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춘원 이광수가 쓴 근대 소설. 배경은 경성부와 살여울 마을[1]이다.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당시 많은 청년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나, 실제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적으로만 쓴 소설이라며 비판도 많이 받았다.[2][3] 그리고 사건 전개에 있어 우연성이 너무 짙다는 지적도 받는다.
2. 줄거리
허숭은 경성(서울)의 명문 부자인 윤 참판 댁에 기식하며 보성전문에 다니는 고학생이다. 그는 여름방학에 잠시 짬을 내어 고향 살여울에 내려와 1주일 동안 야학에서 가르쳤다.여자반 가운데는 보통학교를 졸업한 유순이란 처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마음이 기뻤다. '볕에 그을려서 가무스름한 빛이 도나 눈과 코와 입이 다 분명하고, 그리고도 부드러운 맛을 잃지 아니한' 용모였다.
숭은 원래 잘살던 집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독립운동사건에 연루되어 오랜 옥고를 치른 데다가, 토지를 저당 잡혀 장사에 손댔다가 다 떨어 넣고 말았다. 게다가 장질부사가 돌 때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마저 죽었으므로 고아가 된 채 윤 참판 댁의 가정교사로 지내는 처지가 되었다.
삼청동 윤 참판 댁 슬하에 정선이라는 미모의 규수가 있어 누가 사위가 될 것인가가 장안의 관심사다. 그녀는 이화전문 음악과에 적을 둔 수재인가 하면, 애교가 철철 넘치는 미인이었다.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는 자 중에는 김갑진이 그 중 두드러진다.
칠조약으로 남작 작위를 받은 집의 아들로, 허숭과는 고등보통학교의 선배이며, 지금은 경성제대 법과에 다니는 교만한 수재로 소문난 청년이다.
숭은 익선동에 사는 한민교 선생을 존경하여 그 가르침에 따른다. 애국 충정과 탁월한 식견을 가진 한 선생에게 뜻있는 청년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건영 박사, 윤명섭 발명가, 이화전문생 심순례, 정서분도 그 멤버였다. 순례는 막연하나마 윤명섭에게 연정이 쏠린다.
숭이 졸업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날, 윤 참판은 그를 불러들여선 동경 유학과 정선과의 혼인을 권유하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한다. 이것은 장차 변호사가 되어 '농민 속으로 가자.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몸만 가지고 가자'고 했던 결심과, 아련하게 유순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윤 참판의 독촉이 있자 허숭은 쉬 승낙하고 혼인을 서두른다. 김갑진은 발을 끊었고, 그 사이에 순례는 이건영에게 정조를 유린당한 채 버림받아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숭은 혼인 전날, 유순의 편지를 받고는 잠시 동요했으나 현실에 순응한다.
숭은 명문 대갓집의 사위이자 고문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로 고향에 들렀다가는 다시 농촌 계몽에 투신해보고자 하는 열의를 갖는다. 그는 불쌍한 사람을 지성으로 돕는 한편, 유 초시의 딸 순에게는 인격자로 따뜻이 대해준다.
허숭이 병이 들어 정선이 살여울로 내려왔다. 그 기회에 숭은 자신의 꿈을 얘기하며 낙향해 살자고 하자 잠시는 솔깃해 한다. 하지만 귀경한 뒤 그녀는 생각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귀티가 나는 김갑진에게 정이 쏠린다.
허숭이 살여울로 내려가 사재를 털어 협동조합을 세우며 동분서주하던 때에 경성에 남은 정선은 그예 김갑진과 탈선을 하고 말았다. 아주 경박한 도덕심의 이건영은 순례와 서분을 두고 줄타기를 계속한다.
정선은 불의의 씨를 뱃속에 지녔다는 괴로움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여울로 내려왔다. 유순을 만나보니 자신이 터무니없는 오해와 질투를 가졌던 게 판명이 되었다. 허숭은 이건영으로부터 아내의 불륜 사연을 암시하는 편지를 받고 상경했던 터라 정선은 유순으로부터 따뜻한 숙식 뒷바라지를 받기도 했다.
허숭과 정선의 부부생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선은 갑진의 위선과 간교함을 알고 있으나 여전히 만나고 싶어하며, 숭은 괴로워하면서도 정선에 대한 남편으로서의 의무와 애틋한 정에 전전긍긍한다.
정선이 갑진의 방에 있는 게 숭에게 들키는 불상사가 생겼다. 숭은 강인한 인격자로서 금도를 지켜나가나 정선은 구겨진 자존심과 면목 때문에 이혼·자살 따위에 생각이 미친다. 남편에게서 싸늘한 지혜와 의지의 힘을 확인하고는 더욱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허숭은 정선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어 집을 떠났다. 봉천행 기차에 올라탔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다 곧 급정거했다. 누군가 열차에 투신 자살을 시도했다는데 그것이 바로 정선일 줄이야!
중태에 빠진 정선은 열차간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후 개성에 도착해 병원에 입원했다. 한쪽 다리를 잘라내야 할 형편이었다. 숭이 이를 허락했기에 수술은 성공리에 마쳤다.
이 자살 미수 소동이 부부의 끊어진 인연의 끈을 이어주었다. 둘은 살여울로 돌아와 진정으로 아끼고 배려하는 살뜰한 부부의 길을 되찾았다. 허숭은 참회한 아내에게 온갖 시중을 다 들었고, 고무다리 신세인 정선은 교만을 버리고 남편을 받들었다.
