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당정분리(黨政分離)란 입법부에 소속된 정당[1]과 행정부를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당정분리'의 '정'은 행정부를 가리키기 때문에 행정수반 대통령의 집무실 청와대의 앞머리를 따 '당청분리'라고도 한다. 2022년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가 개방된 시점에도 당청분리라는 말은 종종 쓰이고 있다.
2. 정치 체계별 양상
주로 대통령제 국가에서 쓰는 말이다. 각각의 정당은 정당 내에서 강력한 영향을 지닌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기 때문에 대통령 배출에 성공한 뒤에도 대통령이 된 인물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행정부 소속이고, 정당은 입법부 소속이다. 때문에 국회에서의 일에 대통령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해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이 선출될 정도로 정치가 안정된 국가는 이미 관료제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어도 정부의 하부조직을 움직이며 일관성 있는 정책진행을 위해 관료에게 상당한 권한을 준다. 여기서 선출권력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무회의 위원들인 정무직 장관을 통해 비선출직 관료들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주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의 경우는 일본의 정치조직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관료제의 극한인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관료의 권한이 상당히 있는 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회가 견제의 기능을 중심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다.[2]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원수 재임 중 당적 보유를 금지하여 무소속 상태로 만드는 식으로 당정분리를 법제화하고 있다.
내각제 국가에서는 당정분리는 의미가 없는 용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정치 기관이 의회 한 곳뿐이므로 정당과 행정부가 함께 가며 행정의 책임을 의회도(보통 다수당이나 연립정당) 같이 지기 때문이다.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당이 가장 우선이므로 당정분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정당과 행정부 관료가 따로따로라면 행정부 관료가 부르주아와 결탁하여 혁명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관료는 대부분 공산당원이었다.
독재 체제에서는 당연히 정부도 여당도 독재자가 먹었을 것이기에 자동으로 당정일체가 성립한다.
3. 역사
정당이 '총재'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거두 정치인의 주도 하에 움직이던 삼김시대에는 당이 정부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2020년대 들어서도 당정분리가 흔들릴 때면 "총재 정치의 부활이다"라고 언급하곤 한다.# '총재'라는 말 자체가 당정분리와는 상극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한국 정치사에서 당정분리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제16대 대통령 선거(2002년)을 즈음해서이다. 노무현은 당정분리를 추구했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지금도 당정분리에 대하여 찾아보면 노무현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역시 다음 제17대 대통령 선거(2007년)에서 당정분리를 약속했다.# 이후 당정분리는 한국 정치의 기본적인 틀이 되어 대통령이 당에 지나치게 개입(당무개입)하면 비판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후로도 당정일체 내지는 당정분리의 완화는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민주당계 대통령들은 대통령과 당이 방향성을 같이 하는 수준의 원팀론을 유지하는 선에서 수평적 당정분리를 추구했고, 보수당계 대통령은 그 이상의 수직적 당정청 일치를 추구했다.
- 임기 동안 당정분리를 시도한 노무현은[3] 결국 임기 말기에 가서 당정분리 원칙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정분리를 하면 책임 정치가 실종되고 당정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진다고 한탄했다.# 다만 노무현은 퇴임 후 개인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이 당 총재가 되어 공천권을 행사하고 당직자를 임명하는 당정일체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임기 시작 전부터 당, 정, 청 일체론을 주장했다.# 허나 본인 재임 중 한나라당이 친박에게 넘어가 본인을 따르던 친이 계파가 비주류로 전락한 것을 보면 당정일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는 새누리당 공천개입에서 과도한 선거개입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 문재인은 참여정부 시절 당정분리를 도입한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 시기상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부로서 민주당의 공약을 정부에 반영하는 형태의 원팀론을 주장했다.# 다만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정책에 대한 방향성 정도에만 당정이 일치된 행보를 보이고 대통령이 당 운영에 관여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정부 당무개입 논란
윤석열은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과도하게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2023년 1월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8%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 - 이에 2023년 들어 친윤계 일각에서는 윤석열의 당무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정분리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며 당정분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정일체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당의 여러 의견이 정부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정부의 의견이 당무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금기시되는 것은 후자이며 친윤계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 뜻 공천에 반영 안 할 거면 여당 왜 하나'라고 주장하며 전적으로 후자 쪽을 옹호했다.
- {{{#!folding [ 친윤계 ]
- 장제원 의원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시절 친이와 친박의 갈등을 사례로 들며 '당정분리하면 대통령이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당정일체는 정부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결연한 각오이고, 당정분리는 정부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철없는 소리'라고 당정일체를 주장했다
- 이철규 의원은 “당정일체 안하면 그게 어떻게 여당이냐”고 반문하며 당정분리론을 비판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 '당무개입이 아닌 당무협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용 의원은 '대통령과 당대표는 상하관계'라고 주장하며 당정일체에서 한발 더 나간 당정의 수직관계를 주장했다.}}}
- {{{#!folding [ 비윤계 ]
-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당이 대통령보다 스펙트럼이 넓은데 당 모두가 대통령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 이언주 전 의원은 '당정일체는 삼권분립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차라리 나가서 공산당을 차려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금이 군사 독재 시절도 아니고 왜 당정일체를 하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은 당원이기 전에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잘못하면 입법부인 당이 쓴소리나 견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당대회 개표 결과 당대표와 최고의원들이 전부 다 친윤계 의원들로 갈아치워지며 당정일체가 어느 정도 완료된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하면서 당정일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4. 당정일체
반대로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는 것은 당무개입(黨務介入)이라 한다. 종종 당정유착(黨政癒着)이라고도 표현한다. 이들 표현은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이며, 당정분리에 회의적인 측에서는 당정일체(黨政一體)라는 말을 쓴다. 즉 대통령과 여당이 하나가 되는 것.당정일체에는 당의 여러 의견이 정부에 반영되는 경우와, 정부의 의견이 당무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대통령 역시 당의 일원이고 그 때문에 당의 의견에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할 필요가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후자는 대통령의 의견에 당의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이라 잘못 흘러갈 경우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사당으로 변질당할 우려가 있다. 대신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친박계열에게 먹힌 후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 싸우느라 국정 동력이 하락할 우려는 없다.
[1] 원내정당 또는 원내교섭단체[2] 이것이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와 맞물려 삼권분립, 특히 의회에 대한 인식 왜곡의 큰 원인이 된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중 하나인 빨리빨리를 강조하다보면, 의회의 기능을 자칫 트집잡고 늘어져서 일처리를 늦추는 원흉쯤으로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의회의 존재의의는 정부의 독단 견제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감시하는 데 있다.[3] 청와대가 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여당에 당무 개입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무수석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었다. 당무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조치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