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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6:00

리전(마블 코믹스)/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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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데이빗 찰스 할러
1.1. 스코틀랜드 방언1.2. 의외의 서브컬처 지식
2. 성격상의 밝은 면
2.1. 선량함2.2. 창의적이고 독특한 발상2.3. 뛰어난 임기응변2.4.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력2.5. 행동력과 능력의 시너지 효과2.6. 사정에 따라 적대자에게도 관대한 마음가짐
3. 성격상의 어두운 면
3.1. 트라우마3.2. 아버지의 그림자3.3. 힘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3.4. 모순적 마키아벨리즘이상주의적으로 편향된 사리사욕3.5. 퍼펫 마스터3.6. 강함과 위험도에 대한 안전불감증3.7. 돌발적 변수에 의한 얼빠진 면모3.8. 독설가3.9. 대인관계 경험의 부족3.10. 뮤턴트 동족의 적들을 향한 냉혹함
4. 엑스맨과 충돌하는 사상5. 연인과의 관계6. 총평7. 관련 문서

1. 데이빗 찰스 할러

리전 본래의 코어 인격. 외모는 작중 언급에 따르면 찰스와 닮은 편인데, 젊은 시절의 찰스에서 삐쩍 마른 생김새이며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변하지 않는 빗자루 머리가 특징.

언제나 다른 인격들의 개성과 힘에 묻혀서 본래의 자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에는 다른 인격들이 벌인 짓을 수습할 때만 활약하는 등 여러모로 작중 취급이 안 좋았으며, 자학적이고 시크한 듯하면서도 겁이 많다는 점 외에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 했다.

그러나 엑스맨 레거시 Vol.2가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처음으로 진짜 인격인 데이빗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단순한 다중인격 초능력 잔치, 대체우주 제작기, 플롯 생성기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리전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새롭게 소개했다.

처음에는 정신적인 성장이 10살의 자폐아 정도에서 멈추었으나, Age of X의 영향으로 인격이 나이에 맞게 성숙해졌다. 레거시 2부에서는 18~22세 정도의 나이로 추정되며 주인공이 되면서 점점 더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겁먹은 어린아이 같은 부분은 남아있지만,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그것을 감추려 한다.

아버지의 죽음이나 카라스, 소조보 텐구 쌍둥이 그리고 연인 루스 올다인과의 만남 등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변화한다. 또한 아버지나 엑스맨과는 다른 방식으로 뮤턴트 동족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능동적으로 활동한다.

1.1. 스코틀랜드 방언

데이빗의 아버지 프로페서X는 미국인, 어머니 가브리엘 할러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런데도 말투는 의외로 스코틀랜드식 방언이 살짝 섞여있는데, 이는 데이빗이 자란 곳이 뮈어 섬(Muir island)이라는 스코틀랜드 끄트머리의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리전을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좋아하는 엑스맨 레거시 Vol. 2의 작가 사이먼 스퍼리어는 챔버와 데이빗이 서로 대치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이를 반영시켰다.

1.2. 의외의 서브컬처 지식

데이빗은 자신이 직접 본 적은 없으면서도 의외로 서브컬처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적대자에게 빈정거리는 농담이나 독백 등에서 해리포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등의 유명한 작품들과 관련된 비유를 하기도 한다. 특히 스타워즈 관련으로는 웜프랫에 대한 비유를 할 정도로 많이 아는 편이다. 이밖에 다른 분야 지식도 있는지 비스트를 이빨을 드러낸 쿠키 몬스터의 쌍둥이라고 부르거나 "판타지 게이머 전략 101: 힐러는 먼저 잡아야 된다"같은 드립을 치며 회복능력을 지닌 상대를 쓰러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가미스트 인격의 힘을 써서 루스와 함께 달에 갔을 때는 루스가 왓치맨 코믹스의 닥터 맨하탄에 비유한 농담을 하자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유명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이나 판타지 게임 관련 서브컬처 지식은 의외로 아는 게 많지만 만화 원작 영화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사실 경쟁사 작품이라서 그런게 아닐까[2]

2. 성격상의 밝은 면

본래 인격 데이빗의 본질은 선량함이다. 비록 온갖 사악한 인격들에 의해 시달리고 있어도 본래 인격 만큼은 지나친 이상주의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타심이 강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이런 이상주의자 같은 선량함이 단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이게 데이빗의 내면 자아를 강화시키는 원동력에 기여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나침반 역할도 한다.

먼저 내면 자아를 강화시키는 원동력에 기여하는 이유는 본래 인격 데이빗의 내면 자아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즉, 데이빗이 선량한 천성에 따라 타인을 위해 움직이면 그 결과로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침반 역할을 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이 지닌 자질들을 뮤턴트 동족의 미래를 위하는 방향으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데이빗이 지닌 비범한 자질들은 조금 독특하기는 해도 창의적인 발상력과 큰 그림을 그리는 교활함 등이다. 작중에서는 이러한 자질 덕분에 텐구 쌍둥이에게 늙은 두뇌와 젊은 영혼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만약 악랄함이 그가 행동의 방향성을 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면 그는 본인의 모든 자질들을 최대한 악용했을 것이다.

애초에 데이빗이 어떠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하는 수단은 비열하고 교활하더라도 그 목표 자체랑 달성한 결과 만큼은 뮤턴트 동족들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런 선량함이 그의 본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데이빗의 선량함과 여러 장점들은 밝은 면으로 이어진다.

2.1. 선량함

성장배경과 자신의 정신세계라는 특수한 환경의 영향인지 이타적이고 선량한 부분조차 묘하게 정상에서 어긋나 있다. 예를 들자면 작중에서 어머니 가브리엘 할러가 죽은 직후에 데이빗이 루스를 찾아가서 이런저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렇게 슬퍼하면서도 "너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네 앞에서 꼴사납게 굴어서 미안하다"며 루스의 입장을 배려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신도 슬프고 정신없는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진정한 뒤, 자신을 위로하던 상대방을 역으로 배려하는 모습은 데이빗의 비정상적인 이타심을 보여준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슬픈 미소를 지어보일 수 있는 비정상적으로 이타심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이타심은 데이빗의 선한 본성이자 그가 옳은 일을 행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원동력이 된다.

2.2. 창의적이고 독특한 발상

데이빗: 에너지의 강한 충돌. 번쩍임. 엑스맨이 찾고 있는 것은 그런 것들이지. 하지만 내가 찾는 것은? 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파워가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하겠어. 작은 것들말이야.
데이빗: 명예를 훔치는 초능력을 가진 뮤턴트. 신뢰를 훔치는 도둑.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조용한 기술이야. 작은 것.
루스: 하지만 그는, 죄송해요... 그는 어쩐지 슬퍼보여요.
데이빗: 아아, 그래... 그 어떤 능력도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지. 안 그래? 너와 나 둘 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산티는 어떨까? 단지 그에게는 그 대가가 천천히 왔을 뿐이야.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진실. 자격 없는 승리자라는 양심의 가책.

