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4-09 22:51:26

십자고상

[clearfix]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512px-Buenos_Aires_-_Recoleta_-_Parroquia_de_Nuestra_Se%C3%B1ora_del_Pilar_-_20090829c.jpg 파일:external/christianorthodox.files.wordpress.com/crucifix_500.jpg
가톨릭 십자고상 정교회 십자고상
<colbgcolor=#CCC> 언어별 명칭
한자
그리스어Σταύρωση(stavrosi)[1]
라틴어Crucifixum
이탈리아어Crocifisso
독일어Kruzifix
스페인어Crucifijo
포르투갈어Crucifixo
영어
프랑스어
Crucifix
튀르키예어Istavroz
히브리어קרוסיפיקס
에스페란토Krucifikso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형상을 말한다.

가톨릭/정교회/성공회의 십자고상에는 그리스도가 못박혀 매달려 있으며, 몸에는 다섯 상처가 있다. 가톨릭 성당 내부에는 통상 정중앙 또는 주목할 수 있는 공간에 십자고상을 반드시 모셔야 한다. 대부분의 성당에는 제대 뒷편 벽면에 고정시킨 경우가 많지만 일부 제대 뒷공간이 넓은 대성당은 제대 윗편에 매달아놓기도 한다.[2]

또한 신자들은 누구나 이 십자고상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모시고, 바라볼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과 고난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 여느 성물들이 그렇듯 사제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3] 벽고상과 탁고상 두 종류가 있는데 주로 사람들이 기도를 많이 하는 골방 비슷한 장소에는 거룩함과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해 벽고상을 더 선호한다.

일부 가톨릭 십자고상 중에는 가운데에 원 모양의 장식이 덧붙여진 것이 있는데 그게 분도(베네딕토)패다.

벽 십자고상은 가정, 사무실용으로 적당한 크기의 것들은 일반적으로 2~4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으나, 이탈리아제 십자고상은 7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정교하게 원목을 조각한 이탈리아제는 가격이 꽤 높다고 보면 된다. 십자가 부분 재질은 가공목, 원목, 수지(레진), 대리석이 일반적이며, 예수 성상 부분 재질은 금속(특히 주석)[4], 수지, 원목이 일반적이다. 통짜로 금속 재질인 것도 있다.

상대적으로 성화에 속하는 성물이다 보니 종종 정교회의 이콘과 겹치기도 하는데 12세기 당시에 제작이 된 십자고상같은 경우 예수의 성화이콘과 십자고상의 모습이 혼합이 된 모습도 볼수 있다.

개신교의 경우, 우상숭배에 민감한 장로회침례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루터교회성공회는 거의 모든 교회에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타 개신교파처럼 십자가 틀만 쓰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사실 마르틴 루터도 문서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십자고상 등 성상을 철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기존 관습에 물든 연약한 신자가 실족할 수 있다며 주장을 번복한 것이고, 성공회도 원래는 성공회 39개 신조22조에서 성화상 공경을 부정했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고교회파 진영에서는 해당 조항이 성화상에 대한 미신적 숭배를 거부할 뿐 이용 자체를 금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해석해왔으며,[5] 특히 옥스포드 운동 이후 현대 성공회에서는 22조 자체가 사문화된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영국의 주요 성당(특히 주교좌 성당)[6]들은 상당부분 고교회파로 십자고상은 물론 성모자상까지 쉽게 찾아볼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기념품점만 들러도 온갖 종류의 십자고상과 이콘을 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성공회의 경우 고교회파 색채가 많이 남아있는 편이라 일반적으로 천주교처럼 십자고상이 쓰인다. 사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교회파 및 앵글로가톨릭 뿐 아니라 광교회파 성당에서도 십자고상이나 성모자 이콘 정도는 의외로 꽤 발견되며, 저교회파 신자들 사이에서도 정통적인 칼뱅주의를 추구하는 소수의 경향(특히 시드니 관구)이 아니라면 십자고상에 대한 거부감은 이전보다 덜한 편이다. 방 안이나 가게 안에 십자고상이 달려있다면 그 주인은 천주교 또는 정교회 신자이거나 성공회 신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신교 성구사(속칭 '기독교 백화점')나 서점 등에서도 십자고상은 꽤 볼 수 있다. 또 실제로 십자고상이 있는 개신교 예배당도 꽤 있고, 십자고상을 걸어놓는 개신교 가정도 있다. 어떤 가정집에서는 심지어 정교회권 가정집에서나 볼수 있는 이콘을 모신 집들도 종종 있다. 성모상이나 기타 성인상과 달리 예수를 모태로 하는지라 개신교 입장에서는 그나마 가장 거부감이 덜한 성상이기 때문. 단지 이것을 '성물'로 생각하거나 그걸 바라보면서 기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럼에도 개신교에서는 십자고상보다 예수성상이나 장식이 없는 민십자가가 일반적이다.

