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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 그룹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생산한 소형차이다. 시트로엥 LN/푸조 104 쿠페에 이어 등장한 푸조-시트로엥 간의 플랫폼 공유 차량으로, 푸조 104 및 시트로엥 LN, 탈보 삼바 등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했다.
2. 역사
2.1. 배경
1960년대에 시트로엥에서는 2CV와 그 변형인 아미 등을 판매하면서 소형차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트로엥에서는 르노 4를 비롯한 경쟁차들을 의식해 출시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던 2CV한테 후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1965년부터 로베르 오프롱(Robert Opron)이 EN101 프로젝트를 2CV 후속 프로젝트로 진행해 G-mini,[1] 프로젝트 Y,[2] 프로젝트 TA[3] 등을 개발해냈다.그러나 석유파동으로 인해 1973년에 피아트가 미쉐린으로 자사 지분을 매각했고, 때문에 프로젝트 TA를 대신 진행하다가 1974년에 푸조한테 다시 매각되었다. 푸조에서는 프로젝트 TA를 폐기하는 대신 프로젝트 VD[4]를 진행해,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 간에 플랫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푸조가 1972년에 앞서 출시한 104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차대, 엔진, 엔진 밑에 배치한 변속기 등을 같이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서스펜션 구조도 프로젝트 TA의 토션 바 대신에 104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앞)과 트레일링 암+ 코일 스프링 구조(뒤)를 사용했다.
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은 사실상 각 차량의 뱃지 엔지니어링 버전이었던 푸조 104 쿠페와 시트로엥 LN이었으며, 시트로엥에서 개발하던 프로젝트 VD 기반의 다른 차량은 서스펜션 세팅을 부드럽게 짜고, 차량 크기를 소형차 및 준중형차 사이에 맞춰 틈새시장을 노렸으며 5도어 차체로만 제공하기로 했다.
2.2. 출시 및 판매
1978년식 시트로엥 비자 클럽 |
- 기본형인 스페시알(Spécial)은 아미에서 쓰던 전자 점화장치(기계식+진공식 구조)가 장착된 652cc 2기통 35마력 공랭식 복서엔진이 적용되었으며, 기본 장비도 상당히 수수해, 단순한 그릴 디자인에 휠커버도 제공되지 않았다.
- 중간 트림인 클럽(Club)는 스페시알과 같은 엔진이 적용되었으며, 외관상으로는 크롬도금된 허브캡과 좀 더 고급스러운 그릴 금형이 추가되었다.
- 최고급 사양인 슈퍼(Super)는 사이드몰딩이 추가되었고, 푸조 104의 1124cc 알루미늄제 OHC 44마력 수랭식 4기통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변속기를 엔진에 내장해 엔진과 변속기가 같은 오일을 사용했다. 또한 슈퍼에서 사용하는 푸조 4기통 엔진은 시트로엥의 2기통 엔진과 비슷한 공인 연비를 기록하면서도 성능이 훨씬 좋았으며, 차체 구조를 고려해서 엔진 본체를 뒤로 72도 젖혀 장착했다.
비자는 푸조 104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승차감이 매우 부드러웠고, 휠 트래블이 길고 진동을 잘 잡아내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즉 "시골 아낙이 계란을 싣고 갈 수 있는" 수준의 승차감이었던 2CV와 비슷한 느낌이이었고, 다만 상당히 심했던 바디 롤이 약간 덜해지는 차이가 있었다. 좁고, 가볍고, 키가 큰 차량임에도 공기역학적으로 효율적인 디자인[5]을 추구했기에 고속주행이 안정적이며, 공인연비도 엔진별로 49.6mpg(약 21.1km/l)과 45.6mpg(약 19.4km/l)을 기록했다.[6] 또한 앞창문을 곡선으로 만들어 창문을 더럽히지 않고도, 대형 와이퍼 1개만으로도 창문을 닦을 수 있는 구조를 취했다.
냉난방장치는 온도를 맞출 때 공기 대신 물만 혼합하는 구조였지만 차량 엔진을 예열하는 동안 에어컨을 쓸 수 있었으며, 있어 봐야 한둘 정도만 달던 당시 소형차들과 달리 에어벤트를 4개 적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고,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추가되었다.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시트로엥 스타일이면서도 인체공학적인 요소가 엿보였으며, 와이퍼와 워셔, 경적, 방향 지시등, 헤드램프 점멸 장치 등의 스위치들을 한데 모아 한 손가락 거리 안에서 조작할 수 있게 한 PRN 새틀라이트[7]라는 장치가 있었고, 냉난방 장치의 제어판도 스티어링 휠 가까이 붙여 놓았다. 그 외에도 뒷좌석 선반을 테일게이트와 뒷좌석에 각각 연결시켜, 큰 짐을 싣을 때도 선반을 떼어내는 대신 그 일부를 테일게이트 쪽으로 접어 끈으로 고정함으로서 짐 실을 때의 수고를 덜었다.
