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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6-27 19:19:23

박민혁(단두대에서 살아남기)

1. 개요2. 작중 행적3. 특징4. 평가5. 기타

1. 개요

단두대에서 살아남기의 더블 주인공 중 1명이자 메인 주인공. 21세기 사람으로 바렌 사건 직후의 막시밀리안 드 로베스피에르의 몸에 빙의하였다 로베스피에르의 영혼과 공존하게 되면서 함께 역사를 바꾸게 된다.

2. 작중 행적

본작의 주인공. 대학 졸업 이후 하릴없이 지내던 날백수이자 자칭 여의도 꿈나무로,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교수 아래에서 여의도 입성을 꿈꿨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바렌 사건 직후의 로베스피에르에게 빙의당했고, 처음에는 도망칠 생각밖에 안 했지만 본래의 로베스피에르가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행동양식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 로베스피에르의 의식을 불러내는데 성공, 둘이서 대화한 끝에 서로 공존하는데 성공한다.

로베스피에르는 미래인인 박민혁을 통해 미래에서 일어난 일들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고,[1] 미래에 카이사르(나폴레옹)에 의해서 공화국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고자 박민혁의 도움을 받아 미래를 바꾸게 된다.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숨기려던 박민혁이였으나 외전에서 뒤마의 연극을 통해 허구의 영역으로나마 동양잡귀(...)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고 말년에 가족과 애인들에게 진실을 고백하여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이후 자신이 개변한 역사의 21세기 박민혁으로 재빙의하지만 로베스피에르의 영혼까지 한 세트로 딸려오게 되고(...) 로베스피에르로 살아봤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논문을 써서 학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켜 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전생의 부인들이 만나 3파전을 캣파이트로 벌이는 걸 보고 그냥 단두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하는 것으로 내용이 끝난다.

3. 특징

로베스피에르와는 한 몸을 사용하며 서로의 능력이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나서자는 식으로 합의를 보는데,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로베스피에르보다 박민혁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박민혁이 주로 활동하는 편이다.

예외적으로 로베스피에르가 아내를 대할 때는 박민혁이 몸을 넘겨주는 식으로 타협의 여지를 두고 있다. 다만 로베스피에르는 몸 주인이라는 명목으로 애 키울 때 박민혁과 공동육아 체제로 활동하고, 아내에게 맞을 때는 박민혁에게 주도권을 넘겨서 자기 대신 혼나게 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물론 박민혁도 로베스피에르의 몸으로 바람을 펴서(...) 아내에게 혼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으니 피장파장.

둘의 인격이 한 몸에 공존하다 보니 시선 처리나 표정 관리 등에서 이런 점이 은근히 느껴지기 때문에, 노회한 정치인이나 외교관들도 콜드 리딩을 통해 속내를 알아내기 힘들다는 장점도 있다. 밖에서 보면 마치 복수의 자아가 동시에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정반합(正反合)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정명제와 반명제를 통해서 합명제를 이끌어나가자는 관념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정명제이기 때문에 합명제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반명제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공부했다. 단순히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공상적 사회주의를 비롯하여 19세기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지는 사회주의사의 총체를 배운 것으로,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던 바뵈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자코뱅에 대해서도 나폴레옹 깔개라고 디스하면서 전위당 만들지도 않고 제 살만 깎아먹다 빠르게 자멸한 놈들이라 까기도 했다. 독자들은 해당 언급이 처음 나왔을 때 21세기 대학생이라는 놈이 왜 이리 시뻘겋냐고 경악했었다.

사상이 워낙 시뻘겋다 보니 로베스피에르는 초기 박민혁의 행동을 보고 내가 보았던 사람 중 최고의 이리, 자네가 조국에서 사라진 건 조국의 홍복이라는 식으로 강렬하게 디스한다. 물론 박민혁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던 처음과 달리 점차 시간이 지나며 혁명기 프랑스의 막장스러운 현실을 두고 개막장 유사국가 혁명 프랑스의 홍복이라고 받아친다.

미래인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치 꿈나무였던 만큼 정치사 분야에선 빠삭하지만 거시사나 세세한 미시사 등 인물과 연관된 부분에선 약한 편이고, 여타 대체역사 장르 주인공과 달리 자연과학 등의 분야에선 문외한 수준이다. 비누의 원료인 탄산나트륨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로베스피에르가 핀잔을 줄 지경.

과학지식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설탕을 이용해서 싼 가격의 화약을 만들어 로켓병기를 쏟아붓는 모습을 보아 '화끈한'내용으로 유명한 요리책을 탐독한 적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증기선 개발 과정에서 현대적인 스크루 디자인을 제안하거나 세마포어 통신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등의 잡학다식한 모습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티가 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선 "자넨 답답해할 자격이 있어"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이다.