그런데 뱃속의 아기가 죄의 업보였다. 그녀는 의사도 못 부르게 하며 진통을 거듭하던 중 "자기가 죽거든 '허숭의 처 정선의 무덤'이라는 묘비를 세워달라'고 청하기까지 했으나 무사히 여아를 순산했다. 용서를 구하는 아내에게 숭은 "다 용서했소. 남편의 사랑은 무한이오. 한참만 더 참으면 고통이 없어질 것이요"라고 대답한다.
살여울에서 숭의 농촌 계몽사업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산월이라는 기생명을 가졌던 백선희는 자기 돈을 내놓아 돕는가 하면, 이 동네의 부자 유산장의 아들인 정근은 동경에서 돌아와 숭을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유순은 맹한갑과 혼인하여 임신을 했다. 그런데 동네에선 허숭과 유순이 간음을 했으며 뱃속의 아이도 불륜의 씨라는 소문이 퍼졌다. 한갑은 술에 취해 아내를 구타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만들어놓았다. 허숭이 피를 수혈한 보람도 없이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허숭, 백선희, 맹한갑 등이 체포되어 본서로 이송되었다. 순의 죽음은 숭이 한갑을 사주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숭의 협동조합과 야학, 선희의 유치원 경영이 일제 당국의 눈에 불온하게 비쳐진 탓이다.
이 모든 게 정근의 장난이었다. 허숭은 형무소에 투옥되는 처지가 되었으나 살여울은 차츰 희망에 찬 농촌이 되어갔다. 개과천선한 정근이 거금을 희사한 후 숭을 면회하여 속죄했던 것이다. 숭은 존경하는 한 선생을 살여울로 모셔오라는 당부를 한다.
경성에서는 공회당에 음악회가 열렸다. 순례가 성악곡을 발표하고, 이건영은 군중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한 선생 앞에 나타난 갑진은 그 동안 농촌에서 농부와 함께 살았다며 건실한 웃음을 띤다. 조선이 기지개를 치는 기미가 역연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흙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3. 등장인물
◎ 허숭 : 가난한 농촌 태생의 고학생으로 과묵하고 듬직한 성격을 가졌으며 변호사가 되어 부잣집 딸 정선과 결혼을 하였으나 부귀영화를 버리고 농촌의 개혁을 위해 헌신함.◎ 윤정선 : 허숭의 아내로 신교육을 받은 부잣집 딸로 부러울 것 없이 곱게 자란 도시 여성으로 자신의 영화만을 위해 살았으나 부정한 행동을 한 후, 자살하려다 다리를 잃고 나서 남편을 이해하고 농촌개혁에 헌신함.
◎ 한민교 : 교직자로 재직하면서 뜻 있는 학생들과 친분을 가지며 조선의 발전과 농촌 개혁을 하는 데 힘쓰도록 이끌어 주는 지도자
◎ 김갑진 : 과거 남작의 아들이었으나 아버지가 주색과 투기를 해 남작 예우가 정지되었으며 수재로서 법학 공부를 했으나 농촌 사람을 교화되지 않은 야만인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최고의 남자인 줄 알고 남을 무시함 주색잡기로 세상을 살다 후에 농촌개혁에 뛰어듦.
◎ 건영 :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왔으나 자신의 학벌을 이용하여 부잣집 딸과 혼인하여 재산을 얻으려고 여러 여자를 건드리고 다닌다. 직업도 없이 빈둥대는 생활을 함.
◎ 유순 : 순박한 시골처녀로 허숭에게 마음을 주었으나 숭의 중매로 한갑에게 시집을 가게 되고 유건영의 모함에 빠진 한갑에게 5개월 된 임산부 몸으로 죽음.
◎ 유정근 : 시골 부잣집 아들로 동경 유학을 했으나 성격이 거만하고 간교한 사람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가난한 농촌사람들을 이용하여 고리대금과 장리로 많은 재산을 모음. 훗날 작은갑으로 인해 마음을 고쳐 먹고 농촌 개혁에 동조함.
◎ 작은갑 : 농민이며 말이 없고 침착하여 허숭이 제일 믿는 사람으로 유건영으로 인해 징역을 살고 나와 유건영이 고장 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자신의 아내와 간통을 빌미로 유정근을 위협하여 개과 천선하게 함.
◎ 서선희 : 정선의 친구로 장로의 딸이었으나 아버지가 죽자 삼촌 밑에서 살았고 아버지의 유산을 삼촌에게 빼앗기고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기생이 됨 허숭을 만나 개심하여 농촌 개혁에 뛰어듦.
4. 영화화
1960년 권영순 감독에 이어 김기영 감독이 1978년에 영화화했다. 김기영 감독과는 안 어울리게 뜬금없는 문예영화인지라, 당시 스크린 쿼터제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든 영화가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원작을 생각하고 보면 안 되는 것이, 원작의 줄거리만 가져와서 마구 마개조해 완전 김기영식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김기영 특유의 '어린애', '쥐' 등의 소재 역시 어김없이 등장(...). 주인공인 허숭 역시 숭고한 인물에서 가부장적이고 강박적인 인물로 바뀌었다.5. 여담
이 소설을 읽고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도 한때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꾸기도 했다고 한다.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비판할 때 인용되기도 했다.#
[1] 어디에 있다고 딱히 나오지는 않으나... 아무리 봐도 평안북도 정주군이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읍내라는 묘사로 봐서는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고읍역 부근인 듯.[2] 한국 영화 동주의 초반부 만주에서의 수업 장면에서 이 내용이 나온다.[3] 작가 본인도 1장을 마치고 잠시 평남 지방으로 출장하면서 "수십 년 도회 생활만 하고 농촌을 등졌던 나에게는 반드시 많은 느낌과 재료를 얻으리라고 믿는다."고 밝히고 있어 이런 비판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