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십자군 이야기, 한나라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김태권의 만화.2012년 1월 28일부터 2013년 3월 8일까지 한겨레에 매주 토요일 연재됐던 작품.
듣보잡 정치인에 불과했던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을 잡는 과정을 그린 만화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굉장히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히틀러는 김태권의 세계인물 캐릭터 열전 2010년 7월 23일자의 소재이기도 했다. 이 글에서 작가는 "왜 아돌프 히틀러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막지 못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연재되고 있는 만화를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나름 고민해보고 싶은 듯. 2013년 3월 8일로 종료, 마침내 2권의 단행본으로 나왔고 세트본은 작가의 사인이 들어가 있다. 김태권 작가의 첫 완결작.
히틀러를 비교적 본격적으로 다룸에도 불구하고 총통 히틀러가 제대로 안 나오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이게 미완성이 아니라 메롱 작가로 유명한 김태권의 첫 완결작이라는 것이 이채롭다. 전 2권 완결. 캐리커처적이면서도 당시를 나름대로 열심히 고증하는 그림체도 여전하다. 전작 십자군 이야기에 비해 패러디를 확실히 줄이면서[1] 보다 깔끔하게 볼 수 있다.
등장인물 이름과 웃음소리를 엮은 썰렁 개그가 많다. '히, 히, 히, 히틀러', '후, 후, 후, 후겐베르크', '헤, 헤, 헤, 헤르만 괴링', '슐라이허, 허, 허', '파하핫, 파펜' 등이 그렇다.
2. 특징
김태권 자체가 역사적 인물들을 코믹하게 희화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히틀러 역시 신비스럽고 공포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한심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많은 매체에서 히틀러를 뭔가 특별하고 신비스러운, 마치 일반적인 정상인들과는 다른 외계인처럼 그려진 것과는 정반대로, 히틀러의 성공시대에서는 히틀러를 일반적인 바보, 멍청이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인물로 그렸다.
여기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히틀러를 신비하고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반적인 바보로 그려냄으로서 일종의 "히틀러는 외계인 같은게 아니다. 고로,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나올 수 있을 법한 인물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2]
'히틀러'하면 보통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만 떠올리던 일반인들에게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주의 붕괴와 히틀러의 집권 과정을 쉬우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독일 근현대사에 처음 입문하거나 간단한 배경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좋은 책이지만 너무 진지하게 내용을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묘하게 색감이 20세기 초반의 포스터 등에서 볼 수 있는 색감과 비슷하며, 이 만화의 경우 그림체가 스칸디나비아와 세계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하는 독자도 일부 있다.
3. 비판
서문에서는 진보언론인 한겨레 독자층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썼지만 내용은 독자층에 아주 충실한 편이다.나치당내 좌파들에 대한 개념 이해 자체가 부족했던 것인지 1923년 이후 히틀러 1인 지배 정당을 마치 반 히틀러 성향의 좌파가 있는걸로 묘사하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부분은 나치당 이념성향 참고. 그리고 나치당을 비롯한 우파에도 반 자본주의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냥 우파 자본주의 우꼴타령은 조금 지나친 편이다.
특히 나치당 좌파에 대하여 괴벨스, 슈트라서 등에 대한 왜곡이 있다. (즉, 당내 좌파로 히틀러와 대립했다)을 담고 있고, 특히나 원래 좌파였던 괴벨스가 나치당내 좌파 뒷통수 치고 히틀러 지지자로 전향했다는건 김태권이 참고 도서로 써놓은 랄프 게오르그 로이트《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 이언 커쇼의 《히틀러Ⅰ,Ⅱ》원래 괴벨스는 히틀러의 팬이었다며 근거 없다고 써놓은 것을 작가가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왜곡을 하려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틀린 내용을 적어놨다. 몇가지 예를 더 들면
- 그레고어 슈트라서는 나치당중 개념인으로 그려지는데. 작가를 대표해서 히틀러를 훈계하는 화자 역할도 한다.. 히틀러에게 이뭐병 드립도 날리고... 그런데 사실 슈트라서는 반유대주의 인종론자에 나치당 시절엔 히틀러에게 기사도적 충성심을 바친 인물이다. 나치식 경례를 나치당에 보급한 공신(?) 이며 그레고어 슈트라서가 반기를 들었다는 건 동생 오토 슈트라서를 착각한듯 한데 정작 그레고어는 동생 오토 슈트라서가 쫓겨날 때도 히틀러 지지를 선언한 인물이다. 당내 좌파 숙청인 1934년 6월 달까지도 히틀러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바친다며 편지로 재등용해줄 것을 요청한 그냥 돌쇠같은 충신(?)이다. 결론은 김태권은 제대로 문헌을 보지 않았다. 만약 슈트라서가 히틀러에 진심으로 대립하고자 했다면 진작에 나치당을 나갔을 것이다.
