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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타카두르/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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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인의 이야기 (3기 2부 19화)2. 어느 황제의 이야기 (3기 3부 예고편)

1. 마인의 이야기 (3기 2부 19화)

마인의 기억이 시작된 것은 사막의 한복판이었다. 마인의 머리는 텅 비어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자신이 왜 이 곳에 온 것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는 고사하고 모래와 바람마저도 낯설었다. 단지 자신의 가슴 속에 끔찍한 실망과 배신감만이 남아있단 사실만 느낄 수 있었을 뿐. 곧 주변을 돌아보았고, 한 여인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쓰러져있는 여인은 숨을 쉬고는 있었지만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보였다. 그녀와 자신 사이에는 신비한 모양의 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인은 그 돌을 집어 들었다. 마인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싶었다. 마인은 지식을 원했다. 곧 마인의 의식에 수많은 지식들이 흘러들어왔다. 마인은 생명들이 알아낸 지식 중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다. 자신이 왜 이 곳에 있고, 저 여인과 자신이 무엇인지까지.
한 어리석은 인간이 터무니없는 소원을 빌었다. 그 소원의 결과가 바로 자신. 그 소원은 이 세상을 영원히 바꿀 상처를 내었다. 끔찍한 소원이었다. 마인은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마인은 영혼이 빠져나간 여인의 몸을 가지고 떠났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그는 수백 년간 그 곳에 숨어 살며 자신의 죄를 풀길 바랐다. 하지만 영혼을 관장하는 존재는 그를 용서해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 갇혀버렸단 걸 깨달았다. 호리병 속에 갇혀버린 인간, 호문쿨루스. 마인은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1]

마인은 원치 않았지만 세상의 지식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로 계속 흘러들어왔다. 그가 숨어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서로 싸우고 죽이고 빼앗고 절망했다. 인간들은 서로 힘을 합쳐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 또한 시간의 힘 앞에서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몇 백 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모든 지식을 습득한 그에게 세상은 그저 반복되는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인간이 의외의 위업을 달성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다시 몇 백 년의 시간이 지났다. 마인은 자신을 이 세상에서 꺼내줄 사람을 찾았다. 그는 선을 베풀었다.
‘나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자에게 내 모든 것을 주리라.’
하지만 그가 가진 무구한 시간과 신에 필적하는 힘과 지혜는, 그리고 인간은 오히려 그를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를 이해해 보려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남아있는 그의 마음에는 오직 상처만이 남았다. 그의 몸은 그 어떤 위협에도 견딜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점점 무디어져갔다. 결국 그는 즐거움도 행복도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수백 년간 그는 끝도 없이 세상을 떠돌았고, 점점 지쳐갔다. 그럴 때마다 속죄의 마음보다 악의가 점점 커져 감을 느꼈다.
‘얼마나 더 괴로워해야 하는가. 난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운명인가. 이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인가? 그러면 나의 운명을 정한 자가 있다면. 그게 당신이라면!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하는가! 난 그저 당신이 정해놓은 운명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그가 대답을 원했던 존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가 가진 악의는 점점 커져만 갔고... 그의 마음에 뿌리내렸다. 마인은 다시 한번 맹세했다.
‘그녀의 창조물들에게 모든 시련과 악의를 내리겠다.’
마인은 자신의 악의를 세상에 풀어놨다. 죽음과 시련을 뚫고 누군가가 자신을 죽여 이 세상에서 꺼내주길 바랐다. 마인의 능력을 빌려 악의들은 형태를 가지고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자 속에 암약하는 상상 속의 괴물들, 죽음과 삶을 희롱하는 물건들! 그것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파괴했고, 세상은 꿈과 현실이 뒤섞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마인의 악의로 태어난 괴물들은 인간들을 잡아먹고 악의를 행했다. 인간에 씌어 신의 행세를 하는 존재까지 나타났다. 모든 악을 쏟아낸 마인에게는 예전과 같은 속죄의 마음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벌인 일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저들이 받아야 할 죄들이 아니야. 나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구나.’

