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7-20 00:35:52

검녀

劍女

1. 개요2. 줄거리3. 원문4. 기타

1. 개요

'검녀'는 조선 후기의 학자 안석경(安錫儆)의 문집 '삽교만록(霅橋漫錄)'에 수록된 한문 단편 소설이다. 원래는 제목이 없이 수록되어 있다. 안석경이 삽교로 들어간 것은 50세(1768년)로 1770년 ~ 1773년 경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녀’의 주인공은 당대 사회에서 낮은 신분의 여성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존중했고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었기에 당당한 여자로서 독립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모시던 소저는 비록 자결을 택하지만 수년 간 검술을 익혀 집안의 원수를 갚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의지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상을 보여 준다. 반면에 남성인 소응천은 가식적인 양반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순종적인 여성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서, 남자에게 예속되길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한 주체적 여성으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여성상을 묘사한다는 점은 이 작품이 갖는 매우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단옹이 호남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다."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화자 역할을 하는 단옹(丹翁)이라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응천은 실존 인물이다.

단옹은 바로 안경석의 친구였던 민백순(閔百順)[1]인데, 그는 노론의 영수 민진원(閔鎭遠)의 손자로, 후에 벼슬이 승정원 좌승지까지 올랐다. 안석경과는 선대부터 교유가 있어 유달리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민백순이 아버지의 귀양지였던 나주에 따라갔을 때 들었을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

소응천(蘇凝天)[2]은 파당으로 인한 혼란한 현실을 떠나 두류산으로 들어가 은거하며 이곳저곳을 유람하다가 말년에 전주로 나와 일생을 마친 인물이다. 당시 호남에서는 그가 남명 조식 이후의 고결한 처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따라서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있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소응천더러 '과분한 명성 때문에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는 무고를 받거나 피세입산(避世入山)이라는 죄목으로 끌려갔던 일이 있어서 실제 삶과 부합된다.

2. 줄거리

삼남 지방에 재주 있기로 명성이 있던 소응천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양반가계집종이었으나 주인댁이 멸문 당하여 의지할 곳이 없다면서, 소응천의 명성을 듣고 스스로 으로 들어가길 원한다고 간청하였고, 소응천은 이를 받아들여 그녀를 첩으로 삼아 수 년을 함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녀가 갑자기 술과 안주를 차려 그를 대접하면서 그녀의 평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주인댁은 그녀 나이 아홉 살에 권세가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하는 바람에 그녀, 그녀와 동갑내기인 주인 아가씨, 유모, 이렇게 셋만 겨우 타향으로 도망가 숨어 살았다. 열 살이 되자 그녀와 주인 아가씨 둘은 남장을 하고 검술을 배울 스승을 찾아 떠돌아 다녔다. 2년이 지나 스승을 만나 무검을 배우고, 5년이 지나자 하늘을 날아 오갈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둘은 큰 도회지로 나가 사람들에게 재주를 보여주고 돈을 벌어 보검을 샀다. 이윽고 원수의 집으로 가서 재주를 팔러 온 것처럼 위장하여 검술을 선보이다가 검을 휘둘러 원수의 집안을 모두 도륙하였다. 돌아와서 주인 아가씨는 여장으로 갈아입고 술과 안주를 차려 선친의 앞에서 복수를 완수했음을 고하는 를 올렸다.

그리고는 주인 아가씨가 그녀에게 부탁하였다. "나는 할 일을 마쳤으니 자결할 터이니 너는 보검을 팔아 나의 장사를 지내고 나라 안에서 훌륭한 선비를 찾아 그의 처첩이 되거라."

주인 아가씨는 칼로 자결했고 그녀는 아가씨의 부탁대로 보검을 팔아 금자를 얻어 장사를 지내고, 남는 것으로 땅을 사서 제사가 끊기지 않게 한 후, 남장을 한 채 3년을 떠돌다 소응천에게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소응천과 살면서 그의 재주를 살폈는데 자잘한 재주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큰 그릇이 되지는 못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소응천에게 충고하였다. "당신의 명성은 당신한테 과분한 것입니다. 본분을 넘는 이름은 태평성세라 할지라도 를 입기 쉬운데 난세에 있어서는 더욱 아무 일없이 생을 마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전주 대도회로 나가 벼슬아치의 자제나 가르치며 의식(衣食)을 충족하고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세상의 화를 면할 것입니다."

그녀는 소응천의 자질을 알았음에도 그와 계속 머문다면 그것은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주인 아가씨의 부탁을 저버리는 것이 되므로 작별을 고하고 세상을 떠돌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이별의 예로 그동안 숨겨왔던 절예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술기운에 의지하지 않으면 담력과 기백이 부족한 그가 상세히 보지 못할 것이라며 술을 권하여 거나하게 취하게 한 후 검술을 선보였다.
푸른 모전 두건, 붉은 비단 옷, 노란 수 허리띠, 하얀 비단능 바지, 얼룩 무소뿔 장식을 한 신, 빛나는 연화검 한 쌍이라. 여자의 저고리 치마 모두 벗어 홑겹으로 갈아입고 두 번 절하고 일어나는데 민첩함이 잽싼 제비와 같았다. 별안간 칼을 들고 몸을 세워 칼을 끼는데 처음엔 사방으로 뿌리니 꽃이 떨어지고 얼음이 부서지며, 중간엔 둥글게 맺으니 눈이 녹고 번개가 번쩍이며, 끝에는 고니처럼 선회하며 처럼 높이 날아, 이미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또한 검이 보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닥 흰 빛이 동서로 부딪치고 남북으로 번쩍이며, 쏴아하고 바람이 일고 싸늘한 빛이 하늘을 서리었다. 곧 일성을 지르며 휙하고 뜰의 나뭇가지가 잘리더니 검이 던져지고 사람이 서있으니, 남은 빛과 기운이 사람 곁에 두루 시렸다.

소응천은 처음에는 얼어 굳어 있다가 나중에는 쓰러져 거의 사정을 살피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녀가 검을 거두고 옷을 갈아 입고, 술을 덥혀 따르니 그제서야 회생할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에 그녀는 남장을 하고 떠났고 이후 그 행방은 알 수 없었다 한다.

3. 원문

4. 기타


[1] 1711~1772. 자는 순지(順之), 호는 경암(警菴), 단실자(丹室子).[2] 1704~1760. 자는 일혼(一渾), 호는 춘암(春庵). 문집으로 춘암유고(春庵遺稿)를 남겼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