유리 양이 보시기에 극한류 팀의 활약은 어떠셨나요?

유리: 다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찌... 아니, 생각합니다.

(타쿠마가 유리 쪽으로 시선을 약간 돌린다.)

인터뷰 기자: 그러시군요. 그럼 좀 사적인 질문을 해볼 건데요, 유리 양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요?

(타쿠마가 깜짝 놀란다.)

유리: 글쎄요, 음...

(타쿠마가 조용히 화를 낸다.)

인터뷰 기자: 이상형이 가까운 곳에 있으신가요?

로버트: 유, 유리... !?!?!?!?!?!?

(킹은 어리둥절해하고 로버트는 깜짝 놀란다.[2] 타쿠마는 짜증난 표정을 짓는다.)

유리: 글쎄요, 아빠보다 강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인터뷰 기자: 그러시군요. 그럼, 이상적인 결혼 상대를 고르라면?

유리: (얼굴을 돌리며) 흠, 생각 좀 해보고요...

타쿠마: 크흠! 유리, 너에게는 아직 이른... 끄악![3]

(로버트와 타쿠마가 번갈아서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4]

유리: 흐음, 어렵네요. 친절하고, 신사적이고, 싹싹한... 맞아요! 킹 씨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킹이 유리의 머리를 때리고 고개를 젓는다.)

: 킹이 가족이 되어주면 나도 기쁠 거 같은데!

: 응? 아, 아니...

(킹의 얼굴을 새빨개진다.)

유리: 에헤... 킹 씨, 부끄럽구나!

: 참, 유리 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은...

: 킹, 도장에서 사는 것도 좋아! 언제든지 수행할 수도 있고!

유리: 킹 씨, 이제 결정하시죠?

(킹의 얼굴이 더 새빨개진다.)

: 그, 그, 그러니까 뭘 결정하라는 거야!? 네가 그렇게 부추기니까 이야기가...

타쿠마: 왜 그러나, 로버트?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이는군...

로버트: 아버님이야말로, 오래 전 상처가 도지신 거 아니십니까?

타쿠마: 호오... 내가 언제부터 자네 아버님이 된 겐가?

로버트: ...하하하... 하하.

타쿠마: 하하... 하하하하..

: 하하, 바로 이 팀워크가 극한류 팀의 비밀이지!

2.2.6. 이카리 팀

지하 사격 훈련장에 단속적인 총성이 울려 퍼진다.

레오나는 양손으로 잡고 있던 대형 권총을 내려놓고 카트리지를 빼냈다.
그 근처 부스에는 숏컷의 소녀가 똑같이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손에 쥐고 있는 총은 레오나가 사용하는 M1911보다 한층 더 거대한 데저트 이글.

원래대로라면 소녀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물건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익숙한 움직임으로 목표를 겨냥해 거의 총구가 흔들리는 일 없이 차례 차례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을 다 쓴 소녀는 이어 방음용 귀마개를 떼고 레오나를 바라봤다.

: 그루핑이 안 좋은 건 총 탓? 아니면 당신 집중력이 부족한 탓?
레오나 : ……

소녀 윕의 질문에 답하는 일 없이 레오나는 멀리 놓여진 목표를 응시했다.
자신이 공격한 목표와 윕이 공격한 목표. 둘을 놓고 비교해 보면 어느 쪽 실력이 위인지는 분명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량의 차이이며 총이나 집중력의 차이는 아니다... 라고 레오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레오나는 익숙해진 M1911에 새로 총알을 채워넣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오나 : ……당신,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거야?
: 감시당할 건수가 있는 거야?
레오나 : ……전과는 있어.

일찍이 레오나는 『머나먼 땅에서 온 자들』에 의해 개최된 『King Of Fighers』에 참전했을 때 피의 폭주를 일으켰던 적이 있다.
전 대회에 레오나가 참전하지 않고 대신 윕이 랄프나 클락과 함께 참전한 것은 임무 중간에 레오나가 다시 폭주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성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다.

: 당신, 이번 대회는 반드시 출장하고 싶다고 했다던데 뭔가 이유라도 있는거야?
레오나 : …………

레오나는 입을 다문 채 더 이상 윕에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이 이어 방음용 귀마개를 다시 착용했다.
외눈의 용병 앞에 선 랄프 존스와 클락 스틸은 살며시 시선을 주고 받곤 상관의 말을 기다렸다.
부하들에게 등을 돌리고 무언으로 서류를 넘기고 있던 하이데른은 이윽고 작은 한숨과 함께 의자를 회전시켰다.

하이데른 : ……레오나로부터 이번 작전에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랄프 : 헤에, 그 녀석이 직접? 그 녀석치곤 참 드문 행동이네요
클락 : 그렇다면 이번 대회는 대령님과 저, 거기에 레오나까지 3명이서 참전하는 겁니까?
하이데른 : 아니.

하이데른은 마호가니 데스크 위에 서류를 내던지고 랄프와 클락을 바라봤다.

하이데른 : 그 판단을 내리기 전에, 너희들 의견을 듣고 싶다. 그 전 대회 종료 직후에 레오나가 폭주했다고 하는 사실에 입각해 이번 작전, 레오나의 참가를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질문받은 랄프는 히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랄프 : 뭐하러 그런 걸 일일이 물어보십니까? 저 녀석 뿐만 아니라 우린 교관님이 가라면 어디든지 갑니다. 레오나와 짜라면 짜고, 채찍녀를 데려가라면 데려가요. 저희 의견은 아무것도 물을 필요 없지 말입니다?

왠지 모르게 조롱하는 듯한 랄프의 회답에 그 전까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던 하이데른은 문득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하이데른 : ……맨 먼저 위험에 처해지는 것은 너희들이다. 현장에 서 있을 너희들의 의견은 존중해야겠지.
클락 : 레오나의 폭주 원인은 아마 봉인이 풀렸다든가 말하는 오로치의 영향이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건 영향을 받는거 아닙니까?

클락이 담담하게 사견을 말하자 랄프도 호들갑스럽게 끄덕이며

랄프 : 그치 그치.…… 애초에 함께 있을 저희를 염려해주실 거면 오로치와의 마지막 전투 때 염려해주셨야지 말입니다. 교관 나리?

수염이 듬성 듬성 난 턱을 어루만지며 랄프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랄프 : ...아무튼, 만약 또 저 녀석이 그 당시처럼 날뛰기 시작한다면 쥐어 패서라도 제정신으로 만들겠다구요.
클락 : 대령님도 저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들 일은 모쪼록 염려마시길.…… 비무장으로 게릴라가 기다리는 정글에 내던져졌을 때를 떠올려보면 KOF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지 말입니다
랄프 : 그리고 적어도 대회 기간중엔 호텔의 고급 침대 위에서 잘 수도 있고 지겨운 짬밥이랑도 바이바이 할 수 있고...
하이데른 : ……아무래도 너희들에게는 어리석은 질문이었던 것 같군

하이데른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일어섰다.

하이데른 : 번스타인 가가 건설 중인 대회 결승 전용 돔 스타디움에서 남방 50km에 위치한 해상에 함대를 배치하고 거기에 지령 본부를 두고 내가 작전의 지휘를 맡는다.
클락 : 알겠습니다. 그런데 교관님.
하이데른 : 뭐냐, 클락?
클락 : 그 번스타인 가의 따님, 루갈의 딸입니다만,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KOF같은걸 개최할 생각을 한 걸까요? 번스타인가의 체면……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하이데른 : 그건 아직 모른다.……하지만 그 무리가 뒤에서 또다시 실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건 간에 각자 방심 하지 마라.
랄프, 클락 : 옙!

랄프와 클락은 하이데른에게 허리를 굽혀 경례를 하고 그 오피스를 뒤로 했다.
랄프 : 여어! 누님들.

윕와 레오나가 함께 수 십발의 탄환을 소비했을 무렵, 지하 사격 훈련장에 경박한 목소리의 덩치 큰 상관이 모습을 나타냈다.

랄프 : 둘이 모여서 사격 훈련인가. 훌륭해 훌륭해.

예의있게 경례하고 있던 윕은 랄프가 아닌 클락을 향해 물었다.

: 중위님, 이번 작전건 말입니다만...
랄프 : 채찍녀, 넌 백업이다.

윕의 질문을 중간에 끊으며 랄프는 악동같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랄프 : 오늘 밤에도 정식으로 통지가 되겠지만 이번 대회는 나와 클락, 거기에 레오나까지 3명이서 엔트리하게 됐다.

그것을 들은 윕이 과장스레 어깨를 움츠렸다.

: ...처음부터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습니다만...
랄프 : 헤헷, 너는 그거야, 그 1년 내내 반항기인 꼬마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그런 일이나 생각해 두라구. 그런 불량 소년이라도 여차할 땐 머릿수 채우기 좋을테니까 말야.
: 그들을 참전시키는 건 이번 제 임무가 아닙니다.

삐친듯이 옆으로 시선을 돌린 윕의 곁에서 레오나는 조용히 경례를 했다.

레오나 : ……감사합니다.
클락 : 감사라면 교관님께 말하라구. 우린 그저 누가 팀메이트건 전력을 다 하겠다고 했을 뿐이야.
랄프 : 뭐, 안심하라구. 만약 네가 일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해도 그 땐 내가 책임지고 제정신으로 돌려놔줄테니까.

작은 바위와 같은 주먹을 과시하며 랄프가 히죽 웃는다. 그것을 본 윕이 싸늘한 어조로 못박았다.

