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영화 테넷의 설정과 그에 대한 오류/의문점에 대한 문서. 영화에서 실제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거나 테넷/줄거리 문서를 먼저 읽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물론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본문을 읽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에서의 묘사도 서술해 두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2. 설정
2.1. 인버전
Inversion/Inverted[1]{{{#!wiki style="word-break: keep-all"
"This film is not a time-travel film," says Nolan. "It deals with time and the different ways in which time can function. Not to get into a physics lesson, but inversion is this idea of material that has had its entropy inverted, so it's running backwards through time, relative to us."놀란은 말했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 영화가 아닙니다. 시간 그 자체와,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는 영화입니다. 물리학 수업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인버전'이란 엔트로피가 반전되어서 우리의 (현재) 시간과 비례하여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실질적인 관념입니다."}}}'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면서 시간여행[2]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이에 대해 논란도 많다.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인한 오류와 의문점 및 논란에 대해서는 후술할 테니, 여기서는 일단 놀란이 제시한 개념부터 이해하도록 하자.
먼저 '엔트로피를 반전시킨다'는 것은 정말로 엔트로피를 '되돌려서 복구시킨다'는 게 아니라, '소진되는 방향만 반대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인물이 인버전에 돌입했더라도 시간이 되돌아가서 젊어지거나 알고 있던 지식이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그저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방향만 반대가 될 뿐이다. 그러니까 영화 밖의 현실과 작중의 정상 시점에서는 엔트로피가 우리 우주의 미래를 향해 움직이며 결국 소멸하지만, 인버전 상태에서는 물리 에너지가 과거를 향해 움직일 뿐 엔트로피는 여전히 소멸한다.
또한 인버전에 돌입했더라도 엔트로피가 소멸하는 속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워프처럼 시간을 건너뛸 수는 없고 10년 전으로 가려면 고스란히 10년이 걸린다.[3] 이는 인버전에 돌입한 모든 사물 및 인물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인버전을 거쳤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인버전을 거친 사람이 어떻게든 과거의 인물과 어떠한 형태로는 분명히 상호작용을 거치기 때문에, 인버전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시간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방향만 반대가 될 뿐이다. 그렇기에 평행우주 요소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정리하고 보면 결국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이 맞다. 일단 원작에서부터 인버전이니 회전문이니 뭐니 하는 작중 고유의 표현을 주워섬기는 상황에서, 설명하는 사람마다 '현재, (작중) 과거, 정상 시점' 등의 표현을 뒤섞어 쓰기 때문에 더더욱 헷갈리는 것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작중 묘사상 미래로는 절대 못 가고 과거로만 갈 수 있으며, 과거(인버전)의 행위는 현재를 넘어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는 인버전이 상술했듯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과거로 간 사람이 (과거로 가기까지 걸린 시간의 묘사를 생략하고) 거꾸로 움직이기만 하면 테넷의 인버전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테넷의 줄거리를 단순무식하게 요약하면 영화 초반과 중반은 사실상 같은 사건의 현재(초반)와 과거(중반)이고, 후반의 전면전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 현재/과거에서 실시간으로 싸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버전을 통해 과거로 가서 과거를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닐의 말마따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4] 테넷/줄거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영화 중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은 초반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인버전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인 스탈스크 작전과 사토르의 죽음은 전반부에 아예 나오지 않아서 (관객을 대변하는) 주도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미래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인버전을 대변하는) 닐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벌어진' 일이다. 애초에 닐이 주도자와 만난 이유가 "작중의 모든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테넷이라는 조직을 창설한 먼 훗날의 주도자가 아무 것도 모르는 과거(영화 초반)의 자신을 돕기 위해 그 시대에 살고 있던 닐을 만나고 친해져서 그를 고용하여 과거로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영화는 '인버전'에 대해 이런저런 오류가 있을 수 있음에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가면서, 오히려 연구원의 입을 통해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라고 강조한다. 놀란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말에서 보다시피 "현실에서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와 미래에 충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테넷이 현실이었다면 현재의 사람들이 인버전이건 시간여행이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세계구급 비극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이 언제 발명될지를 떠나서, 테넷의 안드레이 사토르처럼 기술이 악용될 여지는 시대에 상관없이 존재한다. 닐이 영화 결말에서 불발탄을 언급한 독백은 바로 이 악용될 여지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2.2. 인버전 상태에서의 감각
You are inverted. The world is not.
세상이 아니라, 당신이 역행하는 겁니다.
인버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휠러의 대사
인버전에 돌입하면 그 대상의 엔트로피가 움직이는 방향만 반대일 뿐, 그 밖의 모든 것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인버전을 거친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인버전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5] 일상 속에서 간단한 물리적 및 화학 반응조차도 인버전을 거치면 매 순간순간이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는 위험요소로 돌변한다.세상이 아니라, 당신이 역행하는 겁니다.