- 좌파라는 이유로 공산당 정치깡패들도 톡톡히 보정을 받는다 실상은 온건 우파 정당과 연립 정부를 취했던 온건좌파 사회민주당 정부에선 나치보다 공산당 극좌 테러노선을 공화국에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여겼다. 히틀러와 나치당 돌격대가 급속도로 성장한건 거리에서 공산당과 싸움질하며 반공성향 시민들의 지원을 얻은 면이 컸는데 대체로 돌격대와 나치만 테러를 하고 공산당 쪽은 거의 서술이 없다.. 기껏 나온게 "좌파청년들이 화끈하제~" 라며 나치당이 먼저 때리니 맞받아 쳤다 정도의 쉴드 뿐이다.
- 무엇보다 이 책에서 실패한 것은 히틀러를 지나치게 희화하다보니 독일 국민들이 왜 히틀러를 지지했는지 설명을 못 한다. 무식하고 무능하고 신경질만 부리는 부랑자가 운빨이 기막히게 좋아서 우연히 정권을 획득했다며 한국의 아스팔트 보수급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1950년대까지 히틀러와 나치에 대해 별 연구가 없던 시절 2차대전 때의 연합국의 프로파간다 수준을 넘지 못하는 판단이다. A. J.P 테일러 이후 히틀러의 연구는 이런 로또성 정권획득이라는 평가절하를 배격한다. 나름 나치와 히틀러는 전략을 갖추고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아스팔트 보수같은 극우에게만 어필한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공무원, 교사, 대학생, 농민들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으며 지식인층에서도 큰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본다. 이 부분은 나치당 인적구성과 성향 항목을 참조.
다만 애초에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만 살펴보아도 이 책에서 절대적으로 옹호되는 것은 사회민주당과 나치 이전의 바이마르 공화국이다. 막판에 나치가 이것저것 잡아들이는 부분에서도(공산주의자를 잡아들이고...사회민주주의자를 잡아들이고...) "사회민주당은 왜?"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풍자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복잡한 것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독자들도 어떻게 하면 당시 한국 정권과 나치가 공통점이 있어야 된다며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고 말이다)
김태권 입장을 옹호하는 측에선 오히려 공산당을 옹호하려면 사회민주당을 비하해야 한다. 실제 공산당의 관점에서는 사민주의만한 웬수가 없는데 우파랑 손잡고 공산당 때려잡거나 노동자들의 불만을 해결못하는 등 정 공산당을 옹호하려면 사회민주당을 비하할 주장은 널리고 널렸다. 당시 공산당에 가담한 노동자들의 시선도 "사민당은 말만 좌파지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쉽게 반박할 수 있다. 공산당 성향의 노동자그룹이 있으나, 공산당 지지는 득표율로 봐선 바이마르 공화국은 계급투표 성향도 있지만 지역성향과 종교성향이 뚜렷했다.[3] 공산당 지지비율은 당시 비기독교인 비율과(15%) 거의 근접했다. 바이마르 공화국 내내 노동조합의 사회민주당 지지는 굳건했다. 어쨌든 작가 성향이 공산당은 곁가지로 보아 까는 걸 포기했다치고 온건 우파 정당과 온건좌파 사회민주당 정권의 당위성도 별로 보여주지 못한다.
