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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43:25

오리겔드

1. 개요2. 캐릭터성3. 작중 행적4. 여담

1. 개요

<유리가면>의 극중극 <두 사람의 왕녀>이자 주인공이자 '두 사람의 왕녀' 중의 한 명. 히메가와 아유미가 연기했다.

2. 캐릭터성

차갑고 고립적이고 고독하다. 달콤한 환상을 비웃으며 철저히 잔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판을 짜며 기어코 성공시키는 계산적이고 독립적인 인물. 감옥에서 8년간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쌓아온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통찰력의 소유자. 작은 것에 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짜는 지략형 군주. 자신에게 먼저 해를 가한 적들을 두 배 이상으로 잔인하게 짓밟고 피로 손을 더럽히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 시원시원함과 강한 결단력과 행동력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도 갖췄다. 동생 알디스보다 더 처절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온갖 지략으로 적들을 해치우고 천천히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통쾌함과 카타르시스가 묘미이며 오리겔드가 두 사람의 왕녀의 진 주인공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에는 밝고 순수한 공주였다. 하루 아침 만에 믿었던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어머니와 단둘이 추운 감옥에서 갇혀지내면서 순수함이 사라지고 인간사랑이라는 것 자체에 극도의 불신을 품게 되며 냉혹하고 잔인해졌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믿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게 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로 나아가는 과 추진력을 키우게 된다. 극 중에 일어난 수많은 음모와 계략도 모두 오리겔드의 작품으로 중간에 작은 차질이 있을지언정 모두 성공했다.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이라면 못 하겠다고 손 떼고도 남지만 엄연히 군주의 필수 덕목인 살인, 숙청, 처형, 배신, 통수를 빠르고 치밀하게 해치워버리는 모범적인 마키아벨리형 군주. 반대 세력을 견제하고 숙청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치와 외치에 모두 능하며 정치외교에 뛰어난 안목과 혜안으로 신하와 국민들에게 찬사 받는 명군이다.

이 당시에 나온 만화 업계에서는 혁명적이고 혁신적인 캐릭터성을 가진 주인공. 악한 여주인공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동기는 본인의 독립적인 서사가 부재하며 보통 히로인을 띄워주기 위한 대척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히로인의 남자를 빼앗기 위한 NTR이나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당장의 욕구를 풀기 위한 미시적인 치정 문제가 흔했다. 근데 오리겔드의 행동 동기는 한결같이 연애나 남자, 사랑 따위와 무관한 것이며 오로지 누명을 쓰고 죽은 어머니와 8년간 고생한 자기 자신을 위한 복수, 그리고 왕위를 향한 야망갈망이다.

2021년 현재 기준으로는 발에 채이도록 널린 악녀형 주인공[1]이지만, 사이다 감성의 유행으로 인해 천사표 주인공의 인기가 크게 줄었다. 특히 한국 로판에서는 천사표 주인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시피 하며, 어쩌다 있는 경우는 사실 복흑 속성의 위선자이거나 '어설프게 착하고 막판에 일을 그르쳐 극의 흐름을 해치는 무능한 발암 캐릭터'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고구마 답답이 호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오리겔드의 동생이자 그와 더불어 극을 이끄는 또 한 사람의 왕녀인 알디스가 딱 그런 천사표 히로인의 대표 유형이다.[2]

악녀를 무조건 '교정 차원의 대상'으로만 평면적으로 접근했던 당시의 고전 만화들과 달리 오리겔드가 권좌에 오르기 위해 거치는 과정들을 입체적이고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게 특징. 이 작품이 연재되던 시기 순정만화를 비롯한 여느 매체와 장르의 창작물에는 악행을 저지르던 악녀 주인공도 결국엔 어느 정도 목표를 향해 다가서다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 그런 주인공의 꿈은 무조건 나쁘고 잘못됐다고 부정하듯 참교육당하고 발악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도록 연출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 많은 경우 선량한 등장인물에게 감화되거나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회개하게 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오리겔드는 그런 클리셰를 조롱하듯 어머니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정적과 원수들을 모두 처형하고 복수도 이루고 끝내는 그토록 갈망하던 라스토니아의 왕이 된다. 사랑에 휘둘리기는커녕 결말부에서도 잠깐 동생에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 것만 빼면 끝까지 철벽을 유지한다. 작중에서 오리겔드를 부정하지 않고 그가 목표를 위해 저질러온 악행을 한 치 미화 없이 보여줄지언정, 그가 걸어온 길과 목표에도 당연한 이유와 대의, 신념이 있고 '오리겔드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 '이렇게 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조명하며 오리겔드가 홀로 이끌어온 결과물들, 승리와 성공을 사실대로 긍정하고 있다. 두 사람의 왕녀의 이야기는 비록 내 주변에 적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왕위를 지키며 당당하게 군림하는 오리겔드 왕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생판 모르는 외간 남자한테 홀딱 반해서 사랑 때문에 인간성 자체가 뒤바뀌다 못해 아예 간이고 쓸개고 다 내다바치는 금사빠 여주인공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납득이 간다. 현대에 와서는 맨날 결심만 하면서 남주의 악행마저 닥치는 대로 눈감아주고 아무 것도 안 하는 멍청하고 답답한 호구 여주인공보다 훨씬 낫다는 평도 있을 정도.

