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도주제(道州制)는 일본의 행정구역 개편 방안 중 하나이다. 문자 그대로는 일본의 최상위 행정구역을 도(道)와 주(州)로 하는 제도를 가리키는데, 골자는 현재의 현보다 더 큰 광역자치단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언뜻 보기에는 옛 고키시치도(五畿七道)와 비슷한 식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키시치도가 지정되었을 당시에는 도호쿠 지역조차도 아이누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에미시라는 이민족[1]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점이 많다.
2. 명칭
도주제라는 명칭은 현 일본의 행정구역 중 유일한 도(道)인 홋카이도(北海道)는 아마 종전의 행정구역을 유지하고 다른 지역만 복수의 도(都)·부·현을 묶어 주(州)로 명명할 가능성이 높아 붙여진 것이다. 다만, 이 개편안이 정말로 시행될 경우 도나 주 중에 한 쪽으로 통일을 하거나, 아니면 도·주 대신에 다른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명칭은 부차적인 것이고 핵심은 지방자치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것이니 명칭 문제는 당장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예를 들어, 다수의 도주제 구획안에서 규슈(九州)는 통째로 하나의 주(州)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곳에 생기는 주의 명칭이 九州州(한국 한자음으로는 구주주, 일본 한자음으로는 큐슈슈)가 될 수도 있다. 과거 율령제에서 큐슈와 그 부속 도서에 설정됐었던 사이카이도(西海道)란 이름을 재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큐슈는 역사가 깊은 지역이라 큐코쿠(九国), 친제이(鎮西), 츠쿠시시마(筑紫島) 등의 다른 이름이 있는데 이걸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 홋카이도를 홋카이도'도'라 부르지 않듯, 큐슈의 경우 그냥 큐슈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홋카이도 역시 홋카이도+도로 불러야 하지만 지명인 홋카이도로만 부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도주제 실시시 그냥 홋카이도로 부를 가능성이 더 높다.[2]
또한 도(道)나 슈(州) 말고 쿠니([ruby(洲,ruby=くに)])라고 명명하자는 제안도 있다.[3]
메이지 유신 때 실시된 폐번치현(廢藩置縣/廃藩置県)[4]에 빗대서 레이와(令和)[5]의 폐번치현 또는 폐현치주(廢縣置州/廃県置州) 등으로도 부른다. 단, 후술하듯 도주제 방안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을 폐지하는 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3. 방안
9도주로 일본을 나눈 사례 | 11도주로 일본을 나눈 사례 | 13도주로 일본을 나눈 사례 |
규슈 주고쿠·시고쿠 긴키 주부 미나미간토 기타간토 도호쿠 홋카이도 오키나와 | 규슈 주고쿠 시코쿠 긴키 도카이 호쿠리쿠 미나미간토 기타간토 도호쿠 홋카이도 오키나와 | 미나미큐슈 키타큐슈 주고쿠 시코쿠 긴키 도카이 호쿠리쿠 미나미간토 기타간토 미나미토호쿠 기타토호쿠 홋카이도 오키나와 |
현행 도도부현(都道府縣/都道府県)들을 몇 개씩 묶어서 한데 통합한 뒤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중앙집권을 완화하고 지방분권을 촉진하자는 아이디어이다. 이 방안의 지지자들은 유럽연합 소속의 작은 나라 정도의 인구와 경제 규모를 기준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고 하고 있다. 물론 도주제를 도입한다고 꼭 연방제가 되는 건 아니고[6] 연방제를 도입한다고 반드시 도주제라는 형태를 취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에 연방제를 도입한다면 도주제나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주제 방안들은 세부 각론에서 기존의 도(都)·부·현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주라는 층위를 두는 방안과 도·부·현을 없애는 방안으로 갈린다. 또 도·주를 대체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하는데, 참고로 대부분의 도주제 방안에서 홋카이도와 오키나와현은 다른 지역과 합치지 않고 단독으로 도·주를 구성하게 하자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4. 반응
- 현재 일본 정부 내의 도주제 시행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는 사실상 2000년대 이후로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이는 이미 일본 정부가 2000년대에 이른바 헤이세이의 대합병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기초자치단체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한 이후, 헤이세이의 대합병을 통해서 지방 분권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이 이상 행정구역개편을 추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소외 지역 입장에서는 주변 지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면이 크다. 오늘날 현 체제에서 현 별로 정체성이 나뉘어진 상황에서 주변 지역 주민들과 동질감을 느낄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7] 특히나 주변 지역과 역사적 갈등이 있었던 곳은 더욱 그러하다.
- 아마미 제도가 역사적으로 오키나와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가고시마 현에 소속된 이유로서, 사츠마 번이 오키나와에서 강탈한 직할령으로서의 역사가 길었던 점과, 오키나와 본토의 인구수에 밀리는 바람에 아마미 제도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었다는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8]
- 이도 도시조 효고현지사, 사토 에이사쿠 전 후쿠시마현지사[9]와 니시카와 잇세이 전 후쿠이현지사 3명 도주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니사카 요시노부 와카야마현지사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5. 유사 사례
내무성 지방국은 1945년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동안 일본 전국을 8개로 나눈 지방총감부제를 실시했다. 규슈, 시코쿠, 주코쿠, 긴키, 도카이, 간토, 도호쿠, 홋카이도에 지방총감부를 각각 설치했다. 각각의 지방총감은 도도부현지사보다 상위에 위치해 있었고, 한국의 위수령과 같이 육해군 병력 출동 요청도 가능했다. 이후 이름을 지방행정사무국으로 바꾸었다가 칙령으로 폐지된다.# 이는 오늘날 일본의 도주제의 선구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중공의 대지리구, 대행정구와도 비슷한데, 중국 전국을 6개의 대지리구[10]로 나누어 성(省)의 위에 두었던 행정구역이다. 자세한 내용은 대만/영유권 주장 지역과 중국/행정구역 문서를 참고.
