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 | ||||
黯 | 然 | 銷 | 魂 | 掌 |
검을 암 | 그럴 연 | 쇠녹일 소 | 넋 혼 | 손바닥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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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黯然銷魂掌 [1]무협소설 《신조협려》에 나오는 무공.
2. 설명
소용녀와 절정곡 단장애에서 이별한 후 무공이 절정에 달한 양과가 자신이 평생 동안 익힌 여러 계파의 무학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경지의 장법을 만들었다. 한 팔을 잃은 양과가 직접 쓰기 위해 창안한 무공이기에 초수가 기이하다 못해 괴이할 지경이며 그 진정한 위력은 심경의 움직임으로부터 나온다는 천하에 짝을 찾기 어려운 기이한 장법. 총 17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약사의 평으로는 위력이 곽정이 구사하는 항룡십팔장에 대등할 만큼 강력하다고. 단순히 위력뿐만 아니라 기존 무학의 이치를 벗어난 기상천외하고 천변만화하는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처음 상대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항룡십팔장보다 대적하기 까다로울 정도다. 평생 무학덕질을 한 주백통도 생전 처음 보는 암연소혼장의 초식들에 쩔쩔맸고, 역시 무공이 고강한 금륜법왕도 암연소혼장에 허를 찔려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작중 양과는 구양봉에게는 경맥 역전과 합마공을, 전진교로부터 내공의 구결을, 소용녀로부터 고묘파의 무공과 옥녀심경을, 고묘 안에서는 왕중양이 남긴 구음진경을, 홍칠공과 황용으로부터 타구봉법을, 황약사로부터 탄지신통과 옥소검법을 배웠는데, 이는 단지흥의 일양지를 제외하고 천하오절의 무공을 모두 익힌 것이었다.[2] 그래서 소년 시절 양과만 하더라도 굳이 절기인 옥녀소심검법이 아니더라도, 초식으로 자신보다 훨씬 고강한 고수들을 여러 차례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무공이 탁월했다.
그러나 양과는 하나만 배워도 강호에 명성을 떨칠 수 있을 만한 각종 절기들을 익혔음에도, 오히려 한 가지라도 정통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3] 그러면서도 다른 것들을 버리고 한두 가지만 취해서 익히자니 다른 것들을 아깝게 여긴다. 젊은 시절의 양과는 이 모든 무공을 아울러 자신의 스타일로 녹여낼 재주가 없었기에 '필요할 때 필요한 무공을 쓴다' 정도로 타협하고 넘어갔지만, 성취를 이룬 뒤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각 무공들을 융합시키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암연소혼장.
이러한 것들만 보면 암연소혼장은 양과가 배운 무공들의 단순한 집대성 같지만, 장법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소용녀와 생이별한 양과의 비탄에 가득 찬 심정이다. 초식의 형태에 있어서는 오절들의 무공의 영향이 뚜렷하지만 복잡한 심경이 초식의 오묘한 부분을 끌어내는 근본 원리 자체는 양과가 독창해낸 것이다. 젊은 시절 다양한 무공을 자신만의 경지로 끌어올리지 못해 고뇌하다 '필요할 때 필요한 무공을 쓰자'라고 타협했던 양과가 마침내 진정한 자신의 경지에 도달한 결과물이 암연소혼장이라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신조와의 수련을 통해 얻은 초식을 버리고 상대 자체를 파훼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독고구패의 무학사상과 일평생 고독하게 살아온 독고구패의 슬픔이 소용녀를 잃은 양과의 마음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초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공을 쓰는 사람의 순수한 강함을 근간으로 하는 독고구패의 무학사상은 거의 대부분의 무공이 시전자의 공력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공력이 충분하면 어떤 무공이라도 얽매이지 않고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형의 공력을 초식이라는 형상으로 끌어내는 주요한 원리를 감정에 두었고(이것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기쁨'에 근본을 둔 옥녀소심검법처럼, 양과는 독고구패의 무학에서 '고독함'이라는 형태로 유사한 속성을 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자신이 아는 모든 모든 무공과 교회융통시킨 것이다. 