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통통한 볼 같은 새하얀 만월이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흑깃은 만족스런 휘파람을 불며 궁(宮)의 난간 너머로 달을 쳐다보았다. "아아, 핀선생. 멋진 곡조가 필요한 밤이야. 안 그래?"
"유괴와 어울리는 노래 따윈 없어." 핀이 무뚝뚝하게 대꾸하며 기다란 손톱으로 귀를 팠다. 이 두 하릴없는 군상은 궁의 난간 밑, 오렌지 숲 미로의 막다른 길에 꼼짝 않고 있었다. 키가 워낙 큰 핀의 머리는 미로의 가시덤불 사이로 빼꼼히 솟아났다.
"아무렴 어때!" 흑깃은 언제나 이름처럼 밤에는 새까만 옷으로 자신을 가렸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찬란한 황금 머릿결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발을 숨기는 건 죄를 짓는 거라나 뭐라나. "모름지기 모험가라면 한 나라의 공주 정도는 유괴해 줘야지. 안 그래?"
"불쌍한 소녀를 강제로 집에서 끌어내는 게 올바른 모험가인가."
"불쌍할 것 하나 없어. 곧 온 누리의 사람들이 우리를 찬양하..."
".. 그리고 우린 꽁지 빠지게 도망치고 말이지."
"내 무기와 매력, 그리고 네 불끈불끈한 근육이 합쳐지면 그 무엇이 두려우랴! 솔직히 사람들은 네 모습을 보기만 해도 출행랑치기 바쁜걸. 강에 사는 트롤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지."
"흠... 공주의 부모는 그런대로 괜찮은 왕과 왕비라 들었는데." 솔직히 핀은 이번 모험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오래 살았으며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았다. 핀의 좌우명은 오직 하나. -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흑깃은 핀의 탄탄한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오호 우리 잘나신 나으리. 돈은 필요 없어?"
"돈이야 없는거 보단 낫지."
"바로 그거야! 지난밤 우리가 묵은 선술집에서 들었는데, 이 공주에게 상당한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아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내가 어제 열심히 공주 방의 경비 시설을 파악하는 동안 넌 잠이나 쳐 자고 있었지?" 흑깃이 날카롭게 꼬집었다.
"현상금이 얼만데?"
"야 말 돌리기냐. 내 고귀한 노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고 니가 잠 쳐 잔 것에 대한 사과는 없어?"
핀은 미로의 덤불 사이로 무심히 손톱을 넣어 오렌지를 하나 꺼냈다. "점심 먹으면 졸리는 게 당연지사지."
"에휴. 뭐, 이번엔 상당해. 서로 반띵하면 인당 3000 이야. 평생 써도 남을 액수라니까!"
"평생 좋아하시네. 한 달이나 가면 모르겠다." 핀이 껍질째 오렌지를 베어 물며 말했다. 상큼한 오랜지향이 사방에 퍼졌다.
"그럼 다시 모험 뛰는 거지."
"납치한 뒤에는 어떡할 건가?"
"뭘?"
"공주말이야. 오늘 밤 우리의 목표."
"뭘 어떡하긴. 현상금 건 사람한테 째깍 넘기는 거지."
"넘기기 쉽지 않을..."
"뭐 그런 사소한 거로 고민하냐 이 친구야. 내일 네가 두 번째 낮잠을 잘 때쯤이면 모든 게 처리되어 있을 거야. 두둑한 동전 주머니는 덤이지. 사람들은 왕에게 '천수를 노리소서'라고 한다지? 우리는 그 왕보다 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라고."
"좋아." 핀이 동의했다. 매사에 신중한 그는 흑깃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이 멋진 동료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았다. "그럼 저기 보이는 난간은 어떻게 올라가나?"
"벽을 타야지 뭐." 흑깃은 손을 허리에 얹고 발코니 쪽을 바라보았다. 까마득한 높이의 난간이 흑깃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내 갈고리로는 턱없이 부족하겠는데..."
"이건 어떤가?" 핀이 등 뒤에서 주섬주섬 거대한 물체를 꺼내며 말했다.
"허? 그건 대체 언제 구했대."
"우리가 턴 배. 거기서 가져왔지. 착착 감기는 손맛이 일품이야."
"잘했어 핀선생! 이제 그 닻에 밧줄을 묶고 저기 난간에 거는 거야. 그럼 신나게 올라가는 일만 남은 거지!"
"밧줄은 있고?"
"당연하지. 바람직한 모험가의 필수품아니냐.”
"그럼 이 사슬은 떼버려야겠군."
그러자 흑깃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냐 그 사슬을 쓰자. 훨씬 튼튼할 것 같아." 수 분 내 모든 준비가 끝나고 무시무시한 사슬 닻이 핀의 손을 떠나 밤 공기를 갈랐다. 하늘로 솟구친 닻은 공주가 머물고 있는 궁의 난간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찰칵!
"아리따운 공주마마 저희가 가옵니다." 핀과 흑깃의 사이좋은 등반의 시작이었다.
3편 '저항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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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의 거대한 덩치에 비해 한없이 가녀리게만 느껴지는 난간은 핀의 무게가 실리자 불안하게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핀보다 먼저 발코니에 다다른 흑깃은 칼을 꼬나쥐고 공주의 방으로 돌격했다. 이국의 비단으로 수를 놓은 침구와 최고급 가구가 가득한 방에서, 공주는 고품격 마호가니 의자에 드레스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었다. 화장대의 은 거울을 바라보던 공주는 시커먼 침입자가 방에 난입했는데도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오직 그 침입자의 입에 물린 붉은 장미 한 송이에만 새하얀 아미를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공주여. 저항은 무의미하다! 순순히 우리를 따라..."
