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color=#fff><colbgcolor=#990000> 스파이스 멜란지 Spice Melange | |
1984년 영화에서 묘사된 스파이스 멜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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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심리적 화학 작용에 의해 시간을 펼쳐 보여주는 멜란지는 이상적인 역사의 또 다른 구성요소였다. 멜란지가 없었다면, 베네 게세리트 교단의 대모들은 관찰과 인간의 통제라는 재주를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멜란지가 없었다면, 조합의 조종사들은 우주에서 항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멜란지가 없었다면 수십억, 수천억의 제국 시민들이 중독의 금단 현상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멜란지가 없었다면, 폴 무앗딥도 예언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ㅡ 듄의 메시아 14 ~ 15쪽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듄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공의 물질.[1]ㅡ 듄의 메시아 14 ~ 15쪽
정식 명칭은 '멜란지(Melange)'로, '스파이스(Spice)'는 이러한 약물류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대표적인 스파이스가 멜란지인 만큼 별칭으로도 불린다. 두 명칭이 합쳐진 '스파이스 멜란지(Spice Melange)'나 '스파이스 중의 스파이스(the Spice of Spice)'라고도 한다.
2. 상세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물질로, 주황색의 가루 같은 형태에 약간 푸른빛과 은빛이 감돈다.[2] 듄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이며 소설 속 우주에서 가장 귀한 것 중 하나로, 초암공사의 손에 전 우주로 유통되고 있다.He who controls the spice controls the universe.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3]
듄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인 위의 문구 역시 이 스파이스를 두고 하는 말. 향신료를 유럽 바깥에서 수입해야 했던 전근대 유럽에서 나돌던 "향신료를 가진 자가 유럽을 지배한다."라는 말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전근대 유럽에서 향신료가 귀했던 이유는 향신료 생산지와 유럽 간의 거리 때문이었는데, 멜란지의 수요는 은하 전체에 널려 있으면서 생산지는 아라키스 단 한 곳이다 보니 향신료보다 수억 배 더 귀중한 물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아라키스 자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제국 변경의 불모지 사막 행성이지만,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 지역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아트레이데스 가문, 하코넨 가문을 필두로 하여 제국의 수많은 내로라하는 세력들이 아라키스를 차지하기 위해 암살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스파이스의 가격은 굉장히 비싼데, 1부 당시 기준으로 1데카그램(10g)당 62만 솔라리에 달했으며 이는 은하 제국 수도성의 노른자위 땅에 별장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3]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퍼져있으나, 실제로는 샤이 훌루드(모래벌레)들의 번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모래송어가 모래벌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스파이스 원료를 생산하고, 이 스파이스 원료가 스파이스 원료 폭발(Pre-Spice Mass Explosion)을 일으키거나 서서히 대기 중의 공기와 반응하여 숙성되면 멜란지가 되는 것. 이 때문에 모래벌레는 프레멘들 사이에서 창조자(Maker)라고 불리며, 이들이 스파이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외부인들 입장에서는 모래벌레가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처치하기 곤란하다.[4]
레이디 제시카는 스파이스가 "계피 맛이 난다"고 표현했으나,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주치의 웰링턴 유에는 "전부 똑같은 맛이 나지는 않는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다"며 인생에 비유했다. 개인차가 좀 있는 듯. 일단은 약품이지만 작중에서는 커피에 스파이스를 타 먹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맥주나 용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되는 걸 보면 기호품으로써의 성격도 짙다.[5]
3. 효능
가장 유명한 효과는 사람의 노화를 막고 수명을 최대 수백 년 단위로 연장시켜 주는 것.[6] 이로 인해 작중 우주에서는 황가와 귀족같은 고위 계층은 물론,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중산층 정도만 되어도 멜란지를 아주 묽게 희석해서라도 조금씩 복용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 통념으로 자리잡고 있다.또한 멜란지를 일정량 이상 섭취할 경우 인지능력이 향상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예지 능력을 개화시키는 효과가 있다.[7] 이 예지력은 듄 세계관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 듄의 세계에선 오렌지 가톨릭 성경의 교리 아래 모든 '인간의 생각을 모방한 기계(Thinking Machine)', 즉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의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우주 규모 단위의 제국이 존재하는 듄의 세계에서는 우주 여행, 특히 초광속 항행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강한 중력장과 소행성대와 같이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안전한 항로를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길드는 항법사(Navigator)라 불리는 예지능력자들을 대용하게 된다. 이들은 스파이스를 대량으로 섭취하여 강력한 예지능력을 개화시킨 자들로서, 우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예측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러한 항법사들과 이들이 조종하는 초거대 우주선 '하이라이너'를 통해 안전하고 빠른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길드는 초광속 여행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우주여행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한다. 길드가 우주 최강 세력으로 등장하고 우주 최대의 기업인 초암공사의 최대 주주로 등장한 것은 알고 보면 이 멜란지와 버틀레리안 지하드의 영향이 지대하다 할 것이다.
