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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6-19 01:48:38

코등이 싸움

파일:코등이싸움1.jpg

1. 개요2. 현실성3. 서브컬처에서

1. 개요

검도 시합에서 서로 죽도를 맞대고 코등이와 코등이가 서로 다투는 상태이다. 실제 검술에선 여러가지 이유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구석이 거의 없거나 1초 이내로 상황이 끝나지만, 영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에서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연출이다. 물론, 현실성이 없기에 검 전문가들에게는 늘 까이는 연출#이다.

2. 현실성


가느다란 막대기 두 개를 교차하고 약간의 힘을 주기만해도 지레의 원리와 두 물체 사이에 마찰 저항이 거의 없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반면 금속으로 된 검끼리는 부딪히면 적어도 대나무나 목재보다는 서로 마찰력이 강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날이 날카로운 진검이라면 날끼리 서로를 먹어 마치 톱날같이 맞물리기도 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진검끼리 이가 나가도록 부딪혔다 해도 약간의 조작만 가하면 칼을 떼거나, 칼을 붙인 채로 칼끝, 칼날을 미끄러뜨려 앞에 있는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단순히 베려던 방향 그대로 미끄러뜨리기만 해도, 미끄러진 칼날은 십중팔구 상대의 손 위로 미끄러져 상처를 입힌다. 이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전투용 검에는 코등이(가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술에서는 이렇게 칼이 엉킨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상대의 칼이 내 칼에 닿아있다는 점에선 상대가 떨어져있는 상황보다 수가 한정되지만, 멍하니 밀고만 있으면 상대도 칼을 떼거나 얽힌 칼을 틀어 나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그래서 교착상태를 깨고 상대를 물리치는 기법들이 아주 다양하게 발달했다.

아예 더 들러붙어서 레슬링이나 찌르기를 시도할 수도, 얽힌 상태에서 칼을 효율적으로 돌려서 상대를 제낄 수도, 도로 물러나서 얽히지 않은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대치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동양에서는 유술이, 서양에서는 캄프링겐이 발전했다. 특히 독일 롱소드 검술은 칼이 엉킨 상태에서 교묘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걸 아예 주력 전술로 삼았다.

하지만 검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죽도를 사용해서 시합을 하고,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날로 대미지를 입지 않고, 검이 닿는 면적이 진검보다 넓기 때문에 힘의 중심이 코등이로 몰리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규정상 실전처럼 유술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합에선 오직 검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등이 싸움은 오직 검도에서만 공식 기술로서 성립이 가능한 것이다. 코등이 싸움은 심리전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상대를 힘으로 밀쳐서 간합을 확보하고 공격하거나 일부러 뒤로 빠지면서 상대의 머리나 손목을 노리는 퇴격을 할 수도 있다. 위험한 상황인 만큼 길게 끌어서 좋을게 없기 때문에 각종 클리셰의 불똥튀는 상황보다 훨씬 빠르고 짧게 끝난다.

만화에서 힘 겨루기 하듯이 상대가 나를 누르려 드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만화처럼 똑같이 힘 싸움을 하면 바보짓이다. 모범적인 대처법은 현대 총검술부터 아르니스, 펜싱에 이르기까지 검 초보자들도 알 정도로 다 나온다. 나도 상대에게 힘으로 미련하게 맞서는 대신, 가드는 잘 유지하되 무기를 쓱 제끼거나 돌려서 상대 관자놀이, 목 등에 내 칼날이 꽂히게 하는 것이다. 총검술의 돌리고 제끼는 동작, 펜싱의 4방향 가드와 칼 감기, 검도에서의 코등이 공방 등은 흥분해서 힘만 믿고 덤비는 상대와의 공방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해지라고 나왔다. 반대로 상대 힘이 너무 세거나, 내 힘이 너무 약하면 이런 상황이 성립할 것도 없이 내 머리가 쪼개질 것이다.(...) 시현류 검사들에게 당해서 머리가 쪼개진 막부 말기 사무라이들처럼.

징집병, 민병대도 다 같이 아비규환 백병전을 벌이는 전쟁터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검술, 무술가들의 대치상황에서는 둘 다 무식하게 칼날을 맞대려 들지를 않는다. 그러다가는 상대가 어떻게 훼이크를 쳐서 내 빈틈을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길거리 싸움에서는 붕붕거리는 텔레폰 펀치가 자주 등장하지만, 훈련받은 선수들끼리 붙는 격투기에서는 서로 사거리와 타이밍을 재가며 공방을 주고받으려 드는 것과 비슷하다. 술 먹고 흥분한 양아치라면 모를까, 맨정신으로 경기에 임하는 아마추어 선수 정도만 되어도 이상한 힘겨루기를 시도하는 건 좋은 짓이 아니라는 걸 안다. 서브컬쳐 코등이 싸움 묘사의 원산지인 일본 역시 현실 역사에서는 마찬가지로 서로 노려보고 있는게 아니라 바로 유술걸어서 상대방을 넘어트리거나 머리부터 땅에 떨궈서 죽이는게 정석이었다.