마인은 다시 자신의 죄를 수습하려 했다. 악의들을 가둬두어야만 했다. 그는 다시 세상에 나섰다. 악을 모두 쏟아낸 선으로서. 마인은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구원자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그 악의들을 거두어들이고 없앴다. 자신의 악의에 영향을 받은 인간들을 모아서 그들을 가르쳤다. 그들은 연금술사란 이름을 가지고 활동했다.[2] 그가 가진 힘과 연금술사들을 통해 풀려난 악의들을 다시 이야기와 전설로 돌려놓았다. 너무 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은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명령만을 따르도록 영혼을 속박시켰다.[3] 하지만 그의 악의들은 이 세상에 속한 것들이 아니기에, 모든 지식을 아는 그로서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그는 세상과 격리된 다른 공간을 만들어 자신이 찾아낸 악의들을 집어넣었다. 경계(Limbus). 자신을 따르는 자들의 도움으로 그는 ‘경계’를 관리해 자신의 악의들을 조절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언젠가 자신을 휘두를 악의가 다시 마음을 침범할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만일 다시 그 때가 온다면... 그 때는 자신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끔찍한 짓들을 벌일 거란 걸 알았다. 그는 그 때를 위해 준비했다. 자신의 마음에 악이 다시 탄생할 때를 대비하여.

그리고... 몇 백 년이 흘렀다.

대스승은 아딤이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들었다.[4]

....악의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2. 어느 황제의 이야기 (3기 3부 예고편)

늙은 교수가 말했다.
'성인으로 추대된 황제’
그가 다스렸던 로마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평화로웠다.
그 시대의 로마는 너무나도 선진적이었고 화려했던 탓에, 사람들은 로마가 무너진 뒤에는 마치 어둠의 시기가 왔다고 믿어버렸다.
마치 온 유럽이 로마라는 고향에 대한 향수병을 가지게 된 듯했다.
(중략)
유능한 황제였다. 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어땠을까. 황제로서가 아닌 어느 여관집 딸의 아들로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불행했다.
자신의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평생을 걸쳐 그를 따라다녔다.
(중략)
그의 삶은 끊임없이 이중적이며, 의심과 처단을 반복했고.
그러한 방식은 황제로서는 탁월했지만,
한 인간 개인으로서는 점점 불행의 구덩이로 그를 몰고 갔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했을까.
내가 예상하는 그의 죄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중략)
그는 야만족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두려워하도록, 공개적으로 가장 끔찍한 방법들로 그들을 죽여댔다.
그는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피를 요구했다.
황제가 된 이후에도 그는 의심이 깊고 무자비하게 다른 자의 피를 흐르게 했다.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자의 피를 마시는 것.
그건 마치 이집트의 설화에서 나오는 ‘피를 빨아 마시는 괴물’과 같았다.
두 번째로는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였다.
그는 황제로서의 자신의 당위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귀족들을 견제하고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종교를 변질시키고 이용하였다.
‘신의 사랑을 자신의 수단’으로 삼았다.
마지막 세 번째 '그는 자신의 부인과 자식을 죽였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이었건, 혹은 황제 자신의 질투였건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의 혈족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죄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을 것이며, 그가 용서받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죄였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마에서 황제는 죽어서 신이 된다고 사람들이 믿었다는 것이다.
그가 신이 된다면 그는 누구에게 용서를 받아야 했을까.
어쩌면 그가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인 것은 실리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용서해줄 새로운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강의가 끝나고 교수와 학생들은 함께 식사를 했고. 교수의 곁에 한 학생이 찾아왔다. 그 학생은 피부색이 밝고, 수염이 없었으며, 머리색이 노인처럼 백발인 인물이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유학생 같아 보였다. 아마도 그는 명망 있는 황가에서 교육을 위해 이 대학에 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돌연 교수에게 감사하단 말을 건넸다. 그리곤 그날의 강의에 했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결국 용서받지 못 했습니다.
왜 용서받지 못 했지? 그는 마지막에 세례를 받고 죽었어.
황제는 죽기 직전 시종과 함께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종으로부터 알게 된 어떤 신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찾은 신이 그를 받아들이길 거부했습니다.

단정하듯 말하는 그 유학생을 보며 교수가 물었다. “넌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유학생은 교수에게만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였고. 교수는 우스운 농담을 들은 것처럼 웃었다. 그 다음 유학생이 뭔가를 보이며 다시 속삭이자, 경악한 얼굴로 그 유학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유학생은 그 후 조용히 강당을 떠났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서기였던 나를 제외한 아무도 그가 있었단 사실을 기억하지 못 했다. 단지 강의를 들었던 학생의 명부에만 오래된 언어로 쉬타 울카드르란 짧은 서명만이 남아있었다.쉬타카두르 왔다감


[1] 즉, 이 마인이 최초의 호문쿨루스인 것이다.[2] 카를로스를 위시한 남미 연금술사들로 추정된다.[3] 대스승의 집행자들인 네모(Nemo)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4] 주어가 마인에서 대스승으로 바뀌었다. 즉,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대스승 쉬타카두르의 행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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