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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4 00:14:18

검은 사제들/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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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프닝2. 보조사제 탐색3. 구마 의식 준비4. 구마 의식5. 엔딩

1. 오프닝

영화는 교황청에서 이탈리아인 신부들이 장미십자회[1]에서 이야기하는 12형상을 언급하며 시작된다. 12형상이란 소위 악마들인데,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영화 설정상 이 12형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질병, 기근, 전쟁 등의 불화의 주 원인이라고 한다. 이 12형상들이 이렇듯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이 보이게 되면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신부들은 한국의 정기범 가브리엘 신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직접 가야겠다고 한다.

장면 전환 후, 한국에 파견 간 이탈리아인 사제들이 악령이 빙의된 돼지를 붙잡고 에 탄 상태로 이동하다가 골목에서 지나가던 여고생을 치고 만다. 그러나 뒷좌석에 앉아 있던 노사제가 운전하던 젊은 사제에게 그냥 가라는 손짓을 보내고, 큰 길로 나가다가 1차로 SUV에 받혀 전복되고 2차로 트럭에 부딪혀 사망한다.

교통사고로 인해 사제들이 죽음을 당하자 이때 풀려난 돼지 속에 있던 악령이 사고를 당한 여고생 이영신(박소담 분)에게 부마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2. 보조사제 탐색

잦은 돌출 행동으로 가톨릭 교회의 눈 밖에 난 김범신 베드로(김윤석 분)는 주교에게 구마 의식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다른 신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마 의식에 대한 비공식적인 허가를 기어이 받는다. 그의 스승이자 멘토인 정기범 가브리엘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었고, 김범신은 가벼운 사령이라고 생각해서 본인이 직접 영신에게 구마 의식을 진행했다. 당시 김범신은 악령이 허튼 짓을 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았으나, 다음 장면에서 영신이 병실 문을 잠그고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동차 위에 떨어져 혼수 상태에 빠진다. 나중에 밝혀지는데 김범신이 말하길 영신이 자살을 시도한 게 아니라 악령이 숙주를 죽이고 남자에게 빙의하려다 실패한 거라고 한다.

그 후 김범신은 6개월 동안 계속해서 구마를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고, 그동안 10명이 넘는 보조사제가 김범신을 따라갔다가 죄다 관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돕던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박 마태오 수사도 결국 등을 돌리고 만다. 김범신이 찾아와서 다시 한번 간곡하게 설득하나 박 마태오는 그저 밥을 먹으며 외면한다. 최준호가 박 마태오의 집을 찾아갔을 때 밥을 먹는 박 마태오의 팔을 자세히 보면, 김범신의 몸에 생긴 것과 같이 악마가 새긴 상처, 매독 증상이 있다. 김범신도 마찬가지.

결국 김범신은 새롭게 자신을 도와줄 보조사제를 찾기 시작하고, 신학교까지 찾아와 학장 신부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학장 신부는 김범신이 말한 보조사제의 조건을 꼽으면서 신학생 명부를 뒤진다.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유일한 인물은 사고뭉치인 최준호 아가토(강동원 분)였다.
학장 신부는 "왜 하필 이놈의 자식이냐"라며 머리를 감싸쥐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학장 신부는 최준호를 불러 사정을 설명하고, 거절하는 최준호에게 여름방학 동안 해야 하는 합창 연습에서 빼줄 테니 대신 구마 의식에 참가하라고 한다.

최준호는 처음에 김범신이 준 자료를 살펴보다가 구마 현장에서 악령과의 대화가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들을 듣고 상황이 심각함을 깨닫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여자아이의 말, 누명이지만 신부가 성추행하였다는 발언, 이후 무언가 악령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영적인 음성, 이후 이전 보조사제인 박태근의 어머니를 가지고 협박하는(유방에 돌덩이를 넣는다는 걸 봐서 유방암을 발생시키겠다는 듯) 악령과 이에 기겁하는 박태근의 음성 등이 나온다.