데이빗은 아버지를 닮은 건지 말솜씨가 뛰어나고 머리도 좋다. 특히 계략을 꾸밀 때는 아버지보다도 영악하고 기발하다. 또한 언제나 무슨 일이 터지고 나서야 움직이는 엑스맨이나 일반적인 히어로들과 달리 데이빗은 수동적인 대처보다 능동적으로 먼저 움직이기를 추구한다. 그런 태도의 차이 탓인지 기존의 문제 대응방식에 얽매인 엑스맨이나 아버지에 비해 발상이 자유롭고 독특하다.

뮤턴트들이 차별받는 사회를 개선하려는 계획을 준비했을 때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뮤턴트 산티 사르디나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정치적으로 차별을 해결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 레드 스컬이 어느 연구소 소장을 뮤턴트에게 희생된 순교자로 만들어 뮤턴트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통해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통제하려는 계획을 준비했을 때는 그걸 역이용했다. 협력하는 척 접근했다가 산티 사르디나를 불러내서 산티의 힘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왜 뮤턴트를 증오하는지 자신에 대해 고찰하게 만들어서 뮤턴트 차별에 질리도록 유도한 것이다.[3]

영국과 어느 중동 국가 사이의 중요한 교류가 있던 날에는 뮤턴트들을 조종해서 영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했다. 또한 방송까지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소식을 전함으로써 뮤턴트들이 나라와 국민들의 삶에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확인시키고, 영국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는 선전 효과와 더불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심지어 당시 데이빗이 조종한 뮤턴트들은 죄다 영국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마지막에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할 뻔한 중동 국가 대통령을 살려서 외교적 위기로부터 영국을 구한 것도 영국인 뮤턴트 피터 위즈덤이었다. 이는 같은 국가라는 점을 이용해 영국인들의 뮤턴트들에 대한 호응도를 올리고 자신들과 같은 소속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다.

이런 창의적이고 독특한 사고방식은 능력을 쓸 때도 활용된다. 뇌사 상태의 소녀에게 환상 능력을 지닌 자신의 인격을 깃들게 해서 소녀를 새로 각성한 뮤턴트로 위장시키거나, 자신을 죽이려는 중국 군인들의 뇌에 있는 쾌감을 느끼는 세포들만 폭주시켜서 과도한 쾌락으로 고통없이 황홀하게 기절시켰다.

데이빗이 주인공인 엑스맨 레거시 Vol.2를 맡았던 사이먼 스퍼리어라는 작가는 데이빗이 헐크와 싸운다면 어떨지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헐크와 싸우면 헐크의 발바닥을 간지럽혀서 분노를 잠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특한 발상은 데이빗 본인에게는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모든것을 실행할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쾌락으로 적을 기절시키거나, 뇌사상태의 소녀에게 다른 인격을 깃들게 하는 전략같은 건 같은 능력이 있더라도 누구나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은 아니다.

즉, 단순히 여러가지 능력이 있어서 발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데이빗 본인이 창의적이고 독특한 발상력을 지녔기에 가진 능력들을 기발하게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2.3. 뛰어난 임기응변

사실 데이빗은 의외의 실수를 저질러서 얼빠진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수로 인한 위기상황을 기발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텔레파시 밖에 못 쓰는 상태로 대텔레파시 장비를 지닌 사이비 종교 해피 호스트의 교회에 잠입했을 때는 그들의 안수기도를 이용해 피부로 직접 사이킥 에너지를 흘려보내서 텔레파시를 성공시켰다.

또한 이때 자신이 저지른 죄목을 그들이 저지른 것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그 다음 소드애비게일 브랜드 국장이 찾아와서 그들의 진술을 의심하고 자신을 추궁하자, 재치있게 국장의 뮤턴트 애인이라는 키워드로 그들을 도발해서 브랜드 국장에게 침을 뱉게 유도했다. 결국 브랜드 국장은 사적인 감정과 더불어 그들이 반뮤턴트적 사이비라는 걸 감안하여 데이빗 대신 그들을 체포했다.

2.4.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력

비록 특수한 상황에 의한 터무니 없는 변수들 때문에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데이빗이 계획을 꾸미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그의 큰 그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영국에서의 사건이나, 레드 스컬의 연구소, 사이클롭스와의 맨손 결투다.

먼저 영국에서는 사전에 영국 출신 뮤턴트들을 선별해서 그들을 불러모은 뒤, 그들을 조종하며 일을 벌이는 동시에 MI-13이라는 영국의 정보기관 국장 피터 위즈덤을 속여서 환상능력으로 시간을 벌었다. 이미 그의 계획이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환상과 싸우던 위즈덤은 탈출후에 그가 건네준 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것조차 데이빗이 영국에 뮤턴트들의 가치를 홍보하려는 계획의 일부였다.

레드 스컬의 연구소 사건 당시에는 루스가 지켜보는 와중에 자신이 X-Cise라는 약을 원하는 듯이 행동했다. 그로 인해 루스가 자신을 구하고자 엑스맨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상정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방송을 통해 대놓고 약을 먹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벌였다.

결국 데이빗의 계획대로 루스가 엑스맨과 함께 나타나자 레드 스컬이 전투 도중에 그들에게 간섭해서 연구소장을 죽이게 했다. 루스 일행의 개입으로 레드 스컬의 의도가 틀어졌지만, 레드 스컬은 임기응변으로 방송을 통해 이런 장면을 중개해서 사람들을 뮤턴트 혐오로 단결시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레드 스컬의 임기응변까지도 전부 데이빗의 큰 그림이었다. 애초에 이 계획은 이런 상황을 유도하고서 산티 사르디나를 소환해서 산티의 힘을 이용하는 게 핵심이었던 것이다. 즉, 처음부터 레드 스컬을 상대로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루스와 엑스맨을 끌어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이클롭스와의 대결은 처음부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행동한다는 거짓 당위성으로 모두를 속인 뒤, 이면에 진정한 계획을 숨기고 있었다. 사이클롭스 일행 및 매스컴까지 속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빗은 그 모든 상황을 이용했다. 바로 루카 올다인의 예언이 실현된 듯한 거짓 미래를 연출하는 것에 모두를 이용한 것이다.