- 후겐베르크가 은막의 제왕으로 나오는데 후겐베르크는 독일 최대재벌 티센크루프에서 월급 사장하다가 언론사를 인수한 인물로 나치와 히틀러 추종자인 프리츠 티센[4] 밑에서 월급을 받아먹던 인물이다. 당시 독일 우파는 제국시대 전통 귀족 지주인 융커, 육군과 프로이센 장교단, 교회세력등으로 상당히 귀족적인면인데 후겐베르크나 크루프나 프리츠 티센 같은 신흥 부르주아들이 전혀 우파 주류가 아니다. 전통 기득권 세력 입장에서 보면 후겐베르크 같은 천박한 부르주아나 히틀러나 비슷비슷한 아랫것들 수준으로 보였고, 나치 지지자들도 반자본주의 성향이 강해서 나치야 말로 노동자의 대변인(?)[5]이라 주장했다. 김태권은 후겐베르크를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 3권을 만화화하면서 이미 패러디한 바가 있다. 다만 당시 독일에서도 후겐베르크를 히틀러를 배후조종한 인물로 보는 시각이 없진 않았다.
- 후겐베르크 따위가 언론 장악해서 히틀러를 띄워주었다고 하는데 후겐베르크가 후원하는 철모단 독일인민당은 나치당과 대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철모단서 대통령 후보로 밀은 뒤스터베르크의 족보 조사(?)를 해서 유대인 조상이 있는 걸 폭로한 게 나치언론이다. 그리고 현재나 그 당시 독일이나 현재 우리나라처럼 여론 독점이 심하지 않다. 후겐베르크 언론사가 1위인건 맞는데 2위가 공산당 계열이었고 나치당 또한 에어출판사를 비롯해서 60여 개의 출판물을 발행하는 언론 재벌이었다. 바이마르 시대 후반 베를린에만 일간지 주간지등 발간하는 언론 매체가 130여개가 난립했다.[6]
- 장검의 밤 당시에 히틀러가 정치력이 부재해서 정적들과 대화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다 죽이면 되지"식으로 장검의 밤을 단행한 것으로 황당하게 적혀 있는데 이는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다. 당시 히틀러는 에른스트 룀, 프란츠 폰 파펜을 포함한 다른 정적들과의 협상을 시도했으나 정적들이 협상을 모두 거부하는 상황이였으며, 나치 돌격대가 여러가지 악행을 저지르며 독일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해지자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에 대한 지지를 거둘 정도였다. 이러한 이유로 힌덴부르크와 블롬베르크는 히틀러에게 돌격대를 저지하지 않는다면 군부가 히틀러 정권을 뒤엎고 군부내각을 세울 것이라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히틀러가 많은 고심을 한 후 벌어진 숙청이 바로 장검의 밤 사건이다. 그런데 김태권은 히틀러가 그냥 무능력하고 모자랐기에 협상을 하지 않고 장검의 밤 사건을 일으켰다고 서술해 놓았다.
[1] 없다고는 못하겠다.[2] 이 책의 마지막에도 "우리 사회는 안전할까? 정말로?"라는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다.[3] 가톨릭 신도들은 가톨릭 중앙당만 죽어라 찍고, 바이에른 인민당(현재 기독교 사회당 전신)같은 지역정당들도 난립했다. 나머지 우파 정당은 바이마르 말기 나치로 쏠린다. 좌파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절대 무신론을 표방한 공산당을 찍지 않았다.[4] 크루프사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티센크루프로 합병한다. 나치당이 정권을 잡기전부터 히틀러 빠로 유명했고 재정지원을 해줬다가 1939년 돌연 "히틀러에게 속았다" 드립을 치며 외국으로 망명한다.[5] 나치당 당명이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이다.[6] 현재 인구 8000만 독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60만부에 불과하다. 조중동-매경이 600만부씩 찍어대는 우리나라랑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