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NASA의 현 시대 우주공학 기술을 액기스로 갈아넣어 지구접근천체의 궤도를 지구와 충돌하지 않도록 바꿔놓는다는 목적을 가진, 쉽게 말해 지구방위대 기술 실증 미션.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지구접근천체의 궤도를 수정하여 안전하게 옮겨놓는다는 아이디어의 기술 실증을 목적으로 한 미션으로, 지구 방위 기술과 더불어 2020년대와 그 이후의 NASA가 꿈꾸는 무인/유인 심우주, 화성 탐사의 기술력까지 검증되는 미션이다.
NASA의 컨셉 애니메이션
2. 구성
이 미션은 무인, 유인 연계 미션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사업들과 차원을 달리한다.당초 아이디어는 로봇 탐사선을 보내서 보쌈을 해버리든, 아니면 일부만 꽉 붙들어서든 우주선과 결합시킨 뒤 부스터를 작동, 원하는 궤도를 만들어보는 것. 비유를 하자면 저궤도 인공위성을 붙잡아 부스터를 붙여서 고궤도로 보내는걸 생각하면 된다.[1]
하지만 돈이 없는 NASA는 어떻게든 싸게 경제적으로, 그러면서도 기술 실증 미션답게 기술 발전 면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짜야 한다. 통째로 보쌈을 해버리는 건 사실상 롯데타워를 통째로 씌워버릴 크기의 최첨단 소재의 비닐봉투를 만드는 건데, 보내는 거야 적절한 로켓을 구한다면 해볼만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증될 기술이 좀 단순무식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서 나온 다른 아이디어가 견인이다.
비록 ARM이 B612 재단에서 제안하는 위 영상 같은 우주선은 절대 아니며 딥 임팩트마냥 소행성 싸다구를 날리는 형태도 아니지만 궤도를 흔들어놓고 동기화한다는 개념은 같다. ARM은 그럼 어떻게 흔들어놓느냐, 바로 큼지막한 돌덩어리를 채굴한다.
JPL 폰 카르만 강연 2016년 10월 강연 영상. 돌덩어리를 들어낼 첨단 로봇의 개발과정을 소개하고 있다.[2] 영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고다드, JPL, 글렌, 랭글리, 존슨 등의 많은 NASA 연구소가 이 사업에 매달리고 있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니모 등의 외부 사업체나 우주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협조 중이다.
여기서 말하는 견인이란 비틀거리는 소행성을 이온 엔진의 미세한 가속을 통해 안정화시킨 뒤 밀어낸다는 '중력 견인'이다. B612에서 활동하는 천문학자 Phil Plait 박사의 TED 강연 참조 화학 연료 엔진으로는 함부로 못 하는 이온 엔진의 가늘고 오래가는 연비를 이용한 궤도 변경으로, 원래의 소행성은 이를 통해 적절히 빗나간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우주선 자체도 18톤 가까이 가는데 덩어리도 웬만한 덩어리가 아니라 우주선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큰 덩어리를 들어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주선과 덩어리(...)를 합하면 30~40톤은 족히 나가서 이온 엔진을 태우다보면 지름 몇백미터짜리 소행성 나머지와도 맞다이를 뜰 수 있기 때문.
일각에선 약간(?)의 충돌에도 비틀거리는 원리를 이용해 그냥 복잡한거 없이 소행성에다가 제논을 뿅뿅 쏘는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라는 주장도 있지만 장차 화성 탐사에도 필요한 여러 기술을 실증한다는 ARM의 취지에 부합하는 기술 시험은 아니라 각하되었다. 물론 나중에 정말 급할 때 시도할만한 방법으로 괜찮은 것은 사실이라 ARM과는 별개로 이 방법에 주목하고 연구하는 이들도 많다.
한편, 끄집어낸 덩어리를 옮겨놓는 궤도는 달 근처의 지구-달 L1, L2를 넘나드는 역방향 달 공전 궤도인데, 이 곳으로 오리온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향한다. 대충 11일 정도 걸릴 전망. 오리온은 ARM과 도킹하고, 우주인들이 EVA를 실시하여 소행성 덩어리의 표면으로 향해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온다.