사실 오리겔드의 이러한 입체적이고 복잡한 면모들은 순정만화가 아니더라도 새벽의 연화수원,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시리즈를르슈 람페르지, 은하영웅전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용의 눈물태종 이방원 같은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피카레스크나 사극 장르의 남자 주인공들도 흔히 가지는 것들이다. 이런 점들을 가지고도 막판에 성공까지 하고 결말까지 살아남는[3] 히로인, 그것도 메인 남주인공의 상대역이나 서브 여주인공도 아니고 항상 선량하고 불쌍한 피해자 역만 맡는 메인 단독 여주인공으로서는 너무나 희귀하고 드문 캐릭터성이었기에 사람들은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인 오리겔드에게 비판적이면서도 납득하고 열광할 수 있는 것이다.

3. 작중 행적

오리겔드는 본래 라스토니아 왕국의 1왕녀로, 왕후 '카타지나 벨하른'이 낳은 적통 공주였다. 그러나 카타지나 왕후는 애첩 '라그네이드 고드프리드'에게 정신이 팔린 어리석은 국왕과 라그네이드의 일가가 꾸민 음모에 휘말렸고, 오리겔드는 모후가 반역과 간통의 누명을 쓰고 참수형에 처해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다. 게다가 오리겔드 본인은 국왕의 친딸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고 정치범들이 수감되는 감옥에 유폐당해, 시녀 하나만을 데리고 멸시와 추위에 떨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와중에 자기 어머니를 죽인 라그네이드는 새로운 왕후가 되고, 그의 딸 알디스는 궁정 사람들과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너무나도 밝고 행복하게 성장한다. 이에 오리겔드는 마음 속에 증오와 불신만이 가득 차서, 아무도 믿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염세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가던 오리겔드는 기회를 잡자마자 가차없고 냉혹한 움직임을 개시한다. '비욜슨 남작'이 수감당한 자신을 자주 찾아와서 반란군의 수장이 될 것을 제의하자 이를 수락하고, 부왕에게는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고 수녀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해 8년 만에 감옥을 나간 뒤, 수녀원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데리러 온 비욜슨 남작을 역으로 반역자로 고발해 버린 것. 이로써 오리겔드는 '8년 동안이나 수모를 당하고도 부왕과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의 왕녀'로 이미지를 구축, 성공적으로 궁정에 복귀한다.
이 시점에서 라스토니아는 이웃한 적국인 에린월드와 점차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으며, 에린월드 측으로부터 '양국 화친의 조건으로 알디스 공주를 에린월드의 왕자 아시오에게 시집보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었다.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여긴 오리겔드는 알디스 대신 자신이 정략결혼을 하겠다고 자처, 부왕과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내며, 또한 부왕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타서 "내가 폐하의 친자식이 맞다면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시고 그 증거를 내게 주셔서, 더 이상 내가 폐하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모함을 당하지 않게 해 주시라"고 청하여 왕가의 가보를 두 가지나 받아낸 채 에린월드로 간다.

