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모습.
분화구 내부의 화산돔의 모습.
1. 개요
Mount Saint Helens
미국 워싱턴 주 스카마니아에 존재하는 케스케이드 산맥[1]의 활화산. 현재 높이는 2,550m로 한라산보단 높지만 백두산보다는 낮다.[2] 시애틀로부터 남쪽으로 154km 지점, 포틀랜드로부터 북동쪽으로 80km 지점에 있다. 인근에는 국유림 5,000km² 이상이 펼쳐졌고 산에 쌓인 눈이 녹아 내려와 계곡을 형성해 강 3곳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러한 장관이 유명해 사진 엽서에도 쓰일 정도이며 해마다 관광객 50만 명이 찾았다. 이 때문에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산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은 영국의 외교관 세인트헬렌스 경(Alleyne FitzHerbert, 1st Baron St Helens, 1753 ~ 1839)으로부터 따 왔고[3] 첫 등정은 1853년 토머스 드라이어가 했다.
활화산답게 폭발이 몇 차례 있었는데 가장 최근은 2005년이었다. 이 중 1980년의 분출 사건으로 인해 이 화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화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사제지간이었던 해리 글리켄(Harry Glicken, 1958-1991)과 데이비드 알렉산더 존스턴(David Alexander Johnston, 1949-1980)의 일화는 미국 화산학계에서 아주 유명한 비극적인 사건이다.[4]
2. 지질학적 배경
세인트 헬렌즈 화산은 미국 서부 캐스캐이드 화산호(Cascade Volcanic Arc)의 대표적인 활화산이다. 캐스캐이드 화산호는 미국 영토 내의 주요 화산 활동 지역 중 그 폭발성 때문에 악명이 높다. 미국의 고위험군 성층 화산(stratovolcanoes)이 이곳에 주로 분포한다. 이 화산호는 후안 데 푸카 판이 섭입하면서 만들어진 섭입대 화산호로서 마법사의 섬으로 유명한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라센봉(Lassen Peak)·샤스타·후드·레이니어 화산 등 강력한 분출을 기대할 수 있는 화산들이 즐비하다. 이 화산호는 3천만 년도 더 전부터 활동한 오래된 화산호이며 높은 화산 대부분은 10만 년 이내에 분출한 적이 있다. 특히 이들 중 크레이터 레이크는 VEI 7급의 세계구급 초화산들 중 하나로 만약 다시 폭발한다면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USGS의 화산 관측소는 미국 전역에 5곳이 있는데 캐스케이드 화산호 일대의 이 화산들을 묶어서 관측하는 관측소가 바로 캐스케이드 화산 관측소(Cascade Volcanic Observatory)다.[5]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캐스케이드 화산호에서 가운데쯤 위치하여 레이니어 화산과 가깝다. 이 화산들 중에서는 젊은 편이어서 역사가 고작(?) 4만 년밖에 안 된다. 본격적으로 1980년 전(pre-1980) 화산돔(volcanic dome)을 구축하기는 약 2200년 전부터[6]인데 결과적으로 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캐스케이드 화산호 화산들 중 현재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화산호 화산답게 현무암에서 안산암·석영안산암질 용암과 화산재 등으로 구성된 활동 양상을 보인다.
2200년 전부터 하부압력이 누적되어 마그마의 천부로 관입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인트 헬렌스 화산으로 대표되는 크립토돔(cryptodome)을 이루었다. 이는 (보통 점성이 상당히 높은)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는 대신 화산 바로 아래에 들어가 지표를 차차 들어올리며 돔을 성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내부성장형 돔(endogenous dome)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내부성장형 돔의 교과서적 사례다.
크립토돔이 우세하게 발달하여 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하부압력이 강해졌지만 압력이 방출될 주-화도가 발달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1980년 분출 직전까지 큰 분출 없이 화산 자체가 부풀어올랐다. 지진빈도가 급증하고 화산이 부풀어오르면서 가스 분출과 작은 수성분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1970년대에 관찰되자 USGS는 이를 화산분출의 징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예측은 (아래 기술한 대로) 제대로 적중하지 못했는데 당시 크립토돔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크립토돔은 하부압력을 증대시키면서 산체를 들어올리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부암석층이 결국 사태를 일으킨다. 이는 재빠른 감압(decompression)을 일으키는 기작이 되며 마그마가 오랜 세월 누적한 에너지를 단숨에 내뿜는 활로를 열어버렸다. 이것이 1980년 분출이었다.
이후 화산 상부에는 큰 분화구가 남았다. 이후에도 에너지가 충만한 하부의 마그마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전형적인 고래등 모양 내부성장형 돔이 발달했다. 1980년 이후에도 화산활동이 지속되어 오늘날까지도 화산 연구에 지대한 자료가 된다.
3. 1980년 폭발
자세한 내용은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 문서 참고하십시오.4. 폭발 이후의 화산
▲ 화산 분출 전후 비교[7]
사진을 보면 산 위쪽과 주변의 울창했던 나무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사진으로 감이 안 잡힐지도 모르겠지만 분출하기 전에 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높이가 2,950m에 달하는 커다란 산이었다. 더군다나 저 사진은 산에서 10km나 떨어진 곳[8]에서 찍은 것. 10km라고 하면 별 거 없어 보이지만 남산타워와 관악산 사이의 거리쯤 된다.
