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 직후 촬영된 사진. 주변의 건물들은 거의 다 파괴될 정도로 격렬한 베를린 공방전의 한복판에 고가치표적으로 우뚝 솟아 있었음에도 거의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그 방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사진 우상단에 보이는 역은 베를린 동물원역이다.
1. 개요
동물원 대공포탑(Zoo (FlaK) Tower)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베를린 중심의 티어가르텐 옆 베를린 동물원 자리에 지은 높이 40m, 가로·세로 70m의 방공호 겸 대공포탑이다. 일명 1세대 G타워(Gefechtsturm : Combat tower)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전 후기에는 베를린을 공습으로부터 보호했으며, 베를린 공방전때 거치된 대공포를 앞세워 지상군에게 화력지원을 하면서 큰 활약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이런 대공포탑은 베를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요 도시나 요충지에는 한 둘씩 있었는데, 규모가 큰 것만 포함하면 베를린에만 3곳이 있었다. 프리드리히스하인, 홈볼트하인. 이 중 하나인 훔볼트하인은 일부분이 현존한다. 프리드리히스하인도 일부가 남아있다고는 하는데, 전후 그 자리에 조성된 숲에 완전히 가려져서 현재는 볼 수 없다. 거기에다 함부르크에 2곳, 그리고 빈에 3곳으로 총 8곳에 있었다. 이 외에도 동물원 대공포탑이 나치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있었고, 가장 규모가 큰데다가 활약성과 그 위상이 너무 거대하다보니 널리 알려진 것이다.
2. 역사
1940년 8월 25일, 영국 본토 항공전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절 나치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영국 공군 폭격기사령부 소속 폭격기 95기에게 공습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폭격의 규모는 작았고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던 나치 독일의 수도가 폭격당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한몫 했는데, 당시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던 베를린의 방공망이 뚫리는 바람에 나치에 대한 베를린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윈스턴 처칠은 원래 이런 이유로 베를린에 공습을 걸었던 것이긴 했다. 둘리틀 특공대가 도쿄에 폭탄을 떨구고 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이에 나치 독일은 공습을 막기 위해 베를린과 주요 도시에 각각 3개의 대공포탑을 건설하기로 마음먹었고, 동물원 대공포탑도 이 중 하나였다. 1940년 말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1941년에 완공되었고 대공포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대공포병들 외에 다수의 히틀러 유겐트들도 배치되어 업무를 도왔다.
또한 단순히 대공포탑으로서의 용도 외에도 엄청난 수용 능력과 방어력을 살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도록 설계되었다. 동물원 대공포탑은 자체 발전 시설과 급수 시설이 있었으며, 2층에는 박물관의 네페르티티 흉상, 페르가몬 박물관의 제우스 신상 등과 같은 유물들을 보관했고, 3층은 야전병원으로 쓰여 한스 울리히 루델이 다리 절단을 치료받기도 했다. 베를린 전투 때에는 만 명이 넘는 피난민과 패잔병들의 대피소로도 쓰였다.
한편 이 대공포탑은 본래 목적이었던 "베를린에 대한 공습 방어"에서도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당연히 대공포탑 하나로 도시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었기에 대전말기 베를린은 지속적으로 폭격당했지만, 동물원 대공포탑의 존재와 수도였던 탓에 방공망이 꽤 탄탄하였기 때문에 소련 공군이나 미영 공군은 종전시까지 베를린에 다른 도시들처럼 대규모 공습을 가할 수 없었다. 이는 베를린에 산업 시설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대전기 내내 미영 공군은 보복 목적으로 폭격한 드레스덴을 제외하고서는 함부르크, 킬, 루르, 겔젠키르헨, 쾰른 등 산업 시설이 발달되어있는 도시들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그래서 전쟁 당시 독일 도시들 중 베를린은 상당히 적게 폭격당한 축에 속한다. 물론 연합군이 대규모 공습을 아예 안한 건 아니고, 1943-1944년에 영국이 한번 시도하기는 하는데, 조종사/폭격기 승무원 2,690명 사망, 약 1,000명 포로, 전술기 도합 500기 손실이라는 엄청난 피해만 내고 실패로 끝났다. 독일측의 손실은 인명 피해는 약 4,000명 사망, 10,000 부상으로 더 컸지만 이건 폭격이라는 전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측 전술기 손실은 256기로, 영국보다 244기나 적었다. 문제는 독일은 또 이걸 보복한답시고 제공권도 제대로 안잡힌 상태에서 500기나 되는 폭격기를 이끌고 슈타인복스 작전이라는 영국 남동부 공습 작전을 게시했다가 무려 329기의 폭격기를 날려먹고 말았다.
