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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5 00:50:13

수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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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육군 및 해군에서 신병 및 훈련병부터 지급되는 군 보급품 중 하나로 일기장이다. 발행처는 육군본부와 해군본부이며 육군에서는 육군본부가, 해군에서는 해군본부에서 육군용과 해군용 수양록으로 따로 발행하여 지급한다. 공군은 훈련소에서 훈련일지가 지급되긴 하나 자대에서 쓰는 수양록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공군병사수첩'이라는 이름의 2년 분량 A5 사이즈 다이어리가 나온다.[1]

입대하면 지급되는 여러 가지 군 보급품 중의 하나로서 노트..인데.. 사실 A4판형에 꽤나 두꺼운, 군인용 일기장이다(...). 훈련소에서는 처음 군대 와서 갑자기 미친듯이 달라진 대우와 각종 훈련이 고달파 뭔가 토로하고픈 심정도 들고, 또 쥐꼬리만한 휴식시간에도 훈련병으로서 뭐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다들 생각보다 열심히 쓴다. 오늘 무슨 희한한 일이 있었고, 김조교 개XX한테 엉덩이를 걷어차였다 등등..

전역 및 예비역 편입 이후에는 부대 외의 반출도 가능하여 전역자에 한정하여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다만 군사에 관한 비중내용 등이 담겨있을 경우 반출이 제한되거나 수정 명령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수양록은 원래는 대외반출이 금지되었던 품목이었으나 그 당시 수양록 권두내용에 전역시 소지하여 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볼 것[2]이라고 적혀있었다. 일부 전역자들 중에서도 수양록을 반출하였던 경우에는 딱히 군사기밀이나 비중있는 군사내용 등을 유출하지 않는 선에서 전역 후 집으로 가져가서 영구보존 할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

공군은 수양록이 보급되지 않는다. 다만 훈련병과 간부후보생에게 훈련일지라는 노트가 지급되지만 기본군사훈련 초반에만 사용될 뿐, 당장 특기학교만 가도 걷어가는 일은 없다.[3] 기훈단이든 특기학교든 훈련일지 쓸 시간보다 필기시험 공부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자대에 가면 공군수첩이라고 하얗게 표지가 된 저널을 준다. 원래는 간부용이지만 남아도는 편이라 병들에게도 어느 정도 돌아간다. 업무용 일지로 쓰거나 아님 연습장이나 일기로 쓰이게 된다. 그림 좀 그릴줄 아는 병들이 잡는 순간 수양록은 일러스트 북 또는 만화책으로 돌변한다.

국방부 직할부대도 부대에 따라 다르지만 수양록이 보급 되지 않는 부대가 많다. 그래서 국직부대 전역자들은 "수양록? 그거 훈련소에서나 쓰는거 아닌가?"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간혹 조교나 교관이 검사할까봐서 국민학생(초등학생과는 다르다!)처럼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바른생활 훈련일기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자대는 모르겠으나 훈련소 단계에서는 일기를 읽어보므로 현명한 행동이다. (자대에서도 중대장이 수시로 들어와 관물대에서 수양록을 꺼내 읽었다. 그래서 선임들이 수양록에 힘든사항을 적으면 도리어 고달파지니 쓰지 말라고 했었다. 2000년대 초반 경험으로 부대별로 다르다.) 농담이 아니다. 군법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조교들이나 소대장들이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을 때 들어와서 읽어본다. 다만 조교들은 '어디가서 이거 읽는다고 말하지 말라' 라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기 때문에 현역 조교나 조교 출신에게 '수양록 읽나요?' 라고 물어보진 말자. 십중팔구 대답을 피한다.

자대에 가면 간혹 당직사관 간부의 성향에 따라 저녁 점호시 수양록을 얼마만큼 썼나 검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썼나 안썼나 정도만 검사하지 내용은 읽어보지 않는다. 선임들 역시 어지간한 관심병 수준이 아닌 이상 후임의 수양록에 터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군 학사장교에서는 군사훈련전대장(대령)이 소대장을 시켜서 훈련일지(수양록)를 도촬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공군장교교육대대 사건사고 항목 참고

그러나 사건 사고가 터지면 이것부터 검사하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고참 누구누구때문에 죽고 싶다', 간부 누구누구가 힘들게한다'라고 적어두면 적은 사람이 별 악의 없이 쓴 것이라도 적힌 사람은 확실하게 골로 가는 데스노트로 돌변한다. 그렇다고 누구 엿먹이려고 욕 써놨다가 해당 인물에게 들키면 군생활 제대로 꼬이는 양날의 검. 의외로 그냥 넘길 수 없는 범죄사실이 적혀 있을 수도 있다. (민간 공사장 자재 절도 라든지, PX 물품 횡령이라든지[4])

여튼 여러가지 이유로 상병이 될 때쯤까지는 그럭저럭 쓴다. 자대가 훈련소보다는 좀 더 편하지만 짬 없을때는 여러모로 고달프긴 마찬가지기에 이때까진 수양록은 내 마음의 벗(..)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쟁이 지망생이거나 하는 경우엔 훌륭한 연습장 대용도 된다.