화산은 폭발로 400m가 낮아졌고 안에는 다시 작은 화산이 생겨났다.
폭발 이후 생태계 복원과 교육적인 목적을 이유로 이 지역을 준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국립기념지[9] 겸 연구지역으로도 선정되었다. 지질학자 데이비드 존스턴이 숨진 곳에는 그를 기리는 존스턴 지리관측소가 건축되었는데 안에서는 화산 폭발을 다룬 30분짜리 안내영화를 상영한다. 안내영화가 끝나면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화산을 보게 해 준다. 그 외에 공원 모형도가 관측소 안에 있는데 모형도 내에 LED를 설치해 화산폭발 당시의 상황을 알려준다. 관측소답게 지진계도 설치되었다.
산 남쪽에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용암이 굳으면서 생긴 에이프 동굴이 존재한다. 2천 년 전 폭발로 형성되었는데 13,042 ft(3,975 m)로 북미 대륙에서 3번째로 긴 용암동굴이다. 구경하려면 조명기구를 직접 준비해야 한다.
2004년와 2005년에도 각각 한 차례 폭발이 있었으나 1980년 폭발로 교훈을 얻은 덕에 피해자가 없었다. 하지만 2004년 폭발 2개월 후 지구 반대편에서는...... (#)
5. 기타
미국이 건국된 이후 터진 유일한 화산폭발 재해[10]여서 미국에서 만든 화산 다큐에는 100% 나온다.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사상 최악의 참사에서 다루었으며, 디스커버리 채널은 Raging Planet에서 다루었으며 그 외 각종 화산 다큐들도 심심하면 다루었다.
화산 폭발을 주제로 한 재난 영화 단테스 피크는 이 사건을 많이 참조한 흔적이 보인다. 자세한 것은 문서 참고.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에서는 그리스 신들이 미국으로 거점을 옮기면서 괴물 티폰이 갇힌 장소가 에트나 화산에서 세인트 헬렌스 화산으로 바뀌었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4권에서 퍼시가 와서 한바탕 싸우느라 화산은 폭발한다. 이 일로 티폰이 깨어났고 결국 5권에서 티폰이 탈출하면서 화산은 다시 폭발한다.[11]
1980년 폭발은 화산계의 전투력 측정기로 많이 애용된다. 흔히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세인트 헬렌스 화산의 2,500배로 묘사된다.
화산 폭발에 동반된 산사태 역시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마치 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공교롭게도 1980년 5월 18일에 폭발해서 5.18 민주화운동과 날짜가 같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과 시차가 있어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5월 19일 0시 30분경에 폭발하였다.
유튜브 음악가 bill wurtz가 이 화산을 위한 정신나간 곡을 작곡했다.
1980년 폭발 이전에는 균형미가 상당히 좋았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후지산으로도 불렸다.
6. 관련 문서
[1] 이 산맥에는 베이커·글레이셔 피크·레이니어·후드·클레이터호 등이 존재한다.[2] 한라산이 1,947m이고, 백두산은 2,744m이다. 아래 나오는 1980년 분출 이전엔 2,950m로 백두산보다 높았다.[3] 탐험가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 1757 ~ 1798)가 친구 세인트헬렌스 경이 남작 작위를 받은 걸 기념해 1792년에 이름을 붙였다. 알파벳도 하나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가끔 세인트헬레나산으로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산은 워싱턴 주에 있는 St. Helens로 세인트 헬렌스고 세인트헬레나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전혀 다른 작은 산의 이름이다. 심지어 이 각주에 있는 하이퍼링크 세인트 헬레나는 위 두 산과 달리 미국도 아닌 영국의 지명이다.[4] 항목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원래 관측 당직이었던 글리켄이 출장을 가느라 대신 존스턴이 관측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다음 날 화산이 폭발했다. 존스턴은 화산쇄설류로 인해 사망했고 글리켄은 자신 대신 은사가 사망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머리털을 쥐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11년 후 글리켄은 운젠 화산을 관측하다가 역시 급작스럽게 발생한 화산쇄설류로 인해 다른 화산학자 두 명과 함께 사망하였다.[5] 캐스케이드 화산 관측소는 아래에 서술된 세인트 헬렌스 화산 분출로 인해 희생된 존스턴을 기리며 만들어졌다. 또 영화 단테스 피크에 등장하는 바로 그 지부인데 단테스피크 자체가 세인트 헬렌즈 분출이 사실상 그것의 모델이다. 미국에는 알래스카·캘리포니아·캐스캐이드·하와이 및 옐로스톤 화산 관측소가 존재한다.[6] 주로 2200~1700년 전. 캐슬 크릭(Castle Creek)시기라고 함.[7] 두 사진은 해리 글리켄이 찍은 것이다. 특히 위쪽의 사진은 5월 17일 콜드워터 II 기지에서 찍은 사진. 폭발 바로 하루 전에 찍은 사진이다.[8] 콜드워터 II 기지.[9] 관리는 NPS가 아닌 산림국에서 담당한다.[10] 활화산 자체로만 보면 옐로스톤 국립공원도 있고, 아예 지금까지 분화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하와이도 있지만 재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세인트 헬렌스 분화가 유일하다. 참고로 옐로스톤이 터지면 미국 뿐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이 간다.[11] 공교롭게도 워싱턴 주의 주도의 이름이 올림피아(Olympi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