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구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규칙(2003. 7. 31. 법무부령 제5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1] 제14조 (심사상의 주의) ②국가보안법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 결정전에 출소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개정 1998.10.10.>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제도로, 좌익수나 양심수가 준법 서약서를 작성하면 가석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였다.2. 상세
사상전향제도 시행 당시 국가보안법 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재소자는 가석방이 금지되어 있었으며1975년에서 1989년 사이에는 사회안전법이 시행되어 형기와는 상관없이 사상범을 평생 보호감호소에 가둘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군사정권은 비전향 장기수들을 보호감호소에 가두고 전향공작 전담반을 교도소에 배치하여 이들의 사상 전향을 종용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고문 등 잔인하고 폭력적인 방법이 사용되었다.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서 이같은 전향 종용과 고문은 사라졌지만 가석방과 관련된 각종 규정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비전향 장기수들은 가석방을 받을 수 없었다.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와 문민정부도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이용했다. 사상전향제도는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헌적인 제도였고 1995년 유엔 인권위원회도 사상전향제를 세계인권선언 위반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런 배경 하에서 1998년 집권한 국민의 정부의 김대중 대통령은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사상전향제를 전면 폐지하였지만 보수 세력의 반발[2]과 부작용을 의식하여 준법서약제도를 도입하여 사상전향제도를 대체하도록 하였다.
준법서약제도는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사람이 사상전향서가 아닌 '준법서약서'를 작성하면 가석방과 서신 왕래를 가능케 해주는 제도다. 준법서약서에는 사상전향서와 다르게 기존 사상에 대한 자아비판, 체제에 대한 충성 등 사상에 대한 내용이 모두 삭제되었으며 단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내용만이 남았다. 즉,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으면서 양심수들의 석방 후 반체제 활동을 규제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진보 시민단체 등에서는 준법서약제도 역시 사상전향제도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하며 폐지를 계속 주장하였고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양심수 17명을 특별사면하면서[3] 준법서약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진보 운동가들은 준법서약제에 대해 헌법 소원을 냈으나 2002년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은 단순한 확인서약에 불과하기 때문에 양심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며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원재판부 98헌마425, 2002. 4. 25.
2003년 준법서약제 폐지를 공약한 참여정부가 출범하였고 같은 해 7월 준법서약제도는 공식 폐지되었다. 이 때도 보수세력이 반발을 많이 했지만 결국 준법서약제도 폐지는 막지 못했다.
준법서약제도가 폐지된 후에는 보안관찰법의 일부 조항이 과거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제도가 하던 제도를 이어받아서 대신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상전향제도나 준법서약제도가 모두 폐지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은 조건 없이 석방되지만 조건 없이 석방해 주는 대신 보안관찰법을 통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의 동향을 통제하고 있다. 물론 사회안전법의 후신인 보안관찰법은,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상전향제도 폐지 이전이나 준법서약제도 폐지 이전까지는 보안관찰법이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제도, 그 위의 상위 조항인 행형법의 보조 도구 역할을 하는데 그쳤으나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보안관찰법이 대신 시국사범들의 동향을 통제하고 있다. 보안관찰법도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는 2019년 10월 8일 보안관찰처분 면제 신청 시 첨부하게 되어 있던 준법 서약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보안관찰법 시행령(대통령령) 일부개정령 및 보안관찰법 시행규칙(법무부령) 일부개정령을 공포/시행했다. 법무부는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면서도 안보범죄 대응체계에 공백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안관찰 제도의 합리적 운영 및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고 준법서약서 폐지도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