그럴듯한 당위성과 의심할 수 없는 환상 능력을 동원한 이 계획 자체는 완벽히 성공했고 숨어있던 루카를 잡을 수 있었다. 비록 사이클롭스가 데이빗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거라고 믿으며 삽질한 결과물이 모든 걸 망쳤어도 말이다. 이렇듯 상정을 벗어난 돌발적 이레귤러가 상황을 망칠 뿐이고 데이빗이 큰 그림을 그리는 재주 자체는 뛰어난 게 맞다.

2.5. 행동력과 능력의 시너지 효과

원하는 게 있으면 강한 힘을 기반으로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해 신속하게 행동하는 타입인지라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목적도 없이 갈팡질팡 헤매는 짓은 하지 않는다.

다른 인격들의 능력을 다루는 솜씨도 그가 어느 누구에게도 능력 자체를 다루는 기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고 교활하다.

이를 바탕으로 웜홀 능력을 써서 외계인 군단을 소환해서 엑스맨의 시선을 끌고 자신은 블라인드폴드를 만나러 잠입하거나, 루카 올다인을 잡기 위해 함정을 준비할 때는 세상의 모든 통신망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의 방송이나 누군가의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까지 모조리 들여다보고 원하는 키워드의 정보를 탐색하는 능력을 쓰기도 하는 등 강력한 초능력들과 행동력이 무서울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엑스맨 레거시 Vol.2 14번째 이슈에서는 루스의 정신체와 MI-13의 국장 피터 위즈덤을 딜루져너트라는 인격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홀로그램 세계[4]에 가두었다. 그와 동시에 여러 장소에 보낸 뮤턴트들을 조종하면서 자신의 파워를 주입하여 그들의 능력을 강화시키고 최대치로 발휘하여 영국 사회에 공헌하였다.

사일록사이킥 검으로 중동 지역에 갔다가 돌아온 영국 군인들의 PTSD를 베어내서 지워버리거나, 챔버의 힘으로 2주 동안 무료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시키는 등, 영국 각지로 보낸 여러 명의 뮤턴트들을 동시에 조종해서 각자의 특기를 살린 이 계획은 영국 사회에 뮤턴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 모든 작업은 데이빗이 능력 사용에 대해 어떠한 훈련도 받지 않고 해낸 일이다.

그야말로 엑스맨이 받는 훈련과 데인저 룸 시뮬레이션이 전부 부질 없어보이고 아버지인 찰스 자비에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멀티태스킹 테크닉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텔레파시를 다루는 실력이나 응용력도 뛰어나고 그걸 활용해 다른 인격들을 제압하여 다루기도 한다.

강력하고 능숙한 텔레파스들의 함정에 당하는 걸 보면 의외로 같은 텔레파스끼리의 사이킥 대결에서는 다중인격에 시달려서 약해진 정신상태로 인해 미숙한 면도 보여주지만, 레거시 Vol.2 후반에 다른 인격들을 흡수한 게슈탈트 인격이 된 상태에서는 소드의 초능력 억제 구속구도 스스로 부수는 등 이런 약점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2.6. 사정에 따라 적대자에게도 관대한 마음가짐

적대자가 뮤턴트들의 위협이 되는 명확한 범죄자 혹은 뮤턴트에 적대적인 성향을 지녔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성장할 수도 있는 잠재적 악인이 아니라면 죽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잠시 정신의 주도권을 잃은 동안 다른 인격들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중국 인민군과 마찰이 생기자 중국 군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음에도 뇌의 쾌감을 느끼는 세포를 폭주시켜서 극상의 쾌락으로 고통없이 행복과 함께 기절시키는 식으로 제압했다.

사이클롭스 진영 엑스맨의 매그니토를 상대했을 때는 중력조작으로 헬멧을 벗긴 뒤에 텔레파시로 잠들게 해서 제압했다.

그리고 사이클롭스 진영 엑스맨의 마법사 뮤턴트 매직을 상대했을 때는 사이킥 계열이 아닌 세뇌능력을 써서 일시적으로 마법의 존재를 믿지 않게 만들었다. 지금껏 마법을 익혔던 자신의 삶은 그저 인생의 낭비였다는 생각을 유도하여 일시적 멘탈붕괴를 일으켜서 죽이지 않고 쓰러트린 것이다.

심지어 뮤턴트 증오에 빠진 사이비 교인들조차 계략을 써서 이용만 했다. 소드라는 기관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의심어린 시선을 사이비 교인들에게 돌려서 그들이 체포당하도록 유도했을 뿐이고 죽이지는 않았다.

이처럼 되도록이면 타인이 다치거나 죽는 걸 싫어한다. 특히 무고한 이들과 어린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 자체를 불쾌하게 여긴다. 그래서 적대자가 자신의 문제에 휘말린 인물이거나 뮤턴트의 적이 아닌 경우, 혹은 명확한 뮤턴트의 적이라도 살려두면 다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조금 독특하지만 적대자들에게 평화적인 수단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요약하자면 개선의 여지가 보이거나 사정이 있어서 자신과 적대하는 무고한 이들에게는 관대하다.

3. 성격상의 어두운 면

데이빗은 워낙 입체적인 인물인지라 효율성과 실리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성격상의 어두운 면도 때로는 장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뮤턴트 종족의 명확한 적이라고 판단한 대상을 가차없이 제거하려는 냉혹한 대응같은 게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어두운 면의 위험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때문에 빌런의 강함을 보는 척도가 남들과 달라서 변수를 간과하고 위기에 처하는 등, 도덕성이나 트라우마와는 별개로 지나치게 강한 힘이나 허당 기질로 인한 단점도 있다. 또한 데이빗의 이런 어두운 면에 많은 영향을 끼친 트라우마나 씁쓸한 경험들 자체가 데이빗의 정신적 약점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위태로운 사고방식과 트라우마는 어두운 면으로 분류했다.

데이빗의 어딘가 엇나간 이타심과 창의성이 밝은 면으로 이어진다면, 데이빗의 명확한 적에 대한 냉혹함이나 트라우마 등으로 형성된 몇몇 위태로운 사고방식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진다.

3.1. 트라우마

데이빗의 가치관을 형성한 것은 다른 인격들이나 타의에 의해 어린 시절부터 레거시 Vol.2 이전까지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유 의지가 짓밟힌 삶을 살았던 트라우마의 영향이 크다.

데이빗은 친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거절당하고 뇌파제어 장치로 의식불명 상태를 유지하거나 밥 대신 마취제를 꼬박꼬박 주입받으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코마 상태 혹은 마취 상태로 연구실이나 엑스맨 내부 범죄자 수용시설에서 보관당했다.

