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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1-30 16:27:05

분리뇌

Split-brain

1. 개요2. 실험
2.1. 빛 실험2.2. 사물 알아보기 실험2.3. 장면 실험
3. 분리뇌 환자의 의식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인간의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는 차이가 있으며, 각 두뇌반구는 그 사이에 있는 뇌량(corpus callosum, 腦梁)[1]이라는 다리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 분리뇌는 이 뇌량에 문제가 생겨 두 반구간의 정보소통이 차단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과거에 뇌전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잘라내는 시술[2]을 많이 하였으며, 그 사람들은 뇌전증 증세는 호전되었으나, 그 후로 이상증세를 보여서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3]

2. 실험

분리뇌 실험은 좌뇌와 오른쪽 시야, 우뇌와 왼쪽 시야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피험자의 시야를 분리하고 각각 다른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양 뇌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분리하면 좌뇌와 우뇌가 각각 별개의 의식처럼 작동한다. 오직 좌뇌에만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언어중추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언어의사소통할 수 있는 뇌는 좌뇌뿐이다. 그러나 언어중추가 없는 우뇌도 언어를 이해할 능력은 가지고 있다.

2.1. 빛 실험

분리뇌 환자의 왼쪽 시야(우뇌)와 오른쪽 시야(좌뇌)에 각각 빛을 번쩍였다. 오른쪽 시야에 빛을 번쩍였을 때 물어보면 번쩍였다고 대답하지만, 왼쪽 시야에 빛을 번쩍였을 때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 하지만 빛이 번쩍인 지점을 가리켜 보라고 했을 때는 양쪽 손 다 잘 가리킨다.

2.2. 사물 알아보기 실험



2.3. 장면 실험

분리뇌 환자의 왼쪽 시야(우뇌)에는 눈보라가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오른쪽 시야(좌뇌)에는 닭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장면과 어울리는 것을 집으라고 한다.

환자에게 닭을 왜 집었는지 물었다. 환자(의 좌뇌 언어중추)는 대답한다. "간단해요. 닭발은 닭이랑 어울리잖아요." 여기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삽을 왜 집었냐고 묻는 순간 좌뇌의 가공할 능력이 드러난다. "지저분한 닭장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니까요."

닭발을 봤을 뿐인 좌뇌는 눈보라를 본 우뇌(왼손)가 삽을 집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자 좌뇌는 이야기를 지어낸다.[4] 왼손의 반응을 관찰한 즉시 설명이 가능한 상황으로 끼워넣은 것이다. 닭과 삽의 연관성을 지어내기 위해 과거 경험상식을 토대로 지어내기 때문에 타당해 보이지만, 닭과 삽을 집어 '지저분한 닭장을 삽으로 치운다' 라는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한다.

즉, 좌뇌는 갑작스레 처하게 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임기응변을 하여 타당성을 만들지만, 개연성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분리 뇌 환자가 이것을 자신의 좌뇌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닭장을 치우기 위해 삽을 골랐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3. 분리뇌 환자의 의식

좌뇌와 우뇌는 역할이 나뉘어 있다. 좌뇌의 경우 주로 논리와 언어를 담당하고, 우뇌의 경우 주로 감각기관의 처리와 인지능력을 담당한다. 사람의 의식은 이성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인간 정신은 언어로 구성되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시점에서 우뇌는 좌뇌가 처리하는 언어나 논리적인 정보들에 간섭하지 못하고 순순히 좌뇌에 협력하게 된다. 때문에 사람의 '의식' 이란 것은 주로 좌뇌가 주도권을 잡고있기 마련이다.

그럼 분리뇌 환자는 2개의 뇌가 서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한사람에게 2개의 자아가 나뉜다고 볼 수 있느냐면 그것 또한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억은 공유하며 우뇌와 좌뇌가 각자 따로 논다고 해도, 본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2개의 의식, 2개의 자아가 생기진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분명 2개의 뇌는 나뉘어 서로 개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데, 어째서 의식은 하나밖에 없냐는 것.

위의 항목에서 설명했듯이 우뇌는 언어를 이해할지라도 좌뇌만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진 못한다.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은 우뇌가 좌뇌에게 협력하고 좌뇌가 의식을 통일하여 논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말을 한다. 그런데 분리뇌 환자들은 좌뇌와 우뇌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뇌가 좌뇌에게 협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좌뇌는 우뇌의 행동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식하여 타당성을 만들려 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자신이야말로 의식의 주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각각의 뇌가 관할하는 신체기관에 따라 인식의 유무가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신체의 오른쪽 감각들은 좌뇌가 담당하고, 왼쪽 감각들은 우뇌가 담당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왼쪽 시야에서 아는 사람을 보면 제대로 인지하고, 마찬가지로 오른쪽 시야로 봐도 아는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분리뇌 환자의 경우 왼쪽 시야로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아는 사람이라고 인지할 수 있으나, 그 이름이나 관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 또 반대로 오른쪽 시야로 얼굴을 보면 아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이를 '누군지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있다.