1982년 프랑스가 설치한 레지옹 행정구역(프랑스/행정구역)은 이전부터 있던 데파르트망 여럿을 합친 광역행정구역으로, 본문에서 다루는 도주제와 유사하다. 2016년에는 27개 레지옹을 18개로 줄여 더욱 광역화되었다.
6. 여담
- 위에서 보듯 홋카이도는 도주제가 시행되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도 그럴 것이 홋카이도는 지금도 도 - 종합진흥국/진흥국 - 시정촌 식으로 타 현과 달리 중층적 행정구역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진흥국의 관할 면적은 타 지역의 현에 거의 필적한다.[11] 단, 종합진흥국/진흥국은 비자치행정구역으로 장과 의원을 선거로 선출하지는 않으며 홋카이도의 광대한 면적상 행정적 편의를 위해[12] 설치한 행정구역이다.
- 일본에서의 이 논의가 한국의 지방행정학계의 일각에도 영향을 미쳐서 나타난 것이 광역시+도 통합론(=광역시 폐지론) 혹은 광역경제권 통합론(5+2 통합론)이다. 도 폐지 논의의 반대 논거로 쓰이기도 한다.
- 일본의 'PHP 연구소'라는 곳에서 출판한 책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2010년에 번역한 '지역주권형 도주제 안내서'를 보면 일본의 도주제에 대한 주장이 소개되는데, 내용이 상당히 황당하다.
책에서는 일본의 도도부현을 폐지하고 12개 주로 개편 한다면 국회의원 숫자를 반으로, 공무원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의석은 도도부현과 상관 없고, 행정구역 수를 줄여서 공무원을 줄이자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 행정구역을 개편해도 공무원의 수는 크게 줄이기 어려운 만큼 소요되는 행정력의 현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13] 그리고 도주제로 개편한다면 12개 주가 전부 개성있게 경제 발전 할 것이라며, 그 방법론으로 홋카이도 주의 경우 공항사용료를 반값으로 깍아서 인천공항을 제치고 세계적인 허브공항을 만들자고 한다. 제일 가난한 시코쿠의 경우 법인세를 반으로 줄이고 상속세를 폐지하여 조세피난처를 만들자고 한다. 그외 나가사키 주는 카지노를 도입하고, 큐슈는 한/중/대만과 FTA 협정을 맺자고 하는 등 현실성 없는 논의가 많다.
[1] 엄밀히 말하자면 도호쿠 지역에 주거하고 있던 아이누계 종족들을 에미시라고 싸잡아 부른 것에 가깝다.[2] 예를 들어 지방 경찰의 경우 오사카 부경, 아오모리 현경과 같이 행정구역명을 붙여서 부르지만 유일하게 홋카이도만 홋카이도경이다.[3] 가와카쓰 헤이타 시즈오카현 지사는 일본을 넷으로 나눠서 모리노쿠니(森の洲·숲), 노노쿠니(野の洲·들), 야마노쿠니(山の洲·산), 우미노쿠니(海の洲·바다)(이상 일본 열도의 동북부에서 서남부 순서대로 기재)로 명명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4] 번(藩)을 폐지하고 현(県)을 설치한다.[5] 본래는 헤이세이(平成)의 폐번치현 등으로 불렸으나 헤이세이 시대 내에 이 제도를 시행하지 못한 채 레이와 시대로 넘어갔다.[6] 연방국가가 아닌 단일국가여도 지방에 비교적 강한 자치권을 부여할 수는 있다. 영국이나 스페인이 대표적인 케이스. 물론 이 나라들은 표면적으로만 연방이 아닐 뿐, 역사적으로 따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긴 지역들이 비교적 근래(몇 세기 사이)에 한 나라로 합쳐진 것이기 때문에 거의 연방과 같은 자치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일본 역시 전국시대와 같이 비슷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모델이 언급되는 것.[7] 스케일은 시군구 단위로 훨씬 작기는 하나 대한민국의 통합 창원시에서의 지역 갈등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8] 실제로 이러한 반발이 오키나와 미군정에서 아마미 제도가 먼저 일본에 반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적으로는 상당부분 일본에 동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오키나와 본토의 의향에만 따라다녀야 한다면 동질감을 느낄래야 느낄수가 없을 것이다.[9] 전 외무대신 겐바 고이치로의 장인. 일본 총리를 지냈던 사토 에이사쿠와는 동명이인이다.[10] 후에 대행정구로 개편[11] 진흥국 중 면적이 넓은 토카치 종합진흥국, 오호츠크 종합진흥국, 카미카와 종합진흥국은 면적이 10,000km2 이상으로 일본 타 현 면적 순위로 쳐도 10위권 안에 든다. 대략 아오모리현~기후현 급의 사이즈이다.[12] 단적인 예로 같은 홋카이도여도 왓카나이시에서 삿포로시까지 가려면 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런 마당에 홋카이도청이 삿포로에 있다고 도청 차원의 업무를 모두 삿포로에서만 할 수 있게 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청'이라는 구 명칭에서 보듯 도청의 지역별 출장소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남사할린이 일본령이었던 시절(일본령 가라후토)에는 사할린에도 지청이 설치되어있었다.[13] 그외 중앙행정기관인 1부 12성청을 1부 6성으로 줄여, 외무성, 방위성 등 6개 부성은 제외한 나머지 부성을 총무성으로 통폐합하자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