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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8:36:24

살인자ㅇ난감(드라마)/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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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인물에 대한 정보는 등장인물 문서 참고.
[ 관련 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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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평점3. 호평
3.1. 연출3.2. 연기3.3. 각색
4. 혹평
4.1. 주제의식의 변질
4.1.1. 정의의 고찰에서 단순한 다크히어로 이야기로4.1.2. 평범함 속의 악에 대한 묘사 상실
4.2. 캐릭터 묘사의 약화
4.2.1. 이탕4.2.2. 장난감 형사
4.3. 캐릭터별 분량 조절과 시점 이동의 실패

1. 개요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 대한 평가를 정리한 문서.

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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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평

1~4회까지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평가가 긍정적이다. 이창희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원작을 존중하여 집필된 각본 등이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정식 공개 이후로도 대체로 호평이 이어지는 편이다. 근래 작품성에서 지적이 많던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였는데, 특히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인 스위트홈 2, 경성크리처 시즌1, 황야,[1] 선산 등의 작품들이 모두 개연성 부족이나 재미가 없다는 등의 혹평들이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로 인해 정말 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가 뽑혔다고 평가받는 중이다.

3.1. 연출

호평의 주 요소로는 스타일리쉬하고 특색있는 연출들로, 특히 본작의 주제가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터라, 살인 장면들이 어떻게 연출될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는데 살인의 지나친 잔혹성은 피하면서 스타일리쉬한 연출들로 잘 연출했다.

게다가 자칫 지나치게 잔인하다고 느껴질 법한 장면들은, 계속 교차해가며 연출하거나 카메라에 잡히는 대상을 먼 곳에서 촬영하여 일부 수위의 완급을 조절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장면이 그러지는 않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매 장면이 달라보이도록 한 연출의 영리함도 돋보인다는 것. 그러기에, 오히려 살상 장면들을 짧고 담백하게 연출해서 임팩트가 강했다는 후기들도 종종 보인다.

잦은 과거 회상 장면도 현재와 과거의 장면을 교차하여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편집 방식으로 차별성을 두었으며, 이탕의 정신적 피로감과 죄책감을 드러내는 꿈이나 환각 시퀀스에서도 독특한 연출력이 호평 받는다.

3.2. 연기

배우의 연기에 관해서는 노빈의 배역과 연기에 불호가 있는 편이지만 다른 주연들에 대해서는 칭찬이 이어지는 편. 특히 장난감 형사 배역은 손석구의 필모그래피에 큰 획을 그었다는 반응이 많다. 액션신도 많지 않지만 준수하게 뽑혔다, 컷을 남발하지 않고 타격 부분을 잘 보여주는 기본기를 잘 지킨 액션신들이다. 또 격투에 미숙한 이탕과 격투에 매우 능숙한 송촌의 액션신의 차이점도 잘 보여주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3.3. 각색

원작은 지금까지도 네이버 웹툰에서 손꼽히는 명작으로 남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가벼운 그림체로 그리다보니 배경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여옥의 사치는 최고급 TV를 제외하면 대화로만 전달됐다. 또한 아르바이트 생(이탕)이 망치를 빌린 뒤 가불 후 잠적했는데, 그 사이에 망치를 사용한 살인사건이 근처에서 일어났음에도 경찰엔 아무 말도 없었던 편의점 점장, 경찰에게 칼빵을 놓을 용기가 있음에도 이탕이 벽돌을 들고 덤벼들자 2:1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아무 반항도 못하다 둘 다 살해당하는 양아치 고등학생 등이 그러하다.

드라마에선 편의점 점장이 핸드폰에 신경쓴 채 창고에 들어가느라 이탕이 망치를 빌리겠단 말한 걸 못들은 것으로 나왔고, 이후 가불 후 잠적까지 하자 고소를 해버린다. 여옥의 집은 2층짜리 가옥을 핸드백 부터 시작해 구두까지 온갖 명품으로 도배한 모습을 보여줘 비정상적으로 사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양아치 고등학생 2명은 먼저 선빵을 날린 후 힘겨운 싸움 끝에 살해하는 장면으로 바꾸어 설정구멍을 없앴다.