심지어 아버지의 필요에 따라서 강제로 무기처럼 다루어지기도 했다. 이때 자기를 필요로 해주는 거냐는 데이빗의 질문에 대해 아버지가 돌려준 대답은 가관이다.

"너 하나로는 부족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리전(군단)이다." 즉, 내게 필요한 건 아들로서의 네가 아니라 내 엑스맨을 구할 무기로써의 너라고 아들에게 대놓고 말한 거다.

오죽하면 데이빗 본인도 엑스맨 레거시 초반에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일주일 동안 누구도 자기 정신속을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날(Age of X)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데이빗 안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가장 크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다른 인격들의 위협이나 엑스맨의 차가운 시선보다도 데이빗을 가장 괴롭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더불어 다른 인격들로 인한 사건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과 아버지를 실망시킨다는 두려움이 데이빗의 내면에 가장 강하게 자리잡은 족쇄인 것이다.

사이클롭스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찰스를 뮤턴트들의 왕으로 비유하자면 친자식이 아님에도 찰스가 진정으로 아끼고 친아들 같이 여긴 사이클롭스는 왕자였다. 그러나 데이빗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온갖 발버둥을 치고도 실패해서 버려진 광대다.

찰스가 그렇게나 친아들보다 아끼던 애제자 사이클롭스의 손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구하다.

같은 오메가 레벨 뮤턴트라도 프랭클린 리처즈와는 정반대의 인생이다. 프랭클린 리처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정상적인 유년기를 보내서 정신도 건강하다. 그러나 리전은 10살 때 다중인격이 되었으며, 훗날 아버지에 의해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위치한 어느 정신병 걸린 뮤턴트 마을에 버려졌다.

그리고 데이빗은 리전(Legion)이라는 코드네임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리전. 즉, 군단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병든 정신들, 다중인격과 그들이 가진 능력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가령 블랙 볼트처럼 말하지 못하는 히어로가 있다고 치고, 그 히어로의 코드네임이 벙어리라면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데이빗을 리전이라고 부르는 건 그것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성경에 나오는 '군단(legion)'이라는 악마를 연상시켜서 자신의 콤플렉스인 다중인격을 악마적인 이미지로 만들기까지 하기 때문에 본인을 리전이라 부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상대가 자신을 리전이라 부를 때마다 데이빗이라 부르라고 꼬박꼬박 대꾸한다.

그런데 정작 다른 이들이 데이빗을 리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잭 웨인이라는 인격이다. 영혼 전쟁 당시 리전의 초창기 인격들 중 하나인 그가 스스로 리전이라고 칭했기 때문이다.

3.2. 아버지의 그림자

데이빗에게 있어서 아버지 프로페서 엑스는 깊은 애증의 대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증오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숭상하는 마음이 크고 깊다. 오죽하면 작중에서도 자신이 아버지를 숭배하는 건지, 아니면 증오하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가 단순히 자신을 버리고 외면했던 냉혈한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운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빗도 자기 아버지가 성자같은 게 아닌 어두운 면도 지닌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그 이상으로 아버지가 지니고 있던 숭고한 꿈의 가치와 그런 숭고한 꿈을 품은 아버지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더군다나 데이빗이 아버지와의 첫 만남에서 포옹과 함께 들었던 대사가 "네게 약속하마. 절대로 널 잃지 않겠다고."(You have my word. I'll never lose you.)였기에 강한 콩깍지가 씌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데이빗에게 있어서 아버지가 엑스맨이라는 단체까지 창설하며 걸어온 길에 대한 부채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데이빗은 아버지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존재였고 자신은 언제나 그의 치부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짓눌려 있다. 이러한 아버지의 그림자를 스스로가 지나치게 숭상하고 항상 의식해서 아버지의 그림자 밖으로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이건 데이빗의 캐릭터성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서 가장 큰 정신적 약점인 동시에 그의 모든 행동과 사고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Way of X부터는 크라코아의 뭔가를 숨기는 수상쩍은 아버지에게 당당한 태도로 농담을 던지거나, 나이트크롤러와 함께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등 이런 그림자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3. 힘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커다란 혜택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는 다른 히어로들이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생각을 가진 스파이더맨과 다르게 데이빗은 자신이 갖고 있는 초능력을 혜택으로 여기거나 그것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먼치킨스러운 큰 힘이 자기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광기와 병든 정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엑스맨 레거시 Vol.2 전까지는 자기 능력을 쓴다는 행위 자체를 꺼렸다.

이랬던 데이빗이 레거시 Vol.2에서 정신적 성장과 함께 멋대로 자신을 휘두르던 다른 인격의 힘을 자신이 제압하고 컨트롤 함으로써, 타의가 아닌 진정한 자기 의지에 따라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스스로 힘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저항감이나 망설임도 없다. 이 힘은 원래 내 것이니 잃어버렸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쓴다는 마인드다.

다만 힘 자체에 대한 사명감이나 책임의식은 없어도 자신에 의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가 아닌 다른 인격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해도 책임의식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능력으로 인해 발생한 일은 자신이 직접 수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 에이지 오브 엑스나 잃어버린 리전들 사건에서 이런 책임감이 명확히 드러나는데, 본인의 진짜 의지가 티클 만큼도 반영되지 않은 사태임에도 다른 인격들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끼고 조금도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심지어 스스로 수습하거나 적극적으로 엑스맨과 협력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본인의 질병과도 같은 힘 자체나 그걸 제어해서 본인 뜻대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기 탓에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이 싫기 때문에, 힘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본인의 이타심과 부채감에 의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3.4. 모순적 마키아벨리즘이상주의적으로 편향된 사리사욕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빗은 자신의 사상과 반대되는 강압적이고 마키아벨리즘스러운 면모도 있다.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로 이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조종하는 것 정도는 문제 될 것이 없지 않냐는 위험한 생각이다.

그 탓에 동족들의 삶을 개선하고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문제에만 집중해서 도덕적 가치를 무시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히어로들의 기준에서 봤을 때 비열하고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거나, 선하고 온건한 인물이라도 뮤턴트 동족의 적이라면 그런 인물이 악당의 계획에 희생되도록 방치하는 동시에 악당의 계획을 역이용하기도 했다.[5]

이렇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타인을 지배하는 등 자신의 이상과 반대되는 모순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연인의 도움으로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만두거나 초심을 되찾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이들을 조종하더라도 자신만을 위한 목적으로는 시도하지 않는다. 그나마 자신만을 위해 저지른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하나같이 소박한 수준이다. 점심식사를 해결하고자 비둘기를 조종하여 작은 프레첼 하나를 구해서 먹거나, 어머니를 잃은 직후 연인에게 심정을 토로하기 위해 자신을 경계하는 엑스맨을 텔레파시로 아무 일도 없다고 속여서 자신과 연인 이외에는 자리를 비우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외에 자신만을 위해서 한 일은 없으며, 전부 뮤턴트 동족들의 삶을 개선하고 인간과 공존한다는 명확한 목표와 자신의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 움직였다. 자신이 지닌 능력과 그로 인해 일그러진 삶 때문인지 돈, 명예, 권력같은 세속적 가치보다는 이상주의적인 가치에 집착한다.

