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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를 모으는 이스라엘 백성들
1. 개요
이스라엘 백성의 온 회중은 이 광야에서 또 모세와 아론에게 투덜거렸다.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 그러자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먹을 것을 내려줄 터이니, 백성들은 날마다 나가서 하루 먹을 것만 거두어들이게 하여라. 이렇게 하여 이 백성이 나의 지시를 따르는지 따르지 않는지 시험해 보리라. 여섯째 날 거두어들인 것으로 음식을 차려보면 다른 날 거두어들인 것의 곱절이 되리라."
출애굽기 16장 2~5절 (공동번역성서)
출애굽기 16장 2~5절 (공동번역성서)
이슬이 걷힌 뒤에 보니 잘기가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이 광야위에 깔려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이게 무엇이냐?' 하고 서로 물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주님께서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신 양식이다." (탈출기 16,14~15) 안식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긁어 모아 식량으로 삼았으며 안식일 전날은 안식일을 위해 조금 더 모았다고 한다. 성경에 의하면 만나는 빵이 아니라 고수풀 씨앗처럼 하얗고, 맛은 꿀 섞은 과자와 같으며 (탈출 16,31) 기름에 튀긴 빵 맛이었다고 한다. 만나는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나 관목의 잎사귀에 맺히는 이슬 모양의 형성물로 추측된다. 만나는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비교적 단단하게 굳어지는데 맛이 단 편이다. 만나는 밤에 이슬이 내릴때 함께 내렸다. (민수 11,9) 태양이 떠오르기 전인 이른 아침에 광야의 모래 위에서 '흰 서리 같은 것'(탈출 16,14) 이 발견됐는데 이것은 햇볕에 녹아버렸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이른 아침에 거두어 들인다. 오늘날에도 시나이 지역에는 '레카노라 에스쿨렌타'라는 지의류가 자란다. 이 식물은 사막의 거센 바람에 휩쓸려 하늘에서 쏟아지기도 한다. 실제 맛도 달콤해 시나이 광야의 유목민인 베두인족은 이것을 만(man)이라 부른다. 6월과 7월 이른 아침에 발견되는 만(man)은 광야를 뒤덮는 낟알로 되어있다. 그 낟알들은 꿀처럼 단맛이 나고 성경의 만나와 비슷하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빵과 젤리 등을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일부 성경 학자들은 이것을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먹던 만나가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만나를 먹고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정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었다. 가나안땅 경계에 다다를 때까지 그들은 만나를 먹었던 것이다."(탈출 16,35) 만나는 이집트를 탈출했던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먹어야 했던 양식이었다. 따라서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유지 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 평화신문 중에서
- 평화신문 중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으로 이주하면서 40년간 광야에서 얻은 음식. 성서에 언급된 음식 관련 기적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적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조차 남자만 5천 명이라는 언급에서 보듯 만나와는 그 규모가 너무나 차이가 난다.
종종 날아온 메추라기 떼[1]와 더불어 이스라엘인들의 식량을 책임진 음식. 하루마다 필요한 만큼만 거둬서 그날 다 먹지 않으면 썩거나 벌레가 들끓었다. 다만 안식일에는 내리지 않기 때문에 안식일 전날에는 미리 2일분을 거뒀는데 이러면 먹고 남아도 안식일이 지나기 전에는 썩지 않고 벌레도 생기지 않았다.
십계명 돌판, 아론의 지팡이와 함께 만나도 성궤 안에 들어갔다. '만나'는 히브리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의미[2]이다.
2. 성서에서
안개가 걷힌 뒤에 보니 광야 지면에 마치 흰 서리가 땅을 덮듯이, 가는 싸라기 같은 것이 덮여 있었다.
출애굽기 16장 14절 (공동번역성서)
출애굽기 16장 14절 (공동번역성서)
그들 가운데 섞여 살던 외국인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을 하자, 이스라엘 백성도 다시 우는 소리를 했다. "아, 고기 좀 먹어봤으면. 이집트에서는 공짜로 먹던 생선, 오이, 참외, 부추, 파, 마늘이 눈앞에 선한데, 지금 우리는 먹을 것이 없어 죽는구나.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이 만나밖에 없다니." 만나는 고수풀 씨처럼 생겼고 빛깔은 브델리움 같았다. 백성들은 돌아다니며 그것을 모아다가 맷돌에 갈거나 절구에 빻아 냄비에다 구워서 빵을 만들었다. 그 맛은 기름에 튀겨낸 과자 맛이었다. 밤에 이슬이 내리면서 그들이 진을 친 곳에 만나도 함께 내리곤 하였다.