그리고 4컷 만화라는 형식 때문에 원작에서 연출이 축약되어 자칫하면 단번에 이해가 힘들었을 전개의 이음새를 친절하게 이어주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슈퍼에서 달아나는 이탕은, 원작에서는 형사들이 이탕을 전혀 목표로 하지 않았음에도 이탕 혼자 자기의 범행으로 의심받을까 봐 찔려서 달아나는 전개였지만 드라마에선 확실히 장난감 형사와 마주하였기 때문에 이탕이 도망치는 전개에 명분을 더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이탕이 노빈이 납치된 곳을 찾아오는 전개 같은 경우, 원작에서는 이탕이 노빈이 있는 곳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가 나오지 않아 독자가 갸우뚱할 여지가 있었으나 드라마에선 노빈을 걱정한 이탕이 위치추적 앱을 몰래 깔아놨다고 각색해서 전개 구멍을 메꾸었다.

4. 혹평

드라마의 주된 혹평은 원작의 매력있던 주제의식 퇴색과 등장인물들의 평면화 및 꽤나 축소된 심리 묘사들이다. 특히 원작 웹툰 살인자ㅇ난감의 경우, 원작 자체가 4컷 만화 형식으로 전개되며 상당히 컴팩트한 분량에 스피디한 전개로 진행되었다. 특히 해당 작품은 거의 모든 장면에 복선이 촘촘하게 깔려 있고 중심 인물뿐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것 같던 인물의 사소한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역할성이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있었으며, 그러다 보니 대사 하나를 지우거나 더한 것, 장면 연출을 사소하게 바꾼 것 하나하나조차 전체 스토리에 상당한 차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드라마는 최근 넷플릭스에 나온 한국 컨텐츠 공개작 중에서는 분명 잘 만든 축에 속한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중에서는 원작 존중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연출 방식이 원작과 상당히 달라서 원작의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고, 상술한 극의 전개도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는 스토리가 큰 틀에서는 유지되지만 인물들의 중요한 설정들을 드라마에서 상당히 많이 삭제하고 변형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이 혹평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다만 이러한 혹평은 거의 그대로 원작을 재현해낸 일부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면 좋은 원작을 가진 작품들이 흔히 겪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기는 하다.

4.1. 주제의식의 변질

4.1.1. 정의의 고찰에서 단순한 다크히어로 이야기로

먼저 원작 웹툰의 주제의식인 '정의가 무엇인가'가 크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평들이 있다. 원작에서는 작은 분량을 가진 인물들도 선과 악이 있고 특히 주연 세 인물인 이탕, 장난감, 송촌 각자의 다른 정의관 철학이 있으며 이것을 계속 흔드는 사건들이 벌어져 독자들에게 누구의 정의가 올바른가에 대해 끝까지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었다. 즉 이탕의 관점인 "죽어 마땅한 놈들은 죽어야 한다"와 장난감의 관점인 "죽어 마땅한 사람을 누가 결정할 수 있는가/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단죄해야 한다"의, 어떤 의미에서는 약간은 클리셰적인 충돌 과정에서, 죽어 마땅한 놈을 판단할 능력이 없어 도덕관념에 어긋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죄다 죽여버리는 송촌의 극단적 사례를 보여주며 "죽어야 할 놈을 판단하는 너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원작의 주제였다.[2] 드라마에서는 이탕을 포함해 여러 인물들의 악한 면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세 주연 각자의 정의관 철학 관련 내용 또한 대사 몇줄로 크게 줄였다.[3]

드라마는 과정에서 해당 작품은 "죽어 마땅한 놈을 죽이는 것이 맞느냐"는 주제로 넘어가고 결과적으로 "그게 맞다"로 결론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는 첫 살인인 여부일 사건에서 여부일이 범죄자라는 걸 알고난 이후 이탕이 꾸는 꿈에서부터 드러난다. 원작에서는 여부일이 흉악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이탕의 꿈에서 등장한 여부일을 이탕은 주먹으로 때리지만 꿈 속이라서 세게 때려지지가 않자 로드롤러를 끌고와서 여부일을 뭉개버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뜬금없이 여부일이 알람소리에 닭춤을 추며 꿈에서 깨는 코믹한 연출이었으나, 드라마판에서는 여부일이 강간하고 살해한 고등학생들의 시신들이 살아나 단체로 그를 린치하는 섬뜩한 연출로 변경되었다.[4] 더불어 꿈 속의 여부일이 "흉악범이면 죽여도 괜찮은 거냐?"는 원작에서는 없었던 대사를 한다. 즉, 드라마의 주제는 흉악범을 죽여도 되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