물론 사람이니 사리사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거대한 힘을 지녔음에도 모텔[6]에서 숙박하거나, 끼니를 작은 프레첼로 해결하는 등의 소박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면 데이빗의 사리사욕은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다. 이상의 실현, 평범한 삶에 대한 갈망, 그리고 루스와의 관계에 사리사욕이 치중된 것이다.

3.5. 퍼펫 마스터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게 아니잖아.
옳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몰라.
아버지는 꿈을 갖고 있었고 모두가 그의 꿈을 알아줬지만 나는 현실을 만들 거야.
그리고 누구도 내가 그 현실을 만들었다는 걸 알지 못하게 할 거야.
그러고나서 나는... 떠나는 게 좋겠지.
모든 괴물들이 그렇듯이 밤과 함께 서서히 사라질 거야.

본격적으로 마키아벨리즘스러운 흑막 기질이 생겨난 계기는 엑스맨 레거시 Vol.2 6번째 에피소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에피소드에서 데이빗은 루카 올다인을 저지하려다가 카라스 텐구의 오해로 원한을 사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차피 인기를 얻고 싶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모두가 알아주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이 깨달음이 강한 동기가 되어 데이빗의 방향성은 확고해졌다. 그의 아버지는 인간과 뮤턴트의 공존이라는 꿈이 있었고 모두가 그걸 알아줬지만, 그는 누구도 모르게 꿈이 아닌 현실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또한 모든 걸 이룬 뒤에는 모든 괴물들이 그렇듯이 밤과 함께 사라지겠다는 말을 하며 결말에서의 희생적인 선택을 암시했다. 여기서 모든 괴물들은 대부분의 동화나 여러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이 찾아오면 퇴장하는 괴물들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데이빗은 문제를 해결할 때, 퍼펫 마스터처럼 뒤에서 모두를 속이거나 조종하고 적대자가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뒤에서 정리하는 배후 조종자의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나아가고자 확실한 결과와 현실적인 개혁을 추구해서 마키아벨리즘스러운 흑막 기질에 눈을 뜬 것이다.

3.6. 강함과 위험도에 대한 안전불감증

데이빗은 본인이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한 명이라서 그런지, 강함과 위험도를 느끼는 기준이 남다르다. 그래서 악당들을 지나치게 만만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작중에서 찰스 자비에/핀드(Fiend) 인격이 돕기 전에는 예상보다 뛰어난 레드 스컬의 사이킥 능력 운용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보다 강할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뇌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을 못한 것이다.

사실 능력을 제쳐두더라도 사상과 성향을 감안하면 레드 스컬은 어지간히 강력한 힘을 가진 적들 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다. 그는 하이드라의 리더 중 하나였고 빌런들이 모이면 리더가 되는 일도 많다.

그런데 데이빗은 본인이 너무 강력한 존재라서 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강력한 데이빗 본인 기준에서 봤을 때는 자신과 상응하는 존재가 아닌 이상 힘으로만 보자면 엑스맨, 아쿠스, 레드 스컬, 어벤져스 구분할 것 없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방심하고도 데이빗은 핀드 인격에게 주도권을 넘겨서 승리를 거두었다. 애초에 레드 스컬은 찰스 자비에의 뇌와 능력 덕분에 컨트롤이 뛰어난 거지, 사이킥 에너지가 데이빗보다 강한 건 아니다. 또한 데이빗은 고작 몇 가지 능력만 쓸 수 있는 상태로 루스 일행을 레드 스컬 부하들의 총알 세례로부터 막아주고 있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 사실은 데이빗이 다른 자아들을 제압하고 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자신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고작 몇 가지 능력밖에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레드 스컬의 강력한 사이킥 공격을 막는다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빗은 쏟아지는 총격으로부터 엑스맨과 루스를 보호하는 미션까지 해내야만 한다.

정리하자면 레드 스컬이 사용하는 프로페서 X의 뇌와 능력은 자신감과 집중력을 하락시키고, 쏟아지는 총격으로부터 동료들을 감싸려고 가뜩이나마 위태로운 집중력을 할애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내면 자아를 강화시키는 요소들을 억제시켰기에 당시의 미숙한 데이빗은 레드 스컬에게서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전한 것이다.

어쨌든 레드 스컬의 경우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런 인식이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데이빗 본인이 너무 강한 힘을 지녔기에 대개의 상황에서는 이런 위험도에 대한 가벼운 인식도 치명적인 위기를 부르지는 않는다. 레드 스컬과의 전투에서도 잠깐의 리스크만 감수하면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숨겨둔 패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3.7. 돌발적 변수에 의한 얼빠진 면모

언제나 교활하고 창의적인 계략으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계획을 추진하는 인물이 데이빗이지만, 때때로 얼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뮤턴트적 사이비 종교 해피 호스트의 교회에 새로운 신자인 척 잠입할 때는 그들이 지닌 X-Cise라는 약품의 존재를 몰라서 위기를 겪었다.

또한 그들에게 자신이 엑스맨 학교에 외계인을 소환했던 혐의를 대신 덮어씌우려던 계획도 발상은 좋았으나, 정황상으로는 완벽해도 일개 사이비 종교에서 외계인을 소환한 수단이라는 결정적인 요소가 부족해서 실패할 뻔하기도 했다.[7][8]

물론 그런 순간마다 루스의 조력을 받거나, 스스로의 독특한 발상력으로 훌륭한 임기응변을 통해 대처했다. 하지만 뛰어난 발상과 추진력에 비해서 그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인 변수가 실패를 겪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데이빗에게 치밀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계략의 첫 시도였던 사이비 교회 잠입 건과 달리 이후의 계획에서는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기도 했다.