JPL의 폰 카르만 강연 2014년 11월 강연에서 이 미션만 집중적으로 다뤘다. 다만 사업이 좀더 진행되기 이전의 강연이라 2010년대 후반 기준으로는 채용되지 않은 아이디어들도 소개된다.
2016년 9월 백악관 과학기술보좌관 존 홀드런(John Holdren), NASA 국장 찰스 볼든(Charles Bolden), 프로그램 디렉터 미셸 게이츠(Michele Gates)가 출연한 ARM, 향후 화성 탐사 사업에 대한 과제와 전망을 다룬 라이브 토크.
3. 일정
2016년, 위 JPL 폰 카르만 2014년 11월 강연에서 다룬 옵션 B의 형태를 바탕으로 NASA가 우주선을 제작할 업체에 경쟁입찰을 내걸었다. 공모 업체는 록히드 마틴 우주사업부, 스페이스 시스템즈/로랄, 오비털 ATK, 보잉 팬텀 웍스 네 곳으로, 2017년까지 제각기 컨셉 스터디 청사진을 제출하여 NASA의 심사를 받게 된다. 세간에서는 OSIRIS-REx를 만든 경험이 있고 오리온도 만들고 있는 록히드 마틴이 이번에도 이길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은 듯.그리고, 전세계 천체망원경을 동원하여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경까지 목적지 소행성을 결정한다. 정작 개발이 시작된 마당에 목적지가 결정되지 않은 이유는, 원체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3] 새로 보이더라도 대개 비슷한 구성의 S형이나 C형 소행성들일 가능성이 많아서 일단 오랫동안 탐색을 하고 결정해도 되기 때문.[4] 2016년 기준으로는 기존에 연구가 진행되던 이토카와와 베누, 류구 그리고 2010년대 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는 2008 EV5[5]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토카와는 과거 하야부사가 갔던 곳이라 골골대는 와중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고 연구도 상당히 진행되었는데, ARM이 목적으로 하는 '덩어리'를 집어올릴 곳이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구의 궤도와 대체로 비슷한 베누, 2008 EV5 등과 달리 화성까지도 넘나드는 다소 긴 주기의 찌그러진 궤도를 가졌다는 단점이 있다. 베누의 경우 가깝기도 엄청 가깝고 OSIRIS-REx 소행성 샘플 리턴 미션이 이미 이 곳으로 향하는 중이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도 기대해봄직하나 행성과학자들은 OSIRIS-REx가 가져오는 똑같은 샘플을 또 가져오는건 떨떠름하게 여기는 듯.
어쨌든 목적지를 심사숙고 끝에 결정하면 2021년 12월경, 델타 IV 헤비 또는 팰컨 헤비, 또는 SLS에 실어서 제논 추진제 10톤을 장전한 역대 가장 크고 아름다운 사이즈의 이온 엔진 탐사선을 보낸다. 가서 OSIRIS-REx와 똑같이 소행성 전체를 스캔하고 착륙하여 덩어리를 끄집어낸 뒤, 중력 동기화를 통해, 2025년~2026년쯤 오리온 다목적 유인 우주선을 타고 우주인들[6]이 달 근처의 소행성으로 향한다.[7]
4. 파급효과
소행성 충돌을 막아내는 지구방위대 NASA라는 드립이 현실화하는 사업이며, 비단 지구방위(?) 뿐만 아니라 향후 소행성 자원 채굴 사업에 필요한 기술도 연구할 수 있는 미션으로, NASA의 온갖 있는 것 없는 것을 총동원한 극한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미션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 미션이 유인 미션까지 완료된다면 아폴로 17호 이후 최초로 인류가 지구 밖 천체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미션이 될 것이다.미션과는 별개로, ARM의 장비와 달 궤도 비행 또한 주목할만한 대상이다. ARM의 연구는 화성 유인 탐사선의 개발과도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포보스, 데이모스가 화성 탐사를 앞두고 반드시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주목받으면서 더욱 ARM의 성공이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이온 엔진 제논 추진제를 수십, 수백 kg 단위로만 탑재하던 기존의 딥 스페이스 원, 돈 탐사선과 달리 10톤이나 탑재한다는 점에서도 미래 우주탐사의 핫이슈인 이온 엔진 연구에 있어 신기원을 여는 미션이 된다.