최준호는 상당히 대범한 성격이나 어린 시절 맹견에게 여동생을 잃은 과거가 있었고 이 사건이 마음 속 한구석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이때 기숙사에서 악몽을 꾸는데 꿈속에서 방문을 열자 박 수사의 집에서 자신을 보며 짖던 개가 달려들고, 칼로 찔러 죽이자 그 개가 죽은 여동생의 모습으로 변하는 악몽을 꾼다. 그 직후 김범신에게서 전화가 와 구마 의식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듣는다.

3. 구마 의식 준비

김범신은 아그네스에게 병원에 입원한 정기범이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이때 아그네스가 병원에서 일하는 수녀에게 정기범의 병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김범신이 병실을 쭉 둘러보는데 온갖 신앙 관련 물품들이 다 치워져 구석에 박혀 있었고, 이중 벽에 걸려 있던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 그림은 뒤집어져 있었으며, 정기범은 게걸스럽게 치킨을 탐식하고 있었다. 창밖에 모여 지켜보는 까마귀 떼는 덤. 김범신은 정기범이 악령에게 사로잡혔음을 확신하고 욕설을 내뱉는다.[3]

정기범은 "내가 오늘 천국 문 앞에 다녀왔는데, 하얗고 큰 거미 한 마리가 나를 덮쳐 발목을 물었는데, 그때 기분이 정말 천국에 온 것 같더라"라고 말했고 실제로 발목에 뭔가가 문 듯한 상처가 있었다. 12형상을 보호하려는 사령은 연신 가지 말고 오늘 나랑 같이 있자며 그날 밤에 구마 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던 김범신을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김범신은 사령 주제에 어디 거사를 막으려고 하냐며 호통을 치고, 병실에서 성가[4]를 흥얼거리며 몰래 구마 의식을 준비한다.[5] 정체를 들킨 사령은 "너랑 같이 가는 수컷이 누구야?"라고 물으며 본색을 드러내지만, 김범신은 구마 의식을 행한 뒤 사령이 잠가버린 병실 문을 걷어차고 나가버린다.

한편 최준호는 김범신의 심부름으로 구마 의식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인 성 프란치스코의 종[6]과 돼지 1마리를 가지러 간다. 그리고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에 있던 돼지를 데리러 가는 길에 학장 신부에게서 묘한 소리를 듣는데, 11명이나 되는 수사들이 김범신을 따라 나섰다가 모두 되돌아왔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최준호는 학장 신부로부터 "김 신부를 감시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라"라는 밀명과 함께 캠코더 1대를 받는다.

이후 최준호는 김범신의 누이동생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는 김범신과 처음 마주한다. 최준호를 처음 본 김범신은 "몰몬교 선교사처럼 생겼다"면서 놀리고, 최준호는 "그런 소리 가끔 듣습니다"라며 넉살 좋게 받는다.[7]

그러나 김범신이 특유의 거슬리는 말투로 최준호의 가족사를 불쑥 후벼파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바람에 썩 유쾌한 대화가 아니었고, 최준호 또한 사사건건 시건방지게 말대답을 하여 '꼴통'에서 '꼰대' 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김범신의 인성이 더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최준호가 악령에게 휘둘릴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의도적인 시험이자 막간을 이용한 저항 훈련이었다. 실제로 이후 최준호는 악령이 만들어낸 환영을 보고 잠시 도주까지 하였다.

4. 구마 의식

구마 의식에 필요한 물건들이 준비되자, 김범신은 최준호와 함께 혼수 상태인 영신의 집으로 향한다. 영신의 집 옥상에는 까마귀 여러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이중 한 마리가 최준호의 머리 위에 화분을 떨어뜨리는 걸 김범신이 보고 재빨리 잡아당겨 다치지 않았다. 초반에 까마귀 1마리가 여관 근처에서 김범신을 감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악령이 까마귀를 부린다 볼 수 있다.

영신의 집에 들어갔더니 이미 한창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당들은 잘린 소머리를 등에 지고 칼춤을 추는 엄청난 모습의 굿[8]을 하지만, 악령의 힘 앞에 하혈[9]까지 하는 등 모두 역관광당하고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철수하는 과정에서 의사, 무당, 신부 세 집단이 잡담을 하는 걸 보면 서로 얼추 알고 지내는 듯하다.