정계 입문을 대비해서 여러 교양을 키웠는데, 중국 지식인들과 필담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한문 실력도 갖고 있다. 여기에 만일 그가 나중에 현대로 돌아가게 되면 막시밀리앙과 같이 쌓은 업적을 연구하느라 대가리가 깨지는 인생을 살게 될 걸 직감하고 그 공포를 로베스피에르라는 이름에 오물을 묻히는 식으로 풀고 있다. 몸을 박민혁의 정신이 주도할 때는 말투가 다소 경박해지기도 하는 편.

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의 중간지점 정도의 사상을 지닌 인물이고 로베스피에르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이상으로 삼는 인물이라 나름의 사상적 대립은 있지만, 결국 로베스피에르가 박민혁의 빨간 사상에 익숙해져 버린다. 아무래도 로베스피에르가 보기에 21세기는 제왕병이 선진국의 서민병이 되어버리고 자신들의 사상이 기초 상식 수준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종의 이상향이자 도달점처럼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노동자의 노예화와 각종 자본주의의 병폐 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런 사상이 나왔다는 배경을 이해한 덕분이기도 하고. 여기에 혁명이 안정권에 들어서고 자신의 권위가 전인미답의 경지에 이르자 나름 정신적으로도 안정되었는지, 초기에는 나폴레옹을 혐오하고 꺼렸다가 나중에는 그의 야망을 격려하는 박민혁을 용납할 정도의 포용력과 여유를 갖춘다.

물론 여기에는 박민혁이 원시고대공산주의를 진심으로 추종하는 빨갱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현대 한국 사회에서 그가 추구하는 가치인 정반합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서 비주류인 사상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한 몫 하고 있다. 비록 작중에서는 패배한 사상 드립을 치기는 하지만 실제로 박민혁은 그 빨갱이적 지식(...)에 비해선 지금 프랑스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합을 이루기 위해선 잠시 접어두어야 할 때도 있다는 식으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바뵈프 등 원시고대공산주의자를 보면 빠질을 참기 힘들어하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박민혁에게 있어 목적은 정반합이며 초기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정착한 현대에 정반합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4. 평가

박민혁은 분명 의심할 여지 없이 혁명가의 관점과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또 본인이 생각하는 혁명적 이상향을 현실에 실현하고자 끝없이 시도하며,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모험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혁명을 향한 열의나 낭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옳아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한다, 해야 하니까 한다는 기계적인 입력-출력에 가까웠다.
이런 낭만이 없기에 필요하다면 현실과 타협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나로선 그가 아직도 혁명을 이토록 추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혁명가들이란 모름지기 모순과 악덕에 타협한 현실이 그릇 되었다고, 내가 아는 진리만이 이를 위한 유일무이한 치료법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낭만주의자이자 몽상가들일진대.
(중략) 이 녀석은 아마도 내가 이제와서 원시 수렵사회를 예찬한다고 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다. 네 생각은 그렇구나, 하고 한번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본인이 생각하는 정답지로 달려가겠지. 그게 왜 말이 안 되는지, 왜 내 정답지만 올바른지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교정해주거나 정 안되면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성이 풀리는 보통의 혁명가라는 인간군상과는 달리 내 하숙인은 혁명을 위한 기계니까.
(중략) 사람이 날 배신할지언정 기계는 절대로 날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190화 욕망하는 기계 中, 로베스피에르의 평
나, 박민혁은 본질적으로 뜻하지 않게 이 시대에 휘말려 든 표류자다. 내가 저지른 악업도, 내가 쌓아 올린 위업도 내 이름으로 온전히 남길 수 없는 한낱 잡귀에 불과하다. 누군가와 사랑하더라도 그 사람은 박민혁이 아닌 로베스피에르를 사랑하는 것이며, 오해가 쌓이고 쌓여서 서로 증오하게 되더라도 내가 아닌 로베스피에르를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저들이 빌린 지식은 오롯이 이 박민혁을 통하여 미래에서 끌어온 것이지만 다들 로베스피에르만을 외칠 뿐 누구도 중간에 박민혁이라는 징검다리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하겠지.
이 박민혁이라고 하는 생령과 오컬트적 요소가 실재함이 밝혀지고 증명되는 순간 이제 막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유물론과 합리주의는 힘을 잃고 지금까지와 같은 관념론과 맹신의 시대가 앞으로도 수백 년간 계속될 테니까. 설령 내 존재를 이 세상에 공개적으로 밝힐 기회가 오더라도 차라리 죽거나 사라지고 말지 이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
(중략) 집주인은 나와의 만남이 무언가 초자연적인 존재의 안배라고 믿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빙의 같은 오컬트 따윈 없었고 어느 미치광이 과학자가 대한민국의 여의도 꿈나무 박민혁을 납치해서 내 뇌세포에 전기자극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지. 혹은 이 빙의 자체가 초자연적인 존재나 힘에게조차 뜻밖의 사고였고, 하필이면 이 박민혁이 표적이 된 것도 단순한 우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저 너머 어딘가엔 분명히 이 박민혁이라고 하는 객체의 행적을 기록하거나 관찰하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혹은 그들이야말로 나 박민혁이라고 하는 존재의 증명이며 내 행적을 증언해줄 증인이자 나의 악업을 힐난하고 위업을 칭송해줄 평론가이자 관객이다.
그러니 유쾌해져야지. 거창한 도덕군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찌질하다는 소리를 들을 짓은 하지 말아야지.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나를 악의적으로 이 시대에 표류시켰다면 울상 짓게 하고, 선의였다면 보람을 느끼게 하고, 단순한 우연이었다면 뜻밖의 전개에 배꼽이 빠지라 웃게 해야. 그래야 이 기나긴 꿈에서 깨어난 다음 날 아침 혼자 누구도 이해 못 할 이유로 비참해하거나 내가 잃어버린 것들 탓에 미쳐버리는 대신 「별 개꿈을 다 꾸겠네」하고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191화 혁명재판 中, 본인의 독백