"응 좋아. 따라갈게. 현상금을 원하는 거지?" 말렌 공주는 흑깃의 말에 즉시 일어서더니 오히려 그를 나무랐다. "기다리고 있었다구."
흑깃이 입에 물고 있던 장미가 벨벳 양탄자에 떨어졌다. "으, 응? 놀라지 않는 거야? 그리고 무슨 공주가 비명도 지르지 않는 거지?"
흑깃의 새된 물음을 무시한 공주는 방을 돌아다니며 침대 시트를 찢고 화장지를 흐트러뜨리는 등, 납치 상황을 만들기에 열심이었다. "물론 비명은 지를 거야. 아마추어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내가 너무 일찍 비명을 지르면 근위병들이 들이닥 우으읍...!"
방을 가로지른 흑깃이 잽싸게 말렌 공주의 입을 틀어막음과 동시에, 핀이 자신의 몸집에 비해선 너무나도 왜소한 발코니의 문으로 허리를 굽히며 들어왔다. "무슨 반상회 하나. 납치하는데 분위기가 왜 이런가?" 핀이 투덜댔다.
공주는 흑깃의 손에서 빠져나와 핀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덩치는 뭐야?"
"무고한 공주님을 모실 두 번째 납치범 대령이오."
"그쪽보다 훨씬 미남이시네요." 공주가 중얼거리며 흑깃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자 그가 순간 칼을 들어 공주를 위협했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께서 제정신이 아니시구만."
핀은 거대한 덩치를 움직여 방을 천천히 가로질러 금박을 입힌 새장 앞에 섰다. 새장 안에는 새하얀 새 한 마리가 횃대에 앉아 있었다. "이 새는 희귀종이군. 음... 순백의 트로스타니안인가?" 담뱃대 사이로 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말렌 공주는 흑깃을 지나쳐 침대 옆의 보석 상자로 다가가며 말했다. "응 안목이 높으시네. 세상에 단 50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하신 몸이지."
"아름다운 것은 마땅히 아껴야 한다. 이런 고귀한 새를 새장에 가둬두는 것은 옳지 않다. 이름이 뭔가?" 핀이 놀란 만큼 민첩한 동작으로 새장의 문을 열자 새는 핀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한쪽에서는 흑깃이 마치 자기도 봐 달라는 듯, 과장된 연극 자세를 취하며 지껄였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출발한다!"
공주는 핀과 새롭게 그의 애완동물로 등재된 희귀 새를 지나쳐 서랍을 열고는 소총을 꺼냈다. "쿠크다스."
여전히 혼자서 연극을 하던 흑깃이 놀라 외쳤다. "뭐...?"
"새의 이름이야."
핀은 비늘로 덮인 머리를 휘휘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지금부터 얘의 이름은 수지다. 내 옛 삼촌의 이름을 딴 것이지."
"저항은 무의미하다!" 흑깃은 벌써 세 번째 똑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
"내 인장이 새겨진 반지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 공주가 단호히 잘랐다. "그 반지 없이 내가 공주란 것을 어떻게 현상금을 건 자에게 증명할 거야?"
"무슨 증명?" 핀이 물었다.
"무슨 증명?" 흑깃도 물었다.
공주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어이 냄새나는 아저씨들. 설마 납치 처음 해보는 거야?"
핀과 흑깃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다시 공주를 응시했다.
"저, 저항은 무의미하다." 흑깃이 이젠 마치 자신의 좌우명인 듯 다시 한 번 지껄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 여기 있었구나." 말렌 공주는 반지를 은어 같은 손가락에 끼더니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핀은 인상을 찡그렸으며, 흑깃은 놀라 펄쩍 뛰었고, 핀의 애완동물인 새는 그의 머리에 똥을 싸질렀다. "안 돼, 제발! 원하는 건 다 가져가! 싫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비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공주는 옆의 유리등도 팔로 쳐 쓰러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등은 수백 조각으로 박살 났다. "이 더러운 도둑! 짐승! 당장 풀어줘!"
공주의 비명에 놀란 근위병들은 잠긴 방문을 열려했고 일부는 발코니로 향했다. 우리의 대담한 공주마마는 핀의 목에 매달려 사슬을 타고 내려가는 와중에도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가시덤불 미로에 내려서자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자, 어서 당신들 아지트로 안내해."
"아니 이게 무슨 납치야!" 어이없어하며 흑깃이 투덜댔다.
"아무렴 납치 맞지." 말렌 공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모름지기 공주는 납치 정도는 당해줘야 하지 않아? 그래야 잘난 공주지."
"일리 있구만." 핀이 중얼거리며 사슬을 잡아채자, 난간이 부서지며 닻이 딸려왔다.
아득히 멀리서 엔진 시동음과 경비견의 짖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 기괴한 삼인조는 대화를 중단하고 즉시 미로를 내달렸다.
4편 '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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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시오 공주. 저기 나쁜 놈들이 보인다오!" 흑깃은 꿰뚫기 자세를 취하며 검집에 손을 갖다 댔다. 시커먼 망토를 두른 수상쩍은 삼인조가 미로의 그늘 속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하하하. 고생이 많군 제군. 우리 공주마마 납치하느라 말이야." 그들 중 제일 덩치가 큰 녀석이 빠진 앞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가시 박힌 철퇴로 공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우리가 맡지."