즉, 서로 다른 무학 세계를 가진 천하오절들의 무공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었던 것은 양과가 검법의 새로운 경지를 깨달은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름은 강엄(江淹)의 별부(別賦)의 구절 중,'黯然銷魂者 唯别而已矣 -너무나 슬퍼 넋이 빠짐은, 오로지 이별 때문이로고.'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독특한 점은 인간의 감정에 좌우되는 무공이라는 것인데, 작품 후반 소용녀와 재회한 후 기쁜 감정으로 가득찬 양과가 금륜법왕을 상대할 때 암연소혼장을 시전하는데 본인이 생각한 만큼 제 위력이 나오지 않아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다 금륜법왕에게 패배해 소용녀와 다시 헤어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슬픈 감정이 일어나 진정한 위력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암연소혼장이 너무나도 강하기 때문에 극적 긴장과 감동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가가 제약을 걸어놓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4]
작중 무학의 경지로는 최정상에 오른 주백통조차도 경탄한 무공으로, 곽정이 오랜 세월 연마한 항룡십팔장과 대등한 위력을 지닌 장법은 그 자체로 희귀한데다가 무학 덕후 주백통도 깜짝 놀랄 만큼 기상천외한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 결국 주백통은 양과에게 절까지 해가면서 암연소혼장을 제발 가르쳐 달라고 빌기까지 한다. 결국 양과는 주백통에게 암연소혼장의 모든 초식의 원리를 낱낱이 설명해 준다. 그러나 주백통은 구음진경이나 합마공을 응용한 원리는 거뜬히 이해하면서도, 비탄에 빠진 심경과 연동되는 부분은 도통 알아듣지를 못했다. 이는 주백통의 성격 자체가 순박하고 직설적이며 말년에는 일등대사, 영고와 완전히 화해하고 마음의 짐마저 덜어 버린 그로서는 비탄에 빠진 심경과 밀접하게 결부된 암연소혼장의 진수를 느끼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본래 성격이 불같고 자유분방하다가 생이별의 슬픔에 빠져들게 된 양과 외에는 전수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을 무공이다.
무공의 위력이 시전자의 감정 조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특징이자, 다른 무공과의 크나큰 차이다. 만약 단순하게 무공의 모방이나 첨삭으로만 이루어진 장법이었다면 무학의 최고 경지에 이르렀던 주백통이 감탄했을 리가 없다. 주백통은 초식 중 몇 가지를 아예 이해조차 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김용 소설 세계관에서도 최고의 기재가 만든 무공이라 하겠다. 전술했듯 이는 심경 자체가 공력을 끌어내 직접적인 위력으로 이어지는 무공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는 주백통과의 대결 및 금륜법왕과의 결전에서 직접 묘사되는데, 쌍수호박으로 양과를 초수 면에서 밀어붙이던 주백통과 대등하게 맞서는 위엄을 선보인다. 인질극과 무기 공격으로 인해 패색이 역력하던 금륜법왕과의 대결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암연소혼장의 진수가 발휘되자 대번에 전세가 역전된다. 예측을 불허하는 기괴한 초식들이나 양과 본인의 강대한 내력이 더해져 천하의 어느 무공에도 뒤지지 않는 장법이라 부를 만하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된 항룡십팔장이 역시 당대 최고의 고수이자 대협 버프를 빵빵하게 받는 곽정이 오랜 구음진경 수련을 통해 오묘한 경지까지 대성한 무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암연소혼장 역시 과연 주인공 필살기다운 비범한 무공이라 할 만하다.
정말 잘 승부가 나지 않는 고수들간의 대결에서 단숨에 확실한 승기를 확보한 무공이니만큼 그 포스는 신조협려 중 최강이지만, 암연소혼장이 다른 무공과 가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인 슬픈 심경을 갖지 않으면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위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심지어 창시자인 양과 자신도 슬프지 않으면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니 말 다했다.[5] 이 무공은 양과가 주백통에게 전수해주기도 했고 후손인 황삼미녀에게도 전수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백통이나 황삼미녀나 암연소혼장을 쓰는 장면이 전혀 없다. 실전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저 두 사람이 별로 슬플 일이 없으니 썼다 해도 양과가 썼던 때만큼의 위력이 나오기도 어렵겠지만.