애초에 원작은 그건 이미 전제로 깔려 있다. 즉 원작의 주제는 죽어 마땅한 놈을 죽이는 건 맞는데, 그 죽어 마땅한 놈의 기준이 대체 무엇이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작에서는 이탕과 송촌은 모두 자신의 살인을 영웅적이라고 믿고 그에 도취되어 점점 무분별하게 사람을 죽이게 된다는 점에서 서로 구분할 수 없어진다. 살인 대상의 악행을 정확히 모르고 죽였지만, 알고 보니 모두 '죽어 마땅한' 중죄인이었던 이탕과, 살인 대상의 악행을 정확히 알고 죽였지만 죄인을 판단하는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한 송촌 중, 한쪽은 선이고 다른 쪽은 악이라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원작은 장난감 형사를 통해 이탕과 송촌 양쪽 모두를 비판하며 끊임없이 선악에 대한 의문을 던지다가 이런 장난감 형사마저 결정적으로 결말에서 드러난 장난감 아버지의 진실과 송촌을 죽이면서 장난감의 정의에 대한 철학마저 붕괴되었고, 이탕이 오줌을 지리면서 이탕의 영웅 같던 면까지 모조리 붕괴되는 것이 원작 결말의 가장 큰 중요한 점이였다.

즉 원작에서 절대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탕은 절대로 단순한 비질란테형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인 대상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골라서 살해하는 것과, 그러한 확신 없이 그냥 살해했는데 알고 보니 나쁜 놈이 얻어걸리는 것은 윤리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탕과 송촌 중 전형적인 비질란테에 그나마 더 가까운 인물을 꼽자면, 자신의 타겟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처단하는 송촌이 오히려 근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 상에서는 이탕과 송촌 모두 악행이 상당히 축소되어 광적인 면모가 줄어들었으며 장난감이라는 인물, 그리고 장난감과 아버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빌드업과 심리 묘사가 쌓여있지 않아 세 명의 서사가 모두 퇴색됐다. 거기다 결말에서 송촌은 장난감에게 비참하게 살해당한 반면, 드라마의 이탕은 노빈의 희생으로 어떠한 죗값도 치르지 않고 풀려나고[5] 게다가 이탕이 추하게 오줌을 지리는 부분까지 삭제돼 마치 이탕은 나름의 정의를 갖춘 멋진 다크 히어로고 송촌은 최종 보스인 것처럼 마치 이탕이 맞았다는 느낌을 주어서 웹툰 원작과는 전혀 다르게 드라마는 이분법적인 결론이 지어져버렸다.

4.1.2. 평범함 속의 악에 대한 묘사 상실

원작 웹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테마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 그리고 "평범함 속의 악"에 관한 문제이다. 평범함 속의 악이란, 평범하거나 선량해 보이는 인간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악해보이는 인간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관점을 말한다. 둘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문제인데, 악의 평범성이란 평범해보이는 인간도 그저 이기적인 마음이나 짧은 생각으로, 특별한 의도나 악의가 없이도 악을 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평범함 속의 악에 대한 내용이 작품 전체의 주제인 "죽어도 마땅한 사람의 기준"과 연결되어 "그렇다면 주변의 평범한 사람 모두가 죽어 마땅한가?"라고 생각할 거리를 부여한다. 때문에 이는 작품 전체에서 스쳐지나가는 대사와 인물 하나하나에서 꾸준히 강조된다.

먼저 첫번째 관점에서, 원작 중 장난감 형사의 후배는 절친인 하상민을 여자를 좀 밝히기는 해도 절대 살인을 저지를 리 없는 선량한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박인선[6]에게 변태적인 성욕을 품고 있었고, 결국 그녀를 죽이기에 이른다. 심지어 그 이상으로 선량해 보였던 하상민의 약혼자는 원나잇으로 임질에 걸렸고 하상민에게 전염시켰다.[7] 정작 하상민이 임질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던[8], 박인선은 성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였다.[9]

형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장난감 형사의 사수인 박 형사는 선량해보이지만 형사 일을 그만둔 후에도 안마시술소를 들락거리며, 후배 형사는 의욕에만 넘치면서 각종 사건 정보를 친구에게 뿌리고 다닌다. 장난감의 아버지같던 최 반장은 선배의 아내와 바람을 피던 불륜남이었고, 유능한 형사이자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보였던 장갑수는 부패한 경찰로 마약 밀매범에 간접살인까지 저지른 최악의 인간이었다. 오히려 살인자의 자식이었던 송촌이 경찰 중에서는 유일한 정상인이었으나, 그조차 장 형사의 편견 탓에 망가져버렸다. 동시에 송촌의 부모 또한 평범하게 살다가 어설픈 강도질을 했으나, 결국 노빈의 부모를 살해하고 자신들조차 죽는 악이 되었다.