민수기 11장 4~9절 (공동번역성서)
위의 기록들에서 만나는 고수풀 씨처럼 작고 둥근데 서리같이 가늘고 브델리움[3]처럼 희며, 기름에 튀긴 과자맛이 나는 물체이고 꿀 섞은 과자 맛이라고 표현되었다. 아마도 꿀이 첨가된 튀긴 건빵과 비슷한 맛인 듯하다. 이 만나는 맷돌에 갈거나 절구에 빻고 냄비에 구워서 빵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많이 모아서 아끼면 다음날에 구더기가 끓었는데, 신기하게도 안식일에 이틀치를 모으면 안식일 분량만큼은 구더기가 생기지 않았다.민수기 11장 4~9절 (공동번역성서)
단맛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만 먹으니까 질렸던 모양인지[4], 모세를 따라 이주하던 유대인들 중엔 생선, 마늘, 양파 등등 이집트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언급하며[5] 또다시 불평하는 장면이 민수기에 있다. 그래서 하느님이 메추라기를 보내셨는데, 미친 듯이 메추라기를 모은 결과 가장 적게 모은 사람도 그 양이 10호멜(220리터)이나 되었다. 이런 일련의 불평들과 탐욕스러운 행동 때문이었는지, 메추라기로 파티를 벌인 직후 많은 수의 유대인들이 벌을 받고 죽어나갔다. 그래서 이렇게 죽은 유대인들을 묻은 땅의 이름을 일컬어 기브롯 핫다와[6]라고 한다.
여호수아기 5장 12절에는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길갈'이란 곳에 진을 치고 예리코 평야에서 과월절을 보낸 다음날 그 땅에서 수확을 얻은 뒤로는 만나가 내리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처음 내린 날부터 가나안에서 그치기까지 매주 안식일만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내렸다. 하느님은 금송아지나 독사 사건을 비롯해 백성들의 불신으로 화가 나도, 참다못해 그들을 치던 날조차도 만나를 안 내려서 굶기는 일은 하지 않았다.
3. 정체
이 음식에 대한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햇빛 혹은 실온에서 용해되는 진딧물의 분비물이라는 설, 일종의 나무 수액이라는 설, 먹을 수 있는 하얀 벌레였다는 설, 대추야자가 하도 많아서 바닥에 깔릴 정도로 쏟아져서 그렇다는 등[7] 의 주장이나 물푸레나무의 친척인 만나물푸레나무(Fraxinus ornus)의 수액이라는 설도 있다. 다만 이 나무는 시칠리아에 분포한다. 물론 신이 내려줬다는 신화적인 물건이니 만큼 진지하게 현실적인 정체를 따져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4. 여담
교회에서는 달달하게 과자를 튀겨서 만나를 만들거나 시중에 파는 과자를 가져와 만나라며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일종의 이스라엘 사람 체험. 보통 쌀과자(참쌀 설병이나 뻥튀기 등)가 이 용도로 많이 쓰인다. 맛도 달달하고 생김새도 딱 하얗고 둥글게 딱 성경에 쓰인 대로 생겼기 때문. 한국만 그러는 게 아니라 해외 교회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개신교 신자의 경우 '만나분식' 같은 상호로 분식집을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만나빵이라는 이름의 먹거리가 나온다.
1945년 연합군이 마켓 가든 작전에 실패한 이후, 나치독일은 네덜란드 레지스탕스와 네덜란드 국민들이 마켓 가든 작전을 대대적으로 도운 것에 대한 보복으로 수탈과 보급을 차단해 네덜란드에 대기근을 발생시켰다. 이에 대응하여 네덜란드에 빵을 포함한 식료품을 독일이 패망할 때까지 구호물자로 공수하던 작전의 이름이 만나였다.Operations Manna and Chowhound
단당류의 한 종류인 만노오스(mannose)나 만니톨(mannitol)이 바로 만나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다. 물푸레나무(Fraxinus ornus)의 수액에서는 단 맛이 나기 때문에 이걸 졸여서 시럽을 만든 관계로 Manna ash라고 불렀는데, 그 수액에서 발견된 당분에 만노오스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
[1] 막상 이스라엘 사람들이 잡을 때에는 제대로 날지 못했다.[2] "이것을 보고 이스라엘 백성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서로 "이게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출애굽기 16장 15절)[3] Bdellium. 창세기 2장 12절에도 등장하는, 나무의 송진에서 추출하는 향료.[4] 원래 인류 문명에서 주식으로 쓰이는 곡물은 대부분 맛이 밍숭맹숭하거나 단맛이 나더라도 아주 달지는 않는다. 이는 너무 달거나 맛이 강하면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단맛이 나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먹으니까 질렸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5] 하나 출애굽 전에는 '종'의 신분이었으니 이런 풍요한 음식을 실컷 먹었을 리가 없다. 특히 생선 같은 건 양식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엔 대부분 낚시에 의존해야 하는 고급품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들이 광야 생활을 포기하고 애굽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는 표현을 쓴 것. 애초에 역사성이 모호한 창세기라 여러 설과 논란이 많지만 고고학적으로 당시 이집트에서 유대인의 대우가 성경에 묘사되는 노예상태와는 많이 달랐으리라는 게 중론이며, 역사적으로 고대의 이집트는 지중해권에서도 독보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많기로 이름난 지역이었기에, 출애굽기의 배경이 되었을 사건의 당사자들이 이집트에서 꽤나 잘 먹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노예생활이었다면 "굶어 죽을 바엔 노예로 돌아가겠다!" 자유생활이었다면 "잘 먹고 잘 살던 우리를 이곳에 끌고와 배고프게 하다니 돌아갈래!" 하고 분노하는 장면이 된다.[6] "탐욕의 무덤"이라는 뜻이다.[7] 대추야자같이 간식으로 즐겨먹을 정도의 흔한 열매를 유대인들이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에, 만약 대추야자였다면 왜 굳이 대추야자라고 안 부르고 만나라고 불렀는지 의혹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