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Roman collar/Clerical collar
기독교계의 성직자 의복의 일부로 목에 두르는 옷깃의 한 종류이다. 정식 명칭은 '성직 칼라, 영어로는 '클레리컬[1] 칼라(Clerical collar)'지만 일반적으로는 '로만 칼라'로 흔히 알려져 있으며, 본 위키에서도 '로만 칼라'로 이 항목에 들어올 수 있다. 플라스틱의 흰 탭 모양으로 되어 탈착이 가능한 것으로 잘 알려진 형식은 약식 성직 칼라이며 본래는 셔츠 안에 둥그렇게 감싸듯이 입어야 한다.
사진과 같이 생긴 것을 무조건 가톨릭 신부임을 나타내는 칼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리스도교의 여러 종파에서 두루두루 사용되고 있으며 형태도 미묘하게 다양하다. 한국에서 흔히 천주교 신부 복장의 로만칼라로 떠올리는 탈착 가능 형태의 성직 칼라는 오히려 개신교인 스코틀랜드 장로교에서 먼저 시작했다.
가톨릭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성직 칼라를 도입한 건 생각보다 오래지 않다. 16-17세기에 들어서야 성직자 복장에 대한 규정에서 사제만의 "칼라"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 이전까지는 당대의 남성복식에서 목에 레이스를 두르던 것과(이는 현대에 넥타이로 발전한다) 개별적인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16-17세기에 들어 성직 칼라의 독립된 개념이 확립되고 오직 성직자만이 이를 착용하게 된다. 즉, 목에 무언가를 두르는 것은 넥타이와 가톨릭의 로만 칼라 그리고 로마가톨릭 이외의 서방기독교 성직자가 사용하는 성직 칼라는 같은 뿌리를 두고, 종교개혁 이후에 가톨릭에서 반종교개혁 물결에 힘입어 복식이 규격화되면서 독립적인 로만 칼라를 성직자의 복식에 추가하게 되었다.
오늘날 흔히 탈착 가능한 형태의 성직 칼라는 스코틀랜드 장로회와 루터교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후에 가톨릭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 가톨릭에서의 성직 칼라는 특별히 로만 칼라라고 부르고 나름대로의 의미도 부여되어 있다. 만약 성직 칼라에 색이 알록달록 들어갔거나 무늬가 조금이라도 들어갔거나 허리가 잘록하게 재단된 등의 셔츠를 입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은 개신교, 특히 감리회의 목사[2]가 성직 칼라가 달린 목회자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다. 로마가톨릭 이외의 기독교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성직 칼라에는 로만 칼라의 의미는 들어있지 않고 '깔끔함'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즉 현재 가톨릭 신부들이 착용하는 형태의 성직칼라(로만 칼라) 와 동일한 형태의 칼라는 개신교의 일부 종파에서도 사용하나 그 의미는 양측이 다르며 일부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오해하는 개신교의 가톨릭 따라하기도 아니고 원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에서 시작되었으나 불과 60년 전인 1960년대에 가톨릭에서 받아들였고 그 고유의 의미가 내부적으로 부여된 것이다.
2. 역사
19세기 스코틀랜드 목사 토머스 차머스 | 17세기 가톨릭 대주교 프랑수아 페늘롱 |
유럽 대륙 개신교의 성직 칼라(밴드식) |
이전 바로크 시대에 남성복의 일부로서, "칼라"가 존재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성직 칼라, 넥타이 등의 뿌리이다. 당시에는 공직자가 주로 착용하는 라바트(rabat) 칼라가 명예와 지위의 상징으로 유행었는데, 색깔을 흰색으로 맞추고 모양이 좀 더 간소화된 디자인의 칼라를 사용한 게 시초다. # 이후 목때가 자주 타는 부분을 따로 만들어 옷의 세탁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다른 의상으로부터 분리된 칼라가 고안되었다. [3] 이것이 18세기의 루터교회에서 밴드 형식으로 개량되었다. 위의 사진들에서 밴드식 성직 칼라가 바로 이러한 형태다. 유럽 대륙의 개신교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밴드 형식의 성직 칼라를 착용하는 교파들이 존재한다.
스코틀랜드 장로회의 도널드 맥러드 목사. | 맥러드 목사가 고안한, 목띠 형태 칼라를 착용한 모습. |
보통의 칼라와 다를 바 없는 것을 사용하던[6] 가톨릭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는 대격변을 맞이한 1960년대에야 위의 사진과 같이 목띠 형태의 성직 칼라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당시 사제들로부터 이단[7]의 복장을 따라한다는 이유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소설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의 주인공 돈 까밀로 신부가 새로운 보좌신부의 클러지 셔츠를 보고 "나는 절대로 사제 같잖게 생긴 저런 걸 입지 않겠다!!"고 외치는 장면도 있다. (당시 보수적인 성직자들이 반발했던 것은 로만칼라가 아니라 클러지망 셔츠였다.)
가톨릭은 일찍부터 성직자 복장에 대해 규정하며 "칼라"를 중요한 요소로 취급했고, 대체로 검은 수단에 칼라를 착용했다. 하지만 정작 가톨릭이 자신들과 개신교의 기존 복장을 구분짓기 위해 고안한 형태를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해 진통을 겪는 동안, 개신교쪽에서는 편하다는 이유로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가톨릭과 개신교의 클러지 칼라가 비등비등한 것이다. 그야말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정착한 것.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가톨릭 신부는 흔히 생각하는 목띠식 칼라를 끼고 카펠로 로마노(영문 위키백과)[8] 모자를 쓴 모습으로, 루터회 목사는 저 'ㅅ'자형 칼라[9]를 낀 모습으로 그렸다(...)