여기서 어떤 부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는데, 작중에서 살인자의 자식이었던 송촌, 리벤지 포르노가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하상민이 문란한 여자라고 판단하며 "걸레한테 잘못 걸렸다"고 표현했던 박인선은 원작에서는 오히려 가장 정상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살인자로 변모하기 전의 송촌은 작중 나오는 경찰들 중 유일하게 순수하게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강력계 형사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인물이고, 박인선은 하상민이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고서도 불륜녀가 되었지만 내용상 하상민 외의 파트너가 없고 대전으로 올라갈까 하는 말을 통해 좀 더 진지한 관계를 모색하는 인물로 묘사되었다.[10] 심지어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지 검사는 법의 수호자로서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인물이었지만, 유치원생을 연쇄 강간 살해 하는 작품 내 최악의 범죄자였다. 즉 평범해보이는, 선량해보이는 이들이 오히려 더 악하고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죄에 근접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선한 상황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탕 또한 선량해보이는 인물이었지만 군대 가기 전 후배와 바람을 피웠고,[11] 아버지 차를 무면허로 끌고 나갔다가 기스를 내놓고 그 사실을 숨겼으며, 친구의 mp3를 훔쳤던 인물이다. 이탕이 죽이는 인물들도 원작에서는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 택배기사, 호스티스 직원,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로 겉보기에는 극히 평범한 인물들이었지만 하나같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던 악마들이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 부분은 언더 도그마를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한데,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언더 도그마적인 편견에서 비춰볼 때,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나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 선여옥 같은 시각 장애인은 약자이며 선해야 하지만, 작품에서는 악당으로 나온다.

악의 평범성 문제는 원작에서 주변 인물들의 평범하게 흘러가는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서까지 묘사된다. 사람이 죽었는데 집값 떨어진다 걱정하는 사람들, 동료가 살해당했는데 불법촬영 피해자였다는 걸 알게되자 그 영상을 굳이 찾아보면서 죽은 사람을 성희롱하고 비웃는 마트 직원, 아들이 실종된 고통에 교회에 나와 기도하는 이탕의 어머니를 향해 안 보였음 좋겠다며 수군대는 사람들 등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엑스트라들까지 극히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동시에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서도 성추행을 고발하는 이탕을 정작 피해자가 외면하고,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이탕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여부일 사건에서는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남편이 죽었는데 그 남편을 죽인 불륜남 장례식에서 음식을 나르고 여부일의 정체가 폭로되었음에도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며 경찰에 자꾸 전화를 거는 부인이 등장한다. 여기에 박인선의 할머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긴 해도 리벤지 포르노가 유출된 손녀를 향해 영화 나온다며, 돈 많이 주냐고, 돈도 안 주는데 왜 나온겨 하며 전혀 악의도 없이 손녀를 고통에 빠뜨렸고 그것이 박인선이 성형하게 된 계기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나오는 모든 인간에게 이중성, 즉 어느 정도의 악한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이 작품에서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다른 주제와도 이어진다. 사실 여기서 등장하는 상당수의 잘못들은 그저 우리 주변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잘못들인데, 그럼 대체 저 정의의 관점에서 처벌받아야 하는 범주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 이는 실제 죽이고 나면 흉악범이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는 편의점에서의 진상짓, 미성년자의 흡연, 어깨를 치고 나서 약간의 성질을 내는 것 정도의 사소한 잘못만 저지른 이들을 가차없이 살해한 이탕, 그리고 성매매업소가 어디 있는지 안내하겠다는 택시기사,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던 여대생 등을 살해한 송촌의 이야기와 결부되면서 그 경계의 모호함을 더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일단 이탕의 태블릿 절도를 친구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설정으로 평범함 속의 악, 드러나지 않는 악이란 주제를 깨버렸으며, 위에서 서술된 물론 수많은 악의 평범성 관련 내용들이 모조리 삭제 혹은 축소당했다.[12] 드라마로 옮기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굳이 내용을 수정한 부분들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중심 주제 중 하나가 완전히 없어진 것. 즉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작의 주제 의식이 다크 히어로물로 변질되면서 흔적만 남기고 퇴색되었다면, 악의 평범성에 대한 주제는 더욱 심하게 그 흔적마저 지워졌다.

