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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14 23:26:01

우유 바다 휘젓기

Samudra Manthana(समुद्रमन्थन) / churning of the ocean of milk

1. 개요2. 내용3. 우유 바다 휘젓기에서 나오는 비유적 의미4. 여담

1. 개요

힌두교창세신화. 인도 신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로 꼽히며, 인도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태국캄보디아에까지 지대한 문화적 영향을 끼쳤다.

원어로는 사무드라 만타나(समुद्रमन्थन)라고 하는데, 바다 휘젓기라는 뜻이다. 카시라사가라 만타나(क्षीरसागरमन्थन)라고도 하는데 이 경우엔 우유 바다 휘젓기라는 뜻. 한자로는 유해교반(乳海攪拌)이라고 한다.

2. 내용

태초부터 데바(신)와 아수라(악마, 악신)는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데바들의 왕인 인드라는 우연히 리쉬(聖仙) 두르바사를 만나게 되고, 두르바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화환을 인드라에게 선물한다. 인드라는 이 화환을 자신의 코끼리 아이라바타에 걸어줬는데, 꽃향기에 이끌린 벌 때문에 아이라바타는 화환을 땅에 던졌다. 그러나 이 화환은 제사에 사용하는 신성한 화환이였기 때문에 두르바사를 격분하게 했고, 그는 인드라에게 모든 힘을 잃게 되리라 저주했다.

이 사건으로 인드라가 힘을 잃게 되자 아수라들은 그 틈을 타서 데바들을 대패시키고 데바들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속수무책이였던 데바들은 주신 비슈누에게 도움을 청하고, 비슈누는 세상을 둘러싼 우유 바다(사가라키시라)를 휘저어 얻은 불멸의 약 암리타로 승리를 얻자는 비책을 낸다. 동시에 우유 바다는 너무나 광대하니 휘저으려면 아수라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들에게도 암리타를 나눠 주겠다고 속여 우유 바다 휘젓기에 동참시키라고 권했다.

계획이 시작되자 데바들은 메루 산 동쪽의 있는 만다라 산을 뽑아와 회전축으로 삼고, 거대한 뱀 바스키로 하여금 만다라 산을 휘감으라고 했다.[1] 비슈누 자신은 화신인 거북 쿠르마를 통해 만다라 산이 가라앉지 않게 떠받쳤다. 그리고 아수라들이 바스키의 머리 쪽을 잡고 데바들이 꼬리 쪽을 붙잡아 만다라 산을 휘저어 우유 바다를 휘젓기 시작했다. 문제는 모두가 바스키를 잡아당기며 휘젓다보니 바스키는 잡아당겨지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불과 독을 토해댔고, 만다라 산을 이용하다보니 그 곳의 동식물이 모두 바스키의 불과 독에 죽거나 진동에 떨어져 죽는 바람에 인드라가 폭풍우의 힘을 이용해 불을 꺼야 했다.

이렇게 해서 무려 천 년 동안 데바들과 아수라들은 우유 바다를 휘저었다. 천 년이 지나고 나서 처음으로 물결이 일으면서 그 속에서 바다의 불순물이 응축된 푸른 독약인 하라하라(Halahala) 독이 형성되었는데, 이것은 파괴의 신 시바가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삼켰다. 제아무리 시바라도 이 독을 완전히 삼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였기에 독 방울을 목에 살짝 붙잡아놓았고, 그래서 시바의 목은 파랗게 변하게 되었다. 시바의 별명 중 하나인 날라칸타(푸른 목의 신)도 여기서 나온 별명. 이 하라하라가 위에서 바스키가 울부짖다 토해낸 독이라는 판본도 있다.[2]

한편 우유 바다에선 수많은 유익한 존재들도 탄생했으며, 이것들은 라트나(Ratna)[3]라고 불렸다. 이하는 라트나 목록.

그리고 마침내 신들의 의사, 단반타리(Dhanvantari)가 암리타가 든 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를 본 순간 데바와 아수라는 동맹을 파기하고 암리타를 얻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으며, 암리타가 아수라에게 넘어가자 데바들은 다시 비슈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비슈누는 수려한 미모를 가진 여성 화신 모히니를 보낸다. 모히니는 아수라들에게 접근했고, 그녀와 미모와 꼬드김에 홀랑 넘어간 아수라들은 모히니에게 암리타를 건네준다. 모히니는 데바들에게 암리타를 나눠주는데 그때 스바르바누(Svarbhanu)란 아수라가 데바 틈에 끼어서 암리타를 받아마셨다. 태양의 신 수리야와 달의 신 찬드라가 이것을 알아차렸고 모히니에게 보고하자 그녀는 수다르사나[4]를 날려서 스바르바누의 목을 날려버린다.[5] 그와 동시에 아수라들도 속은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모든 신들이 암리타를 다 마셔버린 이후였고, 싸움은 신들의 승리로 끝났다.

