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어: Eurocentrism유럽중심주의 혹은 대서양, 인도양 너머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유럽계 이민 국가들도 포함한 서구중심주의는 세계의 정치, 문화, 역사적 요소들을 서양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구세계'와 '신세계'의 구분 및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의 표현이나 세계사를 고대-중세-근대로 나누는 구분법, '백인'과 '그 외 유색인종'의 구분,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분할과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는 역사관 등의 예가 있다.
학문적인 의미의 오리엔탈리즘은 바로 유럽중심주의 시각을 지칭하는 것이다.[1] 다만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비현실적인 취미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비서양에 대한 편향된 관념을 지적할 때는 유럽중심주의(혹은 서구중심주의)라는 단어를 쓴다.[2] 서양에 대한 편향된 관념을 지적할 때에는 옥시덴탈리즘이라는 단어를 쓴다.
2. 분야별
2.1. 언어
-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 극동(Far east)은 유럽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한 명칭이다.
- 유색인종이라는 명칭은 유럽 백인을 기준으로 분류한 단어이다. 비유럽 코카소이드(백인)도 유색인종으로 정의되었다.
- 신대륙은 아메리카 대륙을 유럽 입장으로 칭한 것이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래 없다가 유럽인의 발견으로 새로 생긴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2.2. 사상
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가 인류 보편적인 이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서양에서 탄생했지만 동구권에서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비유럽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고 민주주의,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는 서구에서 생긴 반공주의의 영향이다. 사실 구분법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게 레닌주의나 스탈린주의라면 몰라도 사회주의가 어떻게 동구권에서 태어났나?러시아 혁명이 터지기 10년도 전에 이미 독일 사민당은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고 중남미나 북미의 원주민 관련 운동을 보면 "좌익도 유럽에서 온 사상이다 그러니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마라"란 식의 발언도 자주 나온다. 좌익 정치사상을 비유럽적으로 생각하는 발상은 그냥 미국이란 왜곡된 렌즈를 통해 서구문명 전체를 잘못보곤 하는 한국의 특수성에 다 가깝다. 당장 현대정치에서 유럽과 미국을 구분짓는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중 하나가 거대 제도권 좌파정당의 존재유무인데.
비서양에는 LGBT 운동, 페미니즘을 유럽중심주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서구에서 속하는 미국, 프랑스에서 탄생한 것이고 1945년까지 동구에 속했던 독일, 이탈리아에서 주로 반대했고 봉건주의가 20세기 초까지 잔재했던 미국 남부에서도 세속적이라는 이유로 반대되곤 했다. 이는 옥시덴탈리즘을 비판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이를 서양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고 반서방은 서양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3. 관념
유럽인과 그들이 식민화한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에만 백인이 산다는 고정관념이 세계화되어 있는데 형질인류학적으로 백인은 서양에 안 속하는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남아시아에도 존재한다. 아메리카에서 유색인종으로 간주되는 히스패닉도 50% 이상이 백인이다.[3]게다가 유럽에 다른 인종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칼미크 공화국은 유럽에 속하지만 주민들이 동아시아인 계열이다. 우랄 산맥 서부의 소수민족들도 동아시아 인종이다.[4]
2.4. 역사
세계사를 유럽을 중심으로 두고 서술하고 있고 시대 구분도 유럽을 기준으로 구분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럽, 북미를 독창적인 지역으로 서술되고 유럽이 전세계를 진보시켰다고 서술되고 있다.19세기 생긴 서양 개념을 고대까지 적용하여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를 당시 별개 문화였던 게르만족, 슬라브족과 연계시키며 엄연히 고대 로마 영토인 데다 교류가 활발했던 아나톨리아, 북아프리카, 레반트, 이라크를 제외하고 있다. 근세까지는 유럽마저 종교로 정체성을 정의했던 시대였음애도 불구하고 십자군 전쟁을 단지 기독교 VS 이슬람으로 서술하고 동방 정교회와 전쟁을 서양인끼리 어긋난 내전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비잔틴과 오스만의 전쟁을 총력전처럼 과대 서술하고 있다. 30년 전쟁을 내전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당시 로마 가톨릭 교인들은 개신교인들을 인간이 아닌 악마숭배자, 이단자, 야만인으로 간주했음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이후 유럽중심주의자들은 서양인끼리 하는 사소한 전쟁으로만 간주해버렸다.
제1차 세계 대전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이라 유럽대전이라고 부르는 게 옳음에도 '유럽=세계'로 인식하여 세계대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당시 유럽 열강이 거의 지구 전역에 걸쳐 식민지배를 하고 있었고, 따라서 전 세계가 어떤 식으로던 이 전쟁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대전이라고 칭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도 일본이 중국을 침공한 1937년을 세계대전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 발생한 폴란드 침공이 일어난 해 1939년을 세계대전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냉전은 1991년 소련 붕괴를 냉전이 끝난 시기로 본다. 한반도는 남북 분단 상태가 지속되어 냉전이 21세기까지 현재진행형임에도 말이다. 다만 세계 유수의 강대국 대다수가 참여하던 범지구적 규모의 냉전은 끝난 게 맞으므로 한국과 북한 두 나라의 냉전을 세계적으로 냉전 시대라고 불러줄 이유도 없긴 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급성장과 러시아의 패권회복 시도가 이어짐에 따라 현재는 신냉전의 시대라고 부른다.