하지만 상병을 지나 이제 좀 편해지는 시기가 오면 TV 시청, PX출입을 비롯해서 놀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수양록과 멀어진다. 간혹 행보관이 당직이라 점호때 수양록 썼는지 검사한다고 하면 초저녁에 투덜거리면서 초등학생 시절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밀린 일기를 몰아썼던 추억을 되살리며 그 시절 경험을 다시 해야 하는 애물단지 일기장이 되어 버린다.

말년이 되면 간혹 전역날짜를 셈하는 낙서장으로 다시 각광을 받기도 하고, 글쓰기 좋아해서 뭔가 잔뜩 적어둔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 전역시에 버리고 간다. 드물게 솔직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두었음에도 실수인지 어떤지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날 저녁 소대 후임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야~ 이 사람 이거 자기도 일병때는 개 어리버리 댔구먼 뭐 킬킬"(...)

사실 버리고 간다기 보단 까먹고 그냥 간다. 그리고 사실 수양록은 보안문제 때문에 전역시 반출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는 하나 수양록 활용지침에는 전역시 소지하여 군 복무시 설계했던 자신을 돌이켜 보라고 명시되어있다(2010년 수양록 기준). 아무도 신경은 안 쓰지만.

사실 육군 부대 중에서도 일부 부대는 병사들의 수양록 작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점호때도 검사받은 적이 없을 지경인 경우도 있다. 그런 부대는 수양록은 전역 전에, 아니 일병, 상병즈음일 때도 일찌감치 분리수거장으로 폐기처분하는 병사도 있을 정도(...).

해군 어떤 부대에서는 후반기 교육 끝나면서 다 수거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태워버린다고(...). 해군 뿐만 아니라 육군 일부 부대에도 필요성이 없다고 불태우거나 세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유자가 직접 안 태우면 전역 후 인생 꼬인다는 징크스가 있던 부대도 있었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식의 일선 병사들이 직접 남긴 기록은 그 시대 군생활(급양, 보급, 의료 등)부터 시작해서 전술이나 전략,당시의 전황 등을 알 수 있는 훌륭한 사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전역할때 처분하지 않고 집에 가져가서 놔두거나 부대에 놔두면 몇백년 뒤에도 누군가 읽으면서 킬킬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읽고나서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겠지. 아니면 어떤 후대의 역사학자의 훌륭한 사료가 된다. 고대 그리스의 군사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1차 사료 중 하나의 크세노폰아나바시스만 하더라도 본질은 현대 한국군의 수양록이나 마찬가지인 종군 병사의 일기였다. 전근대의 많은 사회들은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봉건제 아래 유럽의 기사 계급이대표하는 전사 계급 중심으로 발달 되었다는 점에서 종군 일기는 그 사회의 문화, 사회적 인프라, 정치적 여건, 그리고 이런 국가 차원의 거대한 서사 속에 살아가는 일반인의 모습을 담고 있어 항상 각광 받는 귀중한 사료...가 돼야 하지만 툭하면 간부나 선임병이 펼쳐보고 검열하는데 거기서 무슨 사료적 진실성이 생길 지는 의문.(...)

상근예비역도 받기는 하는데 특히 동대상근의 경우 터치하는 사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거의 쓸 일이 없다. 따라서 전역할 때까지 한 번도 안 쓴 A급 수양록을 가질 수 있다.

수양록 2페이지에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가 실려있었는데 2005년 군번까지는 여전히 건재했던 걸로 확인된다. 2011년도에는 사무엘 올맨의 청춘과 맥아더의 아들을 위한 기도가 실려 있었다. 모윤숙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신병이 수양록을 받아보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간부는 학사장교의 경우 후보생 시절에 쓰며 내용까지 검사하긴 하지만 임관과 동시에 세절처리한다. 학사장교 과정에는 상점과 벌점이 존재하며 벌점이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연대 훈육심의 위원회에서 퇴교심의를 거치는데 수양록 미작성은 벌점 1점을 받는다. 학생군사교육단은 하계/동계입영훈련 중 작성하고 검사한다. 사관학교는 생도 시절에 시행한다.

파일:attachment/Army_Diary_2.jpg

2010년대에 들어서는 수양록이라는 이름 대신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일명 '소나기')로 이름이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뭔가 표지가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저렇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노트와 커버를 나누어 지급하고, 훈련병이 그것을 끼워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커버의 질은 그렇게 좋지 못하나, 없는 것보단 낫다. 간혹 부대 사정에 따라 커버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호민 작가는 2023년 4월에야 그 오래된 수양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2002년 10월 15일에 입대하여, 19일에 첫 일기를 썼다. 2주만에 사람이 단순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해 수첩을 활용한다고 되어있는데, 공군병사수첩은 업무용으로 쓰라는 이야기이다. 목적이 목적인만큼 보직에 따라 군사기밀이 적혀있을 경우 관리가 좀 더 엄격해진다.[2]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면, 아마도 '전역 후 민간인이 된 국민에게 군이 명령을 한'다는 점에서 느꼈을 것이다. 전역한 민간인이 수양록을 가져가든, 돌아보든 군이 명령할 것이 아니다.[3] 16군번 경험상 기본군사훈련단에서부터 훈련일지대신 공군병사수첩을 지급받았다.[4] PX는 일반 도매상과는 달라서 수양록에 '오늘 PX병 김○○ 일병에게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얻어먹었다.'라고 쓴 게 잘못 걸리면 탈세, 국가물품을 도둑질함, 군 물자 도둑질함 등으로 줄초상 날수있는 위험한(?) 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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