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강철의 X 2/스크립트/천상의 낙원 2

아큐라: "코하쿠!!"

???: "휴우... 이 보디. 내 의사가 스며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군요."
RoRo: "...코하쿠가 아니야...? 넌 누구...?"
아큐라: "이 자식... 코하쿠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마더: "저는 이 탑... 아니, 이 세계의 관리 AI '마더'. 이 육체는 목적을 위해 빌린 것입니다."
아큐라: "목적이라고?"

마더: "과거에 저를 만든 마스터는 제게 인류 부흥과 환경 보존의 '사명'을 맡기고 이 세계를 떠났어요. 황폐한 세계에 남겨진 것은 우직하게 '사명'을 따르는 작업 기계── 워커들과 이 탑뿐. 저는 인류 부흥을 위해 온갖 처치를 시도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저에게... 인류 부흥은 무리였죠..."
아큐라: "코하쿠의 유전자로 인류를 재생할 속셈인가? 그렇다면 먼저, 코하쿠를 풀어 줘라."



마더: "아니! 난 이제 지긋지긋해! 인류 부흥에 성공해봤자 마스터는 돌아오지 않아! 게다가 저 꼭두각시── 워커들은 자기들이 이 별의 지배자라도 되는 것처럼 판치고 있어! 인류와 마스터를, 과거로... 신화 같은 존재로 바꿔서! 이런 잘못된 세계... 탑의 모든 병력을 써서 몇 번이나 리셋하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런데... 내게 주어진 환경 보존의 '사명'이 그마저도 방해하고 있어!! 후훗... 하지만 말이지? 그것도 이제 끝이야. 이 아이의... '인간'의 권한이 있으면... 난 나의 '사명'을 월권할 수 있어."
RoRo: "코하쿠를 조종해서, 스스로에게 명령을 내리겠다는 거야!? 넌 제정신이 아니야!"
아큐라: "경년열화로 인한 관리 AI의 폭주인가. 어느 세계의 흑막이든 크게 다르지 않군. 네 뜻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코하쿠는 돌려받겠어!!"
마더: "사명도, 세계도 이제 됐어! 관리자인 내 손으로, 모조리 끝내 버릴 거야!!"

RoRo: "이건 브레이크 휠을 무효화하는 배리어!?"

RoRo: "배리어가 사라졌어! 지금이 공격할 기회야!"

마더: "이로써 방해물은 사라졌군. 나의 명령으로 세계 종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마스터... 금방 그쪽으로 갈게..."

아큐라: "코하쿠! 괜찮아?"

아큐라: "여긴..."

마더: "아직이야...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던 시간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려 한단 말이야. 이젠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막게 두지 않아!! 이 세계도! 그곳에 우글대는 꼭두각시들도! 관리자인 나와 함께 사라져야 해!"



아큐라: "네 멋대로 버리는 목숨에, 세계를 끌어들이지 마라... 이 세계는, 이 세계를 사는 자── 널과 워커들의 것이다!!"
마더: "아니!! 이 세계는 마스터의── 인간들의 [ruby(유산, ruby=것)]이야!!"

RoRo: "입체 영상이 사라졌잖아? 이 틈에 본체를 공격하자!"

마더: "멸망해라, 세계! 관리자인 나와 함께!"

RoRo: "서둘러! 당장 코하쿠가 있는 곳으로 가자!"

아큐라: "코하쿠! 지금 구해 줄게!"



코하쿠: "...으으... 아큐...라... 군...? ...그래... 나... 마더에게 사로잡혀서... 미안해... 내가... 아큐라 군에게 끔찍한 짓을..."
아큐라: "네 잘못이 아니야... 기다려. 금방 거기서 꺼내 줄게."

아큐라: "이게 마더의 코어... 하지만 이 모습은 마치..."
코하쿠: "사로잡혔을 때, 난 이 아이의 기억을 접했어. 잘못된 세계를 리셋하겠다는 것도 진심이 맞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것도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런 자신을... 아큐라 군이 막아 주길 바라고 있었어. 이미 대부분 흐릿해져 있었지만... 이 아이의 기억 속에서 본 '마스터'는 아큐라 군과 똑같이 생겼으니까..."
아큐라: "...평행동위체인가."
RoRo: "그 말은..."

RoRo: "앗! 정전!?"
코하쿠: "마더가 사라져서 이런저런 기계가 멈춰 버렸나 봐... 이 정원은 장치 덕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차단된 공간에 고정되어 있나? 그랬으니까 추락할 걱정은 없겠지만..."
RoRo: "차단된 공간? 그럼 우리도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말이야!?"
코하쿠: "아니, 괜찮아. 마더와 한몸이 되었을 때, 많은 걸 알게 됐어. 이 정원과 탑, 그리고... 널이 어떻게 됐는지도. 따라와! 이쪽에 비상용 통로가 있어."
RoRo: "뭐!? 잠깐 기다려, 코하쿠~!"

RoRo: "여기도 캄캄한데..."
코하쿠: "뚫어지게 응시해 봐."

RoRo: "저건... 웜홀? 굉장해... 아름다워..."
코하쿠: "저 너머는 분명 우리의 세계와 이어져 있을 거야. 아무 말 안 해도 알 수 있어. 내 말이 맞지... 널?"
아큐라: "그렇군. 전송 단말..."
RoRo: "널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
코하쿠: "자, 어서 가자!"



............
......



아큐라: "으윽... 여긴...? 전송은... 성공한 건가...?"
RoRo: "아큐라 군, 눈을 떠. 빨리! 저것 좀 봐! 돌아왔어! 우리의... 원래 세계로!"

아큐라: "너희들..."



코하쿠: "언니...! 그리고 얘들아...! 우리... 다녀왔어!"

마더: "아, 아직... 나... 나...는..."



코하쿠: "......"
RoRo: "코하쿠...?"

코하쿠: "연구 자료는 다 정리했어! 아큐라 군, 더 할 일 없어? 뭐든지 할게~!"
아큐라: "왜 그래? 요즘 들어 기운이 넘치는군."
코하쿠: "응! 최근에 살~짝 마음가짐을 바꿀 일이 있었거든~"
RoRo: "저기... 코하쿠..."
코하쿠: "왜 그래? 로로?"
RoRo: "넌... 코하쿠... 맞지?"
코하쿠: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코하쿠지!"

코하쿠: "후훗. 앞으로 쭉 곁에 있을 거야. 그치? 아큐라 군?"

코하쿠: "아큐라 군, 앞으로는 쭉 함께야."

마더: "아아... 이제야... 드디어... 나...는...... 난... 잠들 수 있어... 신기, 해... 너는... 인간이... 아닌데... 마, 마치... 마치... 나의... 마...스...터......"

널: 『고마워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