비자는 넓은 실내공간과 승차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판매되었으며, 이후 시트로엥에서는 라인업 강화를 위해 1124cc 엔진을 얹은 슈퍼 E[8][9], 그리고 1219cc 엔진을 얹은 슈퍼 X[10]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출시된 비자는 싼 가격에 많은 장비들이 담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푸조와 시트로엥의 기대에 안 차는 편이라 프랑스의 코치빌더 중 하나인 율리에즈(Heuliez)와 협력해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디자인했다.
한편, 시트로엥에서는 비자의 고성능 버전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음 내용은 고성능 비자 시리즈에 대한 요약이다.
-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비자 트로피(Trophée)로, 비자 판매량 흥행을 위한 랠리카 프로젝트로 막을 올렸다. ERC(유러피안 랠리 챔피언쉽)의 그룹 B 부문을 노려 율리에즈가 200대 한정 생산한 이 차는, 슈퍼 X의 1.2리터 엔진을 100마력으로 튜닝했으며, 네덜란드 출신 드라이버인 폴 마스칸트(Paul Maaskant)가 이 차를 타고 완주했다.
- 그 다음으로 등장한 크로노(Chrono)는, 트로피가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계기로 등장했는데, 1982년 3월에 93마력 1361cc 엔진(2배럴 카뷰레터 2개 장착), 흰색 배경에 빨강-파랑 스트라이프, 훨씬 스포티하고 일반적인 대시보드를 달고 2160대가 생산되었다. 1983년에는 80마력 엔진을 달고, 각 국가의 국기와 색을 맞춰 이탈리아 등의 일부 시장에 수출까지 했다.
- 페이스리프트 이후 등장한 GT는 1361cc 엔진에 2배럴 카뷰레터를 달아 80마력에 최고시속 168km/h을 기록했으며, 1982년 9월에 훨씬 온건한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 작은 스포일러와 전용 휠, 등받이가 나눠진 접이식 뒷좌석이 추가되었으며, 은색/빨강/검정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 랠리카 프로젝트도 계속 이어가면서, 4륜구동+112마력+1360cc 엔진을 조합한 밀레 피스떼(Mille Pistes)도 그룹 B 랠리 출전을 위해 제작했고, 규정에 맞추어 200대를 생산했다. 경주용으로 제작된 일부 차량은 기존 성능보다 고성능으로 튜닝되었으며, 현재는 2대의 경주차가 남아 있다.
2.3. 페이스리프트 이후
1985년식 시트로엥 비자 II 11 RE |
라인업 확장에도 신경을 써 1983년 1월에는 율리에즈가 셜계하고 생산한 4도어 컨버터블인 드카포타블(Décapotable)이 등장했고, 슈퍼 E를 기반으로 해서 시트로엥 2CV과 유사한 디자인의 소프트탑이 적용되었다. 또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라는 승용밴도 추가해, 5도어 차체를 유지하되 뒷문을 용접해 고정한 뒤, 0.7리터와 1.1리터 휘발유 엔진, 혹은 1984년부터 추가된 1.7리터 디젤엔진이 장착되었다. 생산은 율리에즈가 담당했으며 1986년부터는 뒷문 손잡이가 추가되었다.
1983년에 출시된 푸조 205 GTi에 이어 등장한 시트로엥 비자 1.6GTi는 비자의 "본격적인" 핫해치 버전이었으며, 1984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데뷔했다. 205GTi와 공유하는 105마력 1588cc MPI식 전자 연료분사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되었으며, 차대도 성능 감당을 위해 수정하고 스페어타이어는 공간이 얇팍해진 보닛 대신 뒤로 이동했다. 최고 속도는 190km/h으며, 외관상으로는 4점식 헤드램프와 과감한 드레스업, 4스포크 알로이휠이 적용되었으며, 일반적이면서 스포티한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1985년 1월부터 판매된 GTi는 승차감, 가격, 성능, 로드홀딩(노면 안정성) 등의 면모에서 좋은 평가를 들었다.
1984년 이후의 비자는 트림 명칭을 손봐 스페시알, L, 슈퍼 E가 각각 이름 없는 기본형과 11E, 11RE로 개명했으며, 11RE는 검은색 스포일러가 기본 사양이었고 드카포타블이 1985년 7월까지 제공되었다. 또한 라인업도 대폭 손을 보면서, 1984년 3월부터는 푸조의 1769cc XUD 디젤엔진과 푸조 205의 변속기를 채용한 디젤 라인업인 17D와 17RD가 등장했다. 비자의 엔진룸과 긴 휠베이스를 고려해 엔진 구조를 손보았고, 엔진 크기 때문에 스폐어타이어를 작은 것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플라스틱 펜더가 추가되었으며, 스폐어타이어 보관함의 바닥도 평평하게 바꾸었다. 17RD는 뒷창문 와이퍼와 사이드몰딩이 기본이었다.