오리겔드가 에린월드에 도착했을 때, 에린월드 측에서는 라스토니아가 국혼을 통해 눈속임을 해 놓고 군비를 모아 전쟁을 재개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에린월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오리겔드는, 시부가 될 에린월드 국왕 우로프에게 가장 먼저 라스토니아에서 데려온 자기 시녀들을 모조리 내칠 것을 청하여 1차로 호감을 산다. 이어 '비록 내가 인질로서의 가치는 없으나 화평을 맺어 시간을 버는 게 에린월드에게도 좋은 선택일 뿐 아니라, 내게는 라스토니아 왕위의 계승권도 있다'고 말한다. 우로프 왕은 원래 전쟁이 시작되면 오리겔드를 치워버릴 생각이었으나, 왕위 계승권자인 자신을 계속 며느리로 두면 라스토니아를 날먹 가능하다는 오리겔드의 설득, 그리고 오리겔드의 담대함과 냉철한 지성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여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된다. 결혼 이후 오리겔드는 에린월드의 대신 그리엘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라스토니아의 반국왕파 인사를 포섭해 첩자로 보내는 등의 수를 쓴다.

한편 라스토니아는 또 다른 적국인 하랜드와 영토 문제로 전쟁을 벌였다가 온 나라가 피폐해지는 참상을 맞이한다. 오리겔드는 전쟁이 지속되면 라스토니아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 것을 예측하고, 전쟁을 더 오래 끌 생각을 한다. 알디스가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와 빈곤에 시달리는 병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설립하자 에린월드의 의사들을 파견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주가를 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국왕파가 라스토니아 백성들의 불만을 부추기게 하여 왕실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4] 알디스가 이번에는 평화로운 종전을 위해 하랜드를 방문해서 휴전 협상을 이끌어내기에 이르자, 이를 두고 볼 수 없던[5] 오리겔드는 시아버지를 설득해 라스토니아에 원군을 보낸다. 이에 전쟁이 재개되어 하랜드는 끝내 멸망하고, 오리겔드는 또 다시 한 번 구국의 왕녀로 칭송을 받게 된다.

이제 오리겔드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라스토니아의 1순위 왕위 계승권자이자 자신의 이복 남동생인 1왕자 요한을 사냥터에서 암살하고, 이미 멸망한 하랜드에서 망국의 복수를 위해 한 행동으로 위장하여 죄를 피해간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1순위 계승권자가 된 오리겔드는 부왕의 병문안을 명분으로 귀국한다. 알디스의 외조부이자 라그네이드의 아버지, 그리고 카타지나 왕비를 모살한 장본인인 고드프리드 백작은 오리겔드의 승승장구에 위기감을 느끼고[6] 그를 제거할 음모를 짜기 시작한다. 국왕이 사망하면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즉시 오리겔드를 불러들여서 암살한 뒤, '오리겔드가 부왕을 독살하려다 발각되어 현장에서 죽었고 회복 중이던 왕은 그 소동의 충격으로 절명했다'고 공표하기로 한 것. 그러나 오리겔드가 선수를 쳐서 먼저 왕의 서거를 공표해 버린 뒤, '고드프리드 백작 일파가 왕의 죽음을 숨기고 에린월드 왕자비이자 라스토니아 차기 여왕인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선포하여 백작 일가를 체포하고는 본인의 모후 카타지나가 당한 그대로 모조리 참수한다.[7] 알디스 또한 자신이 당했던 고통을 그대로 맛보여주기 위해, 외가의 죄에 연루시켜 한때 자신이 갇혀 살았던 그 감옥으로 보내 버린다.[8] 이렇게 오리겔드의 원수들은 모두 그의 복수에 철저하게 몰락하고, 오리겔드는 원하던 모든 것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오리겔드는 궁중의 암투에 시달리며 피곤한 나날을 보내느라 점점 지쳐 가고, 자신이 그랬듯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몰아내고 알디스를 옹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다 자신이 이용하고 배신한 사람들이나 자신의 복수로 죽어나간 사람들이 자신을 저주하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조모인 헬드라 황태후는 '네가 이 나라의 여왕으로 사는 것은 지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각오를 가지고 라스토니아를 지켜라. 너는 비참하고 외로웠던 과거를 지옥이었다고 생각한다만 지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충고를 한다. 이에 오리겔드는 자신이 누구도 믿거나 사랑하지 않듯이, 누구도 자신을 믿거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심 괴로워한다.