변수로 인해 아슬아슬했던 해피 호스트의 교회 잠입 건도 가장 불리한 조건으로 시도했지만 거둔 성과는 훌륭했다. 당시의 그는 텔레파시나 사이킥 계열 능력 이외에는 다룰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조건에서 텔레파시 방지 헬멧을 보유한 종교 집단에 잠입한 것치고는 잘 한 셈이다.[9]

이런 데이빗이 얼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계획이 엉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처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적이고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변수로 인한 경우가 많다. 먼저 해피 호스트의 교회 건은 단순히 사이비 종교라는 것만 알았지, 배후에 레드 스컬이 장악한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당시 데이빗은 아무런 단서도 없고 정신세계도 핀드(Fiend)라는 사악한 인격 때문에 심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일개 사이비 종교가 대텔레파시 장비와 뮤턴트에게 유해한 약품같은 과학적인 수단들을 지녔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영국 사건의 경우에도 목적 자체는 달성했으며, 영국 정보기관 MI-13의 국장 피터 위즈덤에게 잡힌 것도 데이빗이 그냥 어리석어서 붙잡힌 게 아니다. 문제의 인격 핀드가 피터 위즈덤에게 가브리엘 할러를 언급하여 그가 데이빗의 약점을 건드리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잠시 잡혀준 것이다. 물론 영국 사건 전에 벌어진 레드 스컬이 장악한 연구소 사건에서의 실수는 데이빗이 간과한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 핀드 인격에게 딱 한 순간만 일정 시간 동안 몸을 빌려주기로 거래했다는 보험도 있었고, 아버지의 뇌를 훔쳤을 뿐인 악당 따위가 감히 자신이 그렇게도 숭상하는 아버지의 힘을 잘 다루리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아쿠스같은 강자마저 단숨에 찾아가서 무력화시킨 경험이 있으니, 자기 기준에서 아쿠스와 비슷한 레드 스컬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얼빠진 게 아니라 앞서 설명한 적의 강함과 위험도에 대한 안전불감증의 영향이 제일 컸다.

사이클롭스와의 대결에서 엠마 프로스트와 쿠쿠스 쌍둥이가 시한폭탄처럼 발동하게 만든 사이킥 독에 당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군다나 데이빗은 처음부터 사이클롭스를 향한 복수에는 관심도 없었고 루카를 잡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계략만을 준비하였다.

그래서 사이클롭스가 항상 복수당할 경우를 걱정하며 평소부터 엠마와 쿠쿠스 쌍둥이에게 꾸준히 비상대응 메뉴얼을 만들어 대비하도록 시켰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3.8. 독설가

데이빗은 꽤나 독설가다. 엑스맨에 대해 반응적인데다 너무 느려서 이미 폭탄을 떨구고 있는 적들[10]에게 맥빠지는 펀치나 날리도록 설계된 어설픈 무기들이라고 비꼬거나, 턱에서 사이킥 불꽃을 분출하는 챔버를 살아있는 기관절개술이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을 잡으려는 울버린을 잠 재우면서 독백으로 털이 많고 작은 키에 빗대어 털복숭이 호빗이라고 까거나, 실제로도 "잘 자거라 프로도." 드립을 쳤다.

또한 자신이 속임수를 썼다고 비난하는 사이클롭스 진영 엑스맨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 우리 종족이 위기에 처했다고, 이 빌어먹을 호그와트 불량품들아!"[11]라고 까더니 너희 얼간이들은 언제쯤이면 퀸즈베리 룰[12]에 따르길 관두고 손을 더럽힐 거냐고 빈정거렸었다.

자신이 확실한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그걸 무시하고 정정당당함에 집착해서 속임수만 비판하고 있는 사이클롭스 일행이 아니꼬워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솔직히 데이빗의 방식은 효율적이고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결과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무작정 칭찬하기에는 마키아벨리즘적 가치관 때문에 과정이 교활하고 비열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데이빗에 대한 이들의 비판도 수긍할 구석은 있다.[13][14]

아무튼 이렇게 블랙 유머를 내뱉는 식으로 적대적인 대상에 대해서는 종종 건방진 언행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냉소적인 빈정거림은 데이빗이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 대해 평가하는 독백에서조차 예외가 없다. 엑스맨이나 적대적인 이들과 얽히는 경우가 아닌 평소의 농담이나 독백에도 냉소적이고 자학적인 풍미가 강한 블랙 유머가 담겨있다.

3.9. 대인관계 경험의 부족

데이빗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 자신의 사악한 자아들에게 시달리거나, 아버지의 외면과 방치, 약물과 구속 및 감금 조치 등에 의해 현실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외부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았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서투르다. 특히 자신과 대립하는 상대를 설득할 인내심이 부족하다.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를 견디지 못하고,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거나 타인이 가진 단점 외의 긍정적인 장점들을 찾아내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 이로 인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비꼬거나 블랙 유머를 내뱉으며 시건방진 언행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독함 때문에 친구와 동료를 원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타인과 어울리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뜻에 반대하고 가로막는 이들에 대해 쉽게 분노하고, 대화와 타협 대신 사이킥 능력을 써서 그들을 꼭두각시처럼 다루면서도 그런 행위를 팀업이라고 여기는 식이다.

타인의 계획을 역이용하거나, 타인의 성격과 능력을 이용하는 독특하고 영리한 계획을 꾸미고, 증오로 하나가 된 군중의 심리를 반대로 이용해서 그들을 찢어놓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 대 사람으로서 타인과 소통하고 친해지거나 협력하는 방법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연인 루스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루스는 데이빗을 진정시키며 그가 선을 넘지 않도록 돕는다. 또한 데이빗 본인도 온갖 사건을 거치면서 자신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으며 나중에는 타인의 장점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된다.

Way of X부터는 혼자서 모두 해내는 것의 한계를 실감하고 나이트크롤러와 함께 온슬로트를 쓰러트리는 등 타인과의 유대도 제대로 신경쓰고 있다.

3.10. 뮤턴트 동족의 적들을 향한 냉혹함

데이빗은 적대자가 온건한 성향을 지닌 인물이거나 자신과 얽힌 피해자 혹은 무고한 인물이라면 자신에게 총을 쏘는 군인이라도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적대자가 아무리 선한 인물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명확하게 뮤턴트의 적이라고 분류 가능한 대상, 혹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고 장래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판단하면 가차없이 희생시키거나 살려두더라도 어떻게든 이용한다.

아쿠스라는 존재가 뮤턴트 말살 계획을 꾸미고 실행하는 미래를 보았을 때는 해당 미래에 가까워지려는 행보를 보이던 아쿠스를 사전에 배제하려고 했다. 만약 자신의 방식에 반대하는 연인 루스와의 갈등이 없었고 루스가 자신과 같은 뜻을 표했다면 결국 아쿠스를 처리했을 것이다.