인버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휠러의 대사
일단 물리법칙이 반대라서 모든 요소가 거꾸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므로 현실에서의 방향감각을 따라 움직이면 낭패를 겪기 쉽다. 쉽게 말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조차도 반대 방향으로 타야 하고, 자동차를 몰아도 내가 전진하는 동안 다른 차들은 후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순식간에 충돌할 수도 있다.
하다못해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조차도 헷갈리는데, 대기에 퍼져 있는 산소의 및 화학 반응은 인버전을 거친 사람과 무관하게 반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현실에서 보면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뱉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산소는 호흡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버전에 돌입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 호흡기 등의 호흡장치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다만 후술할 회전문이 있는 구역에서는 회전문에서 나오자마자 인버전에 의해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지 않도록 특수 산소가 계속 주입되고 있다.[6]
대화 역시 불가능한데, 인버전 상태에서의 나온 소리는 거꾸로 들리기 때문이다. 가령 인버전에 돌입한 사람이 “안녕”이라는 말을 하면 가장 마지막으로 뱉은 음운부터 들리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응어인나”(ㅏ+ㄴ+ㄴ+ㅣ+ㅓ+받침 ㅇ → 받침 ㅇ+ㅓ+ㅣ+ㄴ+ㄴ+ㅏ)로 들리게 된다. 그래서 자동으로 역재생을 시켜주는 등의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
2.3. 회전문
Turnstile상술한 인버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 작중에 주로 나오는 구조는 창문을 경계로 나눠진 두 공간을 오갈 수 있는 형태로, 파란색과 빨간색을 사용하여 두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하여 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공간 모두 기본적으로는 현실이고, 회전문을 거쳐야만 인버전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버전 돌입(과거/역행)은 왼쪽과 파란색(통칭 파란 방)으로, 인버전 해제(현재/순행)는 오른쪽과 빨간색(통칭 빨간 방)으로 표시하고 있다.[7]
현실에서는 호텔의 회전문처럼 사용하는 순간 기존에 있었던 공간을 벗어나면서도 움직임 자체가 똑같기 때문에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작중에서는 인버전의 특성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인버전에 의해 물리적 법칙이 반대로 바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것이다.
- 현실에서 인버전으로, 즉 인버전에 '돌입'할 경우
인버전에 돌입한 사람 입장에서는 회전문을 나온 뒤에도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버전을 통해 과거를 향해서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 법칙에 변화가 없는 현실 속 제3자의 입장에서는 빨간 방에서 평범하게 움직이는 사람과 파란 방에서 거꾸로 움직이는 사람 두 명이 동시에 회전문에 들어가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8] - 인버전에서 현실로, 즉 인버전을 '해제'할 경우
인버전을 해제하기 위해 회전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역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버전이 해제되면서 물리적 법칙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제3자의 입장에서는 파란 방에서 거꾸로 움직이는 사람과 빨간 방에서 평범하게 움직이는 사람 두 명이 동시에 회전문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9]
그렇기에 회전문을 사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2명으로 나뉘게 되고, 여기에 제3자까지 사용자 본인일 경우 위 그림처럼 한 장소에 3명의 자신이 동시에 있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엔트로피는 방향만 바뀔 뿐 소멸 즉 시간의 흐름 자체는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회전문을 이용하더라도 현실에서든 인버전에서든 분신만 늘어날 뿐 언젠가는 늙어서 죽게 된다.
영화에서는 엔트로피의 소멸 방향이 달라질 뿐 복구되는 것이 아니어서 작중 모든 사건이 불가변역사[10]로 취급되기 때문에, 타임 패러독스에 의한 사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작중에서도 언급되고 타임 패러독스 중에서 가장 흔한 '할아버지 역설'을 테넷에 도입해 보자. 현실의 내가 회전문을 통과해 인버전 상태에서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 과거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원래 현실에서의 나는 거꾸로 어려지다가 어머니 뱃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버전 상태인 나는 사라지지 않고, 별 일이 없는 이상 인버전 속에서 나이를 먹다가 죽게 된다. 한편 현실에서는 웬 신원불명의 백골에 살이 붙으며 되살아나 젊어지면서(…) 회전문을 향해 거꾸로 질주하다가 회전문에 들어가는 어느 평범한 청년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이 큰 화제가 될 것이다.[11]
다만 이상의 가정은 "회전문을 사용해 인버전에 돌입하는 '나'를 낳을 부모님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이전에 낳으셨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성립한다. 할아버지께서 부모님을 낳기도 전에 내 손에 의해 돌아가셨다면, 그 할아버지를 죽이는 '나'는 대체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12] 그래서 테넷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What's happened, happened)"라는 명제를 통해 타임 패러독스를 차단하고 있으며,[13] 회전문과 관련된 사건들은 사토르를 제외하면 정확히 회전문 A에서 회전문 B로 이어지는 루프 형태를 띠고 있다.