5. 프로그램 폐지?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 뒤 버락 오바마 시절의 유산을 슥슥 지우는 가운데, NASA의 2017-18 예산안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는데, 그 중 이 ARM이 직격타를 맞았다. 펀딩이 아예 중단되고 프로그램을 지워버린다는 계획이... 거기에 지구과학 미션 4개 폐지와 유로파 수중 탐사선의 백지화 계획까지 나왔다. 다만 정작 NASA의 예산 전체로 보면 유인 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예산이 증액되면서 소폭 감액에 그쳤는데, 이는 NASA를 이공학 연구기관이 아닌 유인 우주 탐사에만 목매는 미뽕의 결정체로 만드는 격이라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결국 유로파 착륙선의 연구는 살아남았지만 소행성 미션은 살아남지 못했다. 2017년 6월 NASA에서도 사업이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술 연구는 여전히 진행한다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원대한 기획을 말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만 댄 마자넥 PI도 인정하였듯이 미션의 기본적인 기획이 워낙 스케일이 다방면으로 방대했던 점은 과거부터 지적되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구난방의 연구에서 나온 적지만은 않은 성과들이 어디 가지는 않는만큼 근시일에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본 ARM 기획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컨셉 스터디나 실제 미션을 통해 ARM의 연구 성과가 실제 우주 미션에서 쓰일 전망은 여전히 밝다.[8] 이후 이중 소행성 궤도 변경 시험으로 계획이 대체되었다.
6. 관련 문서
- 델타, 팰컨 헤비, SLS : 발사체
- 하야부사, OSIRIS-REx : 이전의 소행성 탐사선
[1] 이 아이디어는 실제 성공한 사례가 있다. 1992년 5월 STS-49에서 우주인 세 명을 갈아넣은 초장시간 EVA를 통해 인텔샛 603 위성에 페러지 킥 모터를 새로 달아서 정지궤도에 올려보낸 일이 있다. 하지만 이 짓거리를 맨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2] 이 강연은 ARM 로봇만 다루지는 않고, 화성에서 절벽을 올라갈 로봇의 개발과정 등 다른 물건들도 여럿 소개된다. 중간에 보면 인공 다리 연구의 권위자인 MIT 김상배 교수도 언급되는등 꽤 핫한 소재들이 많이 언급된다. 어찌되었던 화성 유인 탐사라는 NASA의 원대한 야망에 한 몫 단단히 할 로봇들이다.[3] 그렇다고 해도 아래에 소개된 4개의 소행성들은 최소 300m는 넘는다. 대략 고층~초고층 빌딩만한 평균 지름을 가지고 있다.[4] 물론 그 소행성이 어떤 구성물질로 이루어진 소행성인지 알려면 직접 그 소행성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야 한다. 지구 궤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아폴로 소행성군은 대체로 C나 S형이 많은 편이지만 1862 아폴로나 2102 탄탈로스 같은 Q형 소행성도 드문드문 보이는 편이다.[5] 위의 컨셉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소행성 모델이 이 소행성의 레이더 관측으로 만들어졌다![6] 이 미션의 두 승무원은 OSIRIS-REx의 샘플을 통해 소행성을 속성 집중 공부한 상태다.[7] 이 미션은 따로 Asteroid Redirect Crew Mission으로 칭하기도 한다.[8] 그리고 정작 그 버락 오바마도 광범위했던 달 탐사 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날리면서 2030년까지 화성에 간다는 면피용 비전만 보여주고 나사 예산을 쪽쪽 빨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