작중에서의 평가는 신화 속에서나 볼 법한 규격 외의 리바이어던이자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할 괴물같은 혁명가다. 작중에서는 로베스피에르와 박민혁이 타인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바렌 사건 이전의 로베스피에르와 묶어서 보지만, 독자들도 '스탈린 마크 2' '혁명하는 기계(진)' 등등으로 부르며 미래 지식을 감안해도 엄청난 능력자라고 평한다. 로베스피에르가 말한 '네가 없어진 건 네 조국(대한민국)의 흥복'이라는 말에 이구동성으로 동의할 만큼 여러모로 위험한 인간. 박민혁이 미래 지식을 갖고 있다지만 이는 사회주의사와 혁명적 수법에 한해서지 혁명기 유럽사는 잘 몰라서 그때그때 알아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고려하면 박민혁의 타고난 '재능'이 두드러진다.

인류사의 여러 비극을 봐왔기 때문에 혁명에 냉소하지만 21세기 출신인 만큼 혁명은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공포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다른 방향으로 로맨티스트다. 루이 16세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경멸하면서도 루이 16세 일가를 살려준 것도 21세기 사람으로서의 배려심 때문이었고, 외전에서 마리 테레즈는 박민혁의 정체를 안 뒤 자신들을 도와준 것이 순수한 선의였음을 알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평등파부터 왕당파(성심당)까지, 영국의 진보주의적 귀족부터 사회 밑바닥의 노동자와 농민들까지, 사회주의 국가 로마 공화국에서는 귀족과 성직자부터 농민들까지 모든 인물들이 기대와 지지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왕당파 귀족들은 그의 혁명을 새로운 형태의 군주제로 여기며 지지하는 중이고,[2] 로베스피에르를 적대하는 다른 왕국들의 지도층에서도 그를 "칭제(稱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확고한 정통성을 지닌 사실상의 제왕"으로 여기고 있다.[3]

아예 그가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유럽 전역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에 아예 일개 군주를 넘어서 '새로운 로마 제국의 황제' 비슷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중. 댓글란을 비롯한 독자들의 반응 중엔 이를 두고 '로베스피에르를 강제로 방패 위에 올릴 일만 남았다'라는 드립도 있다.[4]

하지만 정작 본인은 독재 권력을 경계하고 의회 정치를 수호하기 위해 자리를 내려놓고 무당파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성 결여로 어려움을 겪는 프랑스 지역 코뮌들을 위해 눈높이 정치를 고심하고, 코뮌 최고 평의회에서 "Non(아니오)"가 나오는 모습에 감동하는 등 계급을 초월한 평등한 인민 민주 주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이런 존재가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모순적인 인물로, 급진당[5]에게는 세계 제일의 마키아벨리스트이자 혁명의 수호자로, 왕당파에겐 비록 반역자지만 동시에 끝까지 나름 왕실과 프랑스 정통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최후의 재상으로, 공화주의자[6]들에겐 비록 독재관이지만 수백 년은 걸릴 일을 2년 동안 해낸 공화의 수호자로, 독재주의자들에겐 플라톤의 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운명적인 혁명의 수호자지만 동시에 자기들의 사상의 모순[7]을 증명하는 존재로, 평등파에겐 상퀼로트의 배신자이지만 동시에 귀족과 부르주아지로부터 자기들을 보호하고 권리를 되찾아주고 혁명할 힘과 근거를 제공해준 평등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동양권에서는 그야말로 유교적 세계관의 절정. 선비로서 높은 학문적 성취를 얻어 천하를 다스리는 학파를 완성했고 천명을 받아 일국을 다스리며 전쟁에서도 연전연승을 거둬 수많은 제후들을 제압하고 천하를 안정시켰으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백성을 교화하며 개국공신마저 백성을 위해 내칠 수 있는 단호함을 보이고 지존의 자리에 올랐으나 더 많은 구휼과 교화를 위해 보위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완벽 그 자체.