4.2. 캐릭터 묘사의 약화

4.2.1. 이탕

이처럼 드라마에서는 다크히어로 장르로 변질되면서 인물상도 많이 변질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탕은 원작에서 다크히어로로 발전하는 것 같아 보이다가 원작 프롤로그의 지검사 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힘에 취한 광기를 보여주었고, 정작 또 결말에선 장형사의 총에 오줌을 지리며 평범한 소시민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씬도 원작에서는 이탕이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탕이 지적하는 걸 피해자가 외면하는 구도였는데, 이 과정에서 내용이 아예 달라져버렸다. 원작에서는 영웅심에 취해 뭔가 하려 하지만 피해자조차 알아주지 않는 구도였다면, 드라마에서는 영웅이라는 주제에 자신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문제를 외면하는 캐릭터가 된 것. 애초에 이탕의 이러한 캐릭터는 이탕이 자칫하면 송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중요한 포인트인데,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캐릭터성을 상실하며 단순한 다크히어로가 되어버렸다는 아쉬움이 있다.

4.2.2. 장난감 형사

위에서 말했듯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장난감 형사의 서사도 아쉬운 점들이 많은데, 크게 아버지와의 관계 묘사 대폭 삭제와 장난감의 정의관 철학을 비롯한 심리묘사들의 큰 축소이다. 장난감과 아버지 장형사와의 관계 묘사가 굉장히 약해졌으며 동시에 장난감과 최반장의 유사부자 관계 또한 약해졌다.

원작에서 장난감은 아버지를 남편으로서는 0점, 하지만 형사/가장으로서는 100점으로 평가하였고, 그 형사 업무 능력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동시에 수사 과정에서 답답할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와 심경을 토로하는 등, 가부장제 속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위치 특성상 거리감 있는 관계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의 존경과 사랑을 품고 있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그런 정의로운 형사 모습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이 장난감의 신념과 정의관 형성에 큰 기반이 됐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장난감이 병문안을 올 때마다 남보다도 못하다고 핀잔을 주는 어머니의 대사나 아버지가 장난감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장면 등, 장난감이 아버지와 유대감이 상당히 약한 편임을 암시하는 묘사가 나온다. 어머니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에 대한 묘사도 막판에 예의상 언급하는 수준으로 짧게 언급하는 수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아버지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송촌을 뒤쫓는 것은 원작과 동일하다는 점. 원작에서 아버지가 납치당한 것을 안 장난감의 분노는 클로즈업 얼굴로만 단행본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울 정도로 강하게 묘사되었고 그간의 빌드업 덕에 그것이 당연스레 받아들여졌는데, 드라마에서는 장난감과 아버지의 관계가 너무 약하게 묘사되면서 장난감의 복수 동기와 결말부 송촌이 밝힌 장난감 아버지의 진실이 주는 임팩트가 상당히 줄었다.

애초에 송촌의 말이 반전이 되는 이유는 장난감이 적어도 정의로운 형사 모습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었고, 최반장을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것들이 모두 장난감 형사의 정의관이 형성 되는 것에 큰 기반들이였는데, 이런 부분들이 모두 생략 혹은 축약되면서 아,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정도로 수준이 약해졌으며, 아버지 장형사가 조선족 아줌마한테 마약을 주는 것도 기존에는 마약 밀매가 걸릴까봐 중국 정부를 통해 차도살인을 하는 내용이었던 것이 조선족 아줌마가 일종의 마약 밀매책으로 사용되는 구조가 되는 등 이런 변경점들로 결말에서 송촌이 알려준 아버지의 진실과 장난감의 살인으로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키던 장난감 형사의 정의관이 결국에 무너진다는 결말 자체의 충격 또한 덜해졌다.