개신교의 이재철 목사는 이에 대해서, 고난받는 그리스도가 묘사된 가톨릭의 십자가는 예수의 고난을, 그리스도의 모습이 없는 개신교의 십자가는 예수의 부활을 강조하기 때문이지만, 결국 예수의 고난과 부활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분리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 부활 십자고상도 있으므로 이러한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반론도 있으나, 엄밀히 말해 부활예수상은 십자고상과는 구별되는 것이기는 하다.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예수의 고난과 부활 모두를 중요하게 믿고 있으며, 다만 개신교 쪽에서는 가톨릭보다 성화상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십자고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쪽이 더 타당할 듯 하다.

정교회에서는 주로 성화(이콘)를 쓰기 때문에 보통 십자고상도 조각이 아닌 십자가에 예수 성화를 그리는 것으로 대체한다. 다만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서구화의 영향인지 부조 형태로 조각한 고상도 인정한다. 정교회의 십자고상에는 예수의 발 아래에 아담해골이 묻혀있는 모습이 들어가는데, 원죄로 인한 인간의 죽음을 이겨낸 예수를 상징한다. 그 외에 전통적인 비잔티움식 십자고상에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성부와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예수의 머리 위에 묘사되기도 한다. 또한 십자가의 양 옆에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과 롱기누스의 창이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허나 대부분의 정교회 성당들은 3D 형식의 십자고상보다는 2D 형식의 이콘으로 된 십자고상을 모신 곳들이 더 많다. 가톨릭 성당 중에서도 정교회 전례의 동방 가톨릭 교회(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 등) 성당에서는 정교회의 영향으로 2D 형식의 십자고상을 모신다.

이슬람에서는 쿠란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건 예수가 아니라 예수 모습으로 변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십자고상에 묘사된 대상이 예수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십자가형에 처해진 인물 하면 예수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무슬림들은 십자가형에 처해진 인물 하면 유다 이스카리옷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슬람교에서는 예수가 위대한 선지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예수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끔찍하다는 무슬림들도 있다. 이슬람에서는 예수가 죽음과 부활을 겪지 않고 바로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예수의 머리 위에는 'IESVS·NAZARENVS·REX·IVDÆORVM(나자렛 사람 예수, 유대인들의 왕)'의 약어인 INRI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이 말은 요한 복음서 19장 19절에 언급된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처형될 때 그리스도의 머리 위에 붙인 죄목의 표시. 성경에는 위 명패가 히브리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3개 국어로 적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가톨릭에서 쓰는 십자고상은 주로 라틴어로만 쓰여 있다.

정교회에서는 그리스어 표기에 근거하여 INBI(Ἰησοῦς ὁ Ναζωραῖος ὁ Bασιλεὺς τῶν Ἰουδαίων)로 표기하며, 몇몇 동방교회에서는 ΙΝΒΚ(ὁ Bασιλεὺς τοῦ κόσμου, 세계의 왕) 또는 ΙΝΒΔ(ὁ Bασιλεὺς τῆς Δόξης , 영광의 왕)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한국 정교회의 십자고상들은 한국어로 '영광의 왕'으로 표기되어 있다.

나가사키의 26성인 순교지 기념관에는 십자가형(정확히는 유럽과 중동의 원조 십자가형이 아닌 일본식 책형)에 처해진 기리시탄의 모습을 한 조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기리시탄들이 십자가형(책형)에 처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일본의 가톨릭계에서 접할 수 있는 십자고상으로 카쿠레키리시탄 십자고상도 있는데, 이쪽은 예수의 형상 대신 석가모니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1] 중세 그리스어로는 H Σταύρωσις 라고 쓰며,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을 그린 이콘에서도 이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2] 간혹 십자고상이 있을 법한 성당 중앙에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이 아닌, 머리 위에 후광을 두른 채 두 팔을 벌리고 승천하는 모습이 박힌 부활예수상이 대신 걸려있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부활예수상은 엄밀히 말해 십자고상이라 볼 수 없으며, 당연히 십자고상을 대체할 수도 없다. 따라서 가톨릭 성당에 부활 예수상을 모시는 경우 회중이 주목할 수 있는 자리에 십자고상을 따로 모셔야 한다.[3] 단,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들은 사제의 축복을 받지 않은 것들도 종종 있다.[4]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납이 쓰이는 경우도 많았으나 지금은 환경ㆍ건강 문제 때문에 납 사용이 점차 지양되는 추세다.[5] 이와 같은 해석은 성인 공경에 대한 조항에도 적용되곤 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로마적(Romish) 관습'과 '교부적(patristic) 신심'이라는 틀로 구분지어 정도를 넘지 않는 성인공경은 성서와 39개조 신조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6] 영국의 오래된 성당이나 주교좌성당들 대부분은 원래는 가톨릭 성당이었으니.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 옛 가톨릭 시대의 이콘과 십자고상들은 종교개혁 직후나 내전기의 반달리즘으로 거의 다 파괴당했고, 현재 영국 성공회 대성당의 십자고상과 스테인드글라스 및 이콘은 대부분 39개조의 해당 조항이 사문화된 뒤에 다시 제작된 것들이다(대부분은 19세기). 극히 일부지만 당시 신자들이 파괴를 피해 감추어둔 것이 이후에 재발견되어 설치된 사례는 있다. 윈체스터 대성당 등처럼 에큐메니컬 운동에 적극적인 곳은 지역의 가톨릭 성당들과 함께 공동제작한 성상들을 새로 설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