한편 회전문을 이용한 이후에 또 다른 자신과 접촉할 경우 즉시 소멸하기 때문에 방호복 등의 장비를 이용해 직접적인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설정도 넣어두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나 과정으로 소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추정컨대 엔트로피 자체는 계속 소멸하므로 같은 개체가 가깝게 접촉할수록 해당 개체의 엔트로피도 더 빨리 소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하게 인버전된 총알 같은 도구에 의해 부상을 입으면 방사선 감염 비슷한 게 전신에 퍼지면서 죽게 된다고 한다.
2.4. 시간 협공
Pincer movement상술했듯이 인버전에 돌입하면 물리적 법칙이 반대가 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거꾸로 움직이고 거꾸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며, 시간의 흐름은 방향만 반대일 뿐 속도는 같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인버전을 거친 사람이 적일 경우 격투나 총싸움에서는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슬로의 프리포트에서 주도자가 괴한(인버전을 거친 주도자 본인)과 싸울 때 괴한은 패대기쳐진 상태에서 거꾸로 떠올라 주도자의 목을 뒤에서 조르거나, 자신을 등으로 누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던 주도자를 역으로 벽 쪽으로 몰아세우는 등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도 스탈스크 작전을 벌이기 직전에 테넷 병사들이 인버전된 총을 집거나 인버전된 상대와 대련하는 등의 훈련이 배경에 나온다. 그런데도 휠러를 따르던 블루 팀 부하 한 명이 복구되는 벽에 갇혀서 (아마도) 사망하는 등 대체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인버전을 거친 사람이 아군일 경우 정보를 제공하거나 협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히려 격투에 비하면 훨씬 쉬운 편인데, 인버전을 통해 과거로 가서 음성이나 문서를 남기면 그 시점의 사람들이 해당 음성 혹은 영상을 역재생해서 판독하는 것이다. 탈린에서 회전문을 통과한 사토르는 타임 패러독스에 어긋나지 않도록 본인의 녹음 파일을 들으며 행동을 따라했고, 테넷 측의 레드 팀(순행조)과 블루 팀(역행조)은 스탈스크 작전을 앞두고 양쪽에서 얻은 정보를 교환하며 브리핑을 진행한다.
반대로 시간 협공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접촉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상술했듯이 인버전 기술이 초극비로 다뤄지거나 소속을 막론하고 인버전 사용자의 흔적을 모두 회수하여 테넷만의 전유물로 만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작중의 숨겨진 악역인 프리야가 항상 "화근(loose ends)을 남기지 마라"라고 강조하면서 캣도 죽이려고 하다가 주도자에게 사망한다.
2.5. 알고리즘
Algorithm"물질의 형태를 한 공식." 가동하면 "세계" 그 자체의 엔트로피가 역전, 즉 온 우주를 인버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작중에서 '어떻게' 멸망하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상술한 설정대로라면 지구가 태어난 순간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인버전과 알고리즘을 개발한 과학자는 자신의 발명이 세계의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무형의 기술을 유형의 조각 9개로 나눈 후, 과거로 보내서 핵을 소유한 9개 국가의 핵무기 보관소에 봉인했다. 하지만 선조들에게 환멸을 느껴서 과거를 파괴하려 드는 미래 세력에게 선택된 작중 악역인 안드레이 사토르는 이 중 8개를 손에 넣었고, '플루토늄-241'로 알려진 나머지 하나를 둘러싸고 테넷 팀과 사토르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 본작의 주된 줄거리이다.
어차피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사토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도구이기 때문에, "절대 밝혀지면 안 되는 것" 혹은 대량살상무기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전혀 무방하다.
전 우주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추상적 존재라는 점에서, 또 자유의지라는 테마 역시 걸고 넘어진다는 점에서 일부 관객들로 하여금 반생명 방정식을 떠올리게끔 하기도 한다.
2.6. 기타 설정
영화 속 요소들의 설정과 이름을 사토르 마방진에서 따왔다. 작중에서 SATOR는 메인 빌런의 이름이고, AREPO는 캣에게 위작을 팔았던 화가의 이름이며, TENET은 영화의 제목이자 조직의 이름, OPERA는 첫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 ROTAS는 프리포트를 설립한 회사의 이름이다.