: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도 실수로 레오나를 패 죽이거나 하진 말아 주세요. 대령님은 적당히 할 줄을 모르는 타입이시니깐.
랄프 : 하아!? 짜식이 뭐라는거야? 사람을 무슨 덜 떨어진 인간 대하듯이 말하고 있어!
클락 : 그 말투야 말로 마치 대령님이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잖습니까. 그건 저도 금시초문이지 말입니다.
랄프 : 클락! 네놈까지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사격 훈련장에 랄프의 화난 목소리와 클락의 웃음 소리가 오고 간다. 큰 작전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도 그들에게는 기백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
레오나가 어릴 때부터 초연 냄새 한 가운데에서 몸을 굴리고 있던 그들이... 그 곳이 어떤 전장이어도 특별한 준비를 하고 향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으리라.
푸른 머리카락을 흔들며 레오나는 아주 조금 입가를 느슨히 했다.

랄프 : 어이! 레오나!

레오나의 사소한 표정 변화를 재빨리 눈치챈 랄프가 째릿하고 레오나를 곁눈질했다.

랄프 : 너, 방금 비웃었지!?
레오나 : 예.
랄프 : 이, 이 자식이 대놓고...
레오나 : 가끔은 웃으라고, 대령님께 명령받았기 때문에...
랄프 : ……!

레오나의 지당한 대답에 랄프는 돌려줄 말을 잃었고 클락과 윕은 동시에 웃었다.

이 싸움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레오나도 모른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무서운 적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의미로 레오나가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될 적은 격투의 끝에 나타나는 무엇인가가 아닌 격투 속에서 레오나에게 속삭일 또 하나의 자신, 바로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저주스러운 "피"였다.
그것은 한 번은 극복했음이 분명한 내 안의 적이었다. 두 번 쓰러뜨려도 두 번 부활할 가능성도 부정 할 수 없다.
혹은 레오나가 살아 있는 한 몇 번이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대일지도 모른다.
허나 레오나에게 그 싸움을 회피한다는 선택 사항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 또한 스스로 출전하겠다고 자처했던 것 이었다.

적은 강대하다. 그럼에도 결코 지지 않는다.
레오나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해 주는 것은, 아마도 이 터프한 전우들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레오나가 아주 조금 뿐이지만 웃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부상을 당한 레오나가 병원에서 누워 있고 클락이 레오나를 지키고 있다.)

레오나: 중위...

클락: 무리하지 마. 편하게 있어. 다들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 뭐, 당분간 마음 편하게 휴가라도...

랄프: 언제 눈을 뜬다는 거야!? 책임을 질 수 있는 거냐, 이 돌팔이 의사야!

의사: 그, 그러니까 곧...

: 대령님, 그만 두십시오.

랄프: 시끄러! 넌 빠져있어! 교관님도 잠도 안 주무시고 자리를 지키신단 말이다!

: 여기는 병원입니다!

랄프: 여기가 병원이고 뭐고 알 게 뭐야, 앙!?

: 그만 좀 하십시오! 다들 똑같이 걱정되지 않습니까! 대령님이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뒤처리하는 입장도 좀 생각해주세요!

랄프: 뭐라고!? 채찍녀 주제에 어디서 건방지게 입을 놀리나!

(레오나가 눈을 깜빡거린다.)

: 채찍녀라니요! 아무리 대령님이라도 화냅니다!

클락: 쿨럭! 으음... 쿨럭!

.......

랄프: 이제야 눈을 뜨셨군, 잠자는 아가씨?

: 잘됐다. 깨어났구나.

레오나: 죄송...합니다.

랄프: 뭐야, 징그럽게. 간만에 휴일이다. 땡땡이 치자고, 땡땡이.

클락: 그건 제가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대령님은 거기에 계속 앉아 계십시오.

: 그래요. 중위 말대로 하세요.

랄프: 아, 네놈들 나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거냐?

클락: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

: 실제로 애물단지잖아요.

랄프: 너 말이다, 조금은 상관을 대우하주는 마음을...

: 상관다운 행동을 안 하니 그에 걸맞은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죠.

랄프: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구만.

클락: 윕, 그만 해라. 대령님도 점잖게 행동하십시오.

랄프: 또 너 혼자 그렇게 잘난 척 하기냐?

클락: 저까지 애들 싸움같은 일에 말려들 수는 없지요.

: 너무하십니다, 중위님! 애들 싸움이라니요!

클락: 너도 다시 일을 벌리지 말란 말이다! 그런 식이니까 매번 내가...

레오나: 후후...

(다들 레오나를 쳐다본다.)

레오나: 후후후후...

2.2.7. 사이코 솔져 팀

켄수는 보았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봐버린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켄수는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켄수 : 스승님이 바람?

켄수의 갑작스러운 보고에, 아사미야 아테나가 서둘러 바오의 귀를 양손으로 막았다.
성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만 해도 아직 어린 바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데, 그 성인이 바오에게 부모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승님이니, 절대 어린 소년의 귀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아테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켄수를 노려보았다.

아테나 : 켄수!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스승님이 바… 바람을 피우시다니!
바오 : 누나? 형이랑 무슨 얘기 하는 거야? 하나도 안 들려!
아테나 : 잠깐만. 모모코, 터치!
모모코 : 응~.

수행 중의 휴식시간.
시원한 그늘이 가득한 죽림에는 아테나, 켄수, 바오, 모모코만이 있었다. 스승인 노권사는 어디에 갔는지, 아까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오의 귀를 막는 역할을 모모코에게 넘긴 아테나는 커다란 바위의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켄수에게 다가가더니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아테나 : 농담이라도 할 말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켄수!

아테나 일행의 스승인 친 겐사이에게는 수십 년간 고락을 함께해온 아내가 있다. 아테나도 진짜 할머니처럼 모시고 있는 상냥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테나나 켄수마저 부끄러워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부부 사이는 매우 좋다. 친 겐사이는 언제나 “세계 최고의 미녀라면 역시 우리 할멈이지”라고 할 정도다.
그런 친 겐사이가 하필이면 바람이라니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켄수 : 참말이라니께! 농담 아이다!

켄수는 아테나에게 다가가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켄수 : 내가 봤다안카나!
아테나 : 뭘 봤다는 건데?
켄수 : 아 긍께, 스승님의 바람… 뭐 현장을 목격했다는 그런 건 아니지만서도, 거의 비슷하다!
아테나 : 어떻게 된 거야?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줘.
켄수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여… 어제 밤에…
…밤도 깊어질 무렵. 켄수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옆 침대에는 바오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소년이 깊이 잠들어있는 것을 확인한 켄수는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켄수 : 아야야야야…

절터의 뒤에 있는 차가운 우물의 물을 퍼 올려 타월을 적셔 이마에 올리는 켄수. 밤이 되어도 머리의 두통은 가시지를 않았다.

켄수 : 후우… 정말 힘들어 죽겠구만...

켄수는 우물의 근처에 기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켄수 : 최근 스승님은 너무 엄하다니께... 이래서는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구먼...

켄수 일행은 다음 『King Of Fighters』를 목표로 이 절터에서 합숙을 하고 있었다.
오늘로서 1주일이 지났다. 수행은 익숙한 편이었지만, 최근 수행 강도는 레벨이 너무 높아 상처나 혹이 끊이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켄수 : 음?

켄수가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켄수 : 방금 고거, 스승님 목소리 아닌감?

켄수는 타월을 목에 걸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보름달의 빛이 대나무숲 속에 푸른 그림자를 만들고, 시원한 밤 바람이 나뭇잎들을 흔든다. 그 조용한 바람소리와 함께 분명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켄수 : 으잉?

죽림의 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바위. 그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노인의 실루엣.
그것은 켄수 일행의 스승, 친 겐사이였다. 술을 좋아하는 친 겐사이가 밤에 밖으로 빠져나와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평소대로라면 표주박의 술을 마시고 있어야 할 친 겐사이가 표주박 대신 휴대전화를 들고 즐겁게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켄수 : 음? 스승님, 대체 누구와 통화를 하는거여?

켄수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스승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 그러니까 아가씨, 그걸 좀 어떻게… 응? 응? 내 마지막 부탁이다!
켄수 : …하?
: 그래. 만약 내 부탁을 들어주면, 다음에 멋진 카페에서 맛있는 거 사준다니까.
켄수 : …뭔 소리여?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친 겐사이의 통화상대는 매우 젊은 여성, 그것도 한 번 이상 만난 적이 있는 상대인 것 같았다.
친 겐사이라는 노인은 중국 권법의 달인이긴 하지만, 딱딱한 타입의 달인이 아닌 유머가 있는 털털한 노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야에 여성과 전화통화를 할 사람도 아니었다.

켄수 : 설마 스승님…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린 켄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켄수 : 왐마! 큰일이여! 큰일이여! 요거요거 빨리 아테나한테 알려야 되겠구먼!
켄수 : …이렇게 된 거랑께...

켄수의 설명이 끝났지만, 아테나의 미간의 주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테나 : 증거가 그것 뿐이야? 스승님이 바람을 피우셨다는 증거가?
켄수 : 그럼 아테나는 스승님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아가씨와 휴대폰으로 즐겁게 전화할 만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
아테나 : 그건…
모모코 : 저기, 저기! 모모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켄수와 아테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으니, 모모코가 손을 번쩍 들며 끼어들었다.