적대자가 선량하고 뮤턴트에 대해 온화한 접근법을 지닌 과학자라도 예외는 없다. 어느 연구소 소장이 온건파였음에도 그가 반뮤턴트 주의자이기에 레드 스컬의 계획에 희생되도록 방치한 뒤에 산티 사르디나를 통해 그 희생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살해당했을 때는 플라즈마 불꽃 능력으로 범인을 소멸시켜 버리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진실을 몰라서 상황파악을 못한 카라스가 루카를 감싸던 때와는 다르다. 어머니를 죽인 적들을 없앨 때는 분노하고 이성을 잃은 게 아니라 아주 침착하고 신속하게 즉석에서 바로 복수했다.

데이빗 스스로도 본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분노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린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는지 침착한 스스로에게 내심 충격받았다.[15]

이런 식으로 데이빗이 확실하게 적이라고 규정한 대상을 다루는 방식은 효율성으로만 판단한다면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괜히 살려뒀다가 적이 보복을 시도하거나 계속 악행을 저지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무자비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아쿠스 관련 에피소드에서 데이빗은 루스의 뜻대로 아쿠스를 살려주고 엑스맨 학교로 보냈다. 그 결과, 아쿠스가 무사히 예언의 미래를 벗어나 갱생했다. 만일 데이빗의 방식대로 아쿠스를 처리했다면 그는 갱생의 가능성을 완전히 짓밟히고 살해당했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데이빗이 명확하게 뮤턴트의 적으로 인식한 대상을 대하는 냉혹한 방식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성을 잃고 극도로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이례적으로 상대가 적이 아님에도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구체적인 예가 루카와의 전투. 당시 데이빗은 자기 오빠가 이미 죽었으며, 루카 올다인의 몸으로 사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카라스 텐구에게 비키라고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만약 카라스가 비키지 않는다면 죽여야 할지, 아니면 살아있는 멜로디가 되어 카라스를 황홀경에 빠트릴지 속으로 고민하기도 한다.

만약 비키지 않는다 해도 자신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초능력이 갖추어져 있고, 써야만하는 이유가 있는데 조그마한 어린애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고까지 생각했었다.

다만 이 당시에 데이빗이 보인 과도한 분노와 위험한 생각들은 그걸 악의적으로 부추기는 상황과 힘을 다루기 위한 필사적인 자기암시의 영향이 너무 크다. 이때의 데이빗은 루카 올다인의 도발이 담긴 악랄한 감사 편지나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 극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또한 루카를 향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내가 나를 지배한다"는 자기암시와 허세를 부리면서 다른 인격들을 제압하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4. 엑스맨과 충돌하는 사상

데이빗이 가진 사상의 핵심은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든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자신부터가 다른 자아들을 다스리고자 항상 내가 나를 지배한다(I rule me)는 거짓말로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발버둥치며 살기 때문에, 데이빗은 자신을 향한 거짓말이 언젠가는 자기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이들의 삶에서도 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데이빗은 아이들을 보호한다면서 훈련을 시키고 폭력을 가르치는 엑스맨을 스판덱스 사관학교라고 비꼬거나, 방어 기술을 가르치는 것뿐이라고 반론하는 그들에게 "내 말은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어야 된다는 거야. 너희 멍청이들 때문에 세상이 조금이나마 달라진 게 있다면 그랬겠지." "아버지의 꿈은 옳았어. 다만 그분의 방법은 틀렸어."라는 돌직구를 날린 적도 있다.

여기서 엑스맨 측의 입장은 어린 뮤턴트들에게 만일을 대비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빗 입장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는 엑스맨 체재 자체가 불쾌한 것이다. 만일의 경우, 즉 어린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지도 않은 싸움터에 내던져질 일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게 데이빗의 생각이다. 이렇게 허황된 이상론을 지니고 있다보니 엑스맨과는 사상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목적을 이루는 수단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다. 데이빗은 엑스맨과는 달리 목적을 신속히 달성하고자 종종 비열하고 강압적인 수단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허황된 이상주의자의 면모를 고려하면 위화감을 주는데, 품은 이상과는 별개로 그걸 이루려는 수단에 대해서는 엑스맨보다 데이빗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근본이 몽상가처럼 비현실적으로 평화주의적이고 이타적인 성격인 반면에,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적이고 실리적으로 접근한다.

데이빗 관점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은 안 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나서는 엑스맨의 수동적인 태도는 긍정적으로 볼 구석이 없다. 반면에 엑스맨과 달리 목적부터가 사악하고 자신과 대립하는 방향이라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뒤에서 암약하는 레드 스컬의 경우 독백으로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레드 스컬이 엑스맨보다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데이빗이 보기에 자신과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악당이라도, 목적을 이루는 방식에서의 치밀함과 능동적인 면에는 엑스맨보다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데이빗은 아버지 때문에 협력한 적도 있을 뿐이지, 엑스맨 대부분을 수동적이고 아이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집단이라면서 좋게 보지 않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고 레거시 Vol.2 초반에는 그들이 좋은 사람들이며 자신을 붙잡으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악랄한 눈알 괴물과의 불쾌한 만남 이후 순순히 엑스맨에 잡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며 아버지처럼 훌륭해지고자 결심한다. 이후부터 다른 관점에서 엑스맨과 아버지를 보게 되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어린 뮤턴트들을 데인저 룸이라는 훈련실에 넣고 위험이 도사리는 훈련으로 아이들을 다치게 했던 아버지의 어두운 부분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방식을 아무런 개선도 없이 그대로 따라가려는 엑스맨에 대해 데이빗은 회의감을 느낀 것이다.

이리하여 데이빗은 죽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모든 게 훌륭한 것은 아니며, 그들이 남긴 공허한 유산까지 전부 다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을 추구하면서 아버지의 숭고했던 이상 만큼은 이어가자는 결론을 내리고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아버지와 다른 길을 선택한 데이빗의 사상도 완벽하지는 않다. 너무 허황된 이상주의적 생각이고, 본인부터가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효율을 추구한 나머지 자신의 사상과 반대되는 모순적인 수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빗의 사상은 어떠한 포장도 없는 진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상이 데이빗 본인의 삶에서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희망에서 싹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Way of X부터는 나이트크롤러와 손을 잡고 I rule me가 아닌 We rule us를 실천해나가고 있으며, 주된 목적은 스파크(The Spark)[16]를 수호하는 것이 되었다.

5. 연인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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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데이빗: 너... 너는 누구...
루스: 쉬이잇. 사실 말이죠, 난 당신의 천적이 될 운명인 것 같거든요. 만나서 반가워요.
데이빗: 이봐!

누구도 자기 정신속을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어느 일주일이 삶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이라던 데이빗이 엑스맨 레거시 Vol.2에서 처음으로 얻은 행복이 바로 블라인드폴드(루스 올다인)과의 만남이다.

