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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22 17:56:37

탁상행정

1. 개요2. 설명3. 관련 문서

1. 개요

왕안석이 재상이 되어 수리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드는 데 힘썼다. 그리하여 이러한 노선을 집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등용했기 때문에 그에게 여러 가지를 제안하는 관리들이 많았다.
어느 날 한 관리가 말했다. "팔백 리 양산박을 다 비운 뒤 개간하여 뽕밭을 만든다면 그 이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왕안석은 이를 듣고 나서 아주 좋아하며 계속 칭찬을 해댔다. 이어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 팔백 리 호수 물을 어디로 돌린단 말인가?"
마침 곁에 있던 국자감의 선생인 유공보가 대답했다. "그건 아주 쉽지요. 곁에 팔백 리 호수를 하나 더 파서 물을 담으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왕안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 학랑(謔浪)
탁상행정(, red tape 혹은 bureaucracy)은 탁상 위에서만 하는 행정이라는 뜻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 설명

의도가 좋든 말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를 이와 같이 부른다. 의도야 어찌됐든 간에 결과가 좋으면 '탁상공론'이나 '탁상행정'으로 부르지 않는다. 결과가 나쁠 때, 지도자의 잘못을 묻는 뜻으로 '탁상행정'으로 부른다. 대개 '지도자가 현황을 알지 못한 채로 자신만의 어림짐작식 결단을 내리고, 그 정책이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식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된다. 위 인용문의 경우에도 팔백 리나 되는 양산박을 메워서 드넓은 농토를 만든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산박의 물을 비우려면 그만큼 큰 호수가 있어야 한다. 호수를 메우기 위해 호수를 파서 물을 옮기고자 한 이야기는 웃자고 한 이야기겠지만 사실 국책사업 가운데는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농토를 만들기 위해 양산박의 물을 비우는 것인데, 호수를 파서 호수 물을 옮긴다면 양산박을 메우는 의미가 없다. 행정학에서 관료제의 문제점으로 자주 언급하는 '목적전치'가 일어나는 것이다.

일선 실무자가 멍청한 생각을 실천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탁상행정'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최소한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고, 책임의 한계도 있기 때문에 벌이는 일의 규모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정치인, 고위직 간부, 기업인 등이 멍청한 생각을 내놓고 실천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만 '탁상행정'이라고 말한다. 주로 상명하복이 강력한 거대 조직(적어도 100명 이상)에서 많이 나타난다. 국가, 지방, 경찰, 소방, 군대, 교정, 기업, 학교 등이 있다. 효과도 없는 법률이나, 쓸데없는 안건, 시간과 예산만 잡아먹는 일을 반복시키기 등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전체적인 국면을 주도면밀하게 따져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다음 시행해야지 이처럼 엉터리 같은 계획을 세워서 나중에는 빼도 박도 못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심할 때는 소속 조직 내에 악영향을 끼치고 물적-인적 피해를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시에도 탁상행정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이 경우에는 애초에 전투와 행정이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행정가들이 열심히 하려고 해도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윈스턴 처칠 같은 전시체제에서 수뇌를 맡았던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런 오류를 저지른 바 있다.

3.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