모모코 : 스승님의 휴대폰을 검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켄수 : 아, 그야 고게 제일 빠른 방법이긴 하지만서도…
아테나 : 저, 저기, 모모코? 스승님에게도 프라이버시라는 게… 어? 바오 군은 어디에 있어, 모모코?
모모코 : 아, 깜빡했다

멋쩍은 듯 웃는 모모코. 방금까지 모모코가 귀를 막고 있었던 바오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테나 : 바오 군은?
모모코 : 저기에 있어.
아테나 : 어?

모모코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바오군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노인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고 있었다.

아테나 : 아! 스, 스승님!?
켄수 : 야, 바오! 저 놈은 스승님하고 뭔 이야기를 하고 있노!?

사이코 솔저인 켄수와 아테나도,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친 겐사이와 바오가 동시에 이쪽을 바라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켄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 어흠.

바오에게 무엇을 들었는지, 친 겐사이가 약간 연기가 들어간 기침을 하더니, 뒷짐을 지고서 켄수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 뭐냐, 켄수. 너, 내 교우관계에 흥미가 있니?
켄수 : 흐, 흥미랄까…
: 응? 내 휴대폰을 체크하고 싶다고?
켄수 : 아, 아니 고것이…
: 설마 너, 내가 바람피운다고 생각하는 거냐?
켄수 : 아, 아닙니더! 설마 감히 제가 그런 생각을 할리가 있습니까! 저는 스승님을 믿습니더!

서둘러 부정하는 켄수에게 아테나와 모모코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리없이 꽂힌다. 폭포처럼 흐르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하고, 켄수는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켄수 : 하, 하지만 말이여라... 스, 스승님이 전화로 어딘가의 아가씨와 통화한 것은 사실 아닌교!? 제자에게 숨기는 게 있다니 너무하구만!
: 숨어서 전화한 것도 아닌데? 너희들이 편히 자는데 방해가 될 까봐 나갔던 것 뿐이야.
켄수 : 사, 상대는 누구임꺼?
: 그건 비밀이다. 내 여자친구… 라고만 말해두지.
켄수 : 여자친구예!?
: 음...

친 겐사이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 뭐, 정 알고 싶다면 알려줄 수도 있어.
켄수 : 차, 참말로요?
: 정말이지. 대신 나와 대련해서 네가 이기면 알려주마… 원한다면 네게 소개해줄 수도 있어.
켄수 : 좋았어!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하장께요! 방금 하신 말씀, 잊지 마셔요잉!
: 호호호.

켄수는 두 손으로 뺨을 때리며 기합을 넣더니 친 겐사이와 함께 폭포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다리와 허리의 단련을 겸하여 단련은 언제나 폭포의 근처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친 콧바람을 내쉬며 당차게 걸어가는 켄수와 콧노래를 부르며 스킵으로 걸어가는 친 겐사이,
이유도 모른 채 신나서 따라간 바오의 3인을 배웅한 아테나는 모모코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테나 : …모모코. 지금 그거, 어떻게 생각해?
모모코 : 글쎄? 켄수 오빠가 스승님에게 속은 것처럼 보이는데. 정말 단순하다니까

모모코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꺼내들은 고기만두를 우물거리며 웃음으로 대답했다.

아테나 : 그렇다면, 스승님의 여자친구 얘기는 켄수의 진심을 끌어내려는 방편?
모모코 : 의외로 진짜 바람을 피웠을지도~.
아테나 : 모모코!
모모코 : 이히~♪ 농담이야.
아테나 : 자, 우리도 따라가자!

스승님과 켄수를 쫒아가는 아테나와 모모코. 친 겐사이가 말한 여자친구의 존재의 진실을 아테나와 켄수가 알게 된 것은 올해의 KOF가 개최되기 직전의 일이었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기자: 사이코 솔저 팀 여러분, 우승 축하드립니다!

아테나: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에요!

기자: 여론이 화제로 한창 오르고 계시는데요, 여러분을 모델로 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던데...

켄수: TV? 영화? 정말로요?!

기자: 예, 예... 기획은 많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에요.

켄수: 이야, 그런가...

"꺅!"

"뭐야? 정전?"

시구마: 훗훗훗... 하하하하하하! 우리는 이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 시구마다!

켄수: 잠깐! 그런 건 우리가 용서하지 않는다!

시구마: 누구냐?!

켄수: 사이코 레드!

아테나: 사이코 블루!

모모코: 사이코 핑크!

바오: 사이코 오렌지!

켄수, 아테나, 모모코, 바오: 사이코 레인저!

시구마: 으윽, 이놈들... 사이코 레인저! 나와라, 개조 비적, 론!

론: 맡겨만 주십시오, 시구마 님... 승부다, 사이코 레인저!

켄수: 나타났구나, 개조 비적! 자, 간다!

아테나, 모모코, 바오: 라저!

카오루: 힘내, 사이코 레인저!

: 사이코 봄버를 써라!

켄수: ...라는 식이 될지도 모르겠지!

"아니, 그건 아니지..."

2.2.8. 여성 격투가 팀

마이 : 양보해 줬다고!

라고, 시라누이 마이는 힘주어 말했다.

런던의 나이츠브리지에 있는 이 백화점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 않고, 인종과 성별이 다양한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물론 그들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마이 : 그래, 양보해줬다고. 뺏긴 게 아니고 양보해줬다고.

일단 쇼핑을 끝내고 티룸에 자리를 확보한 마이는, 가슴 가득히 홍차의 향을 맡고 한숨을 쉬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꼭, 자기 자신을 강제로 납득시키는 것 같았다.

유리 : 그렇구나, 테리 씨 결국 옛날 팀으로 다시 간 거네.

컵에 차를 졸졸 따르면서 유리가 중얼거렸다. 마이는 턱을 괴며 냉랭하게 웃었다.

마이 : 뭐, 테리는 그렇다 치고. 어차피 그 팬티남은 달리 팀을 맺어 줄 지인 따위 없는 걸테고, 모처럼 컴백했는데 참가 못 하면 불쌍하니까.

곧 『King Of Fighters』가 개최된다. 세계 각지의 격투가들이 모이는 이 대회는 그 많은 격투들은 물론이고, 누가 누구와 팀을 맺는지도 큰 화제 중 하나이다.
정식 토너먼트표가 발표될 때까지는 팬들의 흥미는 거의 그 하나에 집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도 오랜만의 KOF의 무대 복귀를 맞이하여 당연한 듯, 앤디 보가드와의 팀 결성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또한 당연한 듯이 마이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단칼에 기각되었다.
앤디 왈, ‘오랜만에 나온 KOF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테리와 죠와의 팀으로 임하고 싶다’ 라는 것이다.
티컵을 받침 접시에 놓고 유리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유리 : 그래도 나한테는 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려나?
마이 : 응? 뭐가?
유리 : 생각해 봐, 난 이미 오빠와 로버트와는 다른 팀으로 출장하겠다고 결정했으니까, 만약 마이짱이 다른 팀에 있었다면 이번 엔트리로는 불가능했을 거잖아?
마이 : 그것도 그렇네…… 아, 엔트리라고 하면, 킹 씨, 확실히 수속을 밟은 거지?
: 내가 뭘?
유리 : 아, 킹 씨♪

어느 샌가 마이 뒤에 시크한 자켓을 스마트하게 입은 킹이 서 있었다.

: 안녕!

킹은 웨이터에게 카페오레를 주문하고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멀리서 보면 마른 체구의 미남자로 보일지도 모를 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미모는 숨길 수 없다.
실제로 주변 자리의 남자들은 갑자기 나타는 보이쉬한 미인에게 눈을 빼앗겨 있었다. 소프트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두고 킹은 웃음지었다.

: 어? 머리 잘랐네, 유리?
유리 : 아, 눈치채셨네요?
: 흠…… 숏컷도 잘 어울리네.
유리 : 에헤…… 이걸 계기로 나도 킹 씨처럼 어른스런 여자가 되어 볼까나~♪.
: 뭔 얘길 하는 거야, 유리.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유리를 턱을 괴고 있던 마이가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마이 : 머리 잘랐다고 어른이 될 순 없잖아? 일단, 야마토나데시코라면 긴 흑발이 제일이니까.
유리 : 난 미국인[5]이지롱~.

마이의 말을 즉각 받아 챈 유리는 문득 무언가에 눈치 챈 듯이, 가방 안에서 한 권의 잡지를 꺼냈다.

유리 : 아, 상관없는 얘기긴 한데, 킹 씨, 잠깐 이 잡지 좀 읽어 주실래요? 파리에서 비행기 갈아탈 때 보고 산 건데, 저 프랑스어는 전혀 몰라서요……
: 뭐야?
유리 : 이거요, 이 기사!
: 흠……

화려한 표지를 흘낏 보고, 킹은 눈썹을 찌긋했다.

: KOF 참가가 예상되는 주목의 미녀……?
유리 : 예. 아무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여성 격투가 특집인 것 같은데……
마이 : 어? 그거 좀 이상하잖아?

마이는 짝 소리를 내며 부채를 닫고,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었다.