김범신과 최준호는 마침내 영신의 구마 의식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악령이 자신들에게 빙의되지 않도록 몸에 여성의 분비물을 스프레이로 뿌려 여자로 위장한다. 악령은 본래 수컷이라 남자의 육신을 취해야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풀려났을 때 주변에 여자인 영신밖에 없어서 급한 대로 영신에게 빙의한 것이라서 구마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범신과 최준호가 남자임을 들켜 부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또한 영신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김범신은 최준호에게 코 밑에 치약을 바르고 들어가도록 했다. 악령에 씌인 사람에게서는 고기 썩은 내가 나기 때문이다. 최준호는 치약을 조금만 바르고 방에 들어갔다가 역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구토하다 치약을 듬뿍 바르고 다시 들어간다. 영신이 누워 있는 침대 주위에는 축복받은 소금(성염)을 뿌려 악령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다.

수도원에서 데려온 돼지는 침대 밑에 묶어 악령이 돼지에게 빙의되도록 유도한다. 처음 구마 의식 동안에는 방 밖에 있어 혼자 남은 의사가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돼지에게 던져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쌍두사를 비롯한 하위 사령 넷을 쫓아내고 12형상과의 직접적인 대결 시작 전에야 침대 밑에 돼지를 묶어 놓는다. 하위 사령이 12형상 대신 돼지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의식의 최종 목적은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으로, 어떤 악령이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 몸에서 나오거라, XXX!"라고 명령하면 악마가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준비가 끝나고 영신에게 눈을 뜨라고 해도[10] 영신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상함을 느낀 김범신은 감시용 캠코더가 켜져 있는 것을 눈치채고 이를 끈다. 인트로에서 말하였듯이, 12형상은 자신들의 정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게 될 것이기 때문에 들키려 하지 않는다. 김범신은 최준호에게 "지금부터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 네가 직접 가서 다 얘기해줘.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 테지만."이라고 말한다.

김범신이 의식을 시작하기 위해 소금 선을 넘자 영신은 "신부님, 저 이제 괜찮아요."라고 평범한 여고생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 김범신이 무시하고 기도문을 외자 굵직한 목소리로 "하지 말라니까, 이 오입쟁이가!"라며 욕설을 내뱉는다. 이에 최준호가 의식을 위해 바흐의 음악을 틀고, 의식 도중 전등이 깜빡거리고 온갖 벌레와 쥐들이 주변으로 모여드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어느 정도 의식이 진행되자 영신은 갑자기 바흐의 욕[11]을 하며 음악이 재생되던 플레이어를 태워버리고 라틴어중국어, 독일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사제들과 언쟁을 벌인다.
김범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묻는다. 너는 어디서 온 것이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우리는 이곳에도 있었고 저곳에도 있었다. 우린 두루 돌아 여기 저기를 다녀왔다.[12] 우린 2430명에게 옮겨갔다.
김범신: 언제부터 여기에 온 것이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중국어로) 네놈 원숭이들이 3,254,630마리가 되었을 때 내가 여기로 건너왔다.
김범신: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냐?
(악령이 콧노래를 부르며 사제들을 조롱한다.)
김범신: 말하라!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냐?
(악령이 혀를 낼름거리며 사제들을 조롱한다.)
김범신: 너는 정체를 들켰다. 거기 있어봤자 고통만 있을 뿐이다.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웃으며) 고통? 고통, 질병, 기근, 전쟁, 평화 속에 난 언제나 너희들과 함께 있었다. (독일어로) 역사를 보란 말이다!
(김범신 신부가 성경에 성호를 긋고는 영신의 침대로 끼워넣는다.)
김범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묻는다. 왜 여기에 온 것이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라틴어로) 지혜 있는 자여, 들으라. 그냥 바깥 사람들처럼 못 본 척하고 살란 말이다. 개미 같은 호모 사피엔스 놈들아.
김범신: 사령들은 말하라. 왜 여기에 온 것이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우리는 네놈들이 원숭이임을 증명하러 왔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사피엔스![13]
김범신: 너희들이 지키고 있는 가장 큰 놈은 누구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중국어로) 너희 미물들은 떨어진 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김범신: 가 이미 세상을 승리했노라! 왜 거기에 있는 것이냐?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독일어로) 그냥 숨어 있는 것이다. 다신 들키지 않을 테다. 수컷이 필요해. 수컷. (한국어로 고함치며)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잖아! 씨발 좆같은 고깃덩어리가 어딜 잡고 있어! 더 안전한 곳을 찾을 거야. 이 년이 나 잡고 있어!