2.5. 미용
금발벽안의 백인을 중심으로 정상체중, S라인, V라인을 절대적인 미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비서양 국가에도 성행하는데 타 인종이라도 위 특징에 가까운 사람이 연예계를 주도하고 미인대회에서도 이들이 주로 출연되고 있다. 다만 피부가 흰 것이 미인이라는 인식은 유럽중심주의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데 전근대 신분제, 계층에서 생겨난 관념이며 피부색이 밝을수록 노동과 거리가 먼 귀족 계층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만 해도 유럽이 뭔지도 몰랐던 조선시대부터 꾸준히 미인의 조건으로 흰 피부를 언급해 왔다. K-POP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게 됨에 따라 K-POP 아이돌들이 흰 피부를 추구하는 이유가 백인 따라하기, 백인 동경이라고 까는 해외 네티즌(주로 동남아)들이 있는데, 오히려 흰 피부를 추구하는 것이 백인을 동경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유럽중심주의이다. 체중 문제 역시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버드나무 가지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라는 뜻의 세류요라는 명칭이 자주 등장하고, 또한 고대 춘추전국시대부터 헝겊을 삼켜서 포만감 만들기, 허리띠를 단단하게 동여매 음식을 많이 먹지 않게 하기 등 온갖 식이요법과 도화차, 칠피음, 황정차 등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기록, 중치요결, 음선정요 같은 의학서에서도 살 빼는 방법에 대해 다수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전근대에는 뚱뚱한 것을 좋아하였는데 유럽중심주의 때문에 날씬한게 미의 기준이 됐다'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2.6. 문화
서양의 의식주의 변화를 시대별로 상세히 구분하지만 비서양은 시대를 무시하고 장소별로 퉁쳐버리는 경향이 있다.예를 들면 유럽의 건축양식은 고대 그리스 양식부터 로코코 양식처럼 시대별로 구분하지만 동아시아의 건축양식은 중국 양식, 일본 양식, 한국 양식처럼 국가별로 구분해버리며 영어 위키백과에서도 그렇게 서술되어 있다.
2.7. 학문
비서양에서는 학문이 없고 종교나 영성만 발달해 반지성주의가 19세기 말까지 있었다는 서술도 20세기 중엽 서양에서 유행했던 낭설이다.과학적 방법론과 미적분과 같은 수학이란 도구를 활용하여 세계나 우주를 탐구하는 방법은 서양에서 탄생했고 발전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문명들이 지식 탐구를 전혀 하지않는 미개한 문명이란 사실은 어불성설이다. 서양과 같은 방법은 나오지 못했더라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을 연구하고 탐구하였으며 불교나 유교처럼 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문학적 탐구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런 인문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체제나 정치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게다가 다른 비서양 문명권인 이슬람, 인도, 중국의 학문과 기술은 유럽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종이, 화약이라던가 인도의 숫자 0이라던가 이런 것들이 이슬람을 통해 유럽 세계로 들어가서 유럽의 지적 성취나 사회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낭설은 20세기 후반에 과학적 인종주의가 쇠퇴하고 비서양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쇠퇴했지만 아직도 뉴에이지, 대안 우파, 신좌파 사이에서는 비서양이 학문이 없는 반지성주의, 영성 문명이라는 낭설이 떠돌고 있다. 특히 뉴에이지나 신좌파들은 언뜻 보면 동양을 특히 정신문명을 높게 평가하는 듯 하면서도 사실 그 안에는 결국 '동양은 신비하다' '아시아는 영적이다'라는 오리엔탈리즘이 교묘히 깃들어 있다. 현대에는 정치적 올바름, 이른바 PC충들이 많이 비판받는데 게임이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컨텐츠에서 다문화/다인종을 외치며 "아시아인 캐릭터도 넣자!"며 겉보기엔 동양을 위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넣은 캐릭터는 결국 '눈 째지고 책에 파묻혀 지내며 운동을 꺼리는' 고정관념을 표현한 캐릭터이거나 성적 판타지를 위한 여캐이고 남캐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3. 관련 문서
[1] 오리엔탈리즘은 원래 동양에 대한 탐구를 의미했지만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를 유럽중심주의와 유의어로 만들었다.[2] 동양은 대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식민화 이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아시아, 북아프리카만을 의미하기에 서양이 아닌 다른 것은 비서양이라고 한다.[3] 히스패닉이 대개 흑발갈안이라고 해서 유색인종으로 간주되지만 학술적으로 사실이 아니다.[4] 우랄 산맥 동부는 북아시아로 정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