마이 : 나한텐 취재 따위 전혀 안 왔는데? 그런 특집이 있다면, 가장 먼저 나한테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유리 : 나한테도 오지 않았는데. …… 킹 씨는요?
: 나한테도 안 왔는데.
마이 : 잠깐만, 우리 원조 여성 격투가 팀을 제치고 도대체 누구한테 취재를 간 거야?
유리 : 음…… 카스미라던가, 샹페이라던가, 그 마린이라는 애라던가…… 그래도 가장 페이지 수가 많고 클로즈업된 건, 그 영국 대부호 아가씨.
: B. 제니?
유리 : 아, 맞아!
마이 : 제니라면…… 아, 그 하이힐로 사람을 막 때려대던 노출 과다의 야만스런 여자?

마이의 말에는 명백한 독설이 들어 있다. 유리는 쓴 웃음을 섞어가며 어깨를 움츠리며 팀메이트를 타일렀다.

유리 : 저기, 마이 짱…… 하이힐은 둘째치고, 당신이 다른 사람의 노출도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마이 : 난 괜찮다고! 내 의상은 대대손손 내려오는 유서 깊은 의상이니까! 그것보다 킹 씨, 뭐라고 써져 있는 거죠?
: 음……

카페오레를 홀짝이며, 킹은 특집기사를 읽고 있었다.

: ……이건 그거네. 뭐랄까…… 여성 격투가의 세대 교체라고 이야기해야 되나……
마이 : 뭐? 세대 교체?
: 신세대의 격투여왕은 누군가? 라는 식으로 구성된 특집이야. 인터뷰를 읽어보면, 제니도 KOF에 나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마이 : 출장할 거라니…… 어? 설마, 여자들만 있는 팀이 아니지?
: 아니, 그런 것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 인터뷰 시점에서 보면 아직 엔트리 마감이 안 된 것 같으니까 누구와 팀을 짤 것인지는 확실히 말하지 않긴 했지만.
유리 : 아~ 그거 뭔가 재밌을 것 같다. 그렇지, 마이 짱?

홍차에 밀크를 따르면서 유리는 눈을 치떠보면서 마이를 바라보았다. 그 입술이 장난을 치는 듯이 올라가 있다.

마이 : 생각해보니 그렇네…… 만약 KOF에서 맞붙는 일이 있다면 전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 앞에서, 누가 진짜 최강의 미녀군단인지 증명할 수 있기도 하고.
: 아, 하지만 그 전에 얘네들 KOF에 못 나올 수도 있잖아?
유리 : 아 그럴 지도 모르겠다! 급조 팀으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 아니지, KOF는.
마이 : 그렇지~♪?
: 뭘 말하는 건지……

양손을 잡으며 히죽대는 마이와 유리를 보며, 킹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 너희들, 너무 우쭐대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실수한다?
유리 : 에이, 그래도……
마이 : 킹 씨는 안 열받나요? 이런 기사가 나왔는데?
: 난 별로.

잡지를 덮으면서 유리에게 돌려주고, 킹은 카페오레를 다 마셨다.

: 다른 팀이 뭘 말하든 누가 뭘 말하든, 그런 건 상관없어. 난 단지 모든 시합에 전력을 다할 뿐.
유리 : 그건…… 우리도 그렇죠, 뭘.
: 그럼 됐잖아. ……그것보다 난 간다.

킹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장을 가리켰다.

마이 : 어? 어디 가요? 킹 씨의 가게에 가는 거 아니예요?
: 그 전에, 여기서 드레스라도 주문해 놓을까 해서.
유리 : 드레스?

마이와 유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엉뚱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유리 : 왜 드레스를……
마이 : 그러니까, 보통 킹 씨는 드레스 같은 거 잘 안 입잖아요?
: 그렇긴 하지.

연하의 팀메이트들을 어깨너머로 돌아보며, 킹은 윙크를 했다.

: 우승을 축하하는 파티에는 거기에 걸맞은 모습으로 나가고 싶으니까.
마이 : 우승 축하 파티……

멍하니 그 말을 되풀이한 마이는, 시간차로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입가를 부채로 가리고 유리에게 속삭였다.

마이 : 킹 씨, 말은 저렇게 해놓고 아까 전 기사를 의식하고 있잖아!
유리 : 응응. 요약하자면, 다른 팀에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말이잖아? 킹 씨다운 필승 선언이라고 해야 할까……
: 거기 둘! 거기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그냥 두고 간다! 아니면 너희들은 드레스 안 맞춰도 된다는 거냐?
유리, 마이 : 아! 갑니다~!

둘은 쇼핑백을 가지고 급히 킹을 뒤쫓았다.

마이 : ……기왕에 지금부터 파티 회장으로 갈까요? 사우스타운의 리차드 씨 가게라던가……
: 그래. 우리 가게에서 파티한다고 하면 당장 내가 즐길 수 없기도 하고……
마이 : 거기라면 좀 떠들어도 리차드 씨가 그렇게 화내진 않을 테고…… 아마.
: 우리 가게에서 소란 피우지 않을 거면 어찌됐든 상관없어.
마이 : 킹 씨, 너무한 거 아녜요!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란스러운 여자들이 한 층 위로 올라가고 있다.
그녀들이 문득 창 밖을 바라보니, 저녁 노을이 진 런던 하늘에 암적색으로 빛나는 비행선이 떠 있었다.

『King Of Fighters』

사상 최대의 규모로 개최되는 격투제전은, 얼마 남지 않았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마이, 유리, : 건배!

"축하합니다!"

마이: 휴, 승리하고 마시는 술은 역시 맛이 각별하구나!

: 뭐, 우리가 진지하게만 싸우면 이 정도 쯤이야!

유리: 그래, 우리가 바로 원조 여성 격투가 팀이라는 거지!

마이: 오호호호호!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건 바로 우리라고!

마린, 제니, 샹페이, 카스미: (깜짝 놀란다.)

히나코: 근데, 여러분 중에서 가장 강한 건 누구인가요?

: 그, 그건 뭐... 일단 이 팀의 리더는 나니까...

유리: 킹 씨, 치사해찌! 아니, 치사하다구요! 그렇게 얼렁뚱땅!

마이: 그래요! 킹 씨가 리더인 건 강하고 아름다워서라기보단 단지 나이가 많아서잖아요!

: 잠깐...!

유리: 그렇게 따지면 가장 젊은 제가 제일이죠!

마이: 너야말로 혼란한 틈을 타서 무슨 소리야?! 젊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유리: 나이 먹어서 좋은 것도 아니잖아요!

: 잠깐 너희들, 지금 내가 늙었다고 말하는 거니!?

바네사: 후훗... 젊다는 건 좋네요...

마린: 애당초 너희가 우승할 수 있던 건 단지 운이 좋았던 거 아니었나?

제니: 그래, 내가 출전했으면 누가 세계 최고의 미녀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유리: 본선에 출전도 못한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소리 듣기 싫은데요~

샹페이: 야! 지금 우리를 바보 취급한 거냐!?

카스미: 그럼 여기서 승부를 내자! 덤벼라, 극한류!

마이: 좋아! 바라던 바다!

(여성 격투가 팀과 마린, 제니, 샹페이, 카스미가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호타루: 그... 말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리처드: ......

호타루: 진짜 안 말려도 괜찮아요?

리처드: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2.2.9. 김갑환 팀

하루의 연습이 모두 끝난 저녁 무렵, 도장의 벽에 기대어 녹초가 된 장거한의 곁으로 최번개가 살금살금 다가왔다.

최번개 : ……저기, 저기, 거한 형님!
장거한 : 어~? 뭐야 번개? 난 이제 식사 시간까지 못 움직인다고……
최번개 : 확실히 오늘도 김 사범님 연습은 빡셌습지용.……근데 형님, 그 연습에서 해방될 좋은 수를 생각해냈습니다용!
장거한 : 으허? 지, 진짜여 번개?
최번개 : 진짜고 말굽쇼, 분명 100% 먹힐거라구용!
장거한 : 어, 어떤 작전인거야, 응?
최번개 : 일단 이걸 봐 주세용.

최번개는 장거한의 어깨로 기어 올라가 품에서 꺼낸 잡지를 펼쳤다.
한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격투기 잡지로 개최 임박한 "King Of Fighters" 관련 정보가 특집으로 실려있었다.
최번개가 펼친 페이지를 보자 장거한은 절망적인 앓는 소리를 냈다

장거한 : 으으으……출장 예상 팀에 이미 우리들까지 이름이 실리고 있단거잖아…… 어차피 우승해도 김사범은 우리를 해방해주지 않는데 말여. 출장해봤자 피곤해질 뿐이지 아무것도 좋을게 없다구 ……
최번개 : 거기가 아니라 이쪽을 보시라구용! 이번 대회에 출장이 예상되는 강호 선수들 코너라구용!
장거한 : 응? 뭐여 이 녀석들? 갖출거 다 갖춘 흉악한 면상이잖여.
최번개 : 흉악한 건 얼굴만이 아녜용! 경력도 굉장한 것 같다구용!
장거한 : 그래서, 이녀석들이 어쨌다는거여?
최번개 : 단순한 얘기지용! 김 사범에게 우리 이상의 악당을 교육하게 만들면 되는거라구용!
장거한 : 오오……! 번개, 너 천재구나! 그래 그래, 그러면 되는거구나!

피로와 공복으로 서있지 않던 장거한은 최번개의 의중을 파악 하자마자 힘 차게 일어섰다.

장거한 : 악행은 서둘러서가 아니라 선행은 서둘러서, 즉시 김 사범에게 이 녀석들을 "추천"해 주지 않으면!
최번개 : 신생 김갑환 팀의 탄생입니다용!

