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저율생산(Low-Rate-Production; LRP)은 일정 시간에 걸친 적은 계획량의 생산을 뜻하는 말이다. 반대말은 전율생산(FRP, Full-Rate-Production)이며, 혹은 대량생산이나 양산(mass production)이라고도 한다. 본 문서에서는 군사 분야에 치중하여 서술한다.2. 필요성
2.1. 국가 관점
일반적으로는 대량생산을 택하여 빠르게 배치하여 전력화하는 편이 국방에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전시상황이나 그에 준하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 평화시에는 저율생산에도 이점과 당위성이 있다.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군수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고, 군수품을 양산하여 배치를 마친 후에는 추가수요도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군수산업은 의외로 다른 산업에 비해 이윤이 크지 않으므로, 방위산업체 관점에서는 이윤이 나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까지 생산라인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생산이 빠르게 진행되어 예비물자마저 공급이 완료될 경우, 수요를 충족하였으니 불필요한 잉여 물자를 생산하는 낭비를 막기 위하여 생산라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생산라인을 닫을 경우 그것을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인프라와 설비, 기술, 암묵지, 숙련공 등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므로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복구가 가능한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1]
특히 급작스레 재가동을 해야 한다면, 적시에 생산 및 공급을 재개하기가 어려우므로 안보적으로 취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따라서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생산라인을 오래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추가 도입이나 수출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치장물자와 예비물자를 사전에 확보해두었다고 하여도 당장 전쟁이 터져서 싸우다보면 소모품은 물론이고 각종 장비까지 가리지 않고 물자가 급속히 소모될 것인데, 신규 생산라인을 설치하거나 민수공장을 군수공장으로 전환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속도가 소모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가 있다.
게다가 전시 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갑작스럽거나 대량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군수장비 도입 국가가 추가 도입 사업을 벌인다거나, 타국에서 수입을 타진했다고 해보자. 이 때 저율생산을 하지 않아 생산 라인이 닫혔다면 어떻게 될까. 라인 복구 탓에 사업 비용이 높아지거나, 아예 수출이 좌절될 수 있다. 가령 대한민국 해군은 대잠초계기 P-3C를 도입할 때 생산 종료로 폐쇄되었던 생산라인을 되살리는 비용을 치른 적이 있다.
따라서 국가 관점에서는 평시에도 적절한 규모의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소량이라도 꾸준히 사줘서 공장을 유지하게 하는 편이 국방에 유리하다.
2.2. 기업 관점
기업 관점에서는 왜 저율생산이 필요할까? 앞서 언급했듯 군수산업은 이윤이 낮으니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서이다.물론 군수품이라도 민간시장에서도 팔 수 있거나 혹은 민수용 전환이 쉬운 단순한 소비재라면 저율생산의 필요성은 적다. 대체 라인을 가진 업체들이 많을 테니 대규모 생산라인에서 단기간에 양산을 해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군복이나 군화 같은 것은 민수용 작업복이나 아웃도어 의류, 등산화 등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며 수요가 한정적인 무기류나 고도화된 분야는 생산자를 배려하여 저율생산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발주자의 요청으로 복잡한 라인을 갖추었는데, 생산이 끝났다고 나몰라라 하면 군수사업을 맡을 기업은 없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여 저율생산이 없다면, 기업은 생산라인 조성과 철수까지 비용을 사업 초기에 한 번에 회수하려 높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AS나 유지보수 또한 엉망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저율생산이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꾸준한 유지보수에 이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어차피 사업 자체의 이윤이 적다면 그 자본으로 그냥 다른 사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방위산업체는 왜 수익율이 낮은 방산업종을 굳이 유지하는 것일까?
첫째, 수익율은 낮더라도 큰 금액이 오가므로 총수익은 적지 않다. 더불어 신용이 좋은 정부 대상으로는 여러 차관이나 금융지원을 받기 수월하므로 자기자본이 적어도 업무 추진이 가능하다. 둘째, 국책사업으로써 정부로부터 많은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기술은 민간 사업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셋째, 큰 사업을 따냈다면 장기간 큰 매출이 유지되므로, 기업 전망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2.3. 생산 측면
저율생산은 신제품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 개선점 등을 보완할 때 유리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첫째, 저율생산은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기간이다. 생산라인 그 자체도 일종의 복잡한 제조물이라 여길 수 있다.