"뭐 하는 짓거린가? 지금 우리 현상금을 뺏어가려 하는 건가?" 핀이 말했다.
"헛소리!" 흑깃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 검술에 별 모양으로 썰리기 싫으면 당장 꺼져."
"이봐. 일단 인원은 저쪽이 많아." 핀이 별 긴장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군상들 한 수레 갖다놔도 내 상대가 못되지. 옷 입은 꼬락서니를 봐봐. 저게 뭐냐. 넝마도 아니고." 흑깃이 코웃음 쳤다.
말렌 공주는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두드렸다. "아...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날 납치만 해주면 좋으니까 서둘러. 경비병이 곧 여기에 올 거라고!"
"아. 친애하는 공주마마. 그 경비병들은 오늘 칼퇴근하셨다오." 중간 덩치의 불량배가 땅에 침을 타악 뱉으며 지껄였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경비를 가리켰다. "우리가 머리를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기절하더라고. 너네도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똑같이 만들어 줄테다!"
"이 미천한 것들이 어디서 공주님한테! 저놈들 말본새 좀 보래. 몸에 바람구멍 뚫려 봐야 정신을 차리지?" 흑깃이 좀 과하게 챙 소리를 내며 칼을 뽑아 들었다. "어리석은 자들아 보아라. 이것이 바로 천하의 명검 '흑깃'이다."
"웩. 세상에. 칼 이름을 자기 이름 따서 짓다니..." 말렌 공주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듯 말했다.
"이 명검 흑깃과 나는 천하에 둘도 없는 콤비요!" 흑깃이 자랑스레 외쳤다.
"안 물어봤거든요?"
"자. 어서 빨리 나머지는 처리하고 공주를 들고 튀자고."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것 같자 불량배 중 가장 작은 녀석이 흑깃 일행의 대화를 끊으며 말했다.
"흐흐흐. 이봐 거기. 그렇게 잘 가꾼 머릿결이 엉망이 되면 억울하지 않겠어?" 가장 큰 녀석이 비웃었다.
"저렇게 깔끔 떨고 다녀봐야 죽으면 다 똑같지." 중간 덩치가 조끼에서 단도 두 자루를 꺼내며 비아냥댔다.
"도저히 참을 수 없군! 핀 선생 여기는 나에게 맡겨!" 흑깃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알았다." 핀이 대답했다. 그런데 정작 핀은 친애하는 애완조 수지가 저녁 식사로 날벌레를 잡아먹는 걸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윽고 시작된 싸움. 하지만 상황은 일방적인 흑깃의 우세로 돌아갔다. 불량배들의 무기 사이로 흑깃은 잽싸게 움직이며 공격을 해댔다. 깡패들의 느린 움직임으로는 도저히 흑깃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흑깃의 미려한 검술이 불량배들의 몸에 상처를 낼 때마다 그들의 무기는 허공을 가르는 데 급급했다. "하하하 어리석도다! 거북이보다도 느린 솜씨야. 너희들 스승이 누구냐? 내가 그 스승한테 잘 말해주마. 네 제자는 최악이라고!"
하지만 흑깃이 제풀에 신나서 덩치 큰 녀석 둘을 쫓고 있을 때 작은 몸짓의 불량배가 그 틈을 노려 공주를 낚아챘다.
"이봐. 네 현상금 꺼리 저기 가는데?" 핀이 태평스레 말했다.
깜짝 놀란 흑깃은 부랴부랴 유괴범의 뒤를 쫓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돌아오니 거의 다 제압해 놓은 나머지 덩치 둘도 사라지고 없었다.
"도와줘 핀선생!" 흑깃이 비명을 질렀다.
"흐음. 무뢰배들은 네가 다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취소야 취소. 어서 빨리 우리의 소중한 현상금을 훔치려는 녀석들을 잡아줘!"
"좋아." 핀은 육중한 쇠사슬을 당겨 닻을 조준하더니 어둠 속으로 휙 던졌다. 그리고 다시 딸려오는 닻. 놀랍게도 거기엔 도망간 불량배 셋이 사이좋게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말렌 공주도 불량배들의 어깨에 얹혀 흑깃의 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의 연분홍빛 뺨에는 오렌지 나무 가시에 스친 상처가 나 있었다.
"잘했어 핀성생!" 흑깃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바보 같은... 아저씨들..." 공주가 힘없이 중얼댔다. "이곳의 오렌지 나무 가시는 공주한텐... 독이... 야..."
그리고 흑깃의 품에서 정신을 놓았다.
상황은 악화 일로라, 머리 위의 발코니에서는 왕궁 경비병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이 녀석들 이쪽으로 도망쳤다! 어서 잡아!"
흑깃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어어어...거, 겁먹지 말고. 이, 이쪽이야. 왼쪽, 왼쪽 그리고 다음엔 오른쪽... 으으... 아닌가. 어, 어디로 가야하지?"
"참으로 답답하구만." 핀은 느긋하게 말하고는 닻을 앞세워 미로의 가시덤불을 마치 불도저처럼 뚫고 나갔다.
5편 '잠자는 연못가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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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호수 위에 낚시찌 하나가 평화롭게 떠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은 핀은 꾸벅꾸벅 졸다가 발에 끼워놓은 낚싯대가 미끄러지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기를 반복하며 강태공 행세를 하고 있었다.