베를린 전투에서, 일단 이 대공포탑은 중순양함 함포 구경인 203mm B-4로도 씨알도 안 먹히는 방어력을 자랑해서 당시 소련군의 육상 포병전력으로는 사실상 공략이 불가능했다. 공군이 없는 이유는 당시 공군의 화력이 지진폭탄 정도가 아니면 육상 포병보다 못했고, 이 건물은 대공포탑이기 때문에 공군으로 들이받는 건 자살행위였기 때문이다.
당시 무기체계중에서 이 흉악한 건축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는 나치 독일의 구스타프 열차포나 영국군의 지진폭탄 정도였고, 소련군에겐 둘 다 없었다. 그나마 5톤 지표파괴 폭탄이 있긴 했으나 지표파괴용, 즉 지면 평탄화용이라 외피가 얇아 관통력이 낮을 수밖엔 없었고, 4발 중폭격기, 즉 전략폭격기인 Pe-8 단 한 기종만이 탑재할수 있어서 맹렬히 저항하는 대구경 대공포진지에 아무렇게나 막 갖다 떨굴 수가 없었다.
그 외엔 전함의 대구경 주포 정도가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수만톤짜리 쇳덩이를 바다에서 도시로 끌고 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이야기. 굶어 죽을 때까지 기다리자니 당시 추산으로는 거의 1년치 식량이 저장되어 있었다고 하니 이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피난민이 몰려들어서 식수는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다). 또 그냥 무시하기엔 베를린 한복판에 떡하니 알박고는 독일 국회의사당과 총통벙커 등 최중요 목표물들을 무시무시한 12.8cm 8문으로 엄호하는 이 눈엣가시를 가만히 둘 수도 없었다.
결국 베를린 전투 막바지인 4월 30일에 소련군이 사절을 보내 항복시켰고, 그제서야 독일 국회의사당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대공포탑이 받은 피해는 폭압으로 깨진 창문과 약간의 흠집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948년 영국군에 의해 폭파되었다. 먼저 좀더 작았던 L 타워가 1947년 7월 28일에 폭파, 철거되었다. 그리고 동년 8월 30일에 G 타워도 폭파시킬 계획으로 언론사 기자들을 다 모아 놓고 다이너마이트 25톤을 모아 터뜨렸지만 멀쩡했다!. 이때 어떤 미국 기자가 취재 후 기사를 쓰면서 "Made In Germany" 드립을 쳤다. 결국 이듬해인 1948년, 4개월에 걸쳐 내부 구조를 일일이 다 약화시킨 뒤 다이너마이트 35톤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폭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해당 위치는 현재 원래대로 베를린 동물원으로 복구되었다. G 타워가 있던 위치는 하마 우리가, L 타워가 있던 위치는 조류관이 되었다.
이곳 말고 베를린에는 프리드리히스하인(Friedrichshain)과 훔볼트하인(Humboldthein)이라 이름붙여진 대공포탑 2곳이 더 있었는데, 이 중에서 프리드리히스하인은 전후 철거되는데 절반 정도가 살아남긴 했으나 전후 그 자리에 조성된 숲으로 완전히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한편 홈볼트하인은 요새의 절반이 살아남아 이르고 있다.
3. 막강한 스펙
수도 베를린을 지키는 거대한 요새답게, 동물원 대공포탑은 수많은 대공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일단 동물원 대공포탑의 옥상에는 당대 최강의 대공포였던 2연장 12,8cm FlaK 4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게 정식으로 배치되기 전에는 10,5cm FlaK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2연장이므로 2×4, 무려 12,8cm 8문이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게다가 저고도 방공을 담당할 20mm나 30mm 4연장화 버전 등 소구경 대공포들도 대량으로 배치되었다.