3. 오류 제기 및 의문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물리학자인 킵 손의 자문을 받았지만,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작중에서 설명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현실의 이론을 적용하면 오류로 보여지는 요소들이 상당수 있다.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재미와 인상적인 연출을 위해 어느 정도의 오류는 감수하기로 한 모양. 애초에 아무리 과학적 자문을 받았다 해도 테넷은 영화일 뿐 인버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영화 내내 나오는 어려운 과학 용어 늘어놓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 안되지? 그럼 자세히 이해하려 하지마' 식의 대화들은 감독이 '그냥 영화니 너무 파고들지 말고 재밌게 보세요'라는 의미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장치이다. 따라서 문단을 읽을 때도 진지하게 보는 것 보단 그냥 아 이런 의견이나 의문이 있구나 정도로 읽는 것이 좋다.3.1. 인버전된 총의 원리
영화의 액션신들의 근간이기도 한 인버전된 총의 원리는 엔트로피의 역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인버전된 총과 총알이 쌍을 이뤄 총알이 벽으로부터 총 안으로 되돌아 들어가는 듯한 현상 자체는 엔트로피 역전하에서 일견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문제는 그걸 트리거하는 것은 벽이어야지 총이 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다.엔트로피의 순방향으로 총이 발사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총이 트리거해서 총알의 운동 에너지를 만들고 벽까지 이동한 후 벽에 충돌해서 열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정지한다. 그렇다면 역방향으로는 반대로 총알의 움직임을 트리거하는 것은 총이 아니라 벽이어야 한다. 총알이 박힌 벽에서 열에너지가 총알 주위로 강하게 모이고 이것이 총을 향한 운동량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총알이 도착한 총은 탄약과 방아쇠를 원상복귀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전체는 인버전된 벽+총알+총이 아주 엄격한 싱크로를 이뤄야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임의의 순간에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벽의 총알이 총으로 날아와 붙는다. 이것은 아무런 연관 없는 원격의 물체에 영향을 가하는 일이라 엔트로피가 순방향이건 역방향이건 상관없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3.2. 엔트로피와 시간
작중 설정상 인버전이라는 기술은 물체의 엔트로피의 방향을 거꾸로 뒤집는 기술이라고 나온다. 엔트로피의 방향을 거꾸로 뒤집는다는 것은, 작용-반작용이라는 물리법칙은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열역학 제2 법칙만 역전되는 것이다. 가령 물과 불이 맞닿았다고 치자. 그러면 열을 교환하면서 평균 온도로 수렴하는 것(반대로 둘 중 하나가 강하면 불이 꺼지거나 물이 증발한다)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고, 차가운 것은 더욱 차가워지고 뜨거운 것은 더욱 뜨거워지는 것이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시간의 방향 (time arrow) 자체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영화에서 인버전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데다가 엔트로피 자체가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라서, 설정의 현실성을 높인다는 게 도리어 진입장벽을 만들어버렸다는 말도 많다. 당장 이 문서만 해도 '엔트로피 환원'과 '엔트로피 역전'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었다.하지만 문서 맨 위에서 인용했듯이 놀란은 어디까지나 엔트로피의 '방향을 역전'시킨다고 했지 '환원'시킨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영화 내내 주도자를 비롯해 작중 캐릭터들이 맨살이 닿지 않았다 뿐이지 분명히 자신을 포함해 상대와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정체불명의 적인 줄 알았더니 자신이더라 하는 전개가 반복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적어도 같은 시간대상에 있다는 것쯤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인버전 = 시간역행'이냐고 따지기는 다소 미묘하다. 인버전에 돌입한 사람 입장에서는 물리법칙상 자신만 빼고 온 세상이 단순히 거꾸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창문의 탄흔, 캣의 총상, 주도자의 자상 등) '회복'되는 부분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 정도는 물리&화학법칙의 환원에 의한 현상이라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의 닐처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상황 같은 경우엔 정말 미묘하다.
뭐 정상 시점에서는 인버전된 사람과 물리적으로 투닥대는 것은 가능해도 실질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니,[14] 인버전된 사람은 어디까지나 인버전을 해제하기 직전까지의 행동을 따라하기만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3.3. 인버전의 일관성 논란
- 인버전 상태에서 주도자가 물웅덩이를 밟기도 전에 물은 왜 튀어오르는가?
현실(순행)에서는 주도자가 '뒤로 걸으면서' 물웅덩이를 밟았기 때문이다. 즉 인버전(역행)에서 물웅덩이에 발을 올리기만 했으면 현실에서도 발만 올렸지 밟지는 않는다. 반대로 인버전에서 밟았으면 현실에서도 무조건 밟는다. 다만 걷는 방향만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지'가 큰 요소로 작용한다고 언급했다. 주인공이 실험실에서 인버전에 대해 설명 받을 때 의지를 가지고 총을 쏘는 시늉만으로 인버전된 총알들이 총안으로 거꾸로 들어간 게 바로 그러한 이유다. 양자역학에서 관찰자의 행동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어느 정도 채용한 듯.