한편 핀 뒤에 펼쳐진 잔디에선 흑깃이 꺾어온 꽃들로 주위를 장식하며 아직도 의식이 없는 공주를 고이 안고 있었다. 경외로운 눈빛으로 공주의 머리를 쓸어 넘기던 흑깃이 중얼거렸다. "이걸 봐, 살면서 이렇게 매혹적인 여잘 본 적 있어? 삼단 같은 머리며 백옥 같은 얼굴이며, 우아한 손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 이 초승달 같은 눈썹 좀 봐. 마치 말이야, 마치..."
"... 잠 좀 자자." 핀이 투덜거렸다.
"아니, 아니지. 표정에서... 위엄이 느껴진단 말이야. 마치 '그대가 진정 날 깨울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 거 같아. 물론이죠, 공주마마. 전..."
"후... 잠 좀 자자니까?"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하품을 하던 핀이 말했다. "그 공주마마 보쌈하느라고 밤새도록 뜬눈으로 지새웠잖아."
"이런 와중에 잠잘 궁리나 한단 말이야?" 흑깃은 핀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무릎을 구부리더니 허탈하게 말했다. "이리도 아름다운 공주께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요? 걱정 따윈 하지 마십시오. 흑깃이 있잖습니까." 그러면서 흑깃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비벼댔다.
그 와중에도 핀의 코 고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핀의 코골이에도 편안하게 걸터앉은 수지는 평화롭게 지저귀었다.
붉은수염 지느러미 잉어가 연못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더니 의심스러운 눈길로 찌를 바라봤다.
말렌 공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흑깃이 말했다. 핀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입맞춤이 통하지 않는걸."
"네 기술이 문제지 뭐." 잉어와 눈이 딱 마주친 핀이 말했다. "입맞춤은 말이야, 예술이라고. 앞니를 어떻게 부딪쳤느냐가 중요하단 말이지."
"저런 인사하고 입맞춤한 트롤 여자들이 안쓰럽군그래."
"아직까진 내 입맞춤이 엉망이란 소리 들어본 적 없거든?" 핀이 낚시찌만 바라보며 나 잡아 잡소 하며 다가오는 잉어를 보며 말했다. "이런 내 아침 식사네? 그래그래, 이리 와서 맛있는 벌레 먹어야지?"
"어휴, 이런 엄청난 순간에도 로맨스라곤 털끝만큼도 없구먼." 흑깃이 투덜거렸다. 그리곤 몸을 숙여 더 긴 입맞춤을 날려 말렌 공주의 입술을 다시 한 번 빼앗았다.
수지는 그 순간에도 핀의 귀 주위를 윙윙거리던 파리를 잡아챘다.
잉어가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러자 핀은 옳거니 하면서 벌떡 일어나 낚싯대를 홱 잡아 올렸다. 입꼬리가 돌돌 말린 모양을 한 선홍색 주둥이의 잉어가 찌에 걸려 올라오며 퍼덕거렸다.
말렌 공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구먼!" 흑깃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그는 짜증을 내며 팔을 꼬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 사이 핀은 잉어 주둥이에서 바늘을 떼어내고 있었다. "공주가 이상한 게 분명해. 난 이 땅에서 최고로 입맞춤을 잘한단 말이야!"
핀이 꿈틀거리는 잉어를 들어 올렸지만, 흑깃은 너무 낙담한 나머지 눈앞의 잉어에 감탄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입맞춤해봤자 공주가 어떻게 알겠어." 핀이 넌지시 말했다.
"입맞춤으론 공주가 깨어나지 않아.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워들어서는..." 핀은 고개를 저으며 아침 식사가 된 잉어를 머리를 한 입 베어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안 된다고?"
"그럼 되겠냐? 세라핌 깃털로 간지럽혀야지 잠자는 공주님이 일어날걸? 이 상황에는 파란색 깃털이 제일 잘 통해."
수지도 동의한다는 듯 조막만 한 머리를 끄덕였다.
"오호... 그러면 되겠는데!" 흑깃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세라핌의 파란 깃털이 필요해. 그래서 내 입맞춤이 통하지 않았던 거군."
"글쎄다. 요즘엔 예전처럼 세라핌이 많지 않아서 말이야. 근데 왜 못 깨워서 안달이야? 우린 공주를 구출한 게 아니라 납치한 거니 그 상태로 데려가도 문제없잖아."
"혼수상태에 빠진 공주 가지고 현상금을 어떻게 제대로 받아!"
"네가 공주를 좋아하는 거 아니고?"
"좋아한다고? 이거 보라고, 핀 선생. 어딜 봐서 내가 공주를 좋아한다는 거야? 공주는 우리 밥줄이라고. 나 이 바닥에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었어 왜 이래!"
"그럼 빠져들지 않게 조심해." 핀은 아침 식사의 나머지를 삼키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식곤증에 못 이겨 다시 낮잠에 빠졌다. 핀이 낮잠에 빠진 걸 확인하자 흑깃은 말렌 공주의 손을 잡았다.
"공주마마, 그 깃털을 찾아서 잠을 깨워 드리지요."라며 속삭이듯 말했다.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숲의 마녀' 울창한 나무를 헤치며 흑깃과 핀 그리고 수지는 달렸다. 깊은 잠에 빠진 말렌 공주는 장마철에 널어놓은 빨래처럼 힘없이 핀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다. 얼마나 헤맸을까. 일행은 마침내 깊은 숲속에서 마녀의 오두막을 발견했다.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오두막에선 향긋한 냄새가 나는 연기가 퐁퐁 솟아올랐다.