자신처럼 어린 시절이 고통으로 얼룩지고 망가진 루스와의 사랑은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었고, 데이빗에게 있어서는 루스에 대한 사랑은 다른 인격들을 제어하거나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참고로 정신과 심리적인 상태가 직접적으로 자아를 강하게 만들며, 큰 영향을 주는 데이빗의 능력 특성상 단순한 정신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명확한 목표와 집중력과 더불어 데이빗의 본래 자아가 다른 인격들을 제압할 정도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자신감이다. 그리고 데이빗이 느끼는 자신감의 근원이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루스와의 사랑은 원동력이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특히 루스만 일방적으로 데이빗을 필요하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데이빗 자신도 루스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더욱 영향이 크다.

또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히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라 뮤턴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나 의견의 차이로 갈등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관계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빗이 자기 나름대로 루스를 리드해보려는 시도도 하지만, 루스가 어머니처럼 타박하거나 데이빗을 꾸짖기도 하고 먼저 나서서 키스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데이빗은 루스와의 관계에서 의견을 접어주거나 루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루스는 데이빗이 목적을 위해 선택한 수단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데이빗은 악한 의도가 아닌 선한 의도로 움직이지만, 그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나 수단이 배후 조종자 스타일인지라 루스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책임에 관련된 어느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책임지려고 하거나 고집을 꺾지 않아서 루스가 아무리 애원하고 화를 내더라도 굽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신의 루스에 대한 사랑의 감정마저 그 스스로 문제를 책임지기 위한 싸움을 앞두고 자신의 자아를 강하게 만드는 레벨 업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루스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명백한 진심이다. 자신과 루스가 싸워야 하는 최악의 미래를 알고나서는 차라리 자신이 죽기를 바랄 정도이며, 아버지 만큼이나 데이빗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루스일 정도로 말이다.

데이빗과 루스는 정신도 병들고 삶도 망가져 있어서 남들처럼 정상적인 삶은 누리지 못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서로에게 끌렸고, 적어도 함께하는 순간 만큼은 잃어버린 조각들이 제 자리를 찾은 것같이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연인이 될 수 있었다.

6. 총평

찰스 자비에에게 좀 더 극단적인 이타심과 평화주의자 성향을 더하고, 그런 평화주의자 성향과 달리 목적을 이루는 방식은 마키아벨리즘, 애정결핍과 트라우마, 창의성과 독특함, 부친에 대한 애증과 숭배에 가까운 동경[17], 여기에 시니컬함과 자학적 블랙 유머를 추가하고 자존감을 바닥까지 낮추면 딱 데이빗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데이빗처럼 망가진 삶을 살았지만, 그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연인 루스가 그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완충제 역할 및 그가 선을 넘지 않는 양심의 역할을 한다. 또한 루스와의 사랑은 그의 능력을 통제하는 원동력이 되는 반면에, 루스의 데이빗과는 다른 관점은 그의 계획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데이빗이 어떤 인물인지 정리하자면 본성은 지나치게 선량해서 이타심도 과하지만 화를 잘 내고,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무례한 문제 해결사.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수단마저 가리지 않는 배후 조종자.

7. 관련 문서



[1] 출처: http://marvel.wikia.com/wiki/X-Men:_Legacy_Vol_2_19[2] 그렇다기에는 데이빗에게 닥터 맨하탄에 비유한 농담을 꺼낸 루스도 마블 캐릭이다.[3] 여기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만큼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것도 없지만, 그들 자신에 대해 고찰하도록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증오를 굴복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굴지의 명대사가 나온다.[4] 닥터 스트레인지(영화)의 미러 디멘션과 비슷한 느낌의 가상현실이다.[5] 능력을 없애서 뮤턴트를 치료한다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과학자가 있었는데, 레드 스컬이 그 과학자가 뮤턴트 손에 희생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 대중의 증오를 부추기려고 하자 방치했다. 그리고 레드 스컬의 계획을 역이용했다. 자세한 건 산티 사르디나 항목 참조.[6] 미국에서 모텔은 고속도로 휴게소같은 곳이다. 한국과 달리 차량 여행자용 숙소에 가깝다.[7] 텔레파시 덕분에 그들이 거짓 자백도 했고, 반뮤턴트 종교라서 동기도 충분했다. 그러나 그 종교인들 중 우주에서 외계인을 소환할 정도의 과학자, 능력자, 마법사 등이 없었기에 수단에 대한 설명에서 막혔다.[8] 그래서 데이빗은 자신을 의심하는 소드의 애비게일 국장이 뮤턴트와 연애한다는 사실에 대해 뜬금없이 질문해서 사이비 종교인들을 도발한다. 그들은 애비게일 국장에게 침을 뱉었고, 그 결과는 데이빗의 뜻대로 이루어졌다.[9] 본인도 가장 불리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거라서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말하리라는 독백을 했었다.[10] 과격한 비능력 집단레드 스컬이나 사이비 종교 등 뮤턴트를 적대하거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결집시키고자 뮤턴트 혐오를 이용하려는 세력들.[11] Aye! our species is at stake, y'bloody hogwarts reject! - 엑스맨 레거시 VOL.2 #18[12] 1865년 영국의 퀸즈베리 후작이 아마추어 권투 시합을 개최했을 때 링에서는 솜을 넣은 글러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시합형식을 고쳤다. 이를 퀸즈베리 룰이라고 부른다.[13] 다만 AvX 사태 이후의 사이클롭스 진영 소속인데다 과거에는 엑스맨을 속이면서까지 고대 신 학살을 위해 데이빗의 위버라는 인격을 이용하기도 했던 매직이 지적하니까 별로 와닿지 않는다.[14] 어쩌면 매직의 동족 혐오일지도 모른다. 사이클롭스와 데이빗의 맨손 대결에서도 데이빗이 반칙을 쓰자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럴 줄 알았다고 바로 납득하는 것도 그렇고, 데이빗을 꽤나 잘 알고 있다. 데이빗이 사이클롭스 진영 엑스맨을 기습했을 당시에도 매직은 적당히 틈을 노리다가 데이빗과 함께 등장해서 옆으로 피신했던 루스를 인질로 삼기도 했다. 이런 비열한 수단을 과감히 저지르는 면도 닮았고 고대 신 사건 당시에 동질감을 표출했던 것도 감안하면 동족혐오일 가능성도 있다.[15] 그래서 루스를 찾아가 복잡한 속내를 토로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은 아버지가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셨을지나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16] 스파크는 어느 누구에게도 그들의 오랜 견해와 믿음을 버리도록 강요하지 않고 포용하며, 행복과 희망을 추구하는 뮤턴트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이념이다.[17] 데이빗을 논할 때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요소. 이게 없는 데이빗은 짜장도 면도 없는 짜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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