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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플레이어,<독백>,-엑스트라-
#6-1
<그 날, 다음 날 있을 라이브 생방송을 대비해 트레이너의 최종 체크를 받았다. 곡이 끝나자 트레이너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멤버들을 봤다.>
트레이너 다들 완성도가 아주 좋은데. 녹화 때도 이렇게 가자. 혜원아….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혜원이는 생긋하고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야!) <나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 나왔다.>
<레슨이 끝나고 멤버들은 하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고생했어! 고생 많았어~! 오늘은 빨리 기숙사 가서 쉬어야지…. 내일은 라이브 녹화 날이니까. 벌써부터 긴장돼…. …어? (플레이어), 아직 안 가? 응. 난… 내일 무대 준비를 끝내고 갈 거야.
<나는 풍선을 불며 대답했다.> 무대 준비? …그 풍선으로? 응. 이번 라이브 방송은 연출에 공을 들여 볼 생각이야. 라이브는 방송되면 그만이잖아?
<난 첫 번째 인생 때 폼만 잡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결국 기억에 남을 만한 걸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를 만들고 싶어.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라~! 멋지다!
#6-2
그 풍선으로 무대 장식하는 거야? 귀엽다! 응. 그건 팝 느낌의 노래를 연출할 때. 이 기계는 뭐야? 그건 스모크 머신. 구름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 쓸 거야. 이건 제트 스모크라고 하는데. 너희들이 등장할 때 팡 하고 쏘아 올릴 거야. 화려하게 등장하는 거지. (플레이어), 대단하다! 그런 것까지 생각했다니. 좋다, 좋다! 진짜 좋아! 역시 우리 매니저야! 완전 연출가 수준인데?! 무대 감독님! 아니, 그 정도는 아냐. (칭찬받으니까 기분 좋다~!)
<난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보람을 느꼈다.> 나도 풍선 부는 거 도울게! 나도! 나도 도울게~! <멤버들이 날 도와 주었다.> (다들 고마워… 이런게 바로 동료애라는 거구나…) <첫 번째 인생 때는 느낀 적이 없었던 연대감을 느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 당일. 체육관에 세트를 만들고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메라 체크, OK! <나는 카메라에서 얼굴을 들었다.> 녹화 5초 전. 4, 3, 2, 1…. <제트 스모크가 연기를 뿜어 내자 멤버들이 일제히 무대로 뛰어 나왔다.> 라이브 방송을 보고 계신 여러분~! ALL: 아이즈 온 미~ IZ*ONE입니다! <노래가 흐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좋아…!) <나는 카메라를 통해 보고 있었다.> (어, 어, 어어…? 새하얗잖아…. 아무 것도 안 보여!)
<얼굴을 드니 주변이 온통 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6-3
(큰일이다! 연기를 너무 많이 뿜어냈어!) 아…, 앞이 안 보여. 으악! 미안, 부딪쳤어! 꺅! 혜원아, 괜찮아? …미끄러졌어. <나는 급히 스모크 머신을 끄려고 했다.> 어 어떻게 하는 거더라? 멈출 수 없어…! <그 때 펑! 하고 여기저기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꺅! 무슨 소리지? 무서워~! 앗! 왜 지금! 풍선이 날아 다니는 거야! <여기저기서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어떻게 된 거야?!) <흰 연기 속에서 무대는 패닉 상태가 되었다.>
<다음 날, 나는 선생님께 호출을 당했고 엄청나게 혼이 났다.> 선생님 …풍선을 너무 많이 불어서 펑크를 내다니!! 람버스 학원 개교 이래로 이런 사태는 처음이다. 화면이 하얗게 되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니…. 난리법석만 피워서 장난치는 것 같더구나. 너 때문에 아침부터 시청자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쳤어!! 홈페이지에 불만을 올리는 사람들 때문에 서버가 다운이 됐다고! 어떡할 거니?! …죄송합니다.
<나는 풀이 죽은 채 시무룩하니 교실로 돌아왔다. 멤버들은 나보다 우울해 하고 있었다.> …엄청 기대했는데 다들 실망한 데다 화났대. 그럴 만해. 춤도 노래도 아무것도 안 보였잖아.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선생님도 어이없어 하셨어. 이런 일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다니…. …. …얘들아, 미안해. <아무도 날 책망하지는 않았지만 하룻밤만에 나는 있을 곳을 잃어 버린 것 같았다.>
#6-4
최악이야….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기숙사로 곧장 갈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나는 정처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앗…, 이 육교는…. <풍선은 어딜 봐도 없었지만. 쾅! 여긴 첫 번째 인생 때 내가 추락한 곳이었다. > (그 때 인생이 끝나버렸다면 더 좋았을지도…) ??? 어이, 거기~! 학생/언니, 좀 비켜줘~! 아…, 죄송합니다….
<길을 가로 막고 있던 내가 길을 양보하자 익숙한 얼굴을 쑥 들이 밀었다.> 이런 곳에서 뭐 해? 혜원아! 이런 곳에 서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방해되잖아. 아, 응….
<혜원이는 평소와 다름 없이 날 대했다.> (혜원이는 라이브를 망친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걸까…) 너 다른 애들이랑 같이 기숙사에 간 거 아니었어? 여긴 웬일이야? 응…. 이런 날은 바로 기숙사에 가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혜원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같지만 역시 속으로는 침울하구나) <멤버들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미안…. (플레이어) 네가 왜 사과해? 그거야 항의가 폭주했으니까…. 나도 매점에 항의할 생각이야. 어? 매점? 그래. 점심 때 치즈 스틱을 매점에 사러 갔는데 없더라고. 때를 놓쳐서 뭔가 먹고 가야겠다 싶어서…. …그런 거 였어? 앗!! (플레이어)! 저기 좀 봐! 응? <혜원이가 가리킨 방향에 떡볶이 가게가 있었다.> 럭키~! 오늘은 자리가 비었네! 서둘러! 어서 가자! 러, 럭키라니… 난….
#6-5
<혜원이가 눈앞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뭘 보는 거야? (플레이어) 너도 빨리 먹어. 안 그러면 다 식는다? 아. 응. …맛있게 먹는다 싶어서. …. 저기, 혜원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뭐가, 가 아니지…. 얼마 전 라이브 방송. 완전 망쳤잖아. 아~그거?… 처음이었잖아? 응? 라이브 방송은 앞으로도 계속 할 거니까. 처음엔 실패했어도 두 번째 기회가 있으니까 다시 열심히 하면 되잖아. …그렇긴 하지만. 앗. 뭐야… (플레이어) 너 한 번 실패한 것 가지고 그렇게 우울해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랩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땐 몇 번이나 힘내라고 말해 줬으면서. 그건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항의가 너무 많이 빗발쳤어…. 그렇게 항의가 많았다는 건 사람들이 그만큼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라이브를 보여 주는 수밖에 없어. 그렇게 무서웠던 선생님이 내 랩을 칭찬해 주기도 했으니까.
(혜원아… 평소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심지가 굳은 노력파였구나…) <혜원이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혜원아…, 넌…. 한 그릇 더 가지고 올게~! 헉? 또? 진짜 잘 먹네~! 나는 먹는 게 너~무 좋아. 저기, (플레이어). 응? 마지막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서 다같이 전설의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 어…. 그러니까 (플레이어) 너도 그 때까지 기운 내라! 약속이다, 알았지? 으, 응…. (약속?!)
<이 날 그 육교에서 난 추락하지 않았고 혜원이와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며 약속을 했다.>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을 지도 몰라…)
<침울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