“드디어! 늙은 마녀의 오두막을 찾았다!” 흑깃이 만세를 불렀다.
“마법… 사아?” 핀이 흑깃을 쳐다봤다.
“이렇게 깊은 숲속에 오두막이 있음 뭐겠나. 당근 마녀의 오두막이지!”
“안 좋은 예감 든다. 숲속 마녀. 내버려 두는 게 좋다.” 핀이 흘러내린 말렌 공주의 팔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평소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핀선생. 네가 그랬잖아. 공주의 잠을 깨우려면 마법 걸린 천족의 깃털이 필요하다고.”
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주를 흑깃의 품에 넘겨주고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회색 옷을 입은 머리가 하얗게 센 여자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왔다.
“안녕하신가 늙은 마녀여! 부탁이 하나...”
“안돼.” 마녀가 흑깃의 부탁을 단칼에 잘랐다.
“허허. 그댄 아직 내 부탁이 뭔지도 안 들어봤잖소.”
“흥, 그럼 들어나 보지.”
“난 지금 천족의 푸른 날개 깃털이 꼭 필요하오.” 흑깃이 간절히 부탁했다.
“안돼.” 마녀가 흑깃의 부탁을 단칼에 잘랐다.
“이 불쌍한 공주님이 도통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소. 그녀를 업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오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흑깃이 한숨을 쉬었다.
“옮긴 건 나다.” 핀이 대꾸했다.
“그럴 줄 알았지.” 마녀가 콧방귀를 꼈다.
“크흠,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우리 부탁을 거절하는 거요?” 흑깃이 물었다.
“나보고 할망구 마녀라 한 게 누구더라?”
“허허, 좀 나이 들어 보인다 했지 언제 할망구라 했소.” 흑깃이 항의했다.
“넌 그 잘난 면상을 가지고 여자들 깨나 울리고 다녔겠지?”
“뭐 자랑은 아니오만 그런 편이오.” 흑깃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네 품에 안겨 있는 죽은 여자처럼 말이야.”
“그럼 그럼... 아니 무슨 소리요! 이 공주님은 단순히 자고는 것뿐이라니까!”
“오렌지 나무 가시에 찔렸구먼. 고놈은 참 못된 독을 가지고 있지.” 마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닐 거요. 제발 도와주시오. 내 일생 이처럼 간절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소!” 흑깃이 울상을 지었다.
“충고하는 데 젊은 양반. 아예 이 여자를 깨우지 말게. 일어나면 널 차버린다에 내 국자와 냄비를 걸지.”
“당신이 사랑을 해봤다면 이해할 것이오!”
“흥, 그대가 여자와 사랑에 대해 뭘 안다고... 보자, 이런 고귀한 공주님은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내면엔 날뛰는 어둠이 있기 마련이지.” 마녀가 축 늘어진 말렌의 손에 들린 거울을 조심스레 살폈다.
“헛소리. 이런 미녀가 어둠을 품고 있을 리 없소.” 흑깃 펄쩍 뛰었다.
“그건 자네 생각이고. 이렇게 하지. 거기 여자 손에 들린 거울을 건네다오. 그럼 천족의 깃털을 주마.” 마녀가 제안했다.
“이 거울은 우리 게 아니다.” 핀이 고개를 저었다.
“짹짹.”
어깨 위의 수지도 핀을 따라 했다.
“좋아. 주겠소!” 오랫동안 공주를 들고 있어 팔이 빠질 것 같던 흑깃이 낼름 대답해버렸다.
말렌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녀의 오두막 안이었다. 뭐가 들었는지 요상한 빛깔을 내뿜는 유리병, 벽에 걸린 정체를 알 수 없는 식물, 그리고 벽난로 가엔 늙은 마녀가 앉아 있었다.
“고귀한 레이디. 저 광활한 숲속을 그대를 업고 죽기 살기로 헤쳐왔다오. 갖은 고생 끝에 이 마법의 깃털을 구해 그댈 깨울 수 있었소.” 황금빛 머리카락의 남자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렌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 분명 궁전에서 그녀를 납치한 자다.
“거참. 내가 옮겼다. 아까도 말했다.” 너무 큰 덩치 때문에 현관문에 겨우 머리만 들이민 강트롤이 툴툴댔다. 강트롤 위에 저 새, 내가 키우던 쿠크다스였는데 잘 있구나.
말렌은 자세를 바로 하고 그녀 앞에 다소곳이 허리를 굽이고 있는 남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나의 왕자님. 이 사례를 어찌 해야 할까요?”
“그대의 입맞춤 한 번이면 충분하오.” 흑깃이 공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말렌은 흑깃의 품에 녹아들듯 안겼다. 둘의 입술이 포개지고 감미롭고 달콤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잘 됐군. 너희들 결혼식에 나도 꼭 부르게나.” 마녀가 끼어들었다.
“뭐, 뭐시라?” 흑깃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녀는 ‘결혼식’이라 했다.” 핀이 친절하게 다시 말했다.
“결혼식!” 말렌이 꽥꽥댔다.
“대체 무슨 소리요. 우린 이제 겨우 입맞춤한 사이인데! 결혼이라니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도 유분수지.” 흑깃이 뒤로 물러났다.
“분위기 보아하니 안 봐도 그림이구먼 뭘.” 마녀가 놀렸다.