- 인버전 총탄에 맞으면 상처가 회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버전 총탄에 맞았다고 해서 무조건 회복되거나 부작용이 생기진 않는다. 핵심은 인버전 총탄을 맞은 '시점'이다. 현실에서 현실 총탄을 맞거나 인버전에서 인버전 총탄을 맞으면 둘 다 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버전 총탄을, 반대로 인버전에서 현실 총탄을 맞으면 물리법칙이 충돌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현실의 캣이 인버전된 사토르(역행)가 '발사(회수)'한 총알에 관통상을 입어 위독해진 것과 오슬로 프리포트에서 인버전 중인 주도자가 입었던 팔의 상처가 과거의 자신(순행)에게 찔리는 순간 '치유(발생)'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만 후자의 경우 자연치유가 너무 빠르지 않았나 하는 옥의 티가 있다.
- 탈린 프리포트에서 테넷 팀이 먼저 인버전에 돌입한 사토르를 쫓아가는 것은 오류다?
사실만 놓고 보면 그렇다. '회전문은 타임 패러독스 방지를 위해 건너편에 자신의 모습이 보일 때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초 수준으로 사토르-테넷 팀의 간격을 좁힌 상태에서 현실에서든 인버전에서든 테넷 팀이 사토르를 쫓아가는 형태로 회전문에 들어가면, 건너편에서는 테넷 팀이 사토르에게 쫓기는 모양새가 된다. 실제로 3D 설명 영상의 2:51을 보면 인버전에서는 분명히 사토르가 테넷 팀 뒤에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인버전에서 사토르를 기다렸다가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줄거리 상으로는 오류가 아니다. 작중 내내 사토르를 무작정 죽일 수는 없다고 명시가 된데다, 당시 주도자의 목적은 캣을 구조하고 주도자의 거짓말에 따라 어딘가에 따로 던져뒀다는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었지 사토르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주도자가 본인 입으로 'BMW에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면서 사토르를 서둘러 쫓아갈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말한다. 그래서 사토르는 인버전에서 부하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동안 BMW를 뒤지는 뻘짓을 하며 시간을 낭비했고, 나중에야 주도자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고속도로에서 (현실의) 캣을 인질로 삼아 주황색 상자를 요구하다가 주도자가 알고리즘을 몰래 던지는 걸 발견한 것이다. 끝으로, 프리야와 아이브스의 내심의 목적은 1개의 알고리즘 조각을 사토르에게 빼앗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나머지 8개와 조합한 모든 알고리즘을 단 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
- 순행에서 역행하거나 역행에서 순행하는 등 신무기도 있다?Ives: (전략) these buildings are abandoned, but we learned they have a turnstile in this one... so expect a bi-temporal response.Red Soldier 1: They’ll have inverse ordinance?Ives: Inverse, conventional, forwards antagonists, inverted antagonists – they have it all, and it can all end you. Got it?아이브스: 이 건물들은 버려졌지만 회전문이 있다는 걸 알아냈으니... 양쪽 시간대에서 반격할 것이다.레드팀 대원 1: 놈들도 인버전을 씁니까?아이브스: 당연히 (인버전을) 쓰니까, 놈들도 순행조와 역행조가 있다. 그래서 어느 쪽에서든 공격당해 죽을 수 있지. 알겠나?
이건 오역에 의한 오해이다. conventional은 대원이 물어본 inverse (ordinance)를 수식하기 위해 '뻔하다'는 의미로 쓴 것이지 무기 종류를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에서도 '순행에서 역행 혹은 역행에서 순행하는 화기'에 대한 언급은 테넷과 사토르 일당 모두 한 적이 없고, 스탈스크 작전 역시 레드팀과 블루팀(역행조)의 시점이 다른 것만 빼면 일반적인 총기를 사용하는 평범한 전쟁영화의 양상을 띤다. 즉 어디까지나 두 세력 모두 순행조와 역행조가 있으니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에 불과하다.
3.4. 상호작용과 방향성 논란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인버전에게 혹은 그 반대로 분명히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심지어 탈린 고속도로처럼 일반 대중이 혹하고 달려들 만큼 공공연하게 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 그리고 이런 대결을 통해 분명한 결과물들이 남았지만 이것들의 '행방' 혹은 '출처'는 알 길이 없다. 영화에서 등장한 사례는 다음이 있다.- 오페라 극장에서 의자에 박혀 있던 총알 - 극장 건축시에 총알을 넣은 채로 건축한 것인가?
- 오슬로 프리포트에서 괴한(인버전된 주도자)이 창문에 남긴 탄흔 - 사토르가 프리포트에 총알자국을 유리에 새긴 것인가?
- 탈린 고속도로에서 깨져 있던 BMW의 사이드미러 - BMW 전 주인은 출고할 때 하자 있는 BMW를 구입한 것인가?
- (그 외 다수)
이런 현상들은 이유야 어찌됐건 그 원인들에 의해 '회수'가 되지만, 문제는 이게 현실(순행) 시점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는 도저히 힘들다. 가령 극장 의자의 경우, 누가 대놓고 총알이 박혀 있는 나무로 의자를 만들어서 극장에 납품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는가?