이윽고 4마리의 사령이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한 김범신과 최준호는 프란치스코의 종을 치면서 악령을 압박한다. 김범신이 영신의 몸에 성수를 뿌리자, 영신은 피를 토하며 머리가 둘 달린 뱀을 토해낸다. 그 순간 영신은 엄마를 부르짖으며 울기 시작하고 최준호는 모든 구마가 끝났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곧이어 영신이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 최준호는 영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김범신이 악령에 씌어 영신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는 사실은 영신이 뿜어낸 피가 유일한 방어선인 소금 선을 녹인 후 영신의 몸에 씌인 악령에게 최준호의 존재가 들키게 되어 그만 환각을 본 것. 김범신이 영신의 목을 조르던 것은 맞으나 죽이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구마 의식 중 강한 악령을 압박하는 방법일 뿐이었다. 이 장면에서 최 부제와는 다른 이유로 영화 관객들도 김 신부가 영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영화 초반부에 김범신 신부가 장미십자회의 신부와의 전화 통화로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부마자를 죽이시오"라는 지시를 받고 반발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에 관객도 '김 신부가 고민 끝에 결국 부마자를 죽이기로 결정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준호는 순간 이성을 잃고 소금 선을 넘어서 김범신을 밀쳐낸 후 도리어 김범신의 목을 조른다. 이때 김범신의 목을 조르는 최준호의 모습을 보면 뭔가 급박하고 필사적이라기보다는 살짝 광기 어린 표정이 보인다. 김범신은 최준호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고, 최준호는 자기가 실수했음을 알았으나 영신의 몸을 묶고 있던 끈을 끊은 악령은 다시 일어난 김 신부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베드로, 4년 뒤 너는, 감옥에서 피를 토하며 죽을 것이고, 다음 달 태어나는 네 조카의 눈알을 뽑아버릴 것이야! 네 여동생의 자궁을 들어내 버리겠어![14]

악령은 김범신을 공격하여 기절시킨다. 김범신이 기절하자 악령은 최준호가 남자임을 알아보고 "수컷, 수컷."이라며 섬뜩한 표정으로 최준호를 몰아붙인다. 그리고 악령은 영신의 입으로 최준호가 과거에 말했던 "별 거 있겠습니까. 그래도 궁금은 하네요", "박 수사님, 뭐가 있긴 있는 겁니까?"라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대사를 내뱉어 최준호를 두려움에 빠뜨린 뒤 의식을 그만두고 돌아가기를 종용한다.
가서 말해. 여긴 아무것도 없다고. 저기 저 미친 놈 하나만 있다고.[15]

악령은 재차 최준호의 모습으로 변해서, 팔에 김범신의 것과 같은 썩어 들어가는 매독의 상처들을 만든다. 그리고 "도망가. 네가 잘하는 거잖아."라고 말하며 최준호의 트라우마였던 여동생의 목소리와 여동생을 죽인 개의 울음소리를 내자, 최준호는 공포에 질려 숨을 몰아쉰다. 결국 패닉 상태에 빠진 최준호는 김범신을 버려둔 채 구마 현장에서 허겁지겁 도망쳐 버리고 만다.

그러나 한참을 도망치던 최준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손을 붙잡고 울고 있는 여동생과 어린 자신의 환영을 보고 용기를 내어 되돌아온다. 이 장면은 감독의 영화적 장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환영 속 어린 시절의 최준호는 한쪽 신발만 신고 있는데 현재 도망쳐 나온 최준호는 두 신발 다 벗고 있는 상태이다. 최준호가 자신이 이번에도 또 도망쳐 나왔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다.