“결혼식 정말 좋아요! 꼭 내 언니 결혼식보다 더 크고 화려해야 해요! 하도 길어서 왕궁 앞마당을 채우는 멋진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거라구요.” 말렌이 흥분했다.
“하지만 법으로 왕족은 왕족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지?” 마녀가 초를 쳤다.
“맞소. 난 용기 있고 잘생겼지만 아쉽게도 왕족 혈통이 아니오. 우린 금지된 사랑을 할 처지요.” 흑깃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마냥 대사를 지껄였다.
“하지만 난 크고 화려한 왕가의 결혼식을 원하는 걸요.” 말렌이 칭얼댔다.
“여왕이라면 널 왕족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걸? 마녀가 제안했다.
“양민을 왕자로.” 핀이 말했다.
“도둑을 남작으로.” 수지가 새의 언어로 노래했다.
“몰락 귀족을 대공으로?” 말렌이 눈물을 훔치며 거들었다.
“패배자를…”
“거기까지 하지.” 흑깃이 끊었다.
“한 가지 더 짚을 건, 그렇게 해도 넌 그저 허울뿐인 왕족일 뿐이지. 차라리 아가씨가 에벤타이드의 여왕이었다면...”
“그럼 난 누구랑도 마음대로 결혼할 수 있죠! 됐네요. 우리 폭풍 여왕을 무찌르기만 하면 되는 거죠?” 말렌이 외쳤다.
“말처럼 쉽지 않지.” 마녀가 지적했다.
“왜죠? 우리 일행에 강인한 트롤이랑, 날 구해준 검술의 대가도 있는데!” 말렌이 칭얼댔다.
“그것만으론 부족해. 강력한 마법사 그리고 불을 뿜는 용도 한 두 마리 필요하지.” 마녀가 새로 얻은 거울을 응시했다.
“용 한 두 마리쯤이야 쉽죠 뭐.” 말렌이 어깨를 으쓱했다.
“용, 구하기 힘들다. 상점에도 안 판다.” 핀이 지적했다.
“그 말대로야. 하지만 다행히 마법사는 금방 찾을 수 있겠군.”
“잠깐. 그거 내 거울이잖아욧!” 말렌이 마녀를 쳐다봤다.
“아, 아가씨. 천족의 깃털은 비싸다고. 대가를 지불해야지.” 흑깃이 말렌을 타일렀다.
“후후... 여기 이 남자는 거울의 용도를 몰랐겠지.” 마녀가 거울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 도둑! 내 소중한 거울을 당장 돌려줘요.” 말렌이 발을 동동 굴렀다.
“거울은 깃털의 대가로 받은 것. 마땅히 내 것이다. 대신 이건 돌려주마.” 마녀가 손끝으로 거울의 뒷면을 두드리자 놀랍게도 유리에서 말렌의 형상을 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흑깃이 긴장하며 검을 뽑으려 했으나 말렌이 그를 막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한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말렌의 그림자도 그 동작을 따라 했다.
“그 옛날 이 나라의 왕과 왕비는 아주 예쁜 아기를 낳았지.”
어리둥절한 흑깃과 핀 사이로 마녀가 끼어들었다.
“아이는 고귀하고 아름다웠으나 성깔이 장난 아니었다. 또한,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을 땐 주변을 마법으로 초토화했지. 그렇단다. 그때 태어난 아이는 순수혈통의 마법사였던 게야. 다들 알다시피 제국에서 순수혈통 마법사는 무조건 여왕의 군대에서 복무해야 하지.”
말렌과 거울에서 튀어나온 그림자는 이제 점점 하나로 합쳐졌다.
“숲의 마녀인 나는 보통은 왕가의 일에 끼어들지 않아. 하지만 이 왕과 왕비는 상당히 많은 대가를 바치며 나에게 도움을 청했지. 그래서 난 말렌 공주의 반틈, 강력하지만 어두운 마법사의 자아를 이 거울 속에 가두었다. 그 후로도 공주는 철없고 모자란 흉내를 내어 폭풍 여왕의 마수를 피해갔지. 하지만 이제는...”
마녀가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이, 두 말렌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아이야, 이젠 그대가 여왕이 될 차례란다.”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핀이 걱정했다.
말렌은 휙 돌아서 핀과 흑깃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녀의 몸 가장자리에서 기괴한 검은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난 용을 가질 거야. 세상의 모든 용은 다 내 걸로 할거야. 그리고 에벤타이드의 여왕으로 등극해 당신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라구. 내가 정했어!”
하나로 합쳐진 말렌은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 마녀에게 인사한 뒤,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흑깃과 핀을 지나 현관문을 나섰다.
두 모험가는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흑깃. 우린 우리만의 길을 간다. 맞나.” 핀이 물었다.
“맞아 흑깃! 바로 그 이름이었어. 이제야 기억이 나.” 말렌은 그 말을 남기고 폴짝폴짝 뛰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를 보라고 핀. 저렇게 생기발랄하고 즐거워 보이는데 어찌 곁을 떠날 수 있겠나...” 흑깃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공주를 따라가지. 용 구하러.” 핀이 발걸음을 옮겼다.
“잘들 가시게나. 폭풍 여왕에게 진정한 폭풍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라고!” 마녀가 오두막의 문을 닫으며 외쳤다.