쿵쾅쿵쾅 마루를 울리며 장거한은 번개를 들어 안고서 달려갔다.
여름이 아주 가까운 모월 모일, 사우스 타운의 이스트 아일랜드.

본격적인 해수욕 시즌을 앞 두고 아직 헤엄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사운드 비치에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채,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 …………
라이덴 : …………

둘은 어느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에게 걷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모래를 밟는 그들의 발소리가, 조용한 물결 소리과 겹쳐진다.
마주한 거리가 3m 정도가 될 무렵, 신장 2m를 넘는 거인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라이덴 : 역시 너…… 화 자이잖아?
: 이 자식, 라이덴이냐!?

대답한 남자의 목소리에도 놀라운 기색이 섞여있다.

라이덴 : 너, 기스와의 관계를 끊고 모국에 돌아간거 아니었나?
: 그건 내가 할 말이라구, 라이덴 씨.

이 두 사람, 구면이라고 보자면 구면인 사이이다.

한 쪽의 거인의 이름은 라이덴.
한 때 기스·하워드의 경호원중 한 명으로서 초창기 KOF에 출장했었던 복면의 악역 레슬러였다.
잘 만들어진 고급 수트를 입고 있지만 2m 210kg의 거체로부터 발산되는 위압감은 링 위에 있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편, 파타야 비치에서 그대로 온 듯 한 알로하 차림의 남자는 전 무에타이 왕자 화 자이.
타이틀 매치에서 일본인에 진 이후로 비뚤어져 라이덴과 같이 기스에게 거두어진 격투가로서 KOF에 참전했던 적도 있다.
허나 라이덴이 말 한 것처럼 이미 두 사람 모두 기스와는 인연을 끊고 각자 조국으로 돌아와 본업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즉, 라이덴은 프로레슬러로서 링에 오르고, 화 자이는 현역 복귀를 목표로 트레이닝의 나날을.
그 두 사람이 왜 지금 다시 사우스 타운에서 만났는가.
화 자이는 라이덴에게 다가서며 체격차를 아랑곳하지 않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한 때의 “동료”를 노려보았다.

: 어이 어이, 설마 나를 호출한 게 네놈이냐!?
라이덴 :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대체 무슨 볼일로 나를 이런 곳으로 불러낸거야? 경우에 따라선 옛 동료라고 해도 그냥 안 넘어갈 줄 알아라.
: 하아!? 네놈의 사정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라이덴 : 링을 내려온지 오래된 주제에 꽤나 위세가 좋구만.

마스크 뒷편에서 라이덴이 눈웃음지으며 위험한 빛을 발했다.
그것을 눈앞에 둔 화 자이의 표정에도 겁없는 미소가 번져 간다.

: 이봐, 라이덴 씨……여기는 기스가 뒤를 봐주던 시절의 KOF 회장이 아니라구?
라이덴 :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 요컨데, 그 시절 같은 짜고치는 승부는 통용되지 않는단 말이지! 만만하게 봤다간 차 죽여버린다, 이 고깃덩어리야!!

김갑환 : 기다리시게, 두 사람!

지금 그야말로 라이덴 vs 화 자이의 인연 매치가 개시되려던 순간, 두 사람의 기세에 찬 물을 끼얹는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라이덴, : 누구냐!?

라이덴과 화 자이가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뒤돌아 본다. 그 시선 끝에는 방파제 위에 서있는 동양인의 모습이 있었다.

김갑환 : 여러분이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들을 여기에 호출한 것은 접니다.
라이덴, : 너, 너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응시한 채, 화 자이는 살며시 라이덴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어이, 라이덴. 저 자식, 어디선가 본 적 없어? 저 녀석, 혹시...
라이덴 : 아아……

라이덴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끄덕인다.

라이덴 : 최근 KOF에선 단골 중의 단골,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김갑환 대선생님이다. TV나 잡지에도 자주 나오고 있지.
: 그 놈인가! 태권도계의 뭐시기라고 불리면서 기고만장해선 정의의 편 놀이하고 있는...

화 자이의 말이 도중에 중단되었다. 언뜻 보면 가볍게 걸어 오는 듯이 보인 남자, 김갑환의 움직임엔 틈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모래 위임에도 김갑환은 완전히 중앙선이 흐트러지는 일없이, 똑바로 두 사람 쪽으로 오는 것이었다.
라이덴은 작게 헛기침하며 물었다.

라이덴 : 분명 당신, 우리들을 호출한 게 자신이라고 말했지?
김갑환 : 말 그대롭니다, 라이덴 씨.
: 그럼, 인격자 김 선생님이, 대체 우리에게 무슨 용무지?
김갑환 : 단도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김갑환은 라이덴과 화 자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감연히 말했다.

김갑환 : 여러분이 저와 팀을 짜 이번 KOF에 출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라이덴 : 하아? 우리들이...
: 네놈이랑 팀을 짜라고!?
김갑환 : 말 그대롭니다, 화 자이 씨.

흰 폴로 셔츠 차림의 갑환은 아연실색한 두 사람의 앞에서 팔장을 끼고 새삼스럽다는 듯한 침통한 표정을 띄웠다.

김갑환 : 제가 보기에, 여러분은 대단한 재능의 낭비를 하고 있습니다.
라이덴 : 뭐, 뭐야 , 갑자기?
김갑환 :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서, 기스 하워드와 같은 악당과 손을 잡고 짜고치는 시합 같은 것에 손을 대기나 하고 이것이 재능의 낭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라이덴 : 아니, 이봐 김 선생. 우리들은 이미 기스 자식과는 관계를 끊었는데 말야.
: 그, 그래, 우리들은……그, 그치, 라이덴?
라이덴 : 아아, 제대로 격투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구.
김갑환 : 거기서 저는 마음에 맹세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김갑환은 계속 말했다.

김갑환 : 제가 여러분을 올바른 길로 되돌려 놓자고!
라이덴, : 켁!? 우, 우리들을 올바른 길로 되돌린다니……서, 설마...
김갑환 : KOF에서 격투를 통해 내 안의 악과 싸워 이것을 몰아내자! 그것을 제가 돕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제 사명이기에!

주먹을 움켜 쥐고 혼자 감동하고 있는 김갑환을 뒤로한 채, 라이덴과 화 자이는 얼굴을 마주봤다.

: 어, 어이, 라이덴! 이건 혹시...
라이덴 : 아아, 틀림없구만. 소문으로만 듣던 김갑환의 “교육”이란 거겠지, 이건.
: 근데 어째서 우리들에게 온 거야!? 이 쪽은 이제 기스와는 관계를 끊었다고!?
라이덴 : 그건 그렇지만, 그럼 선한 사람이냐고 질문 받았을 때 나나 너나 예, 그렇습니다라고는 못할 처지니까.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를 계속하는 두 사람도 눈치채지 못하고 김갑환은 정의를 행하는 것의 숭고함과 그 앞에 펼쳐질 밝은 미래덤으로 태권도의 훌륭함을 말하고 있다.
그것을 곁눈질로 보며 화 자이는 혀를 찼다.

: ……그냥 해치워버릴까, 여기서?
라이덴 : 그딴 짓 할 수 있음 해봐라, 너, 무에타이 링에 복귀도 못하게 될 걸?
: 그럼 어쩌란거야, 어이!? 진심으로 이 녀석과 팀 짜고 출장하란거냐?
라이덴 : 생각해보면 나쁜 이야기도 아니라구, 화 자이.
: 뭐라고?
라이덴 : 이 앞의 일을 생각해보면, KOF에서 이름을 팔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우승 팀의 멤버라는 호칭이 붙으면 나는 개런티 교섭이 쉬워지고, 너도 더티한 이미지를 불식하고 컴백하기 쉬워지는거잖아?
: 그런가…… 인격자인 김갑환의 후광이 붙으면 확실히……
라이덴 : 망설일게 아냐, 이 녀석과 팀인 동안만 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 된다구.
: 거기에, KOF라면 죠 자식도 나올거고 말이지. 쿠히히힛……

얼굴을 마주하던 두 사람이 동시에 빙그레 웃었다
신생 김갑환 팀 탄생.

그 뉴스는 금세 전세계를 타고 돌았고 새로이 더해진 라이덴과 화 자이를 아는 사람들을 크게 경악시켰지만,
그 뒤에서 환희에 젖어 기뻐하고 있는 장거한, 최번개 콤비가 존재하는 것은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대회가 끝나고, 화와 라이덴을 배웅하는 김갑환.)

라이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김갑환, 당신의 교육으로 저희는 이제 구제 받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역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제부터는 각자 프로레슬링과 무에타이로 정의를 알려나갈 겁니다!

김갑환: 두 사람 다 이렇게 짧은 기간만에... 이렇게 기쁜 일도 없을 거야.

라이덴: 무슨 말씀을! 당신은 저희들의 은인입니다! 그렇지?

: 맞는 말이야! 그런데 안타깝지만 시간이...

김갑환: 아, 시간이 됐나? 그럼 두 사람 다, 건강하기를!

(김갑환이 떠나고, 바로 본래 표정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

라이덴: 드디어 갔군.

: 케케케케, 바보같은 녀석...

라이덴: 장거한이랑 최번개라고 했던가? 저놈들 진짜 우리가 놈들의 속임수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 제대로 걸렸었지. 지금쯤 그 녀석들 입에 거품을 물고 있을 걸?

라이덴: 좋아, 좋아, 캬하하하하!

: 김갑환한테 단단히 혼 좀 나보라지! 케케케케케!