분리뇌 환자의 왼손은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행동 하기도 한다. 환자가 자신의 의지로 집은 물건은 왼손이 쳐낸다거나, 갑자기 뺨을 때리기도 하고, 심지어 환자가 수면중임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움직이며 툭툭 치거나 극단적으로는 목을 조르기도 한다.(자세한 내용은 외계인 손 증후군 참조)

이렇듯 뇌가 2개로 나뉘고 가끔씩 우뇌가 멋대로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환자 본인은 의식이 하나라고 인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확증된 것은 없으나, 한 가지 설득력 있는 가설은 '우뇌는 좌뇌에게 협력한다' 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인간은 언어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성적으로 성장하는데, 이는 대부분 좌뇌의 역할이고, 우뇌는 이에 협력하는 관계이다(상호 협력에 더 가깝다). 이는 분리뇌 환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좌뇌는 스스로 '단 하나의 의식' 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분리된 우뇌에게도 따로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분리뇌 환자에게 오른쪽과 왼쪽의 시야를 분리해놓고 가장 좋아하는 색을 골라봐라, 라고 하면 서로 다른 색을 고른다. 또한 똑같이 시야를 분리시킨 상태에서 각각 다른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하면 실제로 그린다. 이는 분리뇌 환자 본인이 '자신의 의지' 라고 생각하는 행동과 감각들은 본래 의식의 주체였던 좌뇌의 생각일 뿐이고, 환자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왼손이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증상은 마치 좌뇌에게서 벗어난 것처럼 우뇌의 의식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행동하려 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우뇌 역시 어느정도 언어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 가령 분리뇌 환자(Vicky)의 좌시야에 전화를 하는 여자의 사진을 보여준 후 무엇을 봤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지만, 눈을 감고 왼손으로 자신이 본 것을 써보라고 하면 'telephone'이라고 잘 적는다. 다시 Vicky에게 왼손이 뭐라고 쓴 것 같냐고 물어보면 '줄넘기줄이요?'와 같은 대답을 한다.

분리뇌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긴 해도, 그 정도와 패턴이 다 다른데, 이는 분리뇌 환자의 우뇌가 정상인이었을 때처럼 얼마나 좌뇌에게 일방적으로 협력하려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4. 여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리뇌 환자들이 평생 영원히 위와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분리뇌가 되기 전에는 뇌량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정보를 교환하였다면, 뇌량을 제거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량이 아닌 신체부위를 통해 정보교환을 한다. 이것을 "Self-Cueing"이라고 한다. 가령, 분리뇌 환자의 좌시야에 어떤 물체를 보여주고 무언가 보았냐고 질문하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대답하지만, 얼굴을 찡그린 후에(우뇌가 지시한 행동) "아, 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분리뇌 환자들에게서 일어나는 외계인 손 증후군은 그 증상이 참 다채롭다. 기본적으로 환자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요, 옷 입는거 방해하기, 자신의 뺨 때리기, 지나가던 사람 치기, 운전 중 오른손 방해하기, 심지어는 수면중인 자신을 목조르려 한 사건도 있었다.

돌고래는 선천적으로 분리뇌를 갖고 태어나는 동물이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거의 없다.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좌뇌와 우뇌를 각각 따로 따로 재우면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바퀴벌레도 따지자면 분리뇌를 갖는 생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는 다리들이 모두 각각 뇌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신경이 밀집되어 있어 머리가 없어도 한동안 기본적인 생식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자연상태에선 입이 없어 에너지 공급이 불가능하므로 그리 오래는 못 버틴다. 일주일 내에 죽는다고. 그리고 이는 바퀴벌레만의 특징이 아니라 모든 곤충류의 특징이기도 하다. 바퀴벌레가 가장 잘 발달되어 있을 뿐.

5. 관련 문서


[1] '뇌들보'라고도 한다.[2] 지금도 심한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부분 절제 위주긴 하지만 뇌량절제술을 시행한다. 이렇게 치료하는 이유는 해당 뇌전증 환자들의 증상이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발작과 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하며 본인과 주변의 삶이 피폐해지기도 한다. 때문에 분리뇌 증상이 차라리 더 나은 것.[3] 분리뇌 연구를 한 로저 스페리는 1981년 노벨상을 수상했다.[4] 전문적인 용어로는 작화(Confab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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