여담으로 이후 내려져 오는 이야기가 살짝 다른다. 인도와 태국에서는 데바들이 암리타를 얻어 아수라들은 지하세계로 추방시켰다고 하며, 캄보디아에서는 데바들이 암리타를 나눠먹을 때 아수라들도 데바로 변장해서 먹었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데바와 아수라가 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3. 우유 바다 휘젓기에서 나오는 비유적 의미

데바들은 선을 뜻하고 아수라들은 악을 의미하며 우유 바다는 인생을 뜻한다. 우유 바다는 마치 앞날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뿌옇고 끝이 보이지 않아 거기서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조차 없다. 큰 뱀 바스키는 인간의 지성과 욕망을 뜻하며, 바수키가 감긴 메루 산은 인간의 의지를 의미한다. 즉 신화와 합쳐 풀어 보면 인간의 지성과 욕망은 언제나 선과 악 사이에서 존재하고, 이 선악과 지성, 욕망이 교차하며 인간의 의지는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의지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온갖 행동과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되고, 그것은 해로울 수도[6] 이로울 수도[7] 있다. 선신 시바가 맹독 하리하라를 삼켜 목에 걸리게 것은 이런 과정에서 선을 얻으려면 해로움을 체험하되 그것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편 메루 산을 떠받치는 쿠르마는 그런 갈등에서 굳건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의지력을 상징한다.

불멸의 약 암리타가 데바의 손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현상 속에서 마침내 선을 택하게 되면 비로소 영원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동시에 우유 바다에서 나온 이로운 물건들은 거진 데바들이 얻었는데, 이것도 선을 택하면 이로움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수라에게서 암리타를 가져온 모히니는 이런 이로움을 얻을 수 있을지 시험하는 존재로, 모히니의 꼬드김에 넘어가 암리타를 빼앗긴 아수라는 결국 악은 이러한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데바로 변장해 암리타를 받아먹은 스바르바누는 선으로 위장하고 있는 악을 의미한다. 태양신 수리야와 달신 찬드라가 위장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태양이나 달에서 빛이 비추어지는 것을[8] 숨겨진 본질을 명료하게 꿰뚫는 행위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스바르바누의 목이 떨어져 라후와 케투가 된 뒤에도 계속 해와 달을 쫓는 것은 본질을 꿰뚫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악을 상징한다.

즉 우유 바다 휘젓기 신화는 인간이 살아가며 겪게 되는 갈등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4. 여담


[1] 용왕이 이 과업에 협조한 이유가 불분명한데, 판본에 따라 뱀 일족에게 암리타를 나눠 준다고 했거나 다가올 재난에서 구원받을 공덕을 쌓은 것이라 한다. 암리타를 나눠준다는 버전은 가장 자주 재생산된 신화 중 하나인 가루다 신화와 모순되므로 자나메자야의 희생제를 대비했다는 해석이 더 그럴듯하다.[2] 마나사가 주인공인 마나사 망갈카브야의 한 버전에 따르면 이 독은 브라흐마가 마나사와 해변에 놀러 왔을 때 우연히 드러난 마나사의 허벅지를 보고 발정한 브라흐마가 유정한 것이 우유의 바다 속에서 부패하여 태어났다. 드로나나 마나사 본인처럼, 이 경우 어머니가 마나사로 판정되며 어머니의 속성을 닮아 강력한 독이 되었다.[3] 보물, 보석이란 뜻[4] 차크람. 본체인 비슈누의 무기이며 같은 화신인 라마, 크리슈나도 사용한다.[5] 그러나 암리타로 불사를 얻긴 해 몸통은 케투, 머리는 라후(나후)라는 별개의 존재들이 되었다. 자세한 것은 스바르바누 문서 참조.[6] 시바가 삼킨 맹독 하리하리나 불행의 여신 제슈타(알락슈미) 등으로 비유된다.[7] 신성한 암소 카마데누와 행운의 여신 락슈미 등으로 비유된다.[8] 새벽의 여신 우샤스가 자신의 빛으로 진실을 밝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묘사되는 것도 그렇고 당시엔 빛이 비춰지는 것과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연관시켰다. 아그니도 그 불꽃으로 무지의 어둠을 밝히고 제거한다고 언급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