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어째서 한 남자가 여러분들 틈을 수시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입니까? 이 남자는 특수 요원도 아니고, 고도로 훈련된 암살자도 아닙니다. 고든 프리맨은 단지 박사 학위를 수료한 이론 물리학자에 불과합니다. 당신들이 막지도 체포하지도 못한 이 남자는 그 어떤 전투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매우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잡지 못하는 것입니까?
하프라이프 2 中, 월리스 브린이 브린 캐스트에서 고든 프리맨에 대해
주인공 보정(主人公補正, Plot Armor)은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주인공이든 아군이든 악역이든 플롯이 요구한다면 기적적으로 살아남거나 주인공이 이득을 보는 일이 생기는 현상을 가리키는 비슷한 표현이다. 창작물에서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동료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혜택이다.하프라이프 2 中, 월리스 브린이 브린 캐스트에서 고든 프리맨에 대해
보통은 이길 수 없는 강대한 적을 이길 수 있는 실마리가 때맞춰 발견되거나 사기도박을 돌파할 실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거나 주인공이 전학온 날부터 학교에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주인공에게만 특전이나 혈통의 비밀, 아이템이 주어지는 등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 전반에서 주인공 보정을 찾아볼 수 있다. 전개상 뚜렷한 복선과 이유가 있어서 살아나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므로 보정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주인공 보정이란 것이 우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연재물에서 주인공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극적 긴장감이나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주인공에게 이런 특례를 주는 경우가 많다. 기적의 경우 사후에 여러가지 설정을 만들거나 복선을 갖다붙여 땜빵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사실 외계인이라서 지구인과 좀 달랐어' 라거나 '주인공이 2권에서 먹었던 영약이 뱃속에 남아있었던 거지' 라는 식이다.
주인공 보정을 받으면 주인공이 쏘는 총은 백발백중인데 수많은 적들이 쏘는 총은 주인공에게 한 발도 스치지 않는다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도 흔히 일어나고 작중 아무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전쟁물에서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려고 함부로 이런 장면을 넣었다가는 전쟁은 하는데 군대는 의미가 없는 막장 스토리가 되어버린다 대표적인 예로 스톰트루퍼, 기동전사 건담 SEED, 코드 기어스가 있다.
슈팅 게임에서도 주인공 보정은 극명하다. 똑같은 기종의 총을 똑같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쏘는 총에서 나오는 총알은 적이 쏘는 총에서 나오는 총알보다 탄속이 넘사벽급으로 빠르다. 이 때문에 화면을 거의 다 덮을 정도로 흩뿌려지는 적의 총알을 주인공은 다 피할 수 있다. 메탈슬러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능력 배틀물에서는 적들이 미친듯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식으로 보정을 준다. 가장 유효한 전술을 버리고[1] 철저하게 자신한테 불리한 전술만 쓰는 것이다. 심지어 첫 등장 때는 가장 유효한 전술로 주인공을 떡실신시키지만 이후로는 두번 다시 그런 전술을 쓰지 않는다.
차원이동물에서도 주인공 보정을 볼 수가 있는데 현계와 섭리가 다른 SF, 판타지, 무협 등의 세계로 별다른 어려움도 없이 차원이동을 하며 이계의 위험지역은 다 빗겨가고 안전지대에 착지하고 이계에 처음와본 주인공이 이계에 사는 존재들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한다. 주인공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 모든 상황이 가능했다고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주인공 보정이 아닌 단순한 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굉장한 상황이다.[2] 그리고 이고깽에서는 이 정도 수준도 부족한지 아예 주인공을 신적 존재에 버금가는 먼치킨으로 바꿔버리며 이에 더해서 장르가 아예 먼치킨물 이라면 주인공의 활약 없이는 주요 빌런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식의 연출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주인공 보정은 서사예술이 시작되던 아득한 옛날 때부터 있었다.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이루는 영웅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니까 살아남는, 그러니까 살아남으니까 주인공인 셈[3]인데[4] 쉽사리 죽어버리거나 퇴장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롯 아머와 비슷한 경우다. 물론 이러한 타입의 보정은 주인공이 실존인물이거나 할 때에만 성립되는 것으로, 아예 가공의 인물이거나 실존인물이라도 역사고증 같은 걸 내버린 경우는 당연히 주인공이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으로 인과관계가 전도된다.