파일:thisiswhathappens.gif

진검을 사용하거나 롱소드 검술 등 고전 실전 검술에서는 검도 코등이 싸움보다도 흐름이 더 다채롭다. 접촉 면적이 적은 날 끼리 부딪히면서 서로 밀어내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보통 어느 한쪽이 미끄러지게 된다. 검도에서는 룰이 있기 때문에 그 미끄러지는 공방을 코등이 싸움으로 하게 되나, 유술과 안쪽 날 공방 등이 자유로운 고전 검술에서는 칼이 붙자마자 두 검사가 다시 떨어져서 원래 간격으로 돌아가거나, 붙은 상태에서 빈틈을 바로 공격하려고 들게 된다.

도검의 코등이(가드)의 역할 중 하나가 이렇게 칼끼리 엉킨 직후 공방에서 손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날끼리 충돌시 미끄러지는 건 둘째치고 이가 빠지는 등 날이 상하기 쉬웠기 때문에 보통 공격을 막을 땐 칼끝과 날이 아닌 평평한 면, 특히 조금 더 무디고 튼튼한 슴베에 가까운 쪽으로 받는다.

고급 기술로, 위 움짤처럼 일부러 상대방 칼이 미끄러지도록 흘려버리는 기술을 쓰기도 했다. 이런 기술에 당하면 균형이 무너지거나 무기를 놓쳐 목이나 치명상을 노린 참격에 무방비하게 당하기 일쑤다. 만화처럼 지그시 칼을 밀며 대치하는 상태를 거치는 게 아니라, 바로 일종의 그래플링 싸움에 들어가는 것이다.

펜싱 역시 스포츠화가 많이 되었고 속도가 워낙 빨라서 잘 안 보이지만, 상대와 칼이 얽힌다면 제끼거나 빠르게 뺐다가 타점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전후 풋워크를 쓸 수 있고 공방이 아주 빠르기 때문에 고전 검술처럼 적극적으로 칼을 얽는 대신 치고 빠지는 선택지를 고르기 쉽고, 평범한 관중 입장에서는 선수들 칼이 닿긴 닿았는지 안 보일 수준으로 동작이 빠른 뿐이다.

3. 서브컬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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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레이 vs 카일로 렌
파일:Kirito_vs_Eugene.png
소드 아트 온라인 - 키리토 vs 유진

한 명이라도 검의 각도를 바꾸면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굉장히 현실성 없는 상황이라, 맨날 검 전문가들에게 까이는 걸로 유명하다.

이렇게 현실성 없는 연출이지만 서브컬처에서는 애용되는데, 이는 칼싸움 중 긴장감을 높여주고 두 캐릭터간 대사를 칠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 캐릭터라이벌 캐릭터가 싸울 경우 거의 확정적으로 코등이를 맞대는 연출이 들어가며 두 캐릭터간 대사가 오간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칼싸움 씬에서 원화가의 고생이 심한데, 수고를 덜하게 하는 꼼수로 코등이 싸움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진검대전에선 실전성이 없는 클리셰적 연출이다 보니 서브컬처에서도 코등이 싸움의 마무리 연출은 명확하게 묘사하기보다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승부를 못 보고 서로 튕겨나듯 물러나거나, 한쪽이 우세할 경우 그냥 갑자기 슈각 하는 이펙트와 함께 패배자 측이 베이거나 무기를 놓치거나 그냥 나가 떨어지는 등 애매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두 사람간 전투력 측정 용도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약골인 줄 알았던 캐릭터가 강자와 막상막하로 힘싸움을 하면서 사실 엄청난 실력자였다는 것을 드러내거나, 대치 상황에서 밀리던 캐릭터가 도발이나 버프로 인해 힘이 강화되어 역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면서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박력을 더하기 위해 불똥 이펙트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액션 게임에서는 주로 연타 이벤트로 구현되어 있으며, 보통 연타가 빠른 쪽이 승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끼리 대결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핑 차이, 터보 키 등으로 공정한 판정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에서는 '격렬한 승부'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적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버튼 연타로 대결하여 패배한 측이 무기를 놓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