(김갑환의 도장.)

김갑환: 254, 255... 256... 아직 멀었다!

(김재훈과 김동환을 무등 태우며 훈련을 받는 장거한과 최번개.)

최번개: 저희들의 소행을 눈치 챈 것 같은데요...

김갑환: 잡담하지 마라! 지금까지 너무 살살 했었어! 그 두 사람 덕분에 알게 됐으니, 이제부터는 더 팍팍 지도해주마!

장거한: 역시 나쁜 짓은...

최번개: 적성에 안 맞아...

2.2.10. K' 팀

맥시마 : 뭐,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이자 계산을 할 때 절사되는 1센트 미만의 부분을 말야…… 이렇게 조금씩 모아오는 거지. 당연히 예금한 사람은 모르고. 은행도 바로 눈치를 챌 순 없지. 눈치를 챘을 땐 이미 늦은 거야. 인터넷 상에는 아무런 증거도 남아있지 않지. 증거가 남아 있다면 그 증거는 나에게 있는 거지.

맥시마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컴퓨터와 자신의 몸을 잇는 케이블을 끊었다.

맥시마 : 그러니까…… 앞으로 한 두달 놀고먹을 수 있는 자금은 확보할 수 있다는 거지. 어떻게 할 거야?
K' : 나한테 묻지 마.

K'는 1인용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은 채, 문에 걸린 보드를 향해 다트를 던지고 있다. 비관할 정도로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K'는 다트같은 것엔 마음이 없었고 그냥 할 일 없으니까 던져본 것일 거다. 맥시마가 행동을 같이 하게 된 뒤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K'의 의욕 없음은 여전했다.
맥시마는 모니터 옆에 놓인 문고본을 손에 쥐며 조금 더러워진 천장을 바라보았다.

맥시마 : 언제까지나 이딴 피난처 같은 곳에서 쳐 박혀 있기도 지루하잖아. 가끔씩은 남쪽 섬에서 한가롭게 휴가 가고 멋 부릴까?
K' : 관심없어.

맥시마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K'는 다시 다트를 던졌다.

바로 그 때,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고, 밤색 머리의 소녀가 얼굴을 들이댔다.

쿨라 : 저기……
K' : 야 인마.

K'가 몸을 일으켜, 붉은 글로브에 싸인 오른손을 내미는 것보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푸른 빛을 내어 다트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마루에 떨어지는 것이 더 빨랐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것을 주워 K'에게 다시 던진 쿨라 다이아몬드는, 방구석에 냉강고 앞에 쭈그려 앉았다.

쿨라 : 놀다 보니까 목이 마르네, 아이스 캔디없어?
K' : 몰라.

얼어붙은 다트를 힐끗 보며, K'가 내뱉은 말이었다.

맥시마 : 아가씨, 청춘을 구가하는 것도 좋지만 나쁜 어른한테는 조심하는 거다? 우리들을 잡고자 하는 놈들은 아직도 널리고 널렸으니까.

한때는 네스츠의 잔당, 테러리스트로서 하이데른 용병대를 시작으로 각국의 관헌들에게 쫓겨다니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K' 일행이지만, 지금은 하이데른 용병대의 작전에 협력하는 대신에 수배 전단의 대다수가 철회되었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 보면, 그들이 모든 범죄에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몇 분 전에도 맥시마는 태연하게 범죄 행위를 일으킨 셈이고 이전보다는 태양 밑에서의 자유가 확보되었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K' 일행이 지금도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맥시마 : 여하튼 우리의 몸은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구조가 다르니까.

읽고 있던 문고본에서 고개를 들어, 맥시마는 어깨를 움츠렸다.

맥시마 : 그 옛날의 네스츠가 되고 싶어하는 자들이 널리고 널렸어. 그런 놈들한테 우리들의 몸은……
쿨라 : 그런 것보다!

쾅 하고 냉장고의 문을 닫은 쿨라는 맥시마를 돌아보았다. 가느다란 눈썹이 올라가고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쿨라 : 아이스가 없다고, 아저씨!
맥시마 : 얼음이라면 있잖아?

맥시마는 얼음이 떠 있는 위스키 잔을 내보였다. 사이보그인 맥시마는 취하는 감각은 즐길 수 없지만, 기분이라도 맛보고 싶다고 이런 흉내를 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쿨라 : 그런 아이스 말고! 아이스 캔디라던가 샤베트라던가 그런 거!
맥시마 : 아…… 벌써 다 떨어졌나?
쿨라 : 다 떨어졌다고!
K' : 시끄러, 이 꼬맹이가……

이미 다트에 흥미를 잃은 건지, K'는 소파의 팔걸이에 다리를 얹고, 하품을 하며 낮잠을 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 젊은이가 등에 새긴 문자는 ‘BEAST OF PRAY’. ‘육식동물’이라는 어구가 그에게 아주 잘 맞는다.
모든 것을 귀찮다고 버리고 가능한 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은 식사와 사냥 이외에는 잠자면서 보내는 고양이과의 맹수 그 자체였다.

쿨라는 K'를 째려보며,

쿨라 : 쿨라 아이스 먹었어, K'?
K' : 헛소리 하지 마. 그딴 단 걸 누가 좋아서 먹는다고.

선글라스 너머의 그녀를 힐끗 보며 K'는 불쾌해하며 혀를 찼다.

K' : 의심할 거라면 저 놈부터 의심을 해야지.
맥시마 : 으……

쿨라의 시선이 이번에는 맥시마에게 향해 있었다. 맥시마는 문고분을 놓고 장난하는 것 같이 두 손을 들었다.

맥시마 : 신께 맹세해도 좋아. 난 안 먹었어.
쿨라 : 그럼 왜 한 개도 안 남겼어?
맥시마 : 몰라. 너가 전부 먹었잖아?
쿨라 : 쿨라, 아직 전부 먹지 않았다고!
맥시마 : 그래도 말이지……
쿨라 : 됐어! 어차피 얼마 못 가 새 것이 들어올 테니까!

뺨을 잔뜩 부풀린 쿨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면서 방을 나갔다.

K' : ……야.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K'가 선글라스를 조금 위로 들어내고, 맥시마를 바라보았다.

K' : 저 꼬맹이한테 용돈이라도 줬어?
맥시마 : 내가? 그럴 리 없잖아. 이런 얘기 하는 건 그렇지만, 쟤한테 돈을 쥐어줘도 있는 만큼 전부 아이스크림으로 바뀌어버린다고.
K' : 그럼 어쩔 거야? 설마 아이스크림 강도 따위 하지는 않겠지?
맥시마 : 그럴 리가. ……그렇게 걱정되면, 니가 같이 따라 가는 게 어때?
K' : 장난하는 게 아냐. 저 꼬맹이, 하루 종일 고철더미 적치장에서 뭔가를 뒤지고 있다고. 뭐가 재밌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맥시마 : 쟤한테는 소중한 부품 모으기야. 그걸 다정하게 지켜보는 것도 어른이 하는 일이잖아?
K' : 그건 내 일이 아냐. 니가 해.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K'는 맥시마에게 등을 돌렸다.
K'가 13번 뒤척이고 맥시마가 애독서를 다 읽었을 때 쯤,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쿵쾅쿵쾅 하고 났다.。

맥시마 : ……뭐야?

이미 얼음이 다 녹아 옅어진 술을 마시며, 맥시마가 일어났다.

쿨라 : 후……

문을 열고 들어 온 쿨라의 손에는, 거대한 발포 스티로폼 상자가 쥐어져 있었다.

K' : 야, 대체 뭐야, 그건?
쿨라 : 응, 아까 전에 택배에서 쿨라한테 보내줬어!
K' : 뭐?

K'가 벌떡 몸을 일으켜, 맥시마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폐기된 적치장의 이 지하실에, 그들이 몰래 잠복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인간은, 그들 자신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게다가 쿨라라는 이름을 직접 써가며 택배를 보내는 인간이라면 더욱 더 한정되어 있다
K'는 바로 뭔가 알았다는 것 같이 혀를 차며, 다시 누웠다.

K' : ……그 키 큰 여자들이겠지.
맥시마 : 아, 그 둘인가?
쿨라 : 아니, 다이애나 아니거든?
K' : 뭐? 그럼 대체……
쿨라 : 만세♪

찍찍하며 테이프를 벗기고 상자를 연 쿨라는, 안에서 작은 양동이처럼 생긴 아이스크림 용기를 꺼내, 곧장 먹기 시작했다.

맥시마 : 야, 그건 벨기에제(製) 고급 초콜렛 아이스크림에…… 이건 프랑스, 이탈리아의 젤라토…… 다 최상품들 뿐이잖아!

상자 안을 들여다본 맥시마는, 튼튼한 턱에 손을 대고 감탄의 한숨을 쉬었다.

K' : 야.

K'는 마루에 뒹굴고 있던 발포 스티로폼 상자의 뚜껑을 주워, 맥시마에게 던졌다.

K' : 발송처는 어딘가의 백화점으로 되어 있는데…… 의뢰인의 이름과 주소를 봐봐.
맥시마 : 의뢰인……?

전표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맥시마는 눈을 크게 떴다.

그 때,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K'는 선글라스를 주머니에 넣고, 여전히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K' : ……누구야, 넌?
: 누구라니, 인사 전화다. ……나다.
K' : 이 영감이……!

들어본 적이 있는 노인의 목소리에, K'는 이를 갈았다.

