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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13 20:01:39

데이지 걸

Daisy Girl

1. 개요2. 배경3. 내용4. 영향5. 주인공6. 의의

1. 개요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보낸 광고로, 공화당배리 골드워터 후보를 한 방에 아웃시키는 계기가 된 텔레비전 광고.

선거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 첫번째 네거티브 광고로 평가받는다.[1]

2. 배경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린든 B.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받는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인기 있는 현직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으며 그 반작용으로 존슨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온건보수파의 거두였던 뉴욕주지사 넬슨 록펠러가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거를 1년 앞두고 록펠러가 연하의 여비서와 외도가 나 부인과 이혼을 하고 비서와 재혼하는 섹스스캔들이 일어나며 도덕성을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 사이에서 록펠러의 지지율이 떨어졌다.[2] 거기다, 존슨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높아지자 리처드 닉슨을 비롯한 대다수의 대권주자들이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공화당의 1964년 예비선거 및 전당대회에서 젊은 상원의원 배리 골드워터가 록펠러를 꺾고 대통령 후보 공천권을 받아내는 이변을 일으킨다.

배리 골드워터는 평소 "크렘린에 미사일을 떨어트리고 싶다" "소형 핵무기를 일반 폭격 무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자유를 위해 핵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으며, 전당대회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극단주의는 악이 아니다"라는 연설을 해 온건파 공화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특히 1년 전 쿠바 핵 위기를 겪었던 데다, 니키타 흐루쇼프가 축출되고 중국과 소련 간의 관계가 경직되는 한편 선거 직전에는 통킹만 사건이 터져 베트남 전쟁까지 일어나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대중에게 확산된 상태였기에 골드워터는 더욱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선거 운동이 진행되고 로버트 F. 케네디 법무장관과 존슨 대통령의 불화가 주목을 받으면서[3] 골수 케네디 지지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 강경한 흑인 민권운동의 옹호자 휴버트 험프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됨에 따라 민권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남부가 골드워터를 지지하면서 선거전 초반 10%대에 머물렀던 골드워터의 지지율은 급격히 상승해 30%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존슨 캠프는 위기에 빠졌으며,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 사용을 긍정하는 골드워터 후보의 태도를 역이용하여 네거티브 광고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이 데이지 걸 광고였다. 당시 텔레비전 광고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도일 데인 번바크 사의 토니 슈워츠가 이 광고를 만들었다.

3. 내용


맨해튼 북부, 두 살배기 귀여운 여자아이가 꽃잎을 따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곱, 여섯, 여섯, 여덟, 아홉"[4] 하면서 꽃잎을 센다. 아홉을 세는 순간, 10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소녀의 눈을 클로즈업 하면서 눈에서 핵무기가 폭발하는 장면이 나온다.[5] 그 순간 린든 존슨이 이렇게 말한다.
These are the stakes! To make a world in which all of God's children can live, or to go into the dark. We must either love each other, or we must die.
이것은 도박[6]입니다! 세상을 신의 아이들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어둠 속으로 빠질 것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7]
그리고는 투표를 종용하는 문구가 나온다.
Vote for president Johnson on November 3. The stakes are too high for you to stay home.
11월 3일, 존슨 대통령에게 투표하십시오. 집에 머무르기에는[8] 이 위험은 너무나 큽니다.

4. 영향

1964년 8월에 촬영된 이 광고는 다음 달이자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1964년 9월 7일 밤 10시 직전 CBS 영화 시간에 딱 한 번 나갔다. 배리 골드워터 캠프 측이 격분하여 백악관에 직통 전화를 넣어 항의해, 궁지에 몰린 백악관 측은 광고를 즉각 삭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9]

그렇지만 광고가 너무나 섬뜩해서 단 한 번의 방영만으로도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불과 2년 전에 핵 전쟁의 위기를 맛본 60년대의 미국인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광고를 보고 충격받은 미국 국민들이 백악관과 CBS에 전화를 엄청 때리면서 CBS, NBC, ABC의 뉴스 프로그램들이 뉴스 때마다 이 광고를 틀게 되었다. 광고가 대박을 치자 이후 민주당에서는 골드워터를 겨냥한 광고를 시리즈로 제작해서 방영했다.

