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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20:32:52

2021년 텍사스 대한파 및 정전 사태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사태의 원인3. 논란4. 여파5. 기타

1. 개요

2021 Texas power crisis
February 2021 Texas power crisis

Fabruary 13—17, 2021 North American winter storm
(Winter Storm Uri)

2021년 2월 중순 미국 텍사스 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력부족 및 정전 사태. 여러 혼란이 있었으나 결국 원상복구되었다.

2. 사태의 원인

1차적인 원인은 2021년 2월 15일(현지 시각)부터 북미 전역에 휘몰아친 21세기 겨울 폭풍 중 하나다. 북극권에서 뻗어온 강력한 고기압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이 겨울 폭풍으로 인해 미국 본토의 75%가 눈에 뒤덮였으며[1] 선 벨트라고 불리는 미국 남부지방의 온도도 영하 20도 미만까지 떨어져서 동 시각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영하 16도보다 더 낮은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따뜻한 지방으로 손꼽히는 텍사스가 미국에서 가장 추운 알래스카보다 더 춥다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겨울이라고 해도 최저기온이 추워야 5~10°C 사이인 것이 당연한 미국의 선 벨트 주들은 일제히 난리가 났다. 선 벨트 주들은 당연히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도록 스케줄을 짜 놓았다. 여름철에는 냉방수요가 많으니 설비를 전력으로 가동하되 겨울철에는 냉방수요야 당연히 없고 (따뜻한 기후 덕에) 난방수요도 없으니 이때 발전설비들을 교대로 정비하고 휴식시킨다.[2]

그런데 이런 미국 남부지역에 3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역대급 폭설한파가 닥쳤다. 겨울철 의복이 따로 없는 이 지역 사람들이 의지할 도구는 난방설비뿐이었고 매장의 온열기들이 금방 동나고 말았다.

당연히 난방도구 때문에 전력 사용이 폭증하기도 했는데 상술한 내용처럼 이들 지역의 전력생산은 여름철에 집중되어 겨울철 전력소비량 폭증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급하게 가동시키려 해도 상당수 발전설비들이 고려한 적이 없는 한파를 이겨내지 못해 동파하거나 얼어붙거나 고장 났다. 북부 지방이면 모를까 남부 지방의 설비들은 규제가 없다면 당연히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한파를 감안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기 마련이었다. 설사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발전설비를 돌리기 위한 석유천연가스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쨌든 2021년 2월에 닥친 이례적인 대한파 탓에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캔자스, 켄터키, 미시시피, 텍사스, 그리고 선 벨트는 아니지만 역시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오리건까지 총 7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 왜 이들 지역 중에서 유독 텍사스주에서만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하단 참조.

3. 논란

파일:북미 전력망 전도.jpg

위 그림에는 세 구역으로 미국의 전력망이[3]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미국 전력망은 인터커넥션 4개[4]로 나뉜다. 그 중 텍사스 인터커넥션은 가장 작은 면적을 담당하지만 다른 주들과 연계되지 않는다. 텍사스주는 1999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로 재임할 때 전력공급을 민간에 맡기는 시장화 정책을 도입했다. 텍사스의 민영발전업체들은 국가단위 전력망에 연결될 경우 생길 연방정부의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력망을 텍사스 전력연결망(Texas Interconnection)으로 독립시켰고 일부러 다른 주들과 전력망을 연결시키지 않았다.[5] 또 1977년에 발족된 관리감독기관인 FERC(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ttee)에게 규제나 감독을 받지 않는 대신 FERC가 관리하는 전력도매시장에도 접근할 수 없다.[6]

텍사스에 석유와 가스가 풍부히 매장되어서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돌릴 수 있어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이미 텍사스는 2011년 2월에 주 일부에서 기록적인 한파를 겪고 천연가스 설비의 작동이 중단되어 순환 정전과 난방 연료 차단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고 상술한 FERC가 해당 사태의 원인과 여파를 상세히 분석하여 텍사스 연결망의 운영을 담당하는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에 통보한 적이 있다.[7] 하지만 ERCOT은 FERC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시정 권고에 응할 의무가 없었고 실제로도 해당 권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 10년 뒤 규모만 다를 뿐 완전히 동일한 원인인 천연가스 설비 가동중단으로 인해 전력 및 연료난이 일어났다.