4.3. 캐릭터별 분량 조절과 시점 이동의 실패

이에 더불어 이야기의 시점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1~4화까지는 이탕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탕에게 감정이입을 시키는데 이후 회차에서는 시점이 난감과 송촌, 노빈으로 옮겨가며 이탕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배제되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감정이입 할 대상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마스크걸처럼 회차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옴니버스 방식의 이야기가 아닌데 이런 구성을 취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드라마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이탕 공기화의 당황스러움이 이 점 때문이다, 애초에 원작은 더블주인공으로 시작해 자연스레 트리플주인공 체제로 이끌어가나 드라마에서는 이탕 솔로주인공 체제로 오래 끌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갑작스럽게 트리플 주인공 체제로 바뀌는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1~4화까지 이탕과 함께 난감 시점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되었다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는 처음부터 이탕의 시선과 난감의 시선을 교차하며 진행, 이탕 단독 주인공이 아닌 이탕과 난감의 더블 주인공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1~4화까지 각 회차에 난감 출연 씬은 얼마되지 않으며, 그 또한 이탕과 대립하는 안타고니스트 입장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운데, 거기다 빌런인 송촌과 사이드킥 포지션인 노빈에게까지 시점이 옮겨가다보니 막상 주인공인 이탕의 이야기가 사라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쉽게 말해 1~4화까지 이탕 시점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보니 각 회차마다 캐릭터별 분량조절과 시점이동에 실패한 것인데 앞서 서술한 혹평 부분의 대부분이 사실 이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1] 정확히 얘기하면 황야는 시리즈가 아니라 영화다. 물론 넷플릭스 한국 영화 쪽은 시리즈보다도 더 심각한게, 시리즈 쪽은 오징어 게임D.P.라도 있는 것에 반해 영화는 길복순 같이 그나마 잘 만들고 인기있는 작품이어도 정말 건질 게 없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2] 이러한 세 관점은 원작 단행본 띠지에도 반영되었다. 1편에서는 이탕이 등장하며 "아저씨, 뭔가 죽어 마땅한 짓한 적 있지 않아요?"라고 되어 있고, 2편에서는 장난감이 등장하며 "죽어 마땅한 사람, 누가 그걸 결정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인 3편에서는 송촌이 등장하며 "넌 어떠냐. 스스로를 믿고 있냐?"라고 최종 의문을 던진다. 해당 내용들은 실제 원작에 나오는 대사들 중 해당 인물을 상징하는 대사들이기도 하다.[3] 이처럼 주인공들을 악인이 아니라 단순한 다크히어로처럼 묘사했다는 평가는 다른 웹툰 원작 드라마인 마스크걸에서도 지적되었던 점인데, 한국은 영상물 제작 과정에서 피카레스크 성향을 약화하고 주요 인물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다크히어로 장르로 바꾸는 경향이 많은 편이다.[4] 해당 연출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이다윗이 연기한 설지원의 죽음과 유사하다.[5] 원작 결말에서도 이탕이 법의 처벌을 피한 것은 같지만, 그 대신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어 노빈의 신분을 빌리지 않고는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며,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해외에서 계속 몸을 숨긴 채 살아간다.[6] 드라마에서는 최인선으로 나온다.[7] 드라마에서는 하룻밤의 실수라고 통화하지만, 원작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묘사한다. 후속작인 S라인에서 이탕의 친구인 경환이 바로 그 파트너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경환조차 악의 평범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었던 셈이다.[8] 원작과 드라마판 모두 하상민이 임질을 옮겼다고 생각해서 먼저 자백하려다가 약혼자가 먼저 말하면서 숨기는 장면이 나온다.[9]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게, 박인선은 정상적인 연애 관계에서 해당 영상이 전 연인에 의해 유출된 것일 뿐이다. 심지어 그 이후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의 단절하다시피 살았기 때문에, 전 연인 이후 성관계를 맺은 다른 인물은 하상민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10] 작중 내용을 보면 하상민이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끝낸다고 언질하여 관계를 지속했을 가능성이 보이며, 드라마판에서는 실제로 몸캠피싱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끝났다는 이야기로 접근했기에 그 비극성이 더하다.[11] 드라마에서는 선배로 바뀌었다[12] 상술한 내용 중 여부일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 하상민 관련 이야기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빌드업이 대부분 없어지면서 흘러가는 이야기 수준으로 격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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