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리버호가 선화하기 전에 앞과 뒤를 점거하는 가 싶더니 과감하게 선체를 밀착시켜 움직임을 제한시키려 했다. 자칫 잘못하면 배의 충돌로 모두가 침몰할 수 있기에 함부로 행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으어어어. 돈 내놔라. 돈 될만한 것을 내놔!』
『노잣돈이 필요해!』
유령해적들은 포효하며 크림슨리버호로 뛰어 들었다.
"주먹주먹 난타!!"
소매를 걷어올린 지브스는 기관총과 같은 주먹질로 갑판에 올라서는 유령들을 두들겨댔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권주에 선두에 선 유령해적이 정신을 못 차리고 밀려나자 뒤를 따르던 유령들이 무더기로 뒷걸음질을 하다 바다 아래로 떨어졌다.
지브스의 곁에서 혼트도 착실하게 자신의 몫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진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좋아! 그럼 이쪽은 나에게 맡겨!"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유력해적들을 눈대중으로 가늠한 진은 길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단번에 열기를 뿜어냈다.
『콰-직』
진각을 밟은 부분의 갑판이 뜯겨져 나가는가 싶더니 진은 잔상을 남기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트하아압!"
『쩌-엉』
무게 중심을 낮게 해서 바닥을 쓸다시피 달려나간 진은 순식간에 선두에 선 유령해적의 품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거의 허리춤 높이를 유지한 채 날아드는 그의 신형을 유령해적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진은 전진과 일어나기를 동시에 행하며 어깨로, 아니 전신으로 들이박았다. 위를 향한 공격이라 부딪힌 유령해적들은 두 다리가 붕 뜨며 날아갔다. 허우적대며 날아가는 통에 그 뒤에 있던 유령해적들도 함께 휩쓸러버렸다.
『쉬이이잇』
하지만 진은 이에 멈추지 않고 연거푸 신형을 날려댔다. 연격 철산고였다.
"으럇!"
『쩌저정』
"캬악!"
『쩌렁』
"다 덤벼!"
진이 신형을 날릴 때마다 유령해적들은 크게 튕겨져 날아갔고, 뒤이어 다른 유령해적들은 튕겨져 나간 유령해적들에게 휩쓸려 뒤엉켜져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진의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유령해적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으어어어. 돈 될만한 걸 내놔아아.』
『돈. 돈. 돈. 돈이 필요해.』
"아니 루퍼스 저 돈귀신은 어떻게 된 게 진짜 돈귀신을 끌고 다니네?"
유령해적들은 본디 해적이던 이들이 아니었다. 루퍼스에게 당한 뒤 노잣돈을 빌미로 그 영혼을 저당 잡힌 이들로, 생전에 인양업자였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사정을 알 바 아닌 진의 눈에는 그저 돈독이 오른 돈귀신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돈귀신. 돈귀신"
"그래. 죄대 돈귀신들 뿐이야, 에이미."
진은 자신의 여깨 위에 앉은 노래하는 앵무새 에이미와 말을 주고 받았다, 에이미를 알아본 유령해적들이 흥분했다.
『노래하는 앵무새 에이미다!』
『희귀종이다!』
『돈이 될 거야!』
"내 에이미를 돈벌이로 생각하지 마!"
격분한 진은 열기를 잔뜩 담은 주먹을 휘둘렀다. 잔뜩 흥분한 진을 돌아보며 레이가 혀를 찼다.
"전투원3. 너 언제까지 이런 잡것들이랑 어울릴 셈이야?"
"....... 내가 전투원3이었어?"
"그럼. 당연히 서열 순 아니겠어?"
"아니? 네기 그래도 항해산데 조타수는 그렇다 쳐도 갑판원보다 서열이 낮을 수 있지?"
"그거야 우리 해적단은 연차로 서열을 메기니까!"
"수만 년을 사는 마족이면서 치사해."
"그러니까 전투원으로서 발악하지 말고 네 본업에만 충실하란 말이야."
"본업?"
실버나이츠? 격투가? 아니, 지금 진의 본업은 항해사이다. 진은 레이가 지적한 본업이 '항해사'임을 이내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고 봐야 할 것 아니야, 항해사! 어떻게 좀 해봐!"
"조, 좋았어! 조타수!! 키를 잡아!"
"양 옆에 배가 붙어있는데? 아, 아니. 알겠습니다."
진이 지시하자 조타수 지브스는 반신반의하면서 달려드는 유령해적들을 떨쳐내고 키를 붙잡았다. 키를 붙잡는 걸 확인한 진은 신형을 날려서 배의 좌우를 오가며 무게를 실어서 진작을 밟아댔다."
기우뚱.
그러자 유령선에 의해 고정되어 있던 배가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가 싶더니 점점 크게 기울어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밀착한 유령선들도 그네처럼 함께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떨어지면서 간격이 벌어졌다.