뻔한 클리셰지만 적게나마 작품에 꼭 필요한 요소기 때문에 복선을 넣는다든가, 작품 내부에서 은유적으로 계속 설명을 해준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위화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쓰이고 있다. 설정을 충실하게 잡고 보정이 자연스럽게 걸리면 크게 위화감이 없지만, 편의주의적인 게 뻔히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작위적이 되면 몰입감을 심하게 떨어뜨리는데, 보통 주인공이니까 무조건 보정을 해주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예시를 들면 바이오쇼크가 전자라고 할 수 있고, 영화 2012나, 상기한 저질 양판소들, 전쟁물이 막장이 되는 전개가 후자라고 볼 수 있다. 단일 주인공인 작품이 장기연재가 되면 설정오류와 파워인플레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지라 이런현상이 심해진다.[5]
오덕계에서는 작가가 자조적으로 개그소재로 써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중 오래된 사례로 전투메카 자붕글에서 지론 아모스는 아예 "주인공이니까."라면서 공격을 피한다.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에서 여러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넵튠은 아예 주인공 보정이라는 단일 대상 버프 스킬이 있다. 효과는 후반부로 갈 수록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함께 많이 사용되는 클리셰로는 초반 강한 아군의 법칙, 오늘은 이만 물러가주지,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자매품으로 최종 보스 보정이 있다. 여성 주인공에게 이것이 적용되면 히로인 보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잘 쓰이지는 않는 말이다.
조연이나 주조연 등 주인공 보정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생이 비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양판소나 이세계물에서는 작가의 편애로 인해 주인공 보정이 너무 과도하게 주입된 나머지 먼치킨이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버려 이야기를 망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보정은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되 개연성을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주인공이 교체된다던가 하는 것으로 주인공 보정이 사라지면 가차없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공포영화 같은 경우, 주인공으로써 살아남았지만, 후속작에서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된다면 그 새로운 주인공과 관객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기위해 얄짤없이 죽을 수 있다.
2. 관련 문서
[1] 가령, 주인공은 날 수도 없고 근접공격밖에 못하지만 적은 날 수도 있고 강력한 원거리 공격도 있다고 하자. 그러면 적은 죽어도 하늘을 날지 않는다.[2] 차원이동물뿐만 아니라 최강논쟁이나 vs놀이에서도 이게 무시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섭리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최강자 둘이 만나는 것부터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설사 만난다고 해도 섭리가 다른 세계에서 본래의 힘을 낼 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3] 이야기에는 화자가 있기 마련이고 화자는 이야기를 할 때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조연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살아남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얼음과 불의 노래처럼 주인공에 연연하는 작품이 아니거나 주인공이 바뀌는 작품이 아니라면 "주인공이 죽는다 = 스토리 종료"가 된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 오버다.[4] 물론 예외는 있다. 주인공 보정을 못 받는 경우 중 대표적인 것이 데스노트와 매드니스 컴뱃. 데스노트는 특히 마지막에서는 주인공 보정이 아니라 주인공 너프가 있었을 정도로 충공깽이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마지막만이고, 그 이전까지는 주인공 보정이 작용해서 계속 주인공 자리를 지켜왔다. 또한 매드니스 컴뱃에서는 모든화에서(1화를 제외하고) 주인공이 꼭 죽는다[5]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바로 "주인공 역(逆)보정"이다. 이는 주인공 보정과는 달리 주인공의 지위나 힘을 떨어뜨려 암울한 스토리 전개를 이끌게 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