고배기량 사양으로는 1984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14TRS와 14RS가 등장했으며, 시트로엥 BX14와 같이 사용하는 1361cc 엔진에 카뷰레터 하나를 장착해 최고출력 59마력과 최고시속 156km/h를 기록했다. 이들 중 TRS는 풀사이즈 휠커버와 고급 인테리어가 적용되었고, 독일 및 북유럽 전용으로 판매되었던 RS는 보조등과 전용 그릴, 헤드램프 워셔가 포함된 "Nordic" 옵션 패키지를 고를 수 있었다. 1.4리터 라인은 성능과 연비 모두 1.1리터 버전 대비 개선되었지만 앞서 말한 디젤 버전의 수요, 그리고 가격 경쟁력 강한 시트로엥 BX14한테 밀려 판매가 부진했다.
또한 11E 트림의 상업적 성공을 토대로 등장한 비자 10E는,1980년대 초반에 남유럽 국가 몇몇에서 쓰던 954cc 엔진을 프랑스 내수에도 도입한 트림이었으며 엔진 배기량 때문에 세금을 적게 부담했다. 다만, 11E도 10E가 굳이 필요없는 국가에서는 계속 판매가 이루어졌다. 1984년에는 엔터프라이즈 승용밴만 판매중이던 상용차 라인업이 더 확대되어, 단순한 승용밴이 아니라 특장차로 재설계된 C15도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1985년에는 PRL 새틀라이트 제어판을 없에는 등, 인테리어를 훨씬 무난한 디자인으로 교체했으며, 1361cc 엔진에는 촉매 변환장치를 장착해 출력이 55마력으로 소폭 낮아졌다. 1985~1987년 사이에는 1.1리터와 1.7리터 사양에 "리더" 특별사양을 제공했으며, 1987년에는 비자 GTi의 엔진이 115마력으로 성능이 개선되면서 최고시속이 192km/h로 살짝 증가했고 "115 CH" 스티커가 추가되었다.
비자는 1988년 단종 때까지 1,254,390대가 생산되었으며, 1987년에 등장한 AX 5도어가 비자의 실질적인 후속 차종이 되었고, 상위 트림의 수요는 ZX의 저배기량 버전(1.1과 1.4)이 대신 가져갔다. 한편, 비자를 기반으로 한 특장차인 시트로엥 C15는 2005년까지 생산되었으며 시트로엥 베를링고가 C15의 실질적인 후속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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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CV의 2기통 복서엔진을 장착하고 1970년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며, 작은 크기에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공기저항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따라서 G-mini 프로토타입은 공기저항계수 0.32cd를 기록했으며, 디자인적으로는 지금의 스마트나 MPV처럼 보이는 디자인을 지녔는데 고객 클리닉 단계에서 반응이 워낙 안 좋아 폐기되었다.[2] 프로젝트 Y는 G-mini의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점들을 보완하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었는데, 때마침 미쉐린 타이어의 지분 49%가 피아트로 넘어가면서 시트로엥과 피아트가 협력 관계를 맺었고, 엔진을 가로로 두되 변속기를 엔진 끝에 장착한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피아트 127과 공유했다.[3] 피아트의 지분이 빠져나간 이후 대안으로 등장했으며, 토션 바 서스펜션과 2~4기통 복서엔진을 사용하고 자체 플랫폼을 쓸 예정이었다.[4] Voiture Diminuée(매우 작은 차)의 줄임말이다.[5] 실제 공기저항계수는 0.41cd 정도로 그리 낮은 편은 아니었다.[6] 1980년에 영국 오토카(Autocar)지에서 테스트한 실연비는 각각 리터당 약 15.3km/l과 13.7km/l이었고, 최고시속은 슈퍼 E 기준 145km/h(클럽은 124km/h)였다.[7] 참고로 P=Pluie - Rain, R=Route - Road, N=Nuit - Night. 지금의 와이퍼 및 전조등 레버의 역할을 맡는다고 볼 수 있다.[8] 무광 검은색 백미러가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고, 같은 시기의 포드 피에스타와 오스틴 메트로 1리터 기본형보다 싸면서도 기본장비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9] 당시 비자 슈퍼 E의 기본장비에는 간헐식 뒷창문 와이퍼, 높이조절식 헤드램프, 속도 조절(2단) 가능한 간헐식 앞창문 와이퍼, 열선 추가된 뒷창문, 탈거 가능한 접이식 뒷좌석(등받이 분할됨), 5도어 차체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소형차는 주로 3도어 해치백 차체만 적용되었으며, 에어벤트도 한둘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5도어 차체 역시 메트로는 1985년부터, 피에스타는 1989년부터 적용되었다.[10] 1980년 7월에 일부 시장 한정으로 등장했는데, 메탈릭 페인트 도장과 차체 색상으로 마감된 범퍼(빨간색은 검은색 범퍼 사용), C필러의 검은색 데칼, 전용 휠커버, 타코미터 등이 적용되어 있었다. 판매기간이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보기 드믄 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