이런 의견도 있다. 오슬로로 가는 컨테이너 안에서 닐이 인버전에 대해 설명을 할 때, "그들이 더욱 더 많은 물체의 엔트로피를 인버전할수록, 두 시간선이 더욱 엮이게 된다. 환경이 우리가 통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As they invert the entropy of more and more objects, the two directions of time are becoming more intertwined. Because the environment flows in our direction, we dominate.)"라는 말을 한다. 역행시간에서 오슬로로 가는길에 주인공이 처음 팔에 통증을 느꼈을 때 상처 부분이 일주일동안 아문 상처의 모습이 아니라 빨간 점 모양이고, 오슬로 프리포트에서의 창문의 총 구멍이나 탈린 프리포트에서의 총 구멍도 주인공이 볼 때 깨진 부분이 천천히 복구가 되고 있는데, 인버전은 슬로우 모션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복구가 되는게 아니라 총을 쏘는 순간 바로 복구가 되어야 한다. 위의 장면들과 닐이 말한 순행이 역행보다 강하다는걸 볼 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오슬로에서는 유리에 총을 쏘는, 탈린에서는 캣에게 쏜 총과 복구되는 사이드 미러), 순행과 역행이 만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마찬가지로 최후반부 스탈스크-12에서 레드팀과 블루팀의 협공에서는 5분에 동시에 건물 하나를 공격한다. 건물의 상단부는 순행하는 레드팀의 무기에 의해 파괴되고, 건물의 하단부는 블루팀에 의해 파괴되는데, 순행하는 시점에서 보면 파괴된 건물이 순식간에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순행하던 시점에서 건물의 하단부가 파괴된 채로 존재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역행과 순행,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모든 사건이 단번에 존재한다고 설정했을 때의 문제점이다. 이 또한 인버전된 누군가가 과거에서 잔해를 치웠다고 한다면 설명할 수는 있다. 순방향에서는 누군가가 잔해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한편 이런 해석도 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핵심 문구와 역행하는 인물의 행동은 순행 인물의 시선에서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모두 고려하면, 테넷의 세계관이 우연이 적용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애초 정해진 예정설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즉, 역행하는 인물이 물웅덩이를 밟으려고 하면 그 전에 아무런 원인 없이 물웅덩이에 파문이 모여드는 현상이 보이는 것처럼, 역행하는 세계에서 '일어날' 현상들은 순행하는 세계에서 인과를 무시한 채 결과부터 생긴다.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역행하는 세계에서 총이 발사되어 벽에 박히는 현상은 순행하는 세계에선 벽에 박혀있던 총알이 총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총알은 순행하는 세계에선 언제부터 벽에 박혀있었는가?
이 오류를 예정설 모델로 해석하면 인버전된 총들을 발사하여 벽에 탄흔들을 만드는 현상이 있기 전에, 순행하는 세계에서도 모순이 발생하지 않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미 그 전에 순행세계에서 총들을 쏴서 벽에 총알들이 박히는 현상이 일어나고 바로 그 총들이 인버전되어 나중에 벽에 박힌 총알들을 회수한다는, 좀 억지스러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행하는 세계의 먼 과거에서부터 이미 미래에 인버전되어 복잡하게 일어날 현상들의 인과관계가 예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영화에서 보이는 장면들을 설명할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 이는 억지 가정도 아닌 것이, 자유의지에 대한 초반 문제의식과 더불어, 작전이 성공했으니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닐을 향한 주인공의 질문 등으로 미루어 제작자들도 예정설 세계에 대한 고민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이를 성립시킨 것 자체는 억지스럽긴 하다.
이 오류는 영화 속에서 특정 존재 A가 그와 반대의 흐름을 가지는 존재 B에게 영향을 미칠 때 인과관계가 A 기준으로 일어나는지 혹은 B 기준으로 일어나는지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서 생긴다. 그것이 A 기준으로 일어날 경우 위에서 설명한 수많은 오류들이 생기는데, 그 근원은 원래는 물리법칙 상 두 물체의 상호작용에는 방향성이 없으며 작용-반작용 법칙에서와 같이 그저 두 물체 각각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A가 B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그저 두 물체 A와 B 사이의 방향성이 없는 상호작용에 불과하며, 이 때 A가 받는 영향의 인과관계는 A 기준으로, B가 받는 영향의 인과관계는 B 기준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특정 경우들에 한해 여전히 A의 인과관계는 A 기준으로 일어나면서 B의 인과관계 역시 A 기준으로 일어난다는, 없던 방향성이 생겨나버린 것이다. 이것이 항상 그런 것도 아닐 뿐더러 양방향 모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순행하는 벽의 탄흔이 복구되는 것, 역행하는 주인공 팔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 "우세한 시간의 흐름" 언급으로도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이처럼 탄흔의 오류를 없애고 일관성을 세운다 해도, 반대의 시간 흐름을 가지는 존재와 상호작용할 때는 나의 자유 의지가 전혀 작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행위는 조금 전에 일어난 과거를 성립시키기 위해 이루어질 뿐이라는 또다른 문제가 생겨버린다. 즉, 격투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다. 이렇듯 어느 쪽을 택해도 오류가 생기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적당히 필요할 때마다 법칙을 취사선택한 듯하다.