K' : 어떻게 이 번호를 알았어?
: 그건 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나저나 전에 그쪽으로 택배를 보냈는데 갔을려나?
K' : 역시 너였군.

K'는 이미 아이스크림에 빠진 쿨라를 힐끗 보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K' : 뭔 짓이야? 이번엔 무슨 음모를 꾸미는거야?
: 음모라니. 말이 좋지 않군 그래. 난 그냥……
K' : 말해두겠지만, KOF에는 안 나간다고.

노인 친 겐사이의 말을 끊고, K'는 말했다.

K' : 전처럼 니 입발림에 놀아나서 또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싫다고.
: 흠…… 곤란하게 되었군.
K' : 그건 니 사정이고. 내 알 바 아냐.
맥시마 : 야, K'.

맥시마가 컴퓨터 앞에서 K'를 손짓했다.

K' : ……왜?
맥시마 : 그거, 친 노사(老師) 전화지?
K' : 그게 노사냐. 건어물같은 늙은이가……
맥시마 : 됐고, 이걸 봐.
K' : 뭐?

맥시마의 재촉으로 모니터를 본 K'는 바로 문을 발로 차고, 핸드폰 마이크를 향해 소리쳤다.

K' : 이 늙은이가……! 사람 이름 함부로 쓰지 말라고!
: 뭐라는 건가? 난 뭔 얘긴지 모르겠다만?
K' : 시치미 떼지 마! 멋대로 우리들 이름으로 KOF 참가 신청을 했잖아!
: 응? 그건 내가 아닌데?
K' : 장난치지 마! 너 말고 이딴 짓 할 놈이 누가 있다고 그래!
쿨라 : 아! 그래 그래…… 이거 쿨라가 혼자서 한 거야!
K' : 뭐?

갑자기 들린 그 소리에, K'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K' : 설마 네가 신청한거냐?
쿨라 : 응. ……그러면 아이스크림 많이 준다고 해서.
K' : 누가?
쿨라 : 저 할아버지.
맥시마 : 당했다……

맥시마는 그 큰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 어떠냐? 이걸로 오해가 풀렸지?
K' : 이 자식이…… 어느 새 꼬맹이를 꼬드겨서……
: 허허…… 그 아가씨랑은 전부터 문자 친구여서 말야. 어때, 부럽지?
K' : 시끄러!

화난 기운으로 핸드폰을 쥐어 뽀개고, K'는 화난 채 소파에 걸터앉았다.

맥시마 : ……어쩔 거야, K'?
K' : 어쩔 거냐니? 당연히 씹어야지.
쿨라 : 안 돼, K'!

퉁명스런 젊은이의 말에,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힌 쿨라가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쿨라 : 씹을 거라니. 무시하겠다는 거잖아! 쿨라, 할아버지랑 약속해서 무시하면 안 돼! 약속 깨면 안 되잖아!
K' : 네 멋대로 한 약속이잖아!
쿨라 : 그럼 됐어! 쿨라랑 아저씨랑, 그리고 세라도 불러서 세 명이서 출장할 거니까! K'는 여기서 혼자 밥도 안 먹고 폐인이 되면 되겠네!

남은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확실히 보관해두고, 쿨라는 화난 채로 그래도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껴안은 채로 지하실을 나갔다.
그걸 바라본 맥시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탄식했다.

맥시마 : 이런이런…… 설마 이렇게 당할 줄이야. 저 아이의 핸드폰도 확인해 둘 걸 그랬어.
K' : 뭐라는 거야? 무시하면 될 것을.
맥시마 : 그럼 쟤가 납득하지 않을 거라고. 너도 봤잖아?
K' : 그렇다고 이딴 일에 휘말릴 거냐? 너도 참 할 일 없는 놈이다.
맥시마 : 그래, 할 일 없는 놈이지. ……쟤 혼자 보낼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
K' : ……뭐?
맥시마 : 여러가지로 관심이 있어서. ……이번 소동은 어떻게 결판이 날까…… 그냥 호기심이란 거지.
K' : ……그래, 너도 참 호기심 많은 놈이다.
맥시마 : 그럼…… 나는 아가씨를 달래러 가지.

삐걱삐걱 하는 소리내며 의자에서 맥시마의 그 큰 몸이 일어난다. 등을 굽히고 갑갑한 듯이 문을 지나려는 동료에게 K'는 넌지시 말했다.

K' : ……가능한 한 날 귀찮게 하지 마.
맥시마 : …………

K'를 돌아보며 잠시 생각하던 맥시마는, 이윽고 입술을 열고, 목소리를 죽이며 웃었다.

맥시마 : 알았다. ……우리들 둘로도 충분해.
K' : 시끄러. 얼른 나가라고.

핸드폰 잔해를 내던지고 K'는 맥시마에 등을 돌리고 삐쳐 자 버렸다.
제 아무리 다른 싫은 게 있다고 하더라도 KOF만큼 K'가 싫어하는 것도 없다.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K' 팀은 크루즈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K': 기분 나쁜 장난이 드디어 끝난 건가. 이제 더 이상은 사절하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참가 안 해.

맥시마: 그러지 마. 덕분에 이렇게 멋진 휴가를 즐기게 됐잖아?

K': 흥미 없어. 나보다도 네가 더 기뻐하고 있잖아.

맥시마: 그다지 기쁘지...

웨이트리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파르페 아이스크림을 건네 받는 맥시마.)

맥시마: ...않은 건 아니지만...

K': 칫... 애초에 누구 때문에 이런 귀찮은 일에 말려들게 됐는데?

맥시마: 물론 내 탓은 아니었지. ...처음 말을 꺼낸 건 우리 공주님이었잖아?

K': 그런데 그 공주님인지 뭔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풀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쿨라.)

쿨라: 아하하하하♪

맥시마: 기뻐해주니 좋군. 모처럼 왔으니 너도 좀 즐기라고, K'.

K': 재미 없어... 지루하기만 하지 즐겁지도 않아.

(그 순간, 의문의 조직이 K' 팀을 습격하려 한다.)

맥시마: ...아무래도 네가 좋아하는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친구.

(공격을 막아내는 K'. 조직원들과 대치한다.)

K': 누구냐, 너희들은...?

맥시마: (조직원들을 분석하며) 글쎄... 우리는 네스츠 과학력의 결정체 같은 인간이잖아.

K': 그래서 모두들 우리를 돕겠다고? 짜증나는군...

쿨라: 이익! 쿨라, 방해하지 마!

맥시마: 참 나, 멋 없는 놈들이군. 휴가는 다 물 건너 갔구만.

K': 칫... 꾸역꾸역 잘도 기어나오눈군. 끝이 안 나.

맥시마: 그래도 지루함은 좀 사라졌지?

쿨라: 이렇게 되면... 쿨라도 제대로 한다!

K': 하는 수 없군...

(K'는 글러브에서 불꽃을 방출할 준비를 한다.)

K': 심심풀이로 놀아주마...!

(선글라스를 벗어 던진다.)

2.2.11. 에디트 팀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대회가 폐막하는 것을 지켜보는 하이데른 부대.)

오퍼레이터: KOF 대회장에 시공진 출현. 주변으로 급속하게 확대 중.

하이데른: 해냈군.

오퍼레이터: 완전 수습까지 60초...

하이데른: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될 거야. 우리 기억조차도... 이걸로 됐어.

오퍼레이터: 그럼 우리가 나갈 일은 없는 거군요. 여태껏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이데른: 불필요한 힘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각 함에 연락, 인양을 준비하라!

오퍼레이터: 알겠습니다...

하이데른: 애쉬 크림슨이 자신을 희생해 세계를 구한 것인가... 아니, 놈을 우리를 구한 것이 아니야. 비록 존재가 사라지기는 했어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킨 거겠지...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거다.

오퍼레이터: 본 함도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함장님?

하이데른: 작전 종료. 전 함, 귀환한다!
2.2.11.1. 추가 일러스트
아래 조합은 엔딩 후 추가 일러스트가 있다.

2.2.12. 애쉬 팀

=====# 인게임 스토리 #=====
로즈: 이번 KOF는 저희 번스타인 가문의 단독 개최인지라, 그에 걸맞은 스타디움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결승전은 전례 없이 화려하게 거행하고 싶군요. 예산? 신경 쓰지 마십시오.

(보탄 일행이 로즈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보탄: 무카이 님이 봉인을 풀고, 마가키 님이 발견하신 오로치의 '기', 그 위에 이 스타디움이 지어져 있죠. '문'을 열 연회의 준비도 곧 갖추어집니다. ...늦지는 않은 것 같군요.

(무카이가 사이키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무카이: 이제 삼신기를 모아 KOF를 진행하기만 하면...

사이키: 무카이...였나? 무능한 놈들 같으니!

무카이: 보탄은 잘 하고 있습니다. 잘못은 다 저 무카이의 탓입니다.

사이키: 마가키는 죽었다. 시온은 행방불명이고. 시간은 없고,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자, 너희들은 죽어라!

무카이: ....

사이키: 너희 목숨이 싸구려라도 도움은 되겠지. 알겠나? 죽어!

무카이: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 하겠나이다.

사이키: ...흠.
로즈: 우승 축....

"음!? 대체 무슨... 시간이 멈추다니...?"

무카이: 오랜만이구나, 인간들아...

"무카이! 역시 네놈들이구나! 대체 무슨 속셈이냐?"