다른 선 벨트 주들은 자신들이 속한 동부 전력연결망(Eastern Interconnection)을 통해 멀쩡히 전력이 생산되는 북부 주들로부터 긴급히 전력을 도매로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는 와중에 텍사스만 홀로 다른 주들의 잉여전기를 바라보기만 하는 참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ERCOT 전력망에 속하지 않은 엘패소, 러벅, 텍사캐나, 롱뷰, 보먼트 같은 도시들은 당연히 정전 사태가 거의 없었다. # 쉽게 이야기하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동일본에서 일어난 전력 부족 사태의 원인과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일본도 동일본과 서일본의 전력망이 분리되었는데[8]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여파로 동일본의 모든 원전을 셧다운하면서 서일본은 남아도는 반면 동일본은 전력부족을 겪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을 비롯하여 재생에너지 탓에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느냐며 책임을 떠넘기는 의견도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상술했듯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작동하는 천연가스 설비가 전력부족과 한파로 인한 기능이상 때문에 가동이 중단되어 기저부하를 담당할 기반 전력의 핵심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

게다가 텍사스보다 훨씬 추운 캐나다,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핀란드는 이미 2015년에 기가와트급 풍력발전을 시행하고 설비를 확장하기 시작했으며[9] 이들 설비는 텍사스가 겪은 한파보다 훨씬 추운 섭씨 영하 30도급 혹한에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 재생에너지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절감 목적으로 이상기후에 대응하지 않은 안일한 설비로 인해 혹한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한(Winterization)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이는 텍사스의 화력 발전소나 원전과 같은 다른 에너지 발전소들도 해당되는 문제고 실제로 텍사스의 원자력 발전소 중에는 원전 내부로 공급하는 물이 얼어서 가동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들은 텍사스보다 풍력발전 비율이 훨씬 낮은 편이어서[10] 풍력발전기 문제로 입는 손실이 텍사스만큼 치명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텍사스보다 훨씬 추운 노스다코타, 아이오와 등의 풍력발전 비율은 40%가 넘고 텍사스 바로 위에 있는 오클라호마도 풍력발전 비중이 31.9%에 이르지만 이 한파에서 정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의 지역의 풍력발전기에 처음 설치될 때부터 방한 대비가 된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책임전가를 하려는 시도를 두고 미국 위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11] ###

4. 여파

한파는 단순히 난방으로 폭증한 전력 수요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난방과 발전 용량의 중추를 담당하는 천연가스 설비의 상당부분은 비용 절감을 위해 천연가스 연소가 아닌 전기 모터 압축식으로 교체되었는데 한파 때문에 이들 설비의 작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이 상당 부분 중단되고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해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작동중인 설비의 작동마저 중단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12]

2021년 2월 15일 새벽 1시 50분경에는 전력망의 교류주파수가 규정상 발전기의 파손을 막기 위해 가동을 중단시켜야 하는 59.4Hz 미만으로 떨어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 상태가 몇 분만 더 지속되었다면 전력망에 연결된 발전소 대부분이 가동중단은 기본이고 기계적 손상까지 입어 복구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뻔 했으나, 4분 30초 정도 경과된 시점에서 대규모 정전을 통해 주파수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중단된 발전소들이 바로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가구수가 17일 500만 가구 이상으로 피크치를 찍었고, 18일에는 이 수치를 14만 가구로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일부 카운티에서는 순환정전을 실시하는 등 아직도 전력이 완전히 복구된 상황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

전력 공급이 약간이나마 복구된 후에도 많은 가정은 수도관이 동파되면서 수도 공급이 중단되어 급한 대로 눈을 녹여서 쓰는 주민도 있었다.

2021년 2월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가 요청한 중대 재난 선포를 승인했다.#

텍사스2002년에 전력시장 자유화를 한 후 여러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제공하는데 릴라이언트, TXU 에너지 등 고정적인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 전력소매기업 상당수는 도매 전력 공급가에 따라 킬로와트 당 가격이 수시로 변경되는 variable-rate를 적용한다. 이러한 회사의 플랜에 가입한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시기에 수천 달러가 넘는 요금 폭탄을 맞았다.#

전기 요금이 많이 상승하는 지역도 있었다. # 가장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 2월 16일에는 평일에 1MWh당 50달러 미만이었던 도매 전력 공급가가 약 200배인 9천 달러가 넘게 치솟았다.(아카이브)

실제로 텍사스주 주민들이 전력시장 규제 완화로 16년간 종전보다 요금을 280억 달러(한화 약 30조 9960억 원) 더 냈다.#

전력 도매가를 지나치게 오래 최고액으로 설정해 전력회사들이 160억 달러(약 18조 1천억 원)를 더 벌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텍사스 사람들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는데 가장 흔한 방법이 자동차였으며 가장 심플한 방법으로는 가족들이 모두 자동차로 피신한 후 자동차 히터를 풀 가동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동차 히터에서 집까지 알루미늄 연통을 연결하여 집안으로 난방하는 방법이었다. 어쨌든 전기보다는 기름 공급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어서 가능한 방법이지만 차고에서 엔진을 돌리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자까지 나왔다. 반면 대용량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던 신형 포드 F-150 하이브리드, 라이트닝 모델 오너나 테슬라 자동차 오너[13]들은 V2L 기능으로 차체 전원을 집안으로 끌어오거나 내장된 하이브리드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텍사스 지역의 포드 딜러들이 긴급하게 F-150 하이브리드의 공수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

폭설로 말미암아 교통마저 차질을 빚어 한계에 부딪히자 꿩 대신 닭으로 액자, 이웃집 간 경계 표시인 울타리, 정원수 등 장작이 될 만한 것들을 모조리 뜯어다가 불을 때었고 나중에는 그조차 안 되니 아예 사람들이 직접 도끼를 들고 나무를 하러 나서기까지 했다.[14]