3. 의미의 차이
개신교와 가톨릭에서의 의미에 좀 차이가 있다. 개신교의 성직 칼라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그 유래는 공무원이나 법관들이 쓰던 칼라 모양을 간소화한 형태였기 때문에 검소함과 겸손의 의미가 들어가 있으며, 그 모양은 모세가 받은 십계명 돌판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10] 반면 가톨릭에서의 성직 칼라는 청빈뿐 아니라 독신의 정결과 교황에 대한 순명의 의미가 첨가되어 있다.유럽이나 영국에서는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구분 없이 착용하는 편이며, 특히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어지간히 보수적인 신학/정치관을 가진 목사들도 예배 때 한정으로 성직 칼라를 착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11]
반면 미국의 영향으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분이 명확한 대한민국에서는 성직 칼라를 개신교 목사들이 한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실 개신교도 종파에 따라 입장이 다른데, 느슨한 주교제도 스타일의 감독교회인 감리회[12]나 성공회, 루터교회는 성직 칼라를 도입한 이래로 쭉 착용해 왔으며, 침례회는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13] 장로회는 목사별 혹은 교단별[14]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주일예배 강단에 설 때는 성직 칼라만 입는 경우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은 그저 멋져 보이기에 이단[15]의 복장을 따라한다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시대가 바뀌고 하나둘씩 의미가 첨가됨에 따라 본래의 인식이 변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만인사제설에 입각하여 성직자와 일반 교인의 구분이 전혀 필요 없는 종파[16]에게는 유니폼으로서의 역할도 사실상 필요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개신교 목회자의 성직 칼라 착용을 비판하는 쪽의 입장은, 신구교를 가리지 않고 성직 칼라의 역사나 서양 교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2000년에 국내에서는 성직 칼라에 대한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17]가 특허청에 의장 등록한 목사예복 중 몇 개가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의 이의신청을 통해 등록 취소되었는데, 이에 불복한 한기총이 항소를 제기했지만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아 취소 입장을 재확인함에 지나지 않았다. 성직 칼라가 어느 종파의 전유물도 아닌데 이것을 한기총의 창작물로서 독점하기 위해 세속의 힘을 이용한 막장사건이다.
어쨌든 '나는 성직자이니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청하시오' 하고 표시하는, 그리스도교의 섬김과 봉사의 정신에서 나온 의복 형태인 만큼 성직 칼라를 했다고 무조건 가톨릭 사제인 것은 아니며 개신교 목사가 성직 칼라를 했다고 무조건 지적할 이유는 없다. 나는 관대하다의 정신으로 바라보는 게 좋을 듯. 기독교계 성직자/목회자가 두루두루 나눠쓰고 있는 성직 칼라야말로 에큐메니컬의 소산이라고 평하는 의견도 있다.
4. 관련 문서
[1] '성직,성직의'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2] 한국 개신교 중에선 성공회가 가장 많이 성직 칼라를 착용하긴 하나, 사용법이 천주교와 매우 흡사하여 복제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3] 19세기 후반 드라이 클리닝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모직 의류는 물세탁을 자주 하면 상하고 색이 옅어지거나 줄어드는 등 애로 사항으로 인해 세탁을 자주 못 했기에, 소매나 칼라 등 때가 잘 타는 곳에 물세탁이 편하고 값이 싸서 낡으면 버리기도 용이한 면직물로 된 덧댐을 쓴 것이다. 한복도 같은 이유로 조선 중기부터 옷깃에 하얀 동정을 달게 되었다.[4] 오늘날 장로회의 기반이 된 교회.[5] 1833년에 가혹한 노동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노동자들은 생계 유지를 위하여 그 뒤로 수십년을 시달려야만 했다.[6] 다만 이 당시 가톨릭에서도 성직 칼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흔적이 있는데, 1624년 교황 우르바노 8세가 레이스가 치렁치렁 달린 목 장식을 금지함으로써 나타난 변화이다. 아이러니한건 현재 이 목장식을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의 루터교회에서 쓰고 있다는 것(...)[7]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가톨릭이 개신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영락없는 이단이었다. 공의회 이후에야 개신교를 갈라진 형제라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보기 시작한 것.[8] 과거 가톨릭 성직자들이 쓰던, 펠트로 만들고 비단 안감을 댄 챙 모자.[9]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독일에서는 베프헨(Beffchen), 스웨덴에서는 엘바(Elva)등으로 부른다[10] 출처(스웨덴어)[11] 클랜시 브라더스와 오토 폰 합스부르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살아생전에도 꽤나 많은 논란거리를 일으킨 적이 있었고 지금도 북아일랜드에서 열심히 고인드립당하고 있다.[12] 한국 감리회의 경우 평목사보다는 주로 감독들이 이를 착용한다.[13] 클러지 셔츠를 입는 일부 침례교회 목사가 있기는 하다. 사실 침례회는 회중제 성향이 강해서 소규모 교회의 경우 성직 칼라도, 정장도 아닌 캐주얼 차림으로 설교하는 곳도 간간히 존재한다.[14] 에큐메니컬 성향의 기장이나 통합측은 착용하는 목사들이 꽤 많지만, 보수 개혁주의 성향의 합동측이나 고신측은 가톨릭과 비슷하다고 여겨 대개 거부하는 편이다.[15] 강경한 복음주의 개신교측에서는 가톨릭을 비성경적인 이단이며, 적그리스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16] 장로회와 침례회 등. 감리회와 루터회, 성공회는 만인사제설의 정신은 계승하지만 주교(혹은 감독) 및 사제직의 전통이 강하다.[17] 대한민국의 개신교 연합체 중 하나로, 극우적 성향의 종파들이 주로 가입해 있다. 자세한 건 문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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