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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13 11:12:59

호걸

1. 豪傑2.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등장인물3. 삼국지 조조전의 적병 클래스 최종 진화형

1. 豪傑

지혜용기가 뛰어나고 기개와 풍모가 있는 사람. 여자 호걸은 여걸(女傑)이라 부른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범인(凡人)의 경지를 초월하는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물을 전통 한자 문화권에서 부르던 호칭이다. 현대 인터넷 용어로 말하면 천재, 먼치킨, 짱짱맨 등의 표현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굳이 각 글자를 나누어 해석하자면, 호(豪)자는 '호방하다, 호기, 호협' 등에서 보듯 인격적인 면에서 탁 트여 시원시원한 인품을 의미하고 걸(傑) 자는 한삼걸 등의 예에서 보듯이 넘사벽의 실력을 보유한 사람을 가리켜 주로 쓴다.[1] 따라서 호걸이란 대인배이자 능력자인, 인성과 능력이 모두 만렙을 찍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고전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호걸 소리는 기본으로 듣고 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오늘날 일컫는 고전소설의 대부분은 당대의 장르문학이었기 때문에, 작가나 독자의 대리만족을 위해 스펙 빵빵하고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 완벽초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현대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 대표적으로 구운몽의 내화 주인공 양소유나 유충렬전의 주인공 유충렬 등이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남들과는 싹수부터 다른 치트급 재능을 타고나 난세를 평정하며 승승장구하여 전통 사회에서 추구되는 모든 긍정적인 성과(충효, 벼슬, 봉토, 다산)를 극한까지 이뤄내는 인물들이다.

현대에는 '호걸'이라는 단어가 삼국지연의장비, 수호전양산박 인물들, 우리 고전소설의 임꺽정처럼 '세상을 단순하게 살며 통쾌하게 악을 응징하는, 음주가무와 향응을 즐기는 천하장사'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가는 감이 있는데,[2] 당시의 호걸이란 표현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요즘의 '사기캐' '넘사벽' 등을 뜻하는 아주 스펙트럼이 넓은 단어였다. 즉 무용만이 아니라 문(文)에서 뛰어난 자도, 시(詩)를 잘 짓는 자도 모두 호걸이라 불렸다. 삼국연의로 따지면 유비처럼 인품과 카리스마를 갖춘 명군형 인물이든, 관우처럼 유교 도덕에 충실한 충장(忠將)형 인물이든, 장비처럼 보다 민중 친화적인 호협(豪俠)형 인물이든, 제갈량처럼 지혜와 책략으로 승부하는 책사형 인물이든, 때로는 심지어 반역과 숙청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능력 하나는 대단한 조조 같은 인물도 범인(凡人)의 재주를 초월했다는 점에서 다같이 호걸이라고 칭해졌다. 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역사 기록에서도 이들은 모두 호걸이라 일컬어진다. 현대 시점이나 당대 시점이나 자기 멋대로 사는 범죄자 집단인 수호전의 양산박 호걸들도, 감히 일반적인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배짱과 실력으로 민중의 근원적 충동에 부응하기에 호걸이라 불리는 것이다.[3]
孟子曰, 待文王而後 興者凡民也. 若夫豪傑之士 雖無文王 獨興
맹자 가라사대, 주문왕을 기다린 후 일어서는 이는 평범한 사람이다. 호걸지사라 불리는 이들은 주문왕께서 아니 계셔도 홀로 일어선다.

- 《맹자》 진심 상.

유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호걸스런 선비, 즉 호걸지사란 (유교 문화의 기초를 마련한 성군인) 주 문왕과 같은 군주를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예약의 이치를 깨닫는 경지에 도달한 자를 말한다. 본래 유교에서 예악이란 하늘의 이치가 인간세에 반영된 것으로, 큰 지혜를 갖춘 성인에 의해 그 뜻이 규명되어 위에서 아래로 전파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으로 지고의 덕성을 갖춘 정치적 지존(內聖外王)이 천하 만민을 교육하고 감화시켜 예약을 익히게 함으로써 도덕적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유학의 정치적 이상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 지혜와 통찰력을 갖춘 호걸은 그런 성군의 교육과 감화가 없는 난세라 하더라도 스스로 하늘의 이치를 통찰해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고 예약을 내면에 체화한다. 비록 덕과 권력 양면에서 성군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계도 없이 스스로 도덕적-문화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는 인물을 유학에서는 호걸이라고 칭한다.

역사서나 상소문 등 현실 세계를 비평한 글에서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거나 격이 다른 성취를 이룬 인물을 흔히 호걸이라고 일컬었다. 오늘날의 위인(偉人)과도 대충 뜻이 통한다. 대표적으로 고려김부식고구려안시성주를 호걸이라 부르며 이름이 남지 않은 걸 아쉬워 했다.

영웅본색의 송자호(宋子豪)와 송자걸(宋子傑)은, 호(豪)와 걸(傑)을 나눠 가진 셈이다.

삼국지 3에서 신무장을 생성할 때 여러가지 유형을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능력치의 랜덤성이 바뀌는데 호걸형으로 선택하면 지력10대에 육전지휘 60대에 수전지휘 30대에 무력만 90대 짜리 장수가 나온다. 장군형으로 선택하면 무력은 80대로 낮아지는 대신 육전지휘도 80대에 수전지휘 70대에 지력 60대인 그나마 인간적인 장수가 나오고 안티테제 개념인 책사형을 선택하면 지력 90대에 정치 80대에 무력 10대에 육전지휘 40대에 수전지휘 20대 수준으로 나온다. 만능형의 경우 그런 거 없이 모든 능력치가 싹 70~80대로 나온다.

2.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등장인물

호걸(포켓몬스터) 항목 참고.

3. 삼국지 조조전의 적병 클래스 최종 진화형

조조측에서는 허저가 해당된다. 이름이야 거창하지만 실은 산적(…). 산지 지형과 공격력에 특화되어 있다. 후반에 청공검이나 자웅일대검을 쥐어주고 몰우전도 같이 쥐어주면 걸어다니는 살인병기화 된다. 자세한 내용은 삼국지 조조전/병과 적병계 항목 참조.


[1] 물론 반드시 이렇지는 않다. 가령 문장력이 특출한 작가를 일컬어 '문호(文豪)'라고 하는 것처럼.[2] 이와 같은 이미지는 호걸보다는 협객의 이미지에 보다 가깝다.[3] 이와 같은 특징들은 고대 그리스 서사시의 주인공들과 흡사하며, 사실상 거의 동일한 형태의 영웅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 문명권의 신들이 맡는 역할은 중화 문명권에서는 관군(정부)으로 대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외에 온갖 패륜을 저지르면서도 어딜 가든 대우받는다는 점이나 여러모로 비슷하고, 어째 맞는 결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