정신을 차리고 현장에서 잠시 나온 김범신은 최준호를 보며 다시 한번 구마 의식을 행할 것을 결의하고, 최준호에게 "너는 이제 선을 넘었다"라며 정기범의 묵주를 주면서 보조사제가 아닌 한 명의 구마 신부로 인정한다. 축성받은 소금(성염) 선이 유지되고 있는 동안에는 직접적으로 악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악령이 인지하지 못하는 선 너머 영역에 존재하며 부제로서 보조 역할만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최준호가 소금 선을 넘어 악령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김범신과 최준호는 의식을 마저 진행하기 위해 영신의 방으로 올라온다. 이전까지 최준호는 반팔 클러지 셔츠만을 입고 있었으나, 다시 돌아올 때는 긴팔 수단을 갖추어 입은 모습이다.[16]

이때 영신의 부모는 피 범벅인 영신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오는 동안 두 사람은 최후의 엑소시즘을 행한다. 유향몰약을 태워 넣은 향로를 들고 영신의 앞에서 구마 의식을 진행하던 두 사람은 팔이 질병으로 썩어들어가고 김범신은 귀에서 피까지 철철 흘리나, 굴복하지 않고 계속 악령을 몰아붙여 마침내 이름을 실토시키는 데 성공한다.

5. 엔딩

파일:검은 사제들-12형상의 군주-마르베스.png
12형상의 군주
마르베스
영신에게 부마된 12형상의 이름은 마르베스. 이는 72악마 중 5위 마르바스라틴어 발음이다.[17] 마르베스가 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 복선이 몇 번 나온다. 부마된 영신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초반 인트로에서 부마자에 대한 설명이 막 나올 때 사자(마르베스)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고, 최 부제가 정 신부의 '토테미즘과 해방' 수업을 들었을 당시 수업 PPT 자료에서 사자가 나왔다.

이때 갑자기 영신의 모습이 나오는데 "신부님, 제가 꼭 잡고 있을게요."라며 악마를 끌어안고 있다.

이후 김범신이 눈을 잠시 감고 있다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마르베스, 거기서 나오라!"라고 말하자, 12형상의 악령은 영신에게서 빠져나와 돼지에 부마되고 하얀색이었던 돼지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김범신은 악령이 빙의된 돼지를 1시간 안에 깊이 15m 이상[18]의 강에 빠트릴 것을 최준호에게 명령한다. 제한 시간이 다 되면 악령은 가장 가까이 있는 구마 사제에게 빙의한다. 김범신이 최준호에게 돼지를 빠트릴 것을 부탁하며 미안하단 말을 덧붙였는데, 바로 이 때문에 그러했던 것.

마르베스가 빠져나온 영신은 심장이 멎고, 김범신은 "영신아, 네가 다 했다."라며 시신을 붙들고 통곡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경찰은 살인 사건이라며 무전으로 다른 경찰들에게 알린다. 최준호는 돼지를 천주의 힘을 의미하는 보라색 영대[19]로 감싸안고 한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경찰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제지하려 했으나 돼지의 몸에 갇혀있던 마르베스가 발악하며 이상 현상을 일으킨다. 형광등이 고장을 일으키며 깨지고 수많은 검은 쥐들이 몰려온다. 그 바람에 경찰은 겁을 먹다가 최준호를 놓치게 된다. 마르베스가 얌전히 있기만 해도 경찰이 알아서 제지했겠지만 영대로 눈이 가려진 탓에 상황을 파악 못하고 무차별적인 발악밖에 할 수 없었던 것. 이 와중에 김범신은 최준호에게 "가는 길이 사악하다.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며 경고했다.

최준호가 경찰을 피해 도망치자 돼지 안의 마르베스는 더더욱 몸부림치며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최준호를 죽이려 한다. 이는 영화 초반에 일어난 연쇄 뺑소니 사고도 놈이 조장한 것임을 암시한다. 화물 트럭이 급제동하다가 미끄러지는 등 대단히 위험한 상황들도 있었다. 잘 보면 최준호보다는 돼지 자신을 치는 각도에 더 가까운데, 이는 자신이 갇혀 있는 돼지로부터 어떻게든 해방만 된다면 주변에 널려 있는 아무 남자에게 빙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준호는 여러 차례 죽음의 위험에 처하지만 최준호를 덮치려는 트럭을 어디선가 달려온 다른 자동차가 들이받고 여러 대의 차가 달려들 때 먼저 온 SUV 1대가 막아서는 등 그 긴박한 가운데서도 무사히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빠져나와 근처의 택시를 잡아타고 한강으로 갈 것을 주문한다. 택시 기사의 정체에 관해서는 링크 참고.