가만히 있을 시 * "상심하지 마요~ 내가 친구해 줄게요." * "흑깃! 본 적 있나요? 정~말 잘 생겼죠?" * "공주병이라니요~ 타고난 후광이랍니다?" * "미녀는 잠이 많다고." * "어우~ 미니언들 꼬질꼬질 냄새 나!" * "라떼 한 잔에, 용도 한 마리 넣어줘!" *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줘야 해?" * "아! 코르셋 좀 작작 조이라고!" * "어후~ 부모님 잔소리는 알아줘야 한다니깐!" * "어후~ 이 비비크림 짱이네.!
이동 시 * "흐흐흐흐~" * "이런! 마차가 또 호박으로?" * "강력한 용을 부려, 세상을 정복할거예요." * "이것이 왕실의 걸음걸이예요." * "여왕이 되면, 노는 것도, 먹는 것도, 내 맘대로! 우우훗~" * "목적지는 언제나 한결같죠~" * "열 두시가 되면 변신해야지~ 샤랄랄라~" * "이놈의 마차는 필요할 때 없단 말야. *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좋지 않아~" * "여왕이 되면, 여길 갈아엎어 주겠어!" * "흑깃을 본 것 같은데?"
기본 공격 * "여기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요~" * "공주도 화나면 무섭다구요!" * "미안해요~ 아픈가요?" * "서로를, 더 아껴주세요." * "왕궁에~ 놀러오세요!" * "자기 앞가림은 하라고." * "공주는 관둘래, 이게 더 재밌어!" * "그만하지?" * "내 드레스, 손 대지마!" * "응~ 아프라고 때린거야." * "나쁜 계모는 내가 혼내주겠어!" * “ 넌 이제 큰일났어!”
말렌은 경기 시작부터 빛의 형상과 어둠 형상을 오가는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말렌의 기본 공격은 수정 피해를 줍니다.
▶ 기본 공격은 60-126 (1-12 단계) (+60% 수정력) 수정 피해
말렌 플레이의 핵심. 1렙부터 스킬을 2개 들고 시작하기 때문에 초반 레인전 및 정글운영에서 유리하다.
두 형상의 스킬 운용이 상당히 다르고, 스킬 쿨타임 또한 개별적으로 돈다.(빛 형상에서의 스킬 쿨과 어둠 형상에서의 스킬 쿨은 별개로 돌고, 다른 형상이더라도 각자의 스킬 쿨은 계속 돈다.) 전투중 수시로 궁극기를 통해 형상을 변환하며 스킬사이클과 강화평타를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기 사용 후 강화된 기본 공격에 추가 사정거리가 붙어있다.
4.2. A - 비단 리본 / 검은 촉수 (Right Ribbons / Shadow Tendrils)
빛의 형상 - 비단 리본: 말렌이 목표 방향으로 비단 리본을 던져 처음 마주치는 적을 속박합니다.
16 / 15 / 14 / 13 / 12
40 / 50 / 60 / 70 / 0
피해: 60 / 105 / 150 / 195 / 240 (120% 수정 계수)
속박 시간: 0.7 / 0.8 / 0.9 / 1 / 1.2초
어둠 형상 - 검은 촉수: 말렌이 목표 방향으로 관통하는 검은 촉수를 3개 던집니다.
▶ 피해는 촉수마다 각각 적용
10 / 9.5 / 9 / 8.5 / 8
40 / 50 / 60 / 70 / 0
피해: 35 / 60 / 85 / 110 / 135 (55% 수정 계수)
빛 형상의 A는 말렌의 주요 딜링기인 어둠 A 스킬을 맞추는 데 핵심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빛이든 어둠이든 간에 A스킬은 투사체의 속도가 느린 편이기 때문에 적중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에 먼저 빛 형상으로 변화하여 적에게 둔화를 걸고, 빛 A로 속박을 건 다음에 어둠 A로 딜을 한다. 말렌 스킬 적중의 기본이 된다고 해도 좋다.
빛 A의 속박은 하드CC이다. 도주나 맞다이 등 여러 상황에서의 응용성이 좋다. 또한 말렌이 일반적인 메이지들의 카운터인 근거리 브루저 영웅과의 1:1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는 스킬이다. 빛 A로 속박하고, 어둠 형상변환 콤보 후 상대 영웅의 체력에 따라 빛 형상변환으로 추격할지 도망갈지 선택할 수 있다. 빛 형상변환의 둔화는 A스킬 적중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항상 둔화가 걸린 상대에게만 A스킬을 쓰는 상황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투사체 속도가 느리지만 말렌의 일반적인 교전거리인 5~6미터 이내라면 셀레스트 B스킬 등 일반적인 메이지들의 CC기 채널링 속도와 비슷하다. 둔화 없이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둠 A의 수정계수는 55퍼센트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세 개의 촉수를 날리고 각각의 촉수에 적용되므로 실제 수정계수는 165퍼이다. CP 메이지들 중에선 훨씬 우월한 사거리에서 더 강력한 AOE 지속딜링을 하는 영웅들이 많다. 말렌은 어둠A스킬 외에도 강화평타를 통한 단일대상 누킹이 뛰어난 편이라 A스킬 계수를 낮게 책정받은 듯 하다. 또한, 촉수를 3가닥 다 맞추지 못하면 딜량이 급락한다.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4.3. B - 왕실 후광 / 못된 장난 (Royal Amnesty / Wicked Escapade)
빛 B 스킬은 이동 속도 증가를 통한 추노, 도주와 보호막을 통한 생존에 모두 용이하게 쓰인다. 특히 이동 속도 증가는 콤보를 넣기 위해 적에게 접근할 때나 넓은 맵을 로밍다닐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추가적으로 보호막에 수정 계수가 붙어있어 후반에는 빛 B 스킬이 쏠쏠한 보호막량을 자랑한다.
