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 카니나

하늘에 계신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올 한해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갈림길 작은 숲속에 서 있는 하얀 마리아상 앞에서 장갑을 벗고 두 손을 모으는 학생들의 모습도 새뜻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뭔가 특별한 소원이라도 있는지 퍽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머물며 기도를 올리는 학생이 있었다. 그 소녀는 마리아 님의 정원을 둘러싼 울타리 정면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비켜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턱 라인에 맞춰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고, 이목구비는 뚜렷했다.
마리아 님께 인사하고 그녀 곁을 지나쳐 학교 건물로 발걸음을 옮긴 이가 벌써 5명째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녀의 기도는 끝날 줄 모른다. 옆에 선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도하지는 않으니 아무도 눈치 못 챘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기도를 시작한 지 벌써 3분이 지나려 하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뜬 그녀는 무언가 결심한 듯 강한 눈빛으로 마리아 님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