일정량 이상의 스파이스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중독 증상과 함께 신체가 변이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바로 파란 눈, 이때 단순히 눈동자가 푸른 빛이 되는 것을 넘어 흰자까지 모조리 새파랗게 변한다. 이렇게 파랗게 변한 눈은 이바드의 눈(Eyes of Ibad)라 부른다.[8] 이렇게 한 번 스파이스에 중독된 사람이 스파이스의 섭취를 중단하면 심한 금단증세를 보이게 되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망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체중 70kg 기준으로 하루 2g 이상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시 중독이 발생하는데 일평생을 스파이스가 날아다니는 아라키스의 사막에 사는 행성 토착민족인 프레멘들은 거주지에 만연한 스파이스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살아가는 데다 평소에도 식사에다 스파이스를 첨가하고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남녀노소 할 거없이 모두 이바드의 눈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상당한 스파이스 중독 상태이다.
하지만 그나마 인간의 범주에 머무르는 프레멘들과 달리 단순히 스파이스를 섭취하거나 접촉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항상 고농도 스파이스 가스 속에서 헤엄치며 살다시피 하고 있는 길드 항법사들의 경우, 항법사가 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과량의 스파이스를 복용하는 데다, 업무 특성상 생활 환경이 거의 무중력 상태이다 보니 스파이스로 인한 신체 변이가 극단적으로 심해져서 대부분 인간을 벗어난 괴물 같은 생김새로 변모하였다. 데이빗 린치 영화판을 보면 거의 반쯤은 모래벌레화 되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정도.
폴 아트레이데스의 아들인 황제 레토 2세는 아라키스를 테라포밍하여 물이 풍부한 행성으로 만들어 샤이 훌루드를 멸절시키면서 스파이스의 공급을 완벽하게 차단했고, 그 뒤로 비축한 스파이스를 쥐꼬리만큼 중요 단체에 배급하는 방식으로 독재 권력의 기반을 다졌다. 때문에 베네 틀레이락스가 스파이스를 대체할 인공 스파이스를 꾸준히 개발하지만 결과물은 대부분 영 신통찮았으며, 이 인공 스파이스는 5부에 들어서야 완성된다.
4. 여담
- 1984년작 실사영화가 한국에서는 "사구"로 제목이 번역되어 개봉했을 때에는 '생명수'라는 표현으로 번역되었다. 애초에 액체도 아니고 스파이스가 고유명사다 보니 오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효능을 따지면 얼추 맞는 표현.
- 향신료를 뜻하는 '스파이스'에서 따오기는 햤지만, 효능 등을 보았을 때 동아시아 외단 사상에 나오는 '단약'과도 많은 부분이 통하고 있다. 수명 연장과 예지 능력을 통한다는 내용도 외단 사상에서 나오는 단약을 복용하는 신선 수련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과도하게 복용하면 중독에 빠져 몸을 망치는 것도 일치한다.
- 웨스트우드의 게임 듄 2·듄 2000·엠퍼러: 배틀 포 듄에서는 귀한 물건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자원으로 분류된다. 원작처럼 하베스터로 긁어모아서 기지로 가져오면 돈이 쌓이는 식. 하베스터가 원작 소설에서 비싼 장비로 취급되기 때문에 해당 게임에서도 상당히 비싼 몸이고, 듄 2에서 영향을 받은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에서도 하베스터는 여타 RTS의 일꾼과 달리 비싸고 귀하게 취급된다. 엠퍼러: 배틀 포 듄 한글판에서는 '멜란지'가 '멜랑게'라고 오기되어 있기도 했다.
5. 대중매체에서의 오마주
- 길드 항법사를 통해 보여준 "예지력을 통해 우주에서 항로를 찾는 초능력자"라는 개념은 이후 Warhammer 40,000의 내비게이터(Navigator)를 통해 오마주된다. 여기의 네비게이터 또한 엄청난 권력을 가진 이권 단체이기도 하다.
-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마약이 언급되는데, 듄의 오마주다. 스포어에서의 스파이스도 이것이 모티브. 하지만 스포어의 스파이스는 원작과 달리 색색깔이라 용도와 색상을 구별하기 쉽다.
