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바탕으로 촬영한 문제용 연출의 2015년 영화에 대한 내용은 내 심장을 쏴라(영화) 문서 참고하십시오.
<colbgcolor=#F4F2E6><colcolor=black> 내 심장을 쏴라 Shoot Me in the Heart | |
작가 | 정유정 |
장르 | 순수문학 |
형식 | 장편 소설 |
수상 | 제5회 세계문학상 |
출판 연도 | 2009년 5월 20일 |
출판사 | 은행나무 |
[clearfix]
이제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
- 본문 中
- 본문 中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
- 소개글 中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
- 소개글 中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작가의 말 中
- 작가의 말 中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는 우리를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끝없이 탈출을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치밀한 얼개와 속도감 넘치는 문체, 살아 있는 캐릭터와 적재적소에 터지는 블랙 유머까지, 문학적 역량과 작가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듭되는 도전에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의 은유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는 이 작품은 감동과 희망,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는 본격 휴먼드라마인 동시에 무기력한 청춘, 죽을힘을 다해 인생을 살아내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 추천사 中
- 추천사 中
1. 개요
소설가 정유정의 2009년 작품. 세계일보에서 주최한 제5회 세계문학상의 수상작이다. 정유정의 초기작을 꼽을 때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더불어 언급된다. 정유정을 대표하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일명 '악(惡)의 3부작'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정유정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잘 살아있는 작품.'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배경으로, 스물다섯 살 청년 이수명과 류승민이 각자의 운명에 맞서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수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1]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작품이다.
1억원 고료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정유정의 장편소설이다. 우리를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끝없이 탈출을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서 쫓겨난 참이다. 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된 신세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으로, 소설은 거듭 탈출을 꿈꾸고 또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 대한 은유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작가가 직접 정신병원에서 환자들과 생활하는 등의 취재를 바탕으로 치밀한 얼개, 한호흡에 읽히는 문장, 간간이 배치된 블랙 유머 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김화영, 황석영, 박범신, 구효서, 하응백, 김형경, 은희경, 서영채, 김미현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세계문학상 심사에서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 출판사 은행나무 제공 책소개
'나'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서 쫓겨난 참이다. 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의 유산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된 신세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으로, 소설은 거듭 탈출을 꿈꾸고 또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 대한 은유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작가가 직접 정신병원에서 환자들과 생활하는 등의 취재를 바탕으로 치밀한 얼개, 한호흡에 읽히는 문장, 간간이 배치된 블랙 유머 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김화영, 황석영, 박범신, 구효서, 하응백, 김형경, 은희경, 서영채, 김미현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세계문학상 심사에서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 출판사 은행나무 제공 책소개
2. 등장인물
2.1. 주인공
- 이수명
작품의 첫 번째 주인공.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25세. 병명은 조현병.[2] 조현병의 주요 증상인 환청을 오랫동안 앓아왔고 모친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첨단 공포증 탓에 이발을 편집적으로 거부한다.[3] 이 때문에 긴 머리를 갖고 있어 류승민으로부터 '미스 리'라는 별명을 얻는다. 작중 초반부터 승민이 난동을 피운 덕에 같이 제압당한 뒤 할로페리돌이라는 약물을 투여받는데, 덕분에 초반부 내내 '나무늘보'라 불리는 부작용을 앓는 등, 여러 고생을 한다.
작품 후반부에서 그가 조현병을 얻게 된 원인이 밝혀지는데, 이수명은 그 사실을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 우울한 청소부가 이야기하는 '도망치는 병'이라는 표현과도 맞닿는 셈. 승민을 만나고 그는 차츰 변화하여 자신에게 지워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한다. 작품의 클라이맥스에서 완전히 변화한 수명은 자신을 옥죄는, 한때는 안온한 보금자리로 여긴 병동에서 스스로 나오는 데 성공한다. 이수명의 부친이 그를 평생 병원에서 지내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점, 이수명이 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의 퇴원은 말 그대로 '운명에 맞선' 값진 결과인 것이다.
영화에서는 여진구가 연기한다. - 류승민
작품의 두 번째 주인공.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25세. 라이터이다. 작품 내에서 대기업으로 묘사되는 세주그룹 회장[4]의 혼외자다.
불행한 가정환경 탓인지 크고 작은 사고를 벌여 결국 미국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패러글라이딩에 푹 빠져 마침내 선수로 활약하는 등 '내면의 어떤 것[5]'을 건강하게 표출하며 자유로운 청춘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귀국하자마자 동기간의 유산 다툼에 의해 방화범 누명을 쓰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한다.[6][7] 자유를 억압당한 그는 끊임없이 '탈출'로 대표되는 자유를 갈망하고, 특유의 에너지로 병원의 많은 이들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앓던 망막세포변성증은 억압과 더불어 그를 피폐하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한다. 끝까지 ‘자유’를 포기하지 않은 그는 병원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끝없는 밤하늘을 향해 비행한다.
작품 내에서 그의 병명은 명시되지 않는다. 열네 살에 부친의 별장에 불을 지른 뒤 품행 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묘사나 사이코패스 기질을 염려한 '사모님'의 주장으로 동 나이에 수리희망병원에 입원했다는 묘사는 등장하지만 그에게 정식 진단명이 내려진 적은 없다. 이수명의 표현을 빌리자면 '갇혀서 미쳐가는 자'였던 셈.
여담으로, 왼손잡이이다.
영화에서는 이민기가 연기한다.