급기야 오리겔드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제거한 뒤 세상 물정 모르고 순종적인 알디스와 재혼하여 라스토니아 왕위를 차지할 욕심을 품은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분노와 불안이 극에 달한 오리겔드는 알디스를 직접 죽여버리려고 감옥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리겔드 자신이 차디차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던 곳인 만큼 알디스도 그 감옥에서 비참하고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막상 찾아갔더니 알디스는 그 곳에서조차 '내가 과거에 얼마나 사치스러운 삶을 누렸는지를 깨닫고 반성했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면서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에 오리겔드는 '너는 어떻게 너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나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느냐, 내게 본심을 숨기려고 연기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따진다. 그러다가 단검을 가져온 것을 들키자 알디스가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알디스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알디스가 상냥하던 언니가 어쩌다 이렇게 변하셨느냐며 슬퍼하자, 오리겔드는 드디어 다정한 언니를 연기하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매 순간 알디스를 증오했으며 나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자들에 대한 복수만을 꿈꾸었다, 네 동생을 죽이고 부왕을 독살하고 네 외가를 몰살한 장본인이 나다, 아직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본심을 드러낸다. 이에 알디스는 오리겔드가 자신의 사랑과 신뢰를 이용한 것에 배신감을 느끼며 원망하다가, 언니가 나를 죽이면 언니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유일한 사람을 잃는 거다, 그런 게 여왕이라면 나는 원하지 않는다, 언니는 가장 불행하고 고독한 사람이라고 맞선다. 알디스의 마지막 말에 크게 동요한 오리겔드는 마침내 누구와도 신뢰를 나눌 수 없는 삶이 불행하고 힘들었다고 시인하고, 평생 사랑과 행복 속에 산 알디스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열한다. 이에 언니의 슬픔을 느낀 알디스가, 자신의 존재가 언니를 괴롭게 한다면 기꺼이 죽겠다며 오리겔드에게 칼을 넘겨주지만, 오리겔드는 어째서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고 나는 여왕이면서도 네게 패배한 느낌이 드느냐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뿐 끝내 알디스를 죽이지 못한다.

이 때 알디스의 연인 유리제스가 알디스를 구출하러 온다. 오리겔드는 알디스에게 잘 가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감방을 나서고, 경비병 전원에게 자신을 왕궁까지 호위하라고 명령하여 두 사람의 탈출을 눈감아 준다. 이후 알디스는 유리제스와 함께 남방으로 떠나고, 오리겔드 자신은 끝내 얼어붙은 마음으로 왕좌에 당당하게 군림한다.

4. 여담

불행한 과거사 때문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비정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오리겔드의 행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통수 일색이며, 이 매사에 계산적인 여인의 가차없는 통수 연발과 잔혹한 복수극이야말로 '두 사람의 왕녀'의 핵심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자신을 믿은 사람들도 망설임 없이 이용하다가 가치를 잃으면 가차없이 처리해 버리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비욜슨 남작을 이용해 감옥을 나가고선 곧바로 그를 버림패로 써서 본인의 주가를 올린 것이 그 예.

또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이용하고, 어떤 일도 망설이지 않는다. 외세도 거침없이 이용하고, 동생이나 아버지를 암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냉혹한 인물. 요한 왕자는 지금은 귀여운 이복 남동생일지라도 부왕의 유일한 아들로서 언젠가 철들고 크면 나와 왕위를 두고 경쟁할 가장 위협적이고 미운 정적이자 원수 라그네이드의 혈육일 뿐이고, 부왕도 아버지이기 이전에 어머니를 죽인데다 자신을 8년이나 가둔 원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9] 알디스와 유리제스의 탈출을 눈감아 주어 무사히 도망치게 해 주었지만, 사실은 그것조차도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패를 꺼내든 것이다. 이 때 오리겔드가 처한 상황에서는 알디스가 행방불명이 되는 것이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 만약 아시오 왕자가 원하던 대로 오리겔드를 암살하고 다음 왕위 계승권자인 알디스와 결혼하거나, 혹은 오리겔드와 알디스가 모두 죽어서 라스토니아가 에린월드에 합병되기라도 하면, 오리겔드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다. 그러나 알디스가 행방불명이 되면, 아시오 왕자가 오리겔드를 암살해 봤자 다음 왕위 계승권자가 죽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상 라스토니아 왕위는 주장하지 못하고 끈 떨어진 뒤웅박이 돼서 에린월드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은 온전히 정치적 계산 하에서만 나온 결정이 아니라, 동시에 그 나름의 자매애로 인해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이 결정은 '알디스가 에린월드와 결탁하지도 않고 오리겔드를 위협하지도 않으며 조용히 행방을 감추고 지내다가, 라스토니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귀국한다'는 전제를 깔지 않으면 성립할 수가 없다. 즉 오리겔드에게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기는 해도 알디스에 대한 호의와 신뢰가 없으면 내리기 어려운 결단. 오리겔드는 알디스와의 대치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자매애를 지니게 되어, 알디스가 그 자신과 언니인 오리겔드를 위해 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야기는 여전히 얼어붙은 마음이지만 지옥에서 살아보이겠다며 당당히 여왕으로 군림하는 오리겔드의 모습을 비추며 끝난다. 그 동안의 진상이 어찌 되었든 라스토니아 국민들은 그를 '8년 동안이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며 수모를 겪었음에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부왕과 국민들에게 깊은 충정을 보여준 왕녀'로 인식하고 있고, 그 자신은 냉철한 결단력과 지성과 외교 능력을 갖추었으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성장 배경도 있으니, 이후에도 여왕으로서 나라를 잘 통치했을 듯.