이후 택시가 동호대교 한복판에 멈추자 마르베스는 최후의 발악으로 인도 쪽 택시 문을 고장내 최준호가 차도 쪽 문을 열고 나와 차에 치이도록 유도하지만, 택시 기사가 최준호를 잡아당겨 간발의 차이로 차에 치이지 않았다. 덕분에 난간 쪽 문으로 힘겹게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르베스에게 거의 몸을 빼앗길 뻔한다. 이때 최준호의 얼굴이 말 그대로 타 들어가고[20] 검은 핏줄이 불거지고 눈동자는 부마된 영신과 같이 전체가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최준호는 마르베스에게 완전히 빙의되기 직전 죽을 힘을 다해 돼지를 끌어안고 한강으로 뛰어내린다.

그 뒤 경찰에 연행되어 가던 김범신의 썩어들어가던 팔의 증세가 사라진다. 마르베스가 지옥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심장이 멎어 병원으로 옮겨지던 영신 또한 손가락을 움직이며 소생한 모습을 보인다. 영신이 살게 되는 것에 대해, 장재현은 창세기 22장의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다가 막 죽이려고 하는데, ”네 마음을 알았다“라며 양을 내려보내 대신하게 했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런 희망이 필요할 것 같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뒤 돼지와 함께 한강에 뛰어들었던 최준호 역시 헤엄을 쳐서 강둑으로 올라오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릴 때 떨어뜨린 묵주를 다시 손에 쥐며 걷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물은 그리스도교에서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상징한다. 강물에 온몸이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 세례는 과거의 자신이 죽고 새로운 내가 거듭남을 의미한다. 더불어 묵주는 가톨릭 교회에서 마귀를 쳐이기는 무기로 흔히 묘사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과거의 불완전한 최준호가 새로운 영웅으로 거듭나서 적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와 자신의 무기를 다시 집어드는 모습을 나타낸다.

장재현 감독이 밝히길, 최준호의 미소의 의미는 영신을 살리는데 성공하면서 어릴 때 죽은 여동생에 대한 빚을 갚았다는 것과 이것으로 구마 사제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라고 한다. 원래는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이고 강동원이 스스로 미소지었는데, OK 사인이 떨어진 것. 또한 동호대교는 최준호가 버스를 타고 명동성당에 가는 장면에서도 비춰졌는데, "주인공이 동호대교를 지나면서 감시하러 갔다가 구마 사제가 되어 돌아오는 '영웅 서사의 기본이자 원형'"이라고 설명했다.