3.5. 스탈스크 작전의 건물 파괴
건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장면을 보면 레드 팀이 위를 공격하고 블루 팀이 아래를 공격한 것이 오류로 보일 수 있지만 원리는 같다. 영상을 기준으로 이 장면을 5개로 나눠서 보자면 (괄호 안은 역행)1. 땅에 떨어진 건물의 윗 부분을 봄
(5. 땅에 건물의 윗 부분만 남음)
2. 건물의 윗 부분이 떠오르며 아래 부분이 복구가 됨
(4. 건물의 아래 부분을 파괴 하면서 윗 부분이 땅으로 떨어짐)
3. 완성된 건물을 봄
(3. 완성된 건물을 봄)
4. 건물의 윗 부분을 파괴
(2. 건물의 윗 부분이 복구가 됨)
5. 건물의 아래 부분만 남음
(1. 아래 부분만 남은 건물을 봄)
시간 순행(레드 팀)은 1부터 5 순서로 보면 되고 시간 역행(블루 팀)은 5부터 1 순서로 보면 된다. 두 팀 모두 완성된 건물을 보고 공격을 했고 동시에 레드 팀과 블루 팀의 시간은 반대로 흐르므로 전체가 동시에 파괴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이 장면은 영화의 오류가 아니다.
3.6. 엔트로피와 온도
인버전된 사람이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경우를 보자. 가령 기온이 27도고 인버전된 사람의 체온이 37도라면, 불이 붙으면 오히려 차가워지는 것처럼 인버전된 물체에는 열전달이 반대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은 기온이 47도인 것처럼 느껴야 한다. 즉 굉장히 덥다. 여기서 기온이 조금만 더 내려가도 쪄죽는 수준이 된다.다만 탈린의 사브는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인버전이 됐다고 보는 게 맥락상 맞다. 그렇지 않고서야 움직임을 떠나서 순행 시점 당시 폭파에서 복구되는 일 자체가 없기 때문.
3.7. 타이밍의 모호함
블루팀인 닐의 타이머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블루팀으로서 5분을 넘게 사용한 후 순행으로 재전환한 닐은 결국 혼자 10분 이상의 시간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닐의 타이머가 폭탄이 터지는 순간에 00:00 이 될 수 있는 것일까?영화를 자세히 보면 닐의 시계가 스탈스크-12작전 인버전을 기점으로 시계가 바뀌어 있다. 블루팀 브리핑 때의 닐의 시계는 파란색이다. 폭탄이 터지기 전 닐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빨간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 즉, 시간의 순행과 역행을 오고가며 작전을 수행하는 테넷 요원들의 시계는 일종의 순행모드, 역행모드가 있어서 레드팀, 블루팀과 마찬가지로 순행은 붉은 표시, 역행은 파란 표시로 나타낸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닐의 시체에도 의문이 남게 된다. 닐은 시간을 역행하여 주도자를 대신하여 죽는다. 하지만 순행하는 시점에서 보면 죽어있던 시체에서 총알이 뽑혀나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순행하는 시점에서 닐의 시체는 언제부터 거기 있게 된 것일까? 이 의문의 답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닐의 시신과 소지품은 모두 인버전 상태이기 때문에 테넷 조직은 방침에 따라 그 시신을 수습해야 하므로, 요원들이 인버전하여 적당한 만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예를 들어 폭발 일주일 전) 시신을 수습하여 다시 회전문으로 들어가 순행할 것이다. 순행 관점에서 보자면 폭발 일주일 전에 인버전 요원들의 닐의 인버전된 시신을 들고 회전문에서 거꾸로 나와 지하공간에 갖다놓는 셈이고, 닐의 시신은 일주일 동안 거기에 놓여 있다. 또한 순행세계의 곤충과 세균이 인버전된 시신을 부패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으로 인버전한 주인공이 은색 사브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뒷좌석을 봤지만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나온 게 오류라는 지적은 틀렸다. 인버전을 처음 체험하는 주도자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순행 시점에서 사브에 던져둔 알고리즘을 보긴 했지만 그게 스스로 되돌아갈 줄은 몰랐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오히려 인버전 상태에서 알고리즘을 치워버리면 순행 시점에서는 그 알고리즘이 주도자의 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온 게 되기 때문에 타임 패러독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슬로 프리포트에서 인버전 상태인 주도자와 닐이 회전문을 통과하는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지적도 틀렸다. 먼저 인버전을 해제한 주도자가 정상(순행) 시점에서 움직이는 동안 닐은 회전문을 통과하기 전까진 아직 인버전 상태라서 거꾸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상술한 '인버전의 일관성 논란'을 참고.
