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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21 23:46:07

되놈

1. 개요2. 상세

1. 개요

중국인을 비하하는 오래된 멸칭. 짱깨와 비슷한 말이다.

역사적으로는 만주족을 비하하는 용어였지만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국을 정복하면서 중국인 비하 용어로 의미가 바뀌었다.

2. 상세

원래 되놈이란 중국 한족에 대한 욕은 아니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만주족)에 대한 멸칭이다. 고대부터 한국, 중국에서 저들을 도이라고 많이 불렀다. 島夷라고도 썼고 한자가차로 刀夷, 刀伊라고 쓰기도 하며, 말갈-여진족 시절부터 사용했던 말이다. 삼국시대부터 살을 맞대고 지낼 수밖에 없는 터라 비교적 미개하다고 생각한 그들을 이렇게 일컬었다.

발해도이라고 부른 자료도 여럿 남아있다. 등주자사 위준 묘지명이나 장건장 묘지명(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발해 자체가 건국자 대조영도 고구려의 별종이라고 해서 말갈과 최소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고 건국에 말갈인이 많이 참여한데다 발해 영토가 말갈의 영역을 많이 포함했기 때문에 사실상 말갈-여진족 비하용어를 발해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만주가 섬이 아니고 대륙의 일부인데 어째서 섬 도 자를 써서 섬오랑캐라고 불렀냐면 刀伊라는 같은 음 다른 표기도 존재하므로, 단순히 한자를 이용한 차자 표기일뿐 한국고유어휘이기 때문이다.

일본 쪽 기록에서 나오는 "도이의 입구"처럼 고려시대에 여진족들을 낮잡는 뜻으로 이르던 말로 일본에서도 용례가 발견된다.

11세기에 일본 규슈에 여진족 해적들이 쳐들어온 일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일본에선 '도이(刀伊)의 입구(入寇:적이 쳐들어온다는 뜻)'라고 부르며 포로로 잡혔다 구출된 고려 사람이 당시 여진족 해적들을 '되놈'[1]이라 불렀기 때문에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려인들이 한족들을 아예 무시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1123년에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중국인, 즉 한족들이 때가 많고 더럽다며 무시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보아 현대엔 되놈이란 단어로 통일되어 전하지 않지만 그 당시에 한족들을 비하하는 호칭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 조선 전기 북방 여진족의 약탈 등으로 계속 악감정이 있어 이 표현은 계속 살아남았다.

연암 박지원열하일기에도 나온다. 박지원이 술 먹고 숙소에 돌아와 혼자 담배를 태우는데 발자국 소리가 나서 놀란 박지원이 누구냐고 묻자 그 쪽에서 소인 되놈이오.[2](원문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라고 대답해서 박지원을 뒤집어지게 한다. 이 '도이노음'의 정체는 박지원 일행을 호위하던 청나라 갑군 병사. 박지원은 이 일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갑군이 자기를 ‘도이노음’이라 하다니 정말 배꼽 잡을 일이다. 갑군은 여러 해 동안 사신 일행을 모시는 사이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말을 배웠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오랑캐를 ‘되놈’이라 한다. 그들 앞에서도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겠거니 하고 ‘되놈’이란 말을 종종 쓴다. 심지어는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되놈’이란 말을 쓰기도 하니, 영판 자기들 호칭이 조선말로 ‘되놈’인 줄 알았던 모양인데, 자기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밝히려고 ‘도이노음이요’ 했던 모양이다. 따져보면 ‘도이’는 ‘도이島夷’가 와전된 말이요, ‘노음老音’은 낮고 천한 이를 가리키는 말, 즉 조선말 ‘놈’의 와전이다. 또한 ‘이요伊吾’란 웃어른에게 여쭙는 말이다. -<열하일기>, 도강록. 7월 5일 진사[3]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국이 되어 수백 년을 이어온 나머지, 중국놈=되놈 이렇게 되어 현재는 만주족이 아니라 한족 중국인을 까는 데 쓰이고 있다. 반면 한족이 아닌 북방민족을 까는데는 오랑캐란 말이 대신 쓰인다.[4] 하지만, 아직 소수민족으로 만주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뭔가 이상하긴 하다.

서울 성북구돈암동은 미아리 고개 일대가 병자호란 당시 청군의 주 침공루트였는데, 이를 본 한성부민들이 되놈이 넘어온 고개라는 뜻으로 '되넘이 고개'라 부르던 것을 한자로 음차하여 돈암현(敦岩峴)이라 하면서 비롯되었다.

'뙤놈', '떼놈'이라는 변이형태도 존재. 근대문학에서 구어체로 쓰일 때에도 흔히 등장하며, 소리를 내어 말할 때 된소리로 "뙤/뛔놈"이라고 하는 것이 포인트. 특히 확실히 중국인을 까는 용도로 쓰일 때는, 때가 많아서 더럽다고 하여 때놈[5], 큰나라(大國) 놈이라 하여 대놈, 인구수가 많아 떼로 몰려다니니 떼놈이라는 식으로 민간어원설을 풀어서 까기도 한다. 때가 많아서 때놈이란 말은 몰라도, 대놈과 떼놈은 역사 시절부터 있었던 진짜 민간어원. 심지어 국사 교사 중에서도 되놈의 실제 어원이 대놈인 줄 알던 사람이 있었을 정도.

한편 앞뒤할 때의 뒤와 어원이 같으며, 뒤가 공간상 뒤쪽뿐 아니라, 방위에서 북쪽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北쪽놈"이란 뜻이라는 설도 있다.[6] "되"가 북쪽을 가리킨다는 것은 "된바람"이 북풍을 뜻한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21세기에도 이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짱깨라는 표현에 비하면 어감상 멸칭이라는 느낌이 약한편이기도 하고, 짱깨라는 표현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좀 생소한 단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1] 당시 '되'의 발음은 '도이(toi)'였는데, 18세기 이후 복모음의 단모음화가 일어나면서 '되(トイ)'라는 발음으로 바뀌었다.[2] 소인 도이노음이오(島夷老音伊吾, 되놈이오)[3] 현대로 치면 이렇다. 중국에 간 특사의 수행원 역할을 맡은 외교관들이 경호를 맡은 중국 공안, 또는 국가안전부 직원들을 대놓고 짱깨, 짱깨(굳이 이 말이 아니더라도 현대에 중국인을 비하하는 멸칭 전부 가능하다. 다만 짱깨가 많이 쓰이므로 그렇게 서술.)라고 부르다가 밤이 되어 숙소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던 중 호텔 객실문 밖에서 낯선 발걸음이 들려서 "누구세요"라고 물으니 중국 공안, 또는 국가안전부 직원이 "아 저, 짱깨인데요."라고 말한 셈이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진지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일.[4] 오랑캐는 와르카에서 유래[5] 그런데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책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은 남녀 구분 없이 같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걸 즐기고 중국인들이 때가 많고 더럽다고 무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볼 때 꼭 '되놈'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고려인 입장에서 불결해 보이는 중국 한족들을 비하하는 호칭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6] 반대로 중세 국어에서는 한자南의 대역으로 "앏"이라 주석이 달려 있는데 "앞"이 남쪽의 뜻으로 쓰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