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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12-17 17:30:53

떨어지는 감알



1. 개요2. 시 전문3. 작품 해설
3.1. 요약

1. 개요

1992년 발표된 전병구[1][2]의 시.

2. 시 전문

떨어지는 감알
전병구
잡초 무성한 관산 나루 언덕
분계선이 가로 건너간 곳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감알

주인은 없고 집터만 남은 자리
벌써 몇몇 해 한 그루 감나무
저 혼자서 감을 익히우고
무정히도 떨쿠고 있느냐

손을 내밀면 빨갛게 익은 감 한 알
얼른 집어 들 수도 있으련만
가슴을 찌르는 분계선 철조망이
한 걸음도 옮길 수 없게 하누나

안타까워라 감나무야
분렬의 고통을 너도 당하니
언제면 주인을 다시 불러오랴
네 푸른 아지를 타고
즐거이 감을 딸 그날이 오랴

저렇게도 탐스러운 감알을 고여 놓은
잔칫상 받고
림진강 건너 파주로 시집갔다는
이 마을 처녀들
감알처럼 빨갛던 그 얼굴들에
지금은 주름살이 퍼그나 깊어졌으리
그 시절의 그 각시들 어느 곳에 있느냐
저 강 건너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그들
꿈결에나 안아 볼 빨간 감알
후두둑 후두둑

이 가슴을 친다
이 땅을 친다
주인을 부르며 통일을 부르며
후두둑 후두둑 아, 떨어지는 감알

3. 작품 해설

이 시는 모두 6연 31행으로 된 비교적 긴 자유시로, 평이한 시어들을 중심으로 분단의 현실에서 당하는 고통과 통일의 당위성을 감의 상징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시의 전체적인 구도는 군사분계선에 빨갛게 익어가는 을 보면서 분단 이전의 평화로웠던 시절을 상기하고, 다시금 그러한 시절로 돌아가 남북이 하나 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먼저 1연에서 시적 자아는 '잡초 무성한 관산나루'와 '분계선'을 등장시켜 남북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강조한다. 분계선의 저 너머에 떨어지는 '감알'은 불구와 같은 국토의 상처를 딛고 결실을 맺어주었다는 점에서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증명하고 있지만, 분계선에 가로막혀 그 결실을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인위적 현실의 비극성이 더욱 부각된다. 2연 또한 분단으로 인해 사람이 거주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무심히 '저 혼자서 감을 익히우'며 떨구고 있는 감나무의 모습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자연의 풍요로움과 대비되는 '주인은 없고 집터만 남은 자리'라는 결핍과 상실의 이미지는 분단의 부자연스러움과 불모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3연과 4연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어조로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그날에 대한 염원을 토로하고 있다. 3연에서는 '빨갛게 익은 감'을 손에 넣을 수 없도록 하는 '분계선 철조망'에 대해서 '가슴을 찌른'다고 표현함으로써 분단의 현실이 물리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심리적인 상실감과 같은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4연에서는 '분열의 고통'을 감나무에 전이시키면서 언제나 '푸른 아지를 타고 / 즐거이 감을 딸 그날이 오랴'라고 탄식하면서 분단이 극복되는 그날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5연에서는 분단 이전의 평화롭고 풍요로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분단의 현실에 대한 아픔을 다시금 상기한다. '탐스러운 감알', '감알처럼 빨갛던 그 얼굴들' 등의 이미지는 풍요로운 삶의 모습을 대변해준다. 과거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었던 것은 '림진강 건너 파주로 시집 갔다는 / 이 마을의 처녀들'이 상징하고 있듯이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었던 상황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분단으로 인해 그러한 교류와 협력이 끊어지고 단절의 세월이 길어지자 '그 얼굴들에 / 지금은 주름살이 퍼그나 깊어졌으리'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력을 상실하고 퇴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6연에서는 결핍과 상실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탐스러운 감알에 통일의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시적 자아는 남과 북이 서로 혼인하고 협력하던 그 시절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음을 한탄하면서 현실의 불모성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꿈결에나 안아볼 빨간 감알'이라고 표현하며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올 수 있는 꿈에도 그리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암시한다. 이어서 떨어지는 감알이 '이 가슴을 친다 / 이 땅을 친다 / 주인을 부르며 통일을 부르며'라고 표현하며 빨간 감알이 상징하는 풍요로운 미래를 가져올 통일에 대한 열망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3.1. 요약

이 시는 군사분계선 철조망 건너편에서 탐스럽게 익어 떨어지는 감을 보면서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올 통일의 그날을 염원하고 있다. 시상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1연과 2연에서 분계선 너머로 탐스럽게 익어 있는 감을 통해 분단의 상실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3연과 4연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어조로 분단이 몰고 온 정신적 고통과 통일의 그날에 대한 염원을 토로한다. 5연에서는 파주로 시집가던 처녀들을 떠올리며 풍요로웠던 남북 협력의 시대와 주름살 늘어가는 분단의 시대를 대비하고, 6연에서 다시금 탐스러운 감알을 통해 풍요로운 통일의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1] 전병구는 북녘 시인으로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출생했으며, 1960년대 중엽부터 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발표한 대표적 작품으로는 「아, 그날부터였습니다.」(1968), 「목표 청년갱, 소대 앞으로」(1972), 「온나라의 마음에 받들려」(1973), 「철령의 밤」(1973), 「백두산으로」(1974), 「더욱 더 넓혀가리라 조국의 기슭을」(1976), 「옛 격전터를 투사는 거닐은다」(1977), 「분배 받은 날」(1977), 「백두산상에서」(1978) 등이 있다.[2] 「떨어지는 감알」은 1992년 『조선문학』에 발표되었었던 작품인데,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남북한 시인들의 작품을 수록한 『오늘이 그날이라면』(청동거울, 1999)이라는 시집에 재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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