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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국 사극 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배우는 조민희2. 작중 행적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는 전반부에 합류한 승평(전남 순천시)의 대호족 박영규가 견훤에게 바친 일족의 여인으로 36화부터 등장한다. 처음 견훤은 가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으나[1] 박영규의 적극적인 권유로 결국 그를 후궁으로 맞아들이고 넷째 아들인 금강을 낳기까지 한다.처음에는 서슬퍼런 황후 박씨의 밑에서 허구헌 날 훈계와 갈굼을 들으며 후궁으로서 어느 정도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구박받아 쌓인 불만에다가 남편인 견훤이 자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는 장남 신검보다 유능한 면모를 여러 차례 보여준 자신의 아들인 금강을 점점 총애하고 정실 소생의 세 아들을 박대하기 시작하면서, 아들 금강을 뒤에서 부추기고 자신의 일족인 박영규에게 금강을 부탁하는 등 적극적으로 황태후의 꿈을 꾸기 시작하며 박씨 모자와는 완전히 적대관계가 된다. 결국 견훤에게서 금강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금강의 즉위식에서 입을 화려한 비단옷을 마련해 상궁에게 자랑해보이지만, 그 상궁이 신검의 쿠데타 사실을 알리면서 얼굴이 싹 굳어져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인생무상이란 단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결국 중과부적으로 자신의 처소에 숨어든 아들 금강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끌려나가 최후를 맞이하고[2], 그나마 황후 박씨의 마지막 배려로 목숨만은 부지해 견훤과 함께 금산사에 유폐된다. 하루하루 술을 퍼마시며 등창으로 시름하던 견훤의 곁에서 눈물을 흘리던 와중에, 왕사인 경보 대사가 방문하여 고려로의 귀순을 제의하자 노발대발하는 견훤을 옆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한다. 이미 이 백제 땅에서 모든 것을 잃었고 더 이상 발 붙일 곳도 없으니 차라리 폐하의 손으로 삼한 통일을 보라며, 피를 토하는 그 열연적 모습은 가히 자식을 잃은 한과 분노만이 남은 어머니의 비통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숨은 명장면. 결국 그녀의 일족이며 견훤의 사위인 박영규의 도움으로 금산사를 탈출해 고려로 귀부하는데 성공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만약 일리천 전투 이후에도 나왔다면 당연히 박씨에게 앙갚음을 하러 완산주에 동행했거나 등창이 악화되어 임종을 맞이하는 견훤의 곁을 지켜주는 모습이 나왔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그녀의 존재는 최후반부에 이르러 후백제 왕실의 복잡한 권력암투를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장치가 되었는데, 그녀가 박영규의 일족이자 금강의 어머니로 설정되면서 박영규가 신검의 매형이면서도[3] 견훤의 탈출을 돕고 고려로 귀부하는 개연성이 한층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견훤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나 아내의 정의감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한 설명이, 박영규가 고비를 왕실에 들인 장본인으로 금강과도 혈연적으로 엮이면서 신검 정권에 환멸을 느낄 이유가 한층 배가되었다. 또한 창업왕의 자존심으로 고려 귀순을 거부하던 견훤에게 금강이 죽은 한을 품고 마지막 결정타를 꽂아넣는 역할로서 견훤의 고려 귀순 과정에도 그럴법한 개연성을 부여해주었다. 그야말로 역사에 기록 한 줄 남은 인물에게 작품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훌륭하게 써먹은 케이스.
여담으로 197화에서 견훤이 나주로 탈출할 때 고비는 함께 어차에 타지 않고 따로 말을 타고 따라오는데, 배우가 전력질주로 달리는 말을 몰게 하기가 곤란했는지 대역이 소화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체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수십 년을 궁궐에만 있었고, 말년에는 금산사에 갇혀 제대로 지내지 못한 중장년 여성이 밤새도록 전속력으로 말을 타고 달렸는데 지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점이 캐릭터 설정과 괴리감이 있다.
3. 평가
보기에 따라선 서슬퍼런 황후 박씨의 밑에서 허구헌 날 훈계와 갈굼을 들으며 계속 구박받아 왔고 그 때문에 큰 불만이 쌓여 마침내는 자신의 아들 금강을 황제로 만들고 자신은 황후가 되겠다며 흑화한 케이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아무리 견훤이 옥좌를 넘겨주겠다고 했어도 황제가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나라를 운영해 나가는 것도 아닌데 금강은 이 부분에 있어서 지지 기반이 미약해 영 미숙했던 것.이렇게 보면 후궁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분수에 넘치는 꿈을 꾸다가 아들도 잃고 황궁에서도 쫓겨난 어리석은 여인이라 할 수 있다. 자신과 금강의 안위를 위해 몸을 숙이고 낮추어도 모자랄 판에[4] 오히려 옆에서 금강을 부추기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아들과 지위를 비롯한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하는데 일조한 셈이니 여러모로 뛰어났던 아들과는 달리 멍청한 여인이었다. 사실 금강도 능력은 있었지만 안일한 처세로 자기 죽음을 재촉했다는 점에서 모전자전(...)인 면도 있다.
다만 처음부터 승평부인이 황후 박씨를 적대한 건 아니고 시작은 나름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황후 박씨가 승평부인을 갈군 것 때문에 원한을 가지면서 시작된 것이고[5] 금강 또한 최대한 몸을 숙이며 형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을 해봤으나 형들이 맹목적으로 자신을 증오하자 금강도 관계 개선의 마음을 접은 것이니 승평부인만을 탓하긴 무리가 있다.
[1] 드라마에서 지방 호족들과 적극적으로 정략결혼을 추진했던 왕건과 달리 견훤은 이런 정략결혼을 그다지 마뜩치 않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성향은 소설판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장화왕후 오씨가 원래 견훤에게 바쳐질 뻔 했으나 견훤이 이를 거부했다는 묘사까지 등장한다. 확실히 견훤의 용력과 호남지방의 막대한 생산력=지역 호족들의 분포를 생각해보면, 아들만 25명인 왕건에 비해 견훤의 아들 9~10명은 좀 적어보이기는(?) 하다.[2] 사실 금강이 끌려나간 것만 확인했기에 아들이 살아있는 줄 알고 황궁에서 쫒겨나는 와중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은 황태후라고 절규하다가, 자신을 조롱하려고 나타난 왕후 박씨에게 금강 태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녀의 "이미 역적들은 다 죽었다!"라는 확인사살에 완전히 절망한다. 사실 조금만 눈치가 있어도 금강이 끌려나가면 살아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분위기였고, 금강도 끌려가기 전 사실상 고비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전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어쩌면 현실부정인 면도 포함됐을 수 있겠지만.[3] 일단 드라마에서는 박영규의 아내가 신검의 누나로 설정되었다. 사료에는 국대부인이 신검과 남매라고만 나왔지 여동생인지 누나인지는 불분명하다.[4] 심지어 금강이 보위에 오를 것을 기정사실하고 별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자신을 황태후라 칭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소식을 들은 박씨가 어처구니 없어하는 건 덤.[5] 금강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자개와 계모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수시로 협박 수준으로 갈궈댔으며, 금강이 태어난 이후에는 줄곧 금강을 씹어대는 말을 해대며 기를 죽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