3. 초식
아래 초식 이름의 의미와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17초식 모두 소용녀를 생각하며 붙인 이름이므로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해설 부분에서 '뜻하는 듯'으로 끝나는 것은 모두 소설 내에서 그와 관련된 설명이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사자성어나 단어 뜻에 따라 직접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면무인색(面無人色) - 얼굴에 인간의 색이 없다는 의미. 소용녀와 이별한 뒤 사람같지 않은 초췌한 모습을 말하는 듯.
제1초식. 속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 얼굴에 희로애락의 표정을 드러내면 상대방은 그것을 보고 자제하지 못하게 된다. 기뻐하면 기뻐하고 슬퍼하면 슬퍼하여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아무 소리도 힘도 주지 않고 적을 제압하게 된다. <구음진경>에 나오는 이혼대법을 변형시킨 것이다. 주백통은 구음진경을 익혔기 때문에 이 초식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심경육도(心驚肉跳) - 마음이 놀라고 살이 뛴다는 뜻. 소용녀 없는 양과의 불안정한 상태를 말하는 듯.
제13초식. 먼 곳을 응시하며 팔을 뒤로 돌리고 발을 단단히 붙이지 않으며 가슴의 모든 허를 드러낸다. 일부러 가슴으로 공격을 받아내서, 북부의 근육으로 가슴을 안으로 움츠렸다가 튕겨내면서 상대의 초수를 받아낸다.
- 기인우천(杞人憂天) - 하늘이 무너질까 근심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쓸데없는 근심을 뜻함. 소용녀가 살아있는지, 잘 사는지, 어디있는지 등등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근심을 말하는 듯.
머리 위에서부터 일장을 내 뻗어, 비스듬이 활 모양으로 휘어서 내린다.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막아낼 수 밖에 없으나 장력도 보통보다 강하다.
- 무중생유(無中生有) - 홀연히 생각이 나는 것을 뜻함. 이별 후 언제나 소용녀 생각이 나는걸 말하는 듯.
전혀 방어초식을 갖추지 않다가. 적의 초식이 가까이 왔을때 갑자기 왼손과 오른쪽 소매, 양쪽 발과 머리, 팔꿈치와 무릎, 엉덩이와 어깨, 심지어 가슴과 등의 온 몸에서 초식을 격출하여 위협적인 공격을 가한다. 주백통과의 대련 때 주백통은 일부러 외팔이인 양과에게 맞춰서 한쪽 팔을 봉한채로 싸우고 있었는데, 이 초식은 도저히 한 팔로만 받아낼 수가 없어서 양손을 다 쓰고서야 간신히 받아넘겼다. 코믹스판에서 십굴귀와 싸울 때 사용한 것을 본 곽양은 십굴귀의 온 몸을 꿰뚫어 죽인 줄 알고 잔인하다고 평했으나, 알고 보니 훼이크. 이것도 이혼대법을 응용해서, 상대가 이미 맞았다는 생각을 듣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술이다? 어떤 권투만화 주인공은 이 기술을 쓰기도 한다?
- 타니대수(拖泥帶水) - 말과 행동이 꾸물거리는 것을 뜻함. 소용녀와 이별한 뒤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심정을 말하는 듯.
오른쪽 소매를 흐르는 물처럼 휘두르고, 왼쪽 손을 느릿느릿 끌면서 수천 근의 진흙을 끄는 것같이 한다. 소매는 북방 계수(癸水)의 형상이고, 오른쪽은 중앙 술토(戌土)의 형상이다. 가볍고 변화무쌍한 것과 무겁고 강한 것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금륜법왕을 끝장낸 초식이다.
- 도행역시(倒行逆施) - 차례나 순서를 바꿔서 행하는 것을 뜻함. 소용녀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음을 뜻하는 듯.