사이키: 휴우~ 너희들 말이다, 시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나!? 냉큼 자기 자리로 가란 말이다, 이 무능한 놈들아.

"넵!"

"애쉬 크림슨? 아니군... 넌 누구냐?!"

사이키: ...그리고 너는 거기서 뭐하는 거냐?

무카이: 사이키 님, 저것들은 저 무카이에게 맡겨 주십시오.

사이키: 후후...

(사이키가 한 손으로 무카이를 노화시켜 죽인다.)

무카이: 큭! ...크흑

사이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냐!

"네놈... 무슨 짓이냐?!"

사이키: 자, 그럼... 시간을 좀 지체했군.

(사이키가 변신을 한다.)

사이키: 이제 네놈들은 죽어줘야겠는데, 오로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되도록 오래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으면 좋겠군.

"까불지 마라! 죽는 건 네놈들이다!"

사이키: 그래! 바로 그거다! 꽤 재능이 있구나. 네놈들은 산 제물로 아주 적합해. 후후... 증오, 분노, 최고의 투지... 지구의 의지를 유지하기 위한 공물로는 최고야! 네놈들의 피와 육신, 영혼의 조각까지 전부 오로치에게 바치도록 하겠다!
사이키: 저항하는 모습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저항해라! 더 절규해라!

보탄: 사이키 님, 문이!

사이키: !? 왜 문이 닫히는 거냐? 어이, 너! 어떻게 된 일이냐?!

보탄: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아, 아닙니다! 시구가 몇 개 사라졌습니다!

사이키: 큭...

(사이키가 변신을 해제한다.)

사이키: 후, 후후후...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들이군. 아니면... 네놈들이 한 짓이냐?

(보탄이 깜짝 놀란다.)

사이키: 그렇다면 꽤나 잘했구나. 칭찬해주...

(애쉬가 사이키를 사살하고 힘을 강탈한다.)

사이키: !! 커흑! 이...놈이....

애쉬: 드디어 빈틈을 보이셨군. 솔직히 좀 위험했어. 아하하♪

보탄: 나를 속였구나, 애쉬 크림슨! 신기를 모을 생각은 애초부터...

애쉬: 너희들은 이제부터 천천히 망해가는 거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대로' 말이야.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하하... 하윽!

(사이키가 애쉬의 육체를 접수한다.)

사이키: 후후... 좋아. 이게 좋겠어... 이 몸을 사용하면 아직 늦지 않았어...

(사이키가 차원의 문을 다시 연다.)

보탄: 사이키 님, 대체... 크아아아아아악!!

사이키: 아직 늦지 않았다... 후후후후....
엘리자베트: 애쉬...?? 들려요? 저에요, 엘리자베트에요!

애쉬: .....

사이키: 소용없다, 애쉬... 난 네놈의 모든 걸 알고 있어... 나는 너의 조상이자 주인이며... 신이기 때문이다. 자, 지금 그 '문'을 통과해서 우리'들'의 시대로 돌아가자. 우리는 몇 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원래 시대에서 준비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두 개의 시대를 잇는 문이 있는 한...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원하는대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 문 앞으로 가라.

엘리자베트: 문이 닫힌다... 애쉬! 왜 그래요!?

사이키: ...왜? 뭘 하는 거냐? 장난은 그만 해라, 애쉬 크림슨! ...문을 통과해라! 네놈! 뭘 꾸물거리는 거냐!

(차원의 문이 닫힌다.)

사이키: 무, 문이! 아아아아아아악!!

(닫힌 차원의 문이 사라진다.)

사이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는 알겠냐? 지금부터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죽음같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타임 패러독스... 과거와 미래의 모순이 발생하면 나는... 내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애쉬: 네가 말했었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바보 아냐? 넌 나를 몰라!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든다고.

사이키: 싫어... 싫어...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우, 우우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애쉬: ...Au revoir~(잘 가라~)

엘리자베트: 애쉬!

애쉬: 마지막에 실수해버렸어요, 베티. 더 잘 끝낼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트: 무슨 말이에요?

애쉬: 조상님을 "지워버렸"으니까… 아마 저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겠죠.

엘리자베트: 어째서...?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한 거에요. 싫어…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난 당신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왔는데!

애쉬: 베티, 미안해요. 이제, 시간이 다 됐네요…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는 애쉬)
로즈: ...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The year’s at the spring,
한 해의 봄

(2003 당시 서드 히어로 팀이 대회 참가를 결정하고 상하이 게를 먹던 모습)

(XI 당시 서드 히어로 팀이 팀원을 구하기 위해 포커를 하는 모습)


And day’s at the morn;
하루 중 아침

(2003 당시 애쉬가 치즈루의 곡옥을 빼앗을 당시의 모습)

(어린 애쉬가 엘리자베트에게 화관을 씌우는 모습)


Morning’s at seven;
아침 7시

(아기 애쉬가 크림슨 집안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모습)

(애쉬 없이 상하이 게를 먹는 2003의 쉔 우와 듀오론)


The hill-side’s dew-pearl’d;
언덕에는 진주이슬 맺히고

(임무를 마치고 해산하는 에이전트 4인방)

(애쉬 없이 포커를 하는 XI의 쉔 우와 오스왈드)


The lark’s on the wing;
종달새는 날고

(거울의 힘이 돌아온 걸 알게 된 치즈루)

(애쉬가 없는 채 오로치의 봉인 앞에 모여있는 2003의 삼신기 팀)


The snail’s on the thorn;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대회가 끝나고 어딘가로 놀러 가는 K'팀)

(애쉬 없이 홀로 화관을 쓴 채 앉아있는 엘리자베트)


God’s in His heaven──
하느님은 하늘에

(인파 속에 숨어있는 보탄)

(크림슨 집안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애쉬만 없다)


All’s right with the world!
모든 것이 평화롭다!

(오로치를 구속하던 물건에 금이 가 있다)

(어린 애쉬와 엘리자베트가 사이좋게 웃는 사진, 점점 멀어진다)

2.3. 에필로그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슈룸과 리멜로)

(갑자기 땅에 창이 하나 꽂히고, 슈룸과 리멜로는 그 쪽을 쳐다본다)

(시온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을 보여주고 암전.)

2.4. 배드 엔딩

====# 시간의 나선 #====
6스테이지까지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중간보스 사이키와 싸우지 못하고 해당 엔딩으로 이어진다.
로즈: 우승 축하드립니다! 번스타인 가문은 이 격조 높은 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찬란히 빛나는 전사들의 왕, King of Fighters를!
(오로치의 힘을 모은 구슬이 금이 간 채로 꺼진다.)

사이키: 너희들, 능력도 없는 주제에 운은 좋구나. ...간신히 '문'을 열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확보되었으니 망정이지... 그 정도도 못 했다면 너희들 다 죽여버렸을 거다! ...어쨌든 처음으로 '되감아서' 다시 시작할 거다. 기적이 두 번이나 생길 거라는 생각은 마라. 무능한 놈들... (이놈이나 저놈이나...)

(애쉬가 오로치의 힘이 모인 구슬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웃으면서 지나간다.)

사이키: (쓸모가 없군.)
====# 종말 #====
스토리 모드에서 중간보스 사이키 혹은 피의 나선에 미친 애쉬에게 패배하면 해당 엔딩으로 이어진다.
'문'이 열렸다. 빛이 넘친다. 그 빛 속으로 들어가는 사이키의 얼굴에 잔혹한 미소가 번진다.

사이키: '이 세계'도 이젠 끝이다.

'이 세계'에 나타난 사이키의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옥좌와 시종들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들을 해온 결과, 그가 본 것은... 전세계에 만연한 땅벌레와 같은 인간들의 무리, 그리고 땅벌레를 피해 숨어 사는 몰락해버린 동족들...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이키는 이렇게 3년간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이다.

사이키: 쓰레기 놈들, 쓸데없이 고생을 하게 만들다니...

지난 천 년간, 동족들이 범해왔던 실수는 모두 파악하고 있다. 더 이상 인간 따위에게 패할 요소는 없다.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역사는 사이키의 손에 달려있었다.

사이키: 어려울 거 없지. 쓰레기들끼리 전쟁을 하도록 하면 돼. 전염병과 타이밍을 맞춰주면, 문명 대청소쯤은 일도 아니지. 빌어먹을 저항 세력 놈들을... 몰살시키는 게 좋겠지. 저놈들이 태어날 예정이었던 땅에서 멸망시켜주마. 그리고 그 모든 정점에 내가 자리잡을 것이다.

야망의 성취를 향해 발을 내딛으며 사이키의 미소가 커져간다.

사이키: 완전한 지식이 있으면 완전한 지배를 할 수 있다. 이 별에 뭐가 필요한지는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다 때려잡아서 먹이로 삼아주마.

사이키는 '문'에서 넘치는 빛의 한가운데에서, 앞으로 영원히 사라질 세계에 마지막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남겨진 모든 패배자들을 저주한다.

사이키: 천천히 즐겨주마...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1] 원문에는 둘 다 이름이 나오지 않으며 소년, 소녀로만 표기돼있다.[2] 정황상 타쿠마에게 발을 밟힌 것으로 추정된다.[3] 이번엔 타쿠마가 로버트에게 발을 밟힌 것으로 추정된다.[4] 정황상 둘이 번갈아서 발을 밟는 것으로 추정. 그 와중에 앞의 3명은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도 유머.[5] 정확히는 어머니가 미국인인 혼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