[1] 개념 자체는 전자를, 그러한 행위를 거친 상태는 후자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외국의 테넷 팬덤에서 Inverted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그 때문.[2] 다만 인버전이 시간여행이 아닐 뿐이지, 시간여행 자체는 가능하다. 캣이 2주 전의 베트남의 요트로 날아간것, 닐이 미래의 주도자의 지시로, 미래의 주도자가 과거의 캣에게 연락을 받아 미래에서 과거로 날아온 것, 전부 시간여행이다.[3] 그러니까 흔히 생각하는 시간여행, 즉 과거나 미래의 어느 특정 시점으로 '뿅' 하고 날아가는 행위는 엄밀히는 워프다. 물론 이 영화 역시 '시간은 그대로 흐른다'는 설정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그리기 때문에,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미래로 갈 수 있는지의 여부는 알려주지도 않는다.[4] 작중에서는 "What's happened's happened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표현으로서 닐에 의해 자주 언급된다. 이는 테넷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5]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인버전에 돌입한 주도자가 힘들게 사브를 타고 출발하는 모습을, 일반인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6] 그래서 인버전에 익숙한 사토르 일행은 물론이고, 탈린의 프리포트에서 처음으로 인버전에 돌입하는 주도자나 테넷 팀원들 역시 회전문 구역을 나서기 전에 공기 호흡기를 챙기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7] 그래서 영화 초반에 오슬로의 프리포트에서 주도자와 닐이 두 괴한의 습격을 받는 방 입구의 벽을 자세히 보면 주도자가 있는 쪽은 파란색 장식이, 닐이 있는 쪽은 빨간색 장식이 달려 있다. 그들이 진입한 방 바닥에도 주도자 쪽의 방은 파란색 라인이, 닐 쪽의 방은 빨간색 라인이 그려져 있다. 이를 더욱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게 당시 주도자가 입고 있던 파란색 정장이다. 닐은 회색 정장이라 바로 티가 나진 않지만 그 대신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 마찬가지 원리로 캣도 인버전 역행에 의한 방사선을 치료하기 위해 탈린에서 처음으로 인버전을 수행하기 전까지는 (순행 시점을 상징하는) 빨간 정장을 입고 있다.[8] 영화에서는 탈린 프리포트에서 아이브스와 테넷 팀의 급습에 놀라 회전문으로 피신하는 사토르가 해당된다. 그래서 테넷 팀원들이 회전문을 안을 수색하고 '아무도 없다'고 확인하는 대사가 나온다.[9] 영화에서는 오슬로 프리포트에서 회전문을 통과한 주도자가 해당된다. 인버전이 해제된 주도자는 과거의 닐을 피해 도망가고, 그 반대쪽(영화 처음의 괴한)은 인버전 상태에서 했던 행동들을 거꾸로 반복하면서 실질적으로 과거의 주도자를 제압하게 된다.[10] 상술했듯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식으로 줄거리 전체가 결정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11] 결말에서 갑자기 되살아나서 주도자 대신 총을 맞고 거꾸로 뛰어서 사라지는 시체, 즉 영화 결말부의 닐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주도자와 헤어져 (스탈스크 작전 초반에 볼코프의 부비트랩을 알려주려고 사용했던) 회전문을 통과하여 지하의 철문을 '잠근(순행에서는 열어준)' 후 볼코프의 총으로 되돌아가는 총알에 머리가 뚫려 사망한 것. 그래서 주도자와 헤어지기 전에 "너와의 우정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이다.[12] 단, 시간의 워프가 아니고 역행이기 때문에 역행한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가 태어나는 시점까지 역행된 상태에서 굉장히 오래 살아 있어야 한다.[13] 과거의 인물이 부정적인 미래를 안다면 이를 막기 위해 행동할 테고 그로 인해 미래도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부정적인 미래를 안다는 사실과 모순이 생긴다. 그래서 작중에서 사토르는 플루토늄 탈취 작전 때 스스로를 봉인하여 나중에 인버전에 돌입한 자신이 어떻게 주도자&닐에게서 플루토늄을 탈취했는지의 과정을 미리 아는 것을 차단했으며, 주도자가 처음 인버전에 돌입하여 사브에 탔을 때 정상 시점의 자신이 미리 던져넣은 알고리즘을 보지 못한 것도 미리 발견하고 치워두면 '알고리즘을 몰래 던져둔다'는 사실 자체와 충돌하기 때문이었다.[14] 탈린 프리포트에서 주도자와 말다툼하는 것처럼 보였던 사토르도 사실은 타임 패러독스에 어긋나지 않게 인버전된 자신이 했던 말을 거꾸로 따라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