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어/스페인어: Mestizo[1]라틴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유럽인(주로 라틴족인 스페인과 포르투갈)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종적 혼혈인을 지칭하는 용어.
2. 상세
어원은 라틴어 믹스티키우스(mixticius)로, 스페인어 "메스티소"는 스페인 제국 시대부터 쓰였다. 아시아(필리핀 등)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 토착민과 유럽인 사이 혼혈을 뜻하기도 한다. 북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은 이런 혼혈을 메스티소라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프랑스계 혼혈은 비슷한 발음인 메티스로 불린다. 영국계는 따로 호칭이 없다. 영국계 혼혈은 주류 미국 사회에서 백인으로 동화되어 현재는 백인이고 캐나다는 원주민 문화가 꽤 보존되어 메티스들이 꽤 목소리를 낸다. 캐나다에서의 메티스는 비록 프랑스어지만 백인 모두의 혼혈을 통용한다.영어 발음은 메스티조. 포르투갈어 카보클루(caboclo)나 프랑스어 메티스(métis)도 같은 의미다. 사실 메스티소는 혼혈 비율이 50:50인 셈인데 다른 혼혈 비율도 나타내기 위해 카스티소(castizo, 3/4는 유럽, 1/4은 아메리카 혈통)[2]나 콰르테론 데 인디오(cuarterón de indio, 직역하면 1/4이 원주민라는 의미), 촐로(cholo, 1/4는 유럽, 3/4는 아메리카 혈통) 같은 표현도 쓰였지만 지금은 카스티소 같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그냥 조금이라도 다른 핏줄이 섞였다고 하면 메스티소라고 해 버리니 메스티소의 범위를 "생물학적"으로 정밀하고 합리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중남미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메스티소라 주장하고 인구 통계에서도 그렇게 밝히지만 그 중에는 자신의 혈통이 순수 원주민인 경우도 꽤 있다. 옛날부터 원주민보다 메스티소가 차별이 적은 것을 알기 때문에 메스티소로 등록하며 주위에서도 그렇게 메스티소로 적기 때문에 메스티소로 등록한다. 중남미에서는 가계에 백인이 한 명도 없는 원주민도 메스티소로 등록되면 계속 메스티소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메스티소 통계는 자신들이 스스로 그렇게 인식하고 답을 해서 나온 결과다. 남미에서 백인인지 메스티소인지 원주민인지는 그냥 자신들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어떻게 민족 등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다.
크리오요들이 주축이 되어 독립한 중남미 공화국 지배층들은 자신들의 권력 기반과 별개로 존재하는 주권 주장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원주민 정체성을 껄끄럽게 여기고 주민들이 그런 원주민 정체성을 버리고 잊어버릴 것을 강요해 왔는데 원주민 언어를 구사하면 불이익을 준다거나, 원주민 언어로 이름을 지으면 차별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칠레에서는 90년대까지도 원주민 언어로 이름을 지으면 출생신고를 거부해 버릴 정도였다. 그렇게 자기 조상이 누구였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할 상황이 되면 그냥 스스로 '메스티소', 간혹 피부색이 유달리 희면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에 와서 원주민이라도 유럽인 조상이 '아예' 없는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며 반대로 백인이라도 원주민 조상이 '아예' 없는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다. 수백년을 부대끼며 살았으니 말이다.
메스티소라는 개념도 스페인 제국 때 제도로 구분하던 것을 빼면 사실 "백인"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인정 못 받고 무시 당하는 '계층'에 가까웠다. 스페인 제국 시기에는 '유럽 순혈'이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초기에 원주민 왕족과 결혼한 이들의 후손 같은 일부 예외를 빼면 관직 진출 같은 데서 유럽계 아메리카인인 크리오요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았다. 원주민 마을이 당하는 착취를 견디다 못 해 도시로 도망쳐 스페인 문화에 동화되고 원래 거주지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도 핏줄에 관계 없이 메스티소 계층에 통합되었다. 여러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제도적인 메스티소 '계층'은 없앴지만 여전히 차별이 남아 있었는데 19세기 중후반에서 20세기에 걸쳐 국민통합 이념(우리는 모두 메스티소다!)으로 메스티소주의를 부추기면서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19세기의 한 칠레 신문 기록을 보면 자기가 '백인'이라고 믿는 사람 둘이서 서로 '메스티소'라고 욕하면서 싸우는 것도 볼 수 있다.
메스티소가 사회적 개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증거로는 원주민이 주류인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부모 중 한 명이 '백인'인 '메스티소'들이 원주민 사회 안에서는 그냥 자기네 사람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3] 사실 메스티소니 카스티소니 복잡하게 따지는 것부터가 레콩키스타 이후 '유대 혈통', '모로족 혈통'을 지닌 사람들을 차별하고 몰아내려고 하는 이베리아반도의 역사를 뿌리로 한 이념이라 마야나 마푸체 같은 원주민들도 이를 따를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마푸체어에 '참뿌리아'(Champuria)라는 혼혈을 나타내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 말은 어원부터가 스페인어 Champurria(혼혈)이며 '혼혈은 확실히 다르다'는 인식 자체도 마푸체 사회가 칠레에 완전히 정복된 후에나 나타났다.
흔한 오해가 "식민지에서 태어난 순수한 스페인 혈통을 지닌 사람"들도 메스티소로 부르는 것인데 식민지에서 태어난 순혈 스페인인들은 크리오요라고 불렀으며 프랑스어로 크리올에 해당한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스페인인이었는데도 부모 같은 본토 출신에 비해 한 단계 아래 대우받았다. 스페인 제국 시절의 취급은 스페인 본토 출신 순혈 스페인인(페닌술라르)>크리오요>>>(넘사벽)>>>메스티소>원주민이었다. 시몬 볼리바르가 혁명을 일으킨 원인 중에는 이러한 차별도 있다.