"지금이야! 키를 돌려!"
"세상에 이런 무식한 항해술이 어디 있담?"
『끼리리리릭』
너울춤을 타고 유령선을 떨쳐낸 크림슨리버호는 멋들어지게 제자리에서 선회하며 선수를 돌렸고, 마침내 전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뒤늦게 루퍼스가 크림슨리버호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진에게 총격을 날리려 했다.
"어딜 감히.."
『타-앙』
하지만, 그보다 앞서 발치에 레이의 견제사격이 들어왔다. 물론 루퍼스는 발을 뒤로 빼면서도 쌍권총을 꺼내 들어 응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이의 견제사격은 연사로 날아들었고 다른 한 발은 발치가 아니라 앞 난간에 명중했다. 견제사격을 하면 루퍼스가 다른 속의 권총을 꺼내 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레이가 한 수 앞을 내다본 것이었다. 결국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루퍼스는 총격을 가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 틈에 진은 금강불괴를 펼치며 루퍼스의 총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미 거리도 꽤 멀어졌다. 지금은 쏴 봐야 총알 값만 아까워질 것이다.
"이런.. 어쩔 수 없군요. 이번엔 보내 드리죠."
"헹! 봐주는 것처럼 얘기하지 말라구?"
"다음에 만나면 당신들의 영혼은 제 것입니다."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해 보시지!"
루퍼스의 말에 레이와 진은 지지 않고 큰 소리로 응수했다. 그런 사이에 어느 새 두 배의 간격은 크게 멀어졌다. 이 정도 거리라면 이미 가속이 붙은 크림슨리버호를 쫓아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하하하! 진 최고야! 엉망진창이지만 최고의 항해술이었어!"
"엉망진창! 엉망진창!"
에이미도 엉망진창이라며 노래해댔다.
"바람이 필요하면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가 필요하면 파도를 일으킨다! 이것이 이 진의 항해술이야!"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항해사 진의 목소리와 함께 해적선 크림슨리버호는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7월 31일 패치로 레이, 루퍼스와 함께 해적컨셉의 스킨이 출시되었다. 스킨의 세부설정은 해적왕 레이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항해사로 특이 사항은 요리치이며 데리고 다니는 앵무새가 한 마리 있는데 이름이 에이미다.
선도부원이 진을 불러 세우려 했다. 하지만 헤드폰을 쓴 진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교문을 지나갔다. 선도부원이 쫓아가 어깨를 손을 얹자 그제야 진은 헤드폰을 벗으며 돌아봤다.
"오, 아침 인사?" "아냐.."
진이 멋대로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들자 선도부원은 손을 뒤로 뺐다. 대신 학생수첩을 꺼냈다.
"복장불량으로 벌점이야." "복장불량이라고? 나의 어디가?" "교복이 아니잖아." "교복은 아니지만 학교 체육복인데? 이것도 엄연히 학교 유니폼이다?" "체육복은 체육시간에만 입어." "운동부는 아침 훈련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게다가 교복이 더러워져서 세탁 중이란 말이야." "대체 그 교복, 매번 세탁 중이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세탁할 셈이야?"
선도부원은 완고했다. 진이 뭐라고 항의하건 말건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벌점이 싫으면 교내 봉사로 해결하지. 학교 뒤뜰에서 쓰레기를 주워." "뒤뜰?"
하지만 뒤뜰이라는 공간을 언급하는 순간 진은 표정을 바꿨다. 교사 뒤뜰을 청소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선도부원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워낙 힘이 센 뛰어난 진이 끌어당기자 선도부원은 종이인형처럼 쉽게 들어올려졌다.
"히, 히익! 뭐하는 짓이야?" "너 똑바로 말해. 누가 날 뛰뜰로 보내라고 했지?"
순식간에 바뀐 진의 태도에 선도부원은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노려보는 진에게서 평소 유쾌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니, 니는 모르는 일이야!" "웃기지마! 거기가 어딘지 몰라서 물어? 선도부장, 아니 학생회장에게 항의해야 할까?" "난 뭐 좋아서 심부름 하는 줄 알아? 그냥 가는게 좋을 걸? 아님 걔들이 농구부로 찾아갈지 몰라." "그건 안돼!"
절대 안될 말이다. 지난 번에도 놈들과의 시비에 휘말린 탓에 매니저인 에이미에게 얼마나 꾸중을 들었던가? 이번에도 신성한 농구장에 놈들이 오게 내버려둘 수 없다.
"그 놈들에게 전해. 난 이제 싸움 같은 건 관심 없다고.."
진은 선도부원을 내려 놓고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3월 5일 패치로 에이미, 아신, 마리와 함께 그랜드 스쿨 아바타가 추가되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헤드셋 악세사리에 왠지 모르게 카일을 닮은 듯한 인상 때문에 평이 좋지는 않다. 또 바지 위에 바지를 겹쳐 입은 모습에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