대공 측면에서 보자면, 초창기 12,8cm는 1문당 최대 분당 12발을 발포할수 있었는데, 여기 설치된 12,8cm는 2연장이었던 관계로 최대 분당 24발을 발포할 수 있었다. 이 포는 개발 당시부터 어느 정도의 대지상 공격능력을 상정하고 만들어졌기에 부각을 -3도로 설계했다. 이는 훗날 베를린 공방전에서 동물원 대공포탑이 대활약하는 바탕이 되었고, 실제로 베를린 전투가 종결될 때까지 소련군 전차들은 이 포탑의 사각으로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장갑도 어마어마하였다. 강화 철근 콘크리트로 벽/천장 두께만 3.5m/1.5m로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 제2차 세계 대전 시기 소련군이 실전에서 사용했던 가장 화력이 강한 곡사포 203mm B-4로도 흠집조차 낼 수가 없었다.
이건 전함에도 비유할 수가 없다. 역사상 이 정도로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 전함도 없었기 때문. 이거랑 비슷한 것이라면 미국이 만들었던 드럼 요새 정도다. 섬을 헐고 콘크리트를 미터 단위로 발라놨던, 동물원 대공포탑과 가장 비슷한 방어 시설이다.
물론 현대에는 맞추기 쉬운 고정표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핵무기나 MOAB같은 초대형 항공폭탄도 필요없이 미군의 GBU-57 MOP와 한국군의 현무 4는 동물원 대공포탑쯤은 일격에 붕괴시키는 위력을 낸다. 2차대전 당시 무기체계로도 영국군의 그랜드슬램이 이것보다 훨씬 두꺼운 강화철근콘크리트로 세워진 유보트 기지도 박살냈으니 동물원 대공포탑도 충분히 격파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폭격기로 대공포탑에 돌격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 외엔 성형작약탄두를 쓰는 대전차미사일이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으로 동물원 대공포탑의 외벽을 무너뜨린 뒤 보병을 투입해서 시설을 점령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대형 항공폭탄이나 열차포를 끌고오지 않는 한 지상군만으로 점령 불가능한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상당한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현대에는 어느정도 골머리만 앓을 뿐, 지상군만으로도 충분히 함락시킬 수 있다. 현대전의 무기들은 단일 구조물의 방어력은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발달했으며, SF에 나오는 초강력 신소재나 방어막이 나오지 않는 이상 2차대전 당시의 동물원 대공포탑급 위용을 뿜는 단일 구조물이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4. 타 도시의 대공포탑들
자세한 내용은 대공포탑 문서 참고하십시오.5. 미디어
제501통합전투항공단 스트라이크 위치스 ROAD to BERLIN 11화에서 베를린에 진을 친 네우로이를 공략하다 함정에 빠진 연합군이 이 대공포탑을 방어진지로 삼아 저항하게 된다. 12화까지 쏟아진 네우로이의 공격을 모두 버텨낸다.스나이퍼 엘리트 V2에서도 주인공이 베를린에 침투하는 미션에서 주 무대중 하나로 등장한다.
영화 몰락에서 히틀러의 생일에 개시된 소련군의 포격을 동물원 대공포탑이 관측했다고 전화상으로 언급된다. 참고로 모든 대공포탑은 고증상 공군 소속이었던 탓에 전화상으로 관측을 보고하는 인물(카를 콜러)도 공군 장성이다.
2차 세계 대전 모바일 게임 월드 오브 워 머신에서 독일군의 본부 모델링이 이 동물원 대공포탑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게임 메달 오브 아너: 에어본의 마지막 미션의 배경이 되는 대공포탑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미션은 무려 이 대공포탑을 공수부대가 강하해서 잡는다는 어이터지는 미션으로, 아니나다를까 주인공이 탄 비행기는 대공포를 맞고 콕핏이 날아가서 콕핏 날아간 구멍으로 강하를 하는 위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