구양봉의 역구음진경을 응용한 것. 물구나무를 서서 머리로 땅을 딛고 일장을 내미는 것이 37가지 변화 중 하나이다. 역(逆) 가운데 정(正)이 있어 정반(正反)이 산충되어 모순을 일으키며 서로를 제어한다.
- 배회공곡(徘徊空谷) - 빈 곡(아무도 없는 절정곡)을 배회한다는 뜻함. 소용녀와 이별한 뒤 찾아와 혹시나 소용녀가 돌아오지는 않았나, 배회하는 양과의 모습을 뜻하는 듯.
- 역불종심(力不從心) - 할 마음은 있으나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뜻. 남해신니를 따라갔다는 소용녀를 찾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하는 듯.
- 행시주육(行屍走肉) - 걸어다니는 시체, 달리는 고깃덩이. 소용녀와 이별한 뒤 자신의 삶이 아무 의미 없음을 가리키는 듯.
- 용인자요(庸人自擾) - 어리석은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뜻. 자신이 어리석어 소용녀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듯.
- 폐침망식(廢寢忘食) - 자는 것도 물리치고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는 뜻. 소용녀가 없는 생활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듯.
- 고형척영(孤形隻影) - 홀로 있는 그림자가 더욱 외롭게 보인다는 뜻. 소용녀가 없는 양과의 모습이 외로운 것을 뜻하는 듯.
- 음한탄성(飮恨呑聲) - 원망을 마시며 울음을 삼킨다는 뜻. 소용녀를 잃었는데 원망해야 할 대상도 없고 소리 지를 대상도 없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것을 뜻하는 듯.
- 육신불안(六神不安) - 온 몸이 불안한 것을 뜻함. 소용녀를 잃고 언제나 불안한 양과의 심리 상태를 말하는 듯.
- 궁도말로(窮途末路) - 날떠러지 앞에 궁한 사람을 뜻함. 절정곡 단장애 앞에서의 양과의 모습을 뜻하는 듯.
- 상입비비(想入非非) - 허황되고 터무니 없는 생각을 뜻함. 혹시라도 소용녀가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것을 부정하며 다시 소용녀를 그리워하는 것을 뜻하는 듯.
- 매약목계(呆若木鷄[6]) - 나무로 깎아 놓은 닭처럼 멍하니 있는다는 뜻. 소용녀를 그리워하며 멍하게 있는 양과의 모습을 말하는 듯.
4. 기타
- 참고로 신조협려 드라마에서는 참 모호하게 묘사되는 무공이다. 양과가 외팔이라서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기괴한 동작을 펼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감정이 작용한다는 점 때문에 묘사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유덕화가 양과를 맡은 83년도 신조협려에서는 보법이나 초식이 진짜로 상심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멋들어진 연출을 보여준다.
- 주성치의 영화 식신에서 패러디로 암연소혼반(黯然銷魂飯)이 등장한다. 연인인 막문위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식이라나 뭐라나.
- 만화 《용비불패》에서는 마교의 졸개 중 일부가 동명의 무공을 사용했다.
5. 관련 항목
[1] 暗 아니므로 주의[2] 그나마 항룡십팔장과 일양지를 배우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이것들까지 배웠다면 김용 월드 최고의 무공이 탄생했을지도. 물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고도 남지만..[3] 곽정의 살해를 계획할 당시 금륜법왕이 양과에게, 극히 다양한 절기들을 지녔으나 그 중 무엇으로 곽정을 대적할 것인지를 질문한다. 양과는 이 질문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혼자서 미친듯이 손짓발짓을 하며 무공들끼리 융합하는 경지를 넘겨다보지만 기량이 모자라 실패했다.[4] 말그대로 솔로부대를 위한 무공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왠지 만화 《란마 1/2》에 나오는 사자포효탄이 생각나는 건...(물론 사자포효탄은 우울해져야 세지지만.)[5] 그런데 그 제위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도 초식이 워낙 기이해서 금륜법왕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품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6] 呆어리석을 매, 의미는 흔히 말하는 '멍 때린다', '멍청' 정도. 어두울 昧 아니므로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