대표적으로 몇주 후 방영된 "아이스크림" 광고에서는 어린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에 해설자가 등장해 "원자폭탄 개발 실험으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이 아이가 먹는 아이스크림에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편 골드워터 측은 핵확산 방지조약에 반대합니다"라는 멘트를 친다. 사실상 데이지 걸과 똑같은 내용이었고 역시 대박을 쳐서 골드워터에게 다시 한번 치명상을 입혔다.

정리하자면, 배리 골드워터는 이 광고가 나간 순간 이미 낙선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론조사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골드워터의 지지율 상승세가 멈췄으며, 실제 선거에서도 득표율 61.1% 대 38.5%, 선거인단수 486:52의 대참패를 당했다. 골드워터의 고향인 애리조나, 그리고 플로리다를 제외한 남부 5개주에서만[10] 공화당이 승리했다.

득표율 61.1%는 70, 80년대의 공화당 천하는 물론, 미국 역사상 그 어떤 후보도 득표하지 못한 대 기록으로, 리처드 닉슨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인단수 520:17로 존슨 이상의 승리를 거뒀지만 득표율은 60.7%로 기록을 깨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인단수 525:13로 선거인단수 최고 기록을 세웠으나 득표율은 60%를 넘기지 못했다.

5.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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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1964년, 우측: 2009년)

광고에 출연한 소녀의 이름은 모니크 코질리어스(Monique M. Corzilius Luiz)로, 1961년 5월 3일 뉴저지 주 파인 비치에서 태어났으며 촬영 당시 3세였고 평소에도 꽃잎을 떼면서 놀았다고 한다. 이 광고를 찍고 받은 출연비는 105달러로, 한동안 '모니크 코지(Monique Cozy)'란 예명으로 1960년대 후반까지 각종 광고에서 아역모델로 활동하다가 1975년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 필립스부르(Philippsbourg)로 이민갔고, 1987년에 포르투갈인 남편과 함께 애리조나피닉스로 이주하여 지금까지 그 곳의 금융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광고를 접한 건 2002년이었는데, 그녀는 당시의 그 꽃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밝혔다. TV를 통해 미국 정치계를 뒤집어 놓았건만 정작 본인은 TV를 안 본다고 한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 광고에도 출연했다. (2012년 뉴스위크 기사)

6. 의의

데이지 걸 광고는 현재 텔레비전 네거티브[11] 광고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당연히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악몽으로 손꼽히는 광고이다. 공화당은 이걸 1988년에 되갚았다.

[1] 1964년 이전까지의 광고는 대체로 긍정적인 광고가 주를 이루었다. 대표적으로 1952년 아이젠하워의 "난 아이크가 좋아!"(I Like Ike!), 1960년 케네디의 "It's Kennedy for Me" 광고를 들 수 있다.[2] 지금이어도 크게 욕먹을 사안이지만 이때는 68혁명 이전이라 더더욱 성적으로 보수적인 관념이 강했다. 오죽하면 케네디와 존슨이 록펠러의 재혼 소식을 듣고 "록펠러가 1964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건 맞냐"라며 비웃었을 정도이다.[3] 로버트 케네디가 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이미 부통령 시절부터 존슨은 로버트 케네디를 정치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매우 싫어했고, 대신 자신의 측근이었던 험프리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케네디 지지자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다.[4] 숫자를 엉뚱하게 세고 있다. 원래는 제대로 세도록 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서 자꾸 실수를 했고, 이것이 자꾸 반복되자 감독은 잘못 세는 편이 더 호소력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 촬영 순간을 다룬 녹음본)[5] 트리니티 실험의 영상을 사용했다. 버섯구름이 육안으로도 훤히 보이는 수준으로 가까우면 부상이 매우 크며 살아남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6] stakes는 도박의 판돈이나 결과에 따라 잃거나 딸 수도 있는 대가나 보상 등을 의미한다.[7] 마지막 문장은 영국계 미국 시인 오든의 시 'September 1, 1939'에서 따온 것이다.[8] 즉 투표를 하지 않기에는[9] 존슨은 이 광고를 너무 마음에 들어해 황금시간대마다 계속 방영하자고 했지만(...) 백악관 참모들이 말려서 광고 삭제에 동의하면서도 무척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10]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인종차별 철폐에 반대해 'Deep South'로 호칭되고 있었다.[11] 상대후보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선거전략을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한다. 정치계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 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 유권자에게 각인시키기 쉽기 때문에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채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