- Anno 1404에서는 거래 가능한 자원 중 향신료가 존재하며, 이것을 일정량 이상 거래할 경우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라는 업적을 얻게 된다. 스파이스의 모티브가 후추 등의 향신료이고, 향신료는 영어로 Spice(스파이스)이므로 일종의 말장난이다.
- Enter the Gungeon에서도 듄의 패러디인 '스파이스'라는 소모성 아이템이 나온다. 이 아이템은 두번째 섭취까지는 각종 능력치를 올려주지만, 세번째부터는 스탯이 올라가는 대신 체력을 떨어트리며 저주 수치도 올린다. 그리고 스파이스를 사용할 때마다 이후에 발견하는 아이템이 스파이스가 될 확률이 점점 증가하게 되어, 스파이스를 계속 먹을 시 이후 발견하는 아이템마다 모두 스파이스가 나오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 릴리즈 더 스파이스에서 츠키카게가 사용하는 스파이스라는 약품이 있는데 특수한 조합으로 순간적으로 인간의 신체능력을 한참 상회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조합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다만 젊은 여자에게만 최대 효율로 반응하며 고등학생 나이만 넘겨도 효과가 급감한다. 주인공의 상대조직인 망량에서도 이러한 스파이스와 비슷한 약물을 사용했으나 이쪽도 나이가 많을수록 효과가 떨어지기에 젊은 여성용병을 불러와 고용하기도 한다.
- 아머드 코어 Ⅵ 루비콘의 화염에 등장하는 물질인 '코랄'이 이것의 오마주이다. 이쪽도 아라키스에서만 발견되는 멜란지처럼 루비콘 3라는 행성에서만 발견되며, 에너지 자원 및 통신 기술의 발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강화 등 수많은 곳에 기술이 적용되어 있이며, 일부는 이를 마약으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멜란지를 씹어먹을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인화성이 있어서 불이 붙기라도 하면 초대형 화염 폭풍을 일으켜 항성계를 통째로 구워버리고 오염시킨다는 것. 행성 지하에 매장되어 있다거나 에너지원이 주 정체성이라는 점, 잘못 관리하면 불타버리는다는 점, 환각 작용을 유발해서 마약으로도 사용한다는 점에서 석유의 모티브도 보인다.
- Amplitude Studios에서 개발한 엔드리스 시리즈에서 나오는 '더스트'라는 자원도 오마주다. 시리즈 공통승리조건 중 하나인 경제승리는 더스트를 일정수치만큼 획득하면 되는데, 듄 시리즈의 캐치프라이즈를 리스펙트해서 넣은 요소.
[1] 일단은 약물이지만 기호품처럼 일상적으로 섭취하기도 하는 등 그 기준이 조금 애매하다. 위키백과에서는 가공의 약품(fictional drug)으로 분류하고 있다.[2] 초기에 허버트는 스파이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정하지 않아 고민하다가, 이전에 써 놨던 '길드 항법사가 오렌지색 가스 안에서 헤엄친다'는 구절을 읽고는 주황색 가루로 정했다고 한다.[3] 듄: 파트 2에선 약간 변형되어 "Power over spice is power over all.(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라고 나왔다.[4] 사실 스파이스보다 심각한 문제는 모래벌레가 식물을 대신하여 산소의 대부분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아라키스의 테라포밍을 계획해왔던 파도트 카인즈가, 외부 행성으로부터 물을 수입하거나 아라키스 행성의 극관에 얼어있는 물을 열병기로 녹이면 쉽게 메이커들을 죽일 수 있었지만 차마 없애지 못했던 이유.[5] 듄 파트2에선 음식에 스파이스가 들어가있는 모습이 나온다.[6] 일례로 원작에서 황제 샤담 4세의 경우, 스파이스의 불로 효과 덕분에 70대의 고령임에도 3~40대 중년의 외모를 지닌 사내로 묘사된다.[7] 단, 이쪽은 개인의 재능의 영향을 크게 받는 듯하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는 스파이스 수확기 근처에서 공기 중에 나도는 스파이스를 흡입한 것만으로 퀴사츠 해더락으로서의 각성 단계에 돌입하고 상당한 수준의 예지력을 개화시킬 수 있었으나, 그의 여동생인 엘리아 아트레이데스는 오히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예지 능력을 스파이스 과다 섭취로 잃어버렸다.[8] 이 이바드의 눈은 보통 흰자가 하늘색, 검은자가 진청색이 되는 정도로 묘사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중독 정도에 따라 물드는 정도가 심해진다. 일례로 하코넨 가문의 뒤틀린 멘타트 파이터 드 브리즈의 경우, 원작에서는 극심한 스파이스 중독으로 흰 자와 검은 자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눈이 새파랗게 물들었다는 서술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