[1] 여담이지만, 기성 교회에서는 이단으로 취급한다.[2] 영신의 구마를 담당한 사제들은 모두 호랑이띠라는 묘사가 있으며, 이름에 호랑이를 뜻하는 글자(한글 과 한자 (虎))가 들어 있다. 정기, 김신, 최준. 각각 호랑이가 일어난다(기범), 호랑이의 신(범신), 준비된 호랑이(준호).[3] 구마 의식을 하려고 정기범을 안아 침대에 내려놓을 때, 여러 명을 동시에 안은 것처럼 무겁다는 김범신의 말을 보면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들린 듯.[4] 이때 김범신이 흥얼거리던 성가는 〈가톨릭 성가〉 289번 〈병인 순교자 노래〉.[5] 병자성사. 7성사 중 하나로,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천국으로 인도하는 고별 예식이자, 임종을 앞둔 사람이 아니라도 병중에 있는 신자라면 받을 수 있다. 옛날에는 종부성사라고 불렀다.[6] 실제로 존재하는 성유물은 아니고 영화를 위해 창작된 성유물이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악령이 가득한 숲을 지나갈 적에 이 종을 울렸다고 한다. 본작에서는 가톨릭 교회에서 아시시의 국보급 물건이라고.[7] 몰몬교는 젊은 남성의 경우 의무적으로 선교 활동을 일정 기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선교사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남자들이다. 그래서 몰몬교 선교사라고 하면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둘씩 짝지어 다니며 말 거는 잘생긴 젊은 남자들"이라는 인상이 있다. 따라서 이 발언은 젊은 부제가 말쑥하게 잘생겼다는 뜻으로, 김범신 신부가 약간 짓궂게 놀리는 투로 말한 것이다. 한국은 몰몬교 신자가 적기 때문에 보기 힘드나 한국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8] 약간의 현실 반영 오류가 있는데 소 대가리를 지고 굿을 하는 것은 대감굿(#)의 특징이다. 대감굿은 원래 귀신을 쫓아내는 굿이 아니라 재물이 많이 들어오기를 비는 굿이기 때문에 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하는 편이다. 하지만 워낙 소 대가리를 지고 무당이 굿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일부러 현실을 좀 무시하고 사용한 듯하다.[9] 자신보다 강한 신 앞에 서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10] 이때 기혼, 아락세스, 아락투, 유카라는 네 단어가 나오는데, 이는 창세기에덴동산에서 흐른다는 4개의 강 중 기혼강의 다른 이름들이다. 첨언하자면 기혼강은 영혼의 충만, 회복을 의미하는 강이다.[11] "바흐에게 형수를 강간하라고 유혹하였으나, 바흐는 용기 없는 고자새끼였다"라고 욕지거리를 한다.[12] 이 문답은 욥기 1장 7절에서 따온 것이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 사탄이 주님께 "땅을 여기저기 두루 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 가톨릭 성경)[13]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짐승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하여 인간다움을 버리고 본능에만 따르게 하는 것은 악마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다.[14] 이전 구마 의식 때 박 마태오에게 "네 어미의 유방에 돌덩어리를 만들어 버리겠어!"라는 저주를 한 것과 같은 수법이다.[15] 박 마태오가 최준호에게 김범신을 가리키며 "있긴 있지. 저기 저 미친 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최준호가 그만두는 이유를 물었을 때 "몸도 안 좋고, 고향의 부모님을 뵈어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박 마태오가 너희 어머니의 유방에 돌덩이를 놓는다는 악령의 협박에 굴복했음을 보여준다.[16] 수단은 가톨릭 사제의 정복이며 규정이 완화되어 수단을 클러지셔츠로 간소하게 대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교회 일각에서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는 그마저도 안 입고 사제임을 못 알아보도록 사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제들이 많아 제발 클러지셔츠만이라도 챙겨 입어줬으면 하는 수준이다. 극중에서 악마에게 패배해 절망에 빠져있는 박 마태오 수사 역시 수도복을 챙겨 입지 않은 사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아넬리제 미헬에 대한 실제 구마 예식 당시 녹음된 악마의 목소리에 따르면 이러한 현대 가톨릭 교회의 복장이나 전례의 간소화 또한 악마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17] 마르바스는 인간에게 질병을 주거나 낫게 하는 능력이 있는데 작중 피부가 썩는 묘사는 원전에 충실한 셈. 또한 영화상에서 굳이 성병매독의 저주를 걸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성직자수도자성품성사/수도서원 때 청빈, 정결, 순명을 서약한다. 이 3가지를 '복음삼덕(福音三德)'이라 한다. 가톨릭 신자는 부부관계 외의 혼외 성관계, 자위 행위, 음란물 이용 등의 성적 음행을 해서는 안 되고, 교회의 가르침에 순명해야 한다. 그러한 가톨릭 신자에게 성병을 걸리게 하는 건 단순히 고통뿐 아니라 종교적 모욕의 의미도 있다.[18] 깊이냐 너비냐 논쟁이 있었는데 감독이 직접 깊이라고 밝혔다. 한강의 가장 깊은 부분의 수심이 15m쯤 된다고.[19] 가톨릭정교회보편교회성공회에서 사제가 7성사 등 교회 의식을 집전할 때 몸에 걸치는 거룩한 천으로, 성직자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나타낸다. 구마 예식에서는 자색(보라색) 영대를 쓴다.[20] 최 부제의 세례명인 알렉산드리아의 성 아가토가 화형을 당해 순교한 가톨릭 성인인 것을 반영한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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