가령 전투기 공장에서 총 4개 라인을 갖추어 양산할 예정이라고 해보자. 전투기 생산은 복잡한 공정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작기계와 지그(jig)를 운용하여 수많은 부품을 조립한다. 만약 잘못된 공정흐름을 짰다면 생산에 오류가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해 생산물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책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며 공정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4개 라인을 한 번에 도입했다고 해보자. 이 때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시행착오에 의한 비용은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책임자는 저율생산 기간에 먼저 1개 라인을 운용할 것이며, 이 때 발생하는 오류를 바로잡고 공정흐름을 최적화한 후에 나머지 라인을 도입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군수산업만이 아니라 민수산업 공정흐름에도 저율생산 적용 사례가 흔하다.
둘째, 생산물을 개선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여 운용했을 때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하자. 이를 모두 뜯어보고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클 것이다. 반면 처음부터 개선점을 적용하여 생산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며 저렴하다. 따라서 저율생산기간 동안 나온 초도생산물만 개선하거나 회수, 폐기한다면 비용이 더 적다.
위 설명에서는 두 요인을 나누어 썼지만, 보통은 실제 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복잡한 제조물에 불량이 발생하면 생산공정이 문제인지, 설계의 문제인지, 그도 아니라면 따로 납품받은 완성부품의 문제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과정 역시 저율생산 중에 이루어진다.
3. 한계
다만, 전율생산을 하지 않고 저율생산을 하는 것은 곧 규모의 경제 효과를 포기하는 것이다. 보통은 양산이 빠를수록 단가가 낮아지고 총비용이 줄어든다. 가령 일본은 저율생산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생산량도 적어서, 국산화 군수장비의 몸값을 올리는 원인이 되었다.[2]이러한 비용 상승은 장비를 적시에 생산하여 공급받거나 신속히 개선하는 것, 업체에 수입을 보장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 각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효용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이므로, 저율생산을 결정하는 것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즉, 전시체제이거나 평화시라도 수요가 매우 많은 경우, 굳이 저율생산을 하지 않고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하여 생산량을 증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 창작물
보통 이러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작품은 별로 없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Hearts of Iron IV
게임 시스템으로도 저율생산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전략적으로도 군사장비 생산에만 전념할 수 없어서 저율생산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국가 산업력은 크게 군수와 민수로 나뉘어 분배되는데, 군수든 민수든 전체 공장 중 일정량을 국내 소비재 생산에 할당해야 하며,[3] 건설이나 프로젝트 디시전, 수입 자원 가공 등에는 민수가 꼭 필요하고, 군수는 생산라인에 배정한 장비의 종류와 할당 공장수에 따라서 필요한 자원의 종류와 수량이 결정된다. 만약 국내 자원으로는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부족분을 수입해와야 생산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단순히 수입만 하면 끝이 아니고 민수공장을 할당해야 하므로 군수생산을 너무 크게 설정하면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육군 및 공군 장비의 경우, 군수공장의 각 장비 생산라인에는 생산효율이라는 수치가 있어서 장비를 할당하자마자 최대효율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효율이 최대치까지 증가하게 된다.[4] 그리고 생산효율은 생산라인에 지정한 장비를 바꾸거나 생산라인에 할당하는 공장수를 늘릴 때마다 일정량 감소한다.
따라서 마이너 국가로서 굳이 전쟁에 직접 끼어들거나 말려들어갈 이유는 없거나 전쟁을 할 게 확실하여도 아직 전시가 아니고 민수산업을 신경써야 하는 등 군수에만 전념할 수 없을 때에는 군수공장을 전부 돌리기보다는 일부만을 생산라인에 배정하게 된다. 이 경우 나중에 생산장비를 바꾸거나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기존에 가동해오던 공장만큼의 생산효율은 유지가 되거나 신규 생산라인을 만들 때보다는 높은 생산효율을 지닌채 생산하므로 더 빠르게 장비를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다.
[1] 예컨대 거함거포주의시대 대구경 함포를 만드는 기술은 전함이나 순양전함 등 그러한 거포를 쓰는 대형 함종이 도태되면서 함께 단절되었다.[2] 이에 관해서는 자위대/문제점/무기 문서를 참고할 것.[3] 민수공장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므로 민수공장이 충분하다면 군수공장은 군수에만 쓰인다.[4] 해군의 생산품은 오직 군함들만 존재하는데, 군수공장이 아니라 조선소라는 별도 생산시설을 할당하며, 무조건 100% 효율로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