또 다른 방법으로 자체 발전설비를 지닌 호텔로 피난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 정부가 호텔을 강제 징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 피난이지 사실상 평소처럼 사람들이 돈을 주고 호텔 객실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호텔 업자들이 1박 가격을 1천 달러에 근접해서 받아서 논란이 되었다. #

텍사스 주 정부는 모든 전력공급의 최우선을 일반 가정으로 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주에 소재한 대규모 공장들에게 가동 정지를 요청하는 궁여지책까지 짜냈다. 이 명령에 따라 가동정지된 공장 중에는 오스틴삼성전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인피니언의 차량용 반도체 공장 등 텍사스가 유치한 세계 유수 대기업들의 생산라인이 포함되었다.

멕시코도 유탄을 맞았다. 멕시코는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고 화력발전에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절대다수를 미국에서 수입해 왔는데 천연가스 수송 설비가 상당부분 가동 중단된 데다 수송 설비가 작동이 되더라도 미국이 자기 발등의 불을 끄는 게 우선이었다 보니 멕시코에 수출되는 천연가스가 확 줄어 버렸다. 이 여파로 멕시코 북부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공장도 가동정지되었다. # 이를 근거로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멕시코전기공사(CFE)에 권한을 많이 주는 전력산업법 개혁을 추진했지만 판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보수 정당들은 외국인 투자유치 및 친미 노선, 민영화[15]를 기치로 삼았는데 이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 사태가 발생한 시기는 마침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설비 증설 투자를 거의 확정짓고 투자지를 몰색하는 와중에 텍사스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세일즈를 하던 시기였다. # 그러던 와중에 전력난이 터지고 오스틴의 삼성전자 공장이 셧다운되는 바람에 텍사스주 대규모 반도체 공장 유치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오스틴 공장 확장으로 결론짓기는 했으나 텍사스주는 피해 보상 차원에서 삼성전자에게 장기간 대규모 감세를 승인해야만 했다. 이게 단순한 선심쓰기나 투자 유치를 위한 혜택이 아닌 것이, 반도체 공장은 전력 공급이 한 번 끊기면 생산 공정에 단계별로 걸려 있는 몇 개월치 웨이퍼를 전부 폐기처분해야 하므로 삼성전자가 실제로 수천억 원 규모의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국제 반도체 시장 및 석유, 천연가스 시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특히 석유 시장의 경우 텍사스 주의 유전들이 마찬가지로 한파, 정전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공급량 축소가 현실화되어 더욱 우려스러워졌다.

이로 인해 대기 오염물질을 대규모로 배출했다고 전해졌다.#

5. 기타



[1] 심지어 뉴욕시조차 2차례의 폭설을 겪은 데다 눈이 오는 날이 잦아졌다. 뉴욕 주와는 달리 뉴욕시는 눈이 그다지 많이 오는 곳이라곤 보기 어려운 곳이었다.[2] ERCOT의 순환정전 관련 통보(pdf)에도 여름철 폭염 설명만 있을 뿐 한파 설명은 아예 없다.[3] 캐나다 남부의 주들과도 연동된다.[4] 퀘벡주가 별도의 전력망을 사용한다.[5] 전력연결망(Interconnection)끼리는 교류 주파수의 상을 일치시키지 않기 때문에 직접 교류 송전선 연결이 불가능하고 주파수의 상에 관계없이 송전과 변환, 변압이 가능한 초고압직류망으로만 연결이 가능하다. 물론 텍사스와 다른 주 사이에 이런 대규모 직류 송전을 가능케 하는 초고압직류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6] '로버트 리빙스턴 대 뉴욕주' 판례에 따라 주(state) 단위 이상의 공공사업은 연방정부가 최상위 권한을 갖는다. 즉, 이 전력난은 연방정부에게 전력공급권을 주지 않으려는 텍사스주의 편협함과 욕심에서 비롯되었다.[7] Outages and Curtailments During the Southwest Cold Weather Event of February 1-5, 2011, FERC, 2011[8] 이쪽은 국토 크기 혹은 지방자치와는 무관하고 주파수 차이가 원인이다.[9] Wind in Power: 2015 European Statistics, European Wind Energy Association, 2016, p.4[10] 2018년 기준 텍사스 28.8%, 스웨덴 11%, 캐나다 5.2%, 핀란드 6%, 2017년 기준 노르웨이 1.9%.[11] 오히려 지구 온난화 허구설을 주장하거나 신봉하는 이들이 역관광당하는 근거가 될 사례가 될 수도 있다.[12] FERC, 2011, p.73, 113-124[13] 다만 이쪽은 포드와 달리 순정으로는 안 되고 사제로 장착시 모든 보증기간이 박탈된다.[14] 텍사스의 유튜버 올리버쌤도 땔감을 구해 버티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15] 멕시코는 주변에 대치하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안보에 무덤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