자주 하는 말은 "나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보통 저런 모습을 보이는 인물일수록 콩깍지가 씌여서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로 흐르거나 나중에는 꼴사납게 매달리는 추태를 보이기 마련인데, 이 분..? 오리겔드는 정말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알디스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흔들린 것 외에는 철저하게 얼음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 저 대사를 했을 때는 철저하게 복수귀로서 한 말이지만, 마지막에 같은 대사를 한 것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언젠가는 돌아올 동생을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10] 오리겔드에게 있어서 알디스는 살려 놓으면 이득인 최고의 정치적 카드인 동시에, 지켜야 할 유일한 가족이기도 한 것이다.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서 시라카와 타카나가 이것을 패러디했다.


[1] 예를 들면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메데이아 벨리아르.[2]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오리갤드와의 최후의 대결 후 그녀는 단순한 천사표 히로인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오리갤드가 단순한 악녀형 캐릭터에서 벗어난 것과 마찬가지. 이 점 때문에 극중극이라고는 해도 '두 사람의 왕녀'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성장해서 결국은 천사표와 악녀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3] 를르슈와 라인하르트, 이방원도 끝에 이르러선 모두 짧고 굵은 생을 살다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을 맞이했다.[4] 백성들이 무장을 하고 왕궁 앞에 집결하는 사태까지 갔는데, 이 일은 알디스가 '왕실도 민생 안정을 위해 힘껏 노력하고 있으니 어려운 시기지만 왕실을 믿어달라'고 사람들을 열정적으로 설득하여 무사히 넘어갔다.[5] 정적인 이복동생이 주가를 올리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했지만, 본인이 사랑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에 사랑과 신뢰로 화평을 맺고자 하는 알디스를 인정하기 싫은 심리도 작용했다.[6] 자신의 외손자가 죽고 자신에게 원한을 품었을 것이 자명한 카타지나의 딸이 1순위 왕위 계승권자가 되자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진 것이다. 카타지나가 명계에서 복수를 시작한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심리 묘사가 있다.[7] 그런데 국왕이 죽은 것은 오리겔드에 의한 독살이 맞았다. 오리겔드가 상황을 싹 정리한 뒤 왕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독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독백한다.[8] 알디스가 자기 어머니와 외조부의 구명을 간청하는 편지를 보내도 계속 무시당하는 고통이라는 것도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답장을 하지 않았다가 고드프리드 일가를 모두 죽인 뒤에야 그 사실을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리겔드에게 어머니와 외조부를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던 알디스는 이미 그들이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절하게 비명을 지른다.[9] 오리겔드는 자기 입으로 비욜슨 남작에게 "그런 사람 아버지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저 상황은 반국왕파인 비욜슨 남작을 속이려던 상황이긴 하나, 나중에도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죽은 부친을 보며 독이 늦게 들었다고만 덤덤하게 말하는 걸 보면 말 자체는 진심인 듯. 사실 아버지의 행적을 보면 그럴 만하다. 첩한테 눈이 먼 판에 성가신 본처를 첩실 집안이 헐뜯자 옳다구나 그 말을 믿어버리고 아내를 죽인데다, 어린 딸을 8년간 옥중에 가둬두다 수녀원으로 내쫓을 땐 자식 취급까지 하지 않았었다. 왕은 라그네이드 부녀의 말을 따라 오리겔드를 투옥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고, 그런다고 오리겔드의 8년 세월이나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10] 즉, 이 말은 자신의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여동생 알디스가 언젠가 돌아올 그 때까지 절대로 오리겔드 자신의 마음이 약해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결심이자 선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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