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God of the gaps과학적 방법을 위시한 방법론적 자연주의로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것, 즉 "간극" 은 신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논증. '틈새의 신'이라고도 한다.
2. 설명
현대 과학으로 밝혀내는 이론들과 이론들, 학설들의 사이사이에는 아직 미처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간극" 이 존재한다는데, 이를 통해 간극의 신 지지자들은 몇 가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간극은 초자연적 능력의 개입으로 온전하게 설명된다.
- 그리고 이 간극은 인간이 범접할 수도 없고 감히 이해할 수도 없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
-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 Q.E.D.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에서 조망해 보면 조금 미묘한데, 과학은 결코 이 간극을 밝혀낼 수 없을 것이며[1] 그와 동시에 이를 다시 생각하면 과학이 한계점을 만날 때 과학은 초자연적 설계자의 존재를 암시한다는 게 이 입장이다. 신의 영역은 과학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과학과 종교가 적대 관계라는 관점과도 어느 정도 통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이 결정적으로 지적 설계 진영과 등을 돌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유신론적 진화론측에서는 과학의 영역인 진화론을 인정하면서, 진화론에서 다루지 않는 기원이나 영혼과 같은 문제에서 신의 존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현대 무신론적 진화론자들이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인데, 무신론자들에게 신(god) 개념은 지극히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도 우주의 발생과 유지에 신 개념이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이 진화론을 전적으로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신 개념을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진화론자들 입장에서는 유신론적 진화론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은 그러한 발생에 대한 부분을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창조하셨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저 '미스터리(mystery)라고 말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보자면 인류의 진보와 지식의 발전에 따라 간극의 신 논증이 그 유효성을 다할 때가 가까웠다는 관측이 많다. 먼 과거에야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세상에는 위험한 것투성이인 데다 인간의 힘으로 환경을 통제할 여지가 거의 없었으니 간극의 신 논증이 꽤 힘을 발휘했겠지만, 그 시절의 도구를 가져다가 현대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무리라는 것. 반면에 아직도 인류가 모르는 영역은 무수히 많기에 아직도 충분히 유효한 논리라고 보는 관점도 있긴 하다.
2014년 현재 가장 대표적인 "간극" 관련 썰로는 주로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꼽아볼 수 있다. 사실 실제로 간극인 것보다는 애저녁에 파헤쳐진 주제들이 대다수고, 그나마 실제로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부분들 역시, 지적 설계보다는 넘사벽급으로 정교한 가설들이 이미 애저녁에 제시되어 지금까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
- 현대 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것은 우주와 생명이 신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 현대 과학은 인간의 마음과 뇌의 메커니즘과 영혼의 신비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것은 영혼이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 현대 과학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과학만으로는 이 간극이 결코 채워질 수 없다.
3. 문제점
일차적으로, 자연주의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부분을 왜 구태여 신 같은 초자연적, 초월적 존재로 설명해야만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 "간극" 도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시나리오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현대 과학의 홍수 속에서 신의 역할을 어딘가 정해주고 마지노선을 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사실을 믿음에 끼워 맞추려는 그들만의 조잡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현실적으로 보면 대다수의 간극의 신 논증 지지자들은 현대 과학이 무엇을 발견했고 성취했으며 깨달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과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호령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네 무지만을 드러내는 셈. 짧게 말하면 적지 않은 지지자들은 지적으로도 성실하기는커녕 도리어 게으르다.
과학의 발전의 차원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간극의 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나타난다. 현대 과학은 점차 그 "간극" 을 흡수해 지워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간극의 신 논증은 신의 자리를 간극으로 배정해 주었는데, 문제는 점차 이 간극이 사라지고 있으니 현실로부터 신이 개입할 기회도 점차 줄어드는 것. 조금만 예상해 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이 통치하는 세상은 아예 없어지거나 내지는 거의 사라질 비극적인 운명에 놓이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연 만물을 통치하고 다스리는 절대자로서의 역할을 다 빼앗아 버린 채 현대 과학이 알지 못하는 극도로 제한된 영역으로 신을 감금해 버렸다. 신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지정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신성 모독을 저지른 셈. 신학자들도 이에 대해서 호된 비판을 퍼붓고 있어서, 일례로 디트리히 본회퍼는 "모르는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아는 것으로부터 신을 발견할 것" 이라고 반박했고, 벤저민 워필드는 "진리의 자녀이자 빛의 자녀인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앞서서 진리를 탐구할 책임이 있다" 며 간극(?)을 줄여나가는 일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과학vs종교 관점에서 보면, 현대 과학으로 밝혀낸 사실들에는 어째서 신이 손을 대지 못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자연 법칙과 현상들을 따라서 신이 자연스럽게 섭리할 수도 있는 것이며, 실제로 유럽권 그리스도교 및 가톨릭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새로운 이해가 종교계에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
그 외에도 지적 설계의 경우와 동일하게, 간극을 설령 신이 채우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신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방법이 없다. 지적 설계의 논증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반론이 여기서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셈.
4. 관련 문서
- 과학vs종교
- 신
- 유신론
- 유신론적 진화론
- 무신론
- 종교
- 지적설계
-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신을 위시한 만능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같다. 다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문학 용어다.
[1] 다시 말해 종교적 설명의 영역의 침범에서 패배할 것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