어둠 B 스킬은 타게팅 불가 효과를 통한 스킬 회피, 둔화를 통한 근접 영웅으로부터의 도주 등 최상급 유틸을 가진 생존기이다. 누킹 콤보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해서도 안된다. 링고 궁, 케스트럴 궁, 핀 궁 등등 적의 강력한 딜/유틸 스킬을 회피하거나, 적 영웅에게 물렸을 때 유용하다. 빛 형상에서도 C → 어둠B 를 통한 스킬 회피를 연습하면 좋다. 논타겟 스킬이라면 빛B 켜고 무빙으로 회피해도 무방.
말렌이 빛의 형상과 어둠 형상을 오갑니다. 형상이 바뀔 때마다 말렌의 다음 기본 공격은 강화됩니다.
▶ 어둠 강화: 추가 피해
7 / 6 / 5 / 4
0
추가 피해: 40 / 80 / 120 / 160(80% 수정 계수)
느려짐: 30% / 40% / 50% / 60%
빛 강화와 어둠 강화가 둘 다 적용되어 있을 경우 빛 강화가 먼저 사용된다.
평타를 쏜 직후 궁을 누르면 평캔이 되어 평타를 빠르게 두 번 쏠 수 있다. 1렙 레인전부터 후반 누킹 콤보까지 두루 쓰이는 테크닉이다. 어둠형상 추가 대미지는 기본딜도 높고 수정계수도 무려 80%나 되어 매우 강력하다. 평타 기본 계수에 연쇄충격기까지 더해지면 그 편의성에 비해 단일대상 대미지는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빛 강화 평타는 슬로우가 엄청나서 속박의 적중률을 매우 높이 끌어올리고 추노와 도주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쿨타임도 매우 짧고 강화량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연쇄충격기와 시너지가 매우 잘 맞는다.
또한 툴팁에는 표기되어있지 않지만 강화 공격시 사거리가 늘어난다! 따라서 견제가 매우 강력하다.
패시브 가면무도회 덕에 1레벨 싸움에서 상대 라이너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레벨 기준 자신만 스킬을 두개 더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말렌이 사기로 평가 받는 까닭은 이 캐리력이 후반에 가서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인데 초반에 강력한 화력을 내는 코쉬카 같은 경우 15분 전후로 흔히 '코통기한'이라고 부르는 캐리력 급감 현상이 온다. 그러나 말렌의 주력 콤보라 할 수 있는 비단 리본, 어둠 형상 강화 평타, 검은 촉수(A 궁평 A) 콤보는, 적들이 웬만큼 방템을 두른 후반에도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
게다가가 왕실 후광(빛 형상 B스킬)과 못된 장난(어둠 형상 B스킬)을 통한 도주 능력도 괜찮아 소위 '자르고 시작하는' 짤라먹기도 좀 힘들다.특히 한 스킬의 의존도가 유독 높은 정글 영웅들(예를 들어 글레이브, 알파,쥴) 입장에선 갱가서 주력 스킬을 썼는데 못된 장난을 쓰고 유유히 빠져나가면 암이걸린다. 한술 더떠 역갱을 맞아 역으로 더블킬을 당하면... 저티어에선 역갱 그딴거 업서!고티어에도 없다.
이런 상황이니 커뮤니티에서도 사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많은 신캐가 그래왔듯 다음 패치에서 너프가 된다면 굉장히 손을 타는 영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영웅들에 비해 스킬이 두 개나 많은 대다가 스킬의 쿨타임이 짧기 때문에 상당한 피지컬을 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로 다음 패치인 3.3 패치에서 너프를 당했다! 비단 리본의 대미지가 감소했고 궁극기 쿨타임 증가와 어둠 형상 강화 평타 대미지가 감소했다. 그래도 로렐라이나 바리야 처럼 출시 뒤 한 번의 너프로 고인이 되어버리는 운명은 맞지 않았고, 여전히 랭크에서는 심심찮게 밴이 될 만큼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타 영웅들과의 밸런스가 조정되었다는 평이다.
매우 강력한 초중반: 1렙부터 기본 공격을 강화하는[2] 궁극기를 가지고 있고 두 개의 형상 덕분에 스킬이 하나씩 더 있기 때문에 상대보다 더 많은 스킬들을 통해 초반 압박이 매우 뛰어나다.[3] 1렙 콤보 한 번이면(A평궁A평) 335(+485% 수정력)의 초월적인 딜이 나온다.
무려 1년전부터 유출 떡밥이 있었다! 원래 핀, 흑깃과 함께 3인방으로 계획된 마법사였으나 밸런스 문제로 키트 일부가 라이라한테 넘어간 영웅이였다고 한다. 관전으로 볼 때 빛의 형상 스킬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반사의 완갑으로 궁극기 슬로우가 막히지 않는 버그가 있다.
[1] 영웅 이야기 출시 당시에는 이름이 말린이었다.[2] 심지어 평캔도 된다![3] 그렇다고 초중반만 강한게 아니다. 빛b의 빠른 기동성으로 5v5 대전에서도 빠른 운영에 뛰어나고, 한타에서도 빛a의 속박과 어둠a의 광역딜, 궁극기로 슬로우와 추가데미지까지 들어있는데다가 어둠b의 뛰어난 생존력으로 한타또한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