박민혁이 공자, 맹자, 정도전의 이론에도 제법 박식하고 한문도 얼추 쓸 수 있기 때문에 한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화인(華人)으로 간주하던 유교 문화권의 특성과, 초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유교적 지향성과 수렴진화한 모습이 많았기 때문에 청나라 유학자들과 조선 유학자들에게 유학, 특히 맹자의 논리로 수렴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파한 것도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유사하다는 평도 있다. 이 때문에 작품 내외적으로 '붉은 카이사르'로도 불린다.

5. 기타

독백으로 까불거리는 모습이 주로 묘사되어 그렇지 독백이 아닌 밖에서 드러나는 언행을 보면 연애사와 무관한 정치적 사안에 한해서는 무서우리만큼 침착냉정하다. 아무리 미래인이라서 19세기인들에게 다소간의 거리를 두며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하더라도 괜히 로베스피에르가 혁명하는 기계(진)라 평한 게 아니다. 그래도 21세기 사람이라 사람 덜 죽는 걸 선호한다.

나폴레옹에 대해서는 나름 호의적인데, 구국의 결단 드립 치는 놈들 중에서 진짜로 나라 구할 수 있는 놈은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놈 외에 거의 없다시피하고 프랑스 혁명정부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략 핵폭탄 취급까지 하며 잘 써먹었다. 나폴레옹도 본작에서는 박민혁의 영향을 받아 독재자가 되지 않고 박민혁의 전례를 따라 10년만 집권한 뒤 조용히 물러났으니 서로 잘된 셈.

사회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여의도 들락거리면서 유학 공부도 했기 때문에 21세기 사람 치고는 유학에도 박식한 편이었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한민국은 21세기에도 유교적 가치관이 가장 많이 남은 나라인지라 박민혁은 조선에서는 온 나라 백성들이 화전민이 되어서 천하를 떠도는 유민이 들끓고 구휼미가 없어서 굶고 있는데도 도울 생각은 안 하고 너희들의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소리를 하면 임금이고 뭐고 반정 처맞고 유배 가야 하고 그것이 당연하지만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평하자 로베스피에르는 조선 왕은 봉건 군주보다 세습제 종신독재관 같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169화)

프랑스의 말도 안 되게 난잡한 사생활을 보고 동물의 왕국이라 욕하면서 유교 드래곤이 우네 뭐네 하며 질색했지만, 결국 롤랑 부인과 마리 테레즈 공주와 양다리를 걸치면서 로베스피에르에게 '부패할 수 없는 상간남'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는데 일조하였다.(...) 본인도 나중에 가면 내 안의 유교 드래곤은 죽었다며 그냥 포기한 수준. 이중 마리 테레즈와는 사생아인 마리 루이즈라는 딸까지 뒀다. 그래도 로베스피에르의 처인 엘레오노르는 형수님 비슷하게 봐서 불륜관계는 아니었다.


[1] 다만 박민혁이 프랑스 제1공화국사를 잘 몰라서 로베스피에르가 미래에 독재자 및 학살자가 되었다가 반동 맞고 죽은 것만 알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몰랐다. 나중에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진상을 알아차리기는 하지만.[2] 왕권신수설을 생각하면 의외일 수도 있지만, 유럽의 귀족들은 신성 로마 제국이나 고대 로마 등 선출직 전제군주제도 익숙하여서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말하자면, 로베스피에르가 새로운 왕조를 개창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3] 로베스피에르가 사실상 군주 취급을 받는다는 건 러시아 황제가 로베스피에르를 서로마 정제로 보거나(러시아 황제는 동로마 정제를 자처했다) 신성로마제국(서로마) 황녀 출신이었던 마리아 카롤리나가 가문간의 혼맥을 맺지 않겠냐는 제안으로도 알 수 있다. 유방, 주원장 같은 평민 출신 통일제국 황제 경험이 있던 중국과 조선은 단순히 유럽의 황제로 인식하고 있다.[4] 후기 고대 로마 및 동로마 제국에서는 이 '방패 위에 오르다'라는 표현은 '황제에 즉위한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를 이용한 드립. 앞서 말했듯이 로베스피에르가 로마 황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5] 작중 정치 지형은 실제와 많이 다르므로 급진당을 실제 몽테뉴파라고 할 수는 없다.[6] 지롱드파 외에도 수많은 공화주의자가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7] 자격 있는 독재관은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독재마저 혐오하다 못해 자살한다는 것을, 로베스피에르가 자신의 사퇴로 증명해버렸다. 반대로 말하자면 독재주의자 독재관은 수호자의 탈을 쓰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사유하려는 억압자라는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