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2-01-25 23:57:04

건곤일기공



1. 개요2. 특징3. 초식

1. 개요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것이나, 무엇이든 될 수 있지. 그러나 그 무엇도 되지 않은 채로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것인 채로··· 세월을 담는다면, 해와 달의 뜨고 지는 시간만을 그 안에 담는다면, 그때 건곤(乾坤)이 한 줌의 기운, 일기(一氣)로서 열리지. 그러면 건곤일월기는 하늘과 땅의 틈새, 그 허(虛)에 무색인 채로 오롯하게 머물게 된다네. 이를 '건곤일기공'이라 일컫자고, 내 사형과 내가 정했다네."
- 『녹림대제전』의 왕삼구와 건곤자의 유혼(幽魂)이 나눈 대화 중에서 발췌.
해와 달의 작은 조각인 듯한 빛이 그 손에서 끊임없이 반짝거렸고, 그 반짝임을 휘감는 한 줄기 옅은 바람결이 이를 묶으려 했다······. 그 텅빈 채로 반짝이는 허공(虛空) 위로 쉬어지는 작고 여린 한숨의 숨결이 일기(一氣)였고··· 그 허공이 빛을 일그러뜨리면서 타버린 재처럼 여린 윤곽만을 남긴 채로 머무는 형체가 일기(一炁)였다.
풍종호 무협소설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과 『검신무(劍神舞)』의 주요 등장인물인 왕삼구와 도마(刀魔) 태사경이 익히고 있는 절세무공(絶世武功)이 건곤일기공(乾坤一炁功)이다.

처음 시작은 『녹림대제전』으로부터 1,650여 년 전, 『지존록(至尊錄)』에서는 650여 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건곤일사(乾坤逸士)이다. 하늘과 땅 사이를 한가로이 거닐고 다니는 할 일 없는 문사라고 자신을 건곤일사라 불렀다. 그는 본래 후계자로 건곤자(乾坤子)만을 두었다가 죽기 며칠 전에 음양신마맥(陰陽神魔脈)이라는 희귀한 기맥을 가졌지만, 불운으로 기형아로 태어나 세상에 굴러다니던 혼돈(混沌)을 거두어 건곤경(乾坤經)을 가르친다.

이 둘에게 전해진 건곤경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혼돈이 배운 건곤경에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를 치료하려 고뇌한 부분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혼돈의 건곤경은 아래에서 하나씩 더듬어 올라가면 자연스레 건곤일기공을 완성할 수 있는 반면에 건곤자의 건곤경은 열심히 갈고닦으면 어느 순간에 천지무경(天地武經)으로 연성한 소천신공(少天地功)이나 대천강력(大天罡力)을 훌렁 잡아먹고 건곤일기공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건곤자는 혼돈과 만나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사기당한 심정이었다고··· 아무튼, 그러한 차이점으로 건곤자의 건곤경은 건곤일월경(乾坤日月經)으로, 혼돈의 건곤경은 건곤무상경(乾坤無相經)이라 부르기로 한다.

2. 특징

화산파(華山派) 열화문(烈火門)이 세상에 퍼뜨리는 것은 이 중에 건곤일월경이다. 건곤일기공으로 깨어나기 전까지는 일월정기(日月精氣)가 계속 축적되어 선천적인 원기랑 똘똘 뭉쳐서 기본적인 자질, 기량만을 성장시킨다. 그냥 꾸역꾸역 쌓이고 쌓일 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다 익히는 자가 위기에 닥치면 반개(半開)하여 위기를 극복할 힘을 주고는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왕씨 형제들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을 때만 헤쳐나갈 힘을 줬을 뿐이었다. 다만 왕사영처럼 위기를 극복한 순간의 그 힘에 매달리면 건곤일기공의 완전한 숙성은 이뤄지지 않고 어중간한 힘만 쓰는 꼴이 된다. 즉, 건곤일월기(乾坤日月氣)는 봉폐법(封閉法)과 반개식이 엮여있는 무색(無色)의 입문심법(入門心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곤일월기가 인용문처럼 세월과 연륜을 담는다면 건곤일기공으로 깨어난다. 그리되면 건곤일월경의 요체(要諦)인 일월주천광명천지(日月周天光明天地)와, 건곤무상경의 건곤의태본래무상(乾坤擬態本來無相)이라는 장점을 모두 갖출 수 있다. 먼저 일월주천광명천지, 광명조천하(光明照天下)의 비전(秘傳)은 무림태세(武林太歲)가 가졌던 신안(神眼)과 같은 능력이다. 해와 달의 빛이 낮과 밤을 오가며 하늘과 땅을 비추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훤히 드러나듯, 건곤일기공의 전승자 앞에 누군가 다른 무공을 펼치면 곧장 간파(看破)해서 그 이치를 깨달아 사용할 수 있다. 왕삼구가 철포삼(鐵袍衫)과 삼재공(三才功)을 그렇게 얻는다. 또한, 『검신무』에서 태사경이 건곤일기공을 깨우쳐 도운연과 대결할 때, 청성파(靑城派)의 검법과는 다른 섭혼검기(攝魂劍氣)가 그를 억누르고 있음을 눈으로 보고 칼로 갈라버린다. 덕분에 도운연은 섭혼검마(攝魂劍魔)와 청성육검협(靑城六劍俠)의 넷째 섭운검(攝雲劍) 무룡성조차도 벗어나지 못했던 마경(魔境)에서 완전히 벗어나 검신(劍神)을 이룬다.[1]

건곤의태본래무상, 혼돈의 몸을 회복하기 위한 부분으로 동물들이 자신의 모양, 색 등을 주위 물체나 다른 생물과 비슷하게 변화시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인 의태처럼 사람의 외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왕삼구가 취진인(醉眞人)을 제압할 때나 남악초자(南岳樵子)을 따른 문하생들의 이마에 칼을 박을 때 등등 종종 사용하여 그것을 지켜본 이들이 오래전 요마신협(妖魔神俠)의 절기라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공에도 마찬가지로 혈왕맥(血王脈)의 혈혼신기(血魂神氣)처럼 한 기예가 지닌 강점과 특징을 그대로 펼칠 수 있어 왕삼구는 환우대전(寰宇大典)의 다양한 무공을 각각의 독문심법을 익히지 않고도 바로 사용한다.[2]

3. 초식

건곤자가 왕삼구에게 전수할 때는 필요치 않아 초식이 없었다. 차후에 왕삼구가 만들었는지, 이화신공(離火神功)처럼 세상 사람들이 붙였는지 알 수 없으나, 『검신무』에서 태사경이 사용한다.

[1] '간(看)하되, 관(觀)함이 아니다. 파(破)하되, 해(解)함이 아니다.' 태세 신안의 특징이다. 이처럼 건곤일기공도 상대가 보여주고 드러낸 만큼만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복사와 같다. 참고로 마제(魔帝)의 색혼탈백신공(索魂奪魄神功)은 관과 해에 해당, 상대가 보여주든 말든 상관이 없다.[2] 혈혼신기가 사파마도(邪派魔道)의 기예만 의태할 수 있다면, 건곤일기공은 정사(正邪)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혈혼신기까지 건곤자가 의태로 시험 삼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