메스티소는 라틴아메리카 인구의 주류를 차지하고 주로 대항해시대부터 혼혈이 이뤄져왔다.[4] 대항해시대부터 혼혈이 이뤄져 왔는데 중남미에는 서유럽계 백인들과 원주민 사이의 사실혼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들도 있지만 스페인의 중남미 정복과정에서 스페인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강간하여 태어난 사생아들과 그 후손들도 있다. 스페인이 중남미를 정복하였을 때 이주한 유럽 백인들은 남자가 대다수이고 여성이 부족하여 원주민 여성들과의 접촉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에서는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을 카보클로족이라고 한다.
에콰도르를 비롯한 일부 나라에서는 사회·문화에 관련된 뜻으로도 쓰인다. 곧 순수한 원주민 혈통이라도 유럽식 복장과 관습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메스티소(또는 촐로)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는 아스텍을 멸망시킨 에르난 코르테스와 말린체의 자식들(마르틴 코르테스 등)이 최초의 메스티소로 알려져 있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선 마르틴 코르테스보다는 순수 백인이면서도 원주민들에 동화되어 살다가 콩키스타도르에 맞서 싸웠던 곤살로 게레로(정신적으로)와 그 아들(혈통적으로)을 최초의 메스티소로 인식하는 의견이 많다. 곤살로 게레로는 순수 스페인인이지만 원주민 사회에 동화되어 스페인과 싸웠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최초의 메스티소로 인정받은 사례다. 하지만 곤살로 게레로와 같이 원주민 사회의 일원이 된 이는 "메스티소"가 아니라 그냥 원주민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립슈츠(Alejandro Lipschutz)의 주장도 있는데 이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원주민은 인종이 아니라 민족집단이고 메스티소는 그 개념부터가 스페인 문화권의 것이지 인류 공통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 어원이 '혼합'이기 때문에 다른 인종간 혼혈인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용례이기는 하다.
3. 비율
오늘날 메스티소 인구가 대다수인 나라들로는 파라과이(95%)[5], 엘살바도르(90%), 온두라스(90~60%), 멕시코(70~55%), 파나마(70%), 니카라과(69%), 베네수엘라(69%), 콜롬비아(49~68%), 에콰도르(60~45%), 과테말라(55%), 벨리즈(49%), 브라질(48%)[6]이 있으며 볼리비아(30~35%)와 페루(37%)는 이들이 두 번째로 큰 집단이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 리코도 메스티소가 대다수다.멕시코에서는 지역에 따라 혼혈의 정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멕시코 메스티소 중 이들의 혈통에서 아메리카 토착 혈통의 정도는 남쪽으로 갈수록 증가하며 반대로 북쪽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대략 80% 가량이 이런 "혼혈("being racially mixed in some degree")"로 추정된다.
CIA 자료 등을 보면 코스타리카나 칠레 같은 나라의 인구는 백인과 메스티소를 분리하지 않고 두 나라 각각 그저 "백인과 메스티소", "백인과 백인-아메리카인"으로 분류하여 두 나라에서 모두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7] 칠레는 메스티소란 말에 별 관심이 없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메스티소로 답하는 인구는 3%에서 8% 사이다.[8] 자메이카와 도미니카 공화국(8%) 경우 흑인(혹은 물라토) 인구가 압도적이다. 쿠바에서는 물라토와 합쳐도 20% 전후이며 백인이 65%이다.
4. 같이 보기
[1] 여성의 경우는 Mestiza.[2] 외형적으로 유럽인에 더 가깝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어원부터가 인도의 신분제를 가리키는 카스트와 동일하다.[3] 원주민은 민족 개념이지, 특정한 인종 집단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니므로 혼혈이라고 해서 원주민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민족은 인종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관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순혈 원주민이 아닌 혼혈이라도 원주민 공동체에 속해 있거나 원주민 문화를 따르고, 원주민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 충분히 원주민으로 정의할 수 있다.[4] 유럽인들은 16세기부터 라틴아메리카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했다.[5] 순수 과라니족의 후예는 1.5%.[6] 통계상으로는 브라질 백인이 브라질 인구의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었지만 2007년에 처음으로 그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7] 칠레의 백인 비율은 (50% 이상으로 따지면) 53~57%, 메스티소 40% 전후로 보기도 하고 거꾸로 순혈적으로 보아서 메스티소가 66%이요 백인이 29%이니 총합 95%로 보기도 한다. 코스타리카는 백인 비율이 80%이며 메스티소는 17%다. 여하간 원주민의 비중이 적은 나라임은 분명하다.[8] 아르헨티나는 유전자 조사에서 65~67%가 백인 유전자, 원주민이 28~31%, 우루과이는 주요 유전자 백인에 지역마다 원주민 1~20%라 실제로는 혼혈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메스티소는 인종보다 민족 개념에 가까워서 저런 차이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상당한 기간 동안 백인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원주민 피가 옅어졌고 개국 이후 남부 개척을 펼치면서 남아메리카 남부의 파타고니아와 티에라델푸에고 섬 지역에서 살던 남미 원주민 부족들을 외딴 곳으로 내몰거나 학살한 역사가 존재하는 등 근대에는 원주민에 대한 인식이 나빴던 관계로 원주민 조상을 둔 사람도 자신들이 백인이라고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