2.2. 수리희망병원 의료인
- 최기훈
수리희망병원의 간호사.[8] 김용의 설명에 의하면 39살에 미혼이며, 보호사 출신으로 뒤늦게 간호대를 졸업한 3년차 간호사이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간호사이자 거리의 악사를 한주먹에 제압한 주먹의 달인. 원칙주의를 고수하며 냉철한 인물이지만, 정의롭고 따뜻한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작중에서도 수명을 챙겨주는 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지금은 새벽이야."라고 말하던 부드러운 목소리 탓에 수명은 최기훈이 선한 사람인 줄 알았지만, 승민이 탈출하기 위해 최기훈의 머리를 시계[9]로 가격하고 주먹을 날렸을 때, 승민의 눈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서 한주먹에 싸움을 끝낼 수 있음에도 뺨을 툭 갈기고, 허벅지를 걷어차고, 턱을 후려치고, 옆구리를 걷어차는 등 무너져 가는 승민을 상대로 장난질을 하는[10][11] 모습을 보고 충격받는다. 이 사건 이후 최기훈은 승민의 시계를 찾기 위해 수명에게는 시계를 찾아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 병동 환자들에게는 말보로 담배 한 보루를 걸었다. 시계를 찾기 위해 승민의 사타구니까지 만져봤다는 묘사도 나온다.[12]
소설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두 주인공의 탈출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등장한다.[13]
여담으로, 유머감각이 형편없어서 수명이 그의 유머를 디스한다.[14][15]
영화에서는 유오성이 연기한다.
- 우울한 청소부
수리희망병원의 잡무 담당 직원. 청소, 빨래, 각종 물품 대여 등을 담당한다. 과거 알코올 의존증을 앓은 병력이 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성실하고 묵묵하게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이수명에게 수학 문제풀이를 도움 받은 인연으로 가까워진다. 두 주인공의 탈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
영화에서는 박충선이 연기한다.
- 윤보라
수리희망병원의 간호사. 점박이 못지않은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한혜린이 연기한다.
- 렉터 박사
수리희망병원의 원장. 점박이의 외삼촌이다.
영화에서는 송영창이 연기한다.
2.3. 수리희망병원 환자들
- 김용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42세. 병명은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16] 두 주인공의 병실 메이트로, 둘과는 달리 병원의 ‘모범 환자’다.[17] 병원에 갓 입원한 두 주인공에게 병원의 각종 사정을 친절히 설명하곤 한다. 류승민의 탈출 준비를 여러 번 돕는다.
영화에서는 김정태가 연기한다. - 홍만식
수리희망병원 501호. 나이는 66세. 치매 증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서커스단의 기수였으며, 주변 환자들에게 자신의 애마였던 ‘또별’의 칭호를 부여하고 진짜 말에 올라타듯 업히곤 한다. 작중에서는 류승민이 주로 그에게 ‘또별’이라 불린다.
영화에서는 김기천이 연기한다.
- 십운산 선생
수리희망병원 502호. 본명은 양선우. 작품 중간 중간 인물들의 배경을 설명하거나 미래를 예견하곤 한다. 예를 들면 류승민을 보고 “미치광이는 미쳐야 사는데, 못 미치게 하니까 미쳐버린 거야.”라며 읊조리는 것. 주인공들에게 간간한 도움을 준다.
영화에서는 신구가 연기한다. - 거리의 악사
수리희망병원 502호. 본명은 우용재.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로, 스무 살 때 한 손으로 동생의 목을 졸라 살해한 인물. 교도소에서 12년을 복역했으나 가족들이 받아주지 않아 수리희망병원에 입원하여 지낸다. 과거 엄청난 하모니카 실력의 소유자였으나, ECT(전기경련치료)를 받고 ‘곰’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류승민이 벌인 ‘트위스트’를 통해 과거의 하모니카 실력을 되찾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
영화에서는 이준혁이 연기한다. - 버킹엄 공주
항상 화려한 차림으로, 자신을 버킹엄의 공주라 여기는 인물.
영화에서는 김재화가 연기한다.
- 현선 엄마
과거 외출한 사이 집에 발생한 화재로 딸 현선이를 잃고 마음의 병을 얻은 인물. 본명 김연순.
영화에서는 이화영이 연기한다.
- 박한이
수리희망병원 502호. 지은이의 남자친구. 임신으로 인해 지은이가 다른 병원으로 떠나자, 충격으로 납굴증에 걸린다.
영화에서는 곽순우가 연기한다.
- 김지은
수리희망병원 511호. 한이의 여자친구. 병동 보호사와 작업반에게 강간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낙태 수술을 받은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사건이 소리 소문 없이 덮이는 장면이 묘사된다.
영화에서는 김보라가 연기한다.
2.4. 그 외
- 수명의 아버지
이수명의 아버지로, ‘신림책방’의 사장이다. 열여섯 살 연하의 아내를 극진히 사랑한 순정적인 인물이며, 남긴 유언으로 미루어 보아 아들 이수명을 누구보다 아끼는 아버지이다.
오랫동안 앓던 심장병으로 사망하며, 자신의 병세를 이수명에게 밝히지 않았다. 이수명은 수리희망병원에서 최기훈을 통해 부친의 부고를 전해 듣게 되며, 이는 이수명에게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대면하고 극복하여 오랜 공황에서 벗어나는 터닝 포인트가 된다.
영화에서는 엄효섭이 연기한다.
- 수명의 어머니
이수명의 어머니로, 이수명이 여덟 살 때부터 조현병을 앓았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밤, 자살을 택한다. 그녀의 죽음은 이수명이 조현 증세를 얻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로 인해 이수명은 그녀가 생전 입원했던 병원인 로뎀 병원에 입원한다. 이때 이수명의 아버지의 ‘이것도 유전되는 병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그녀의 생전 병력을 추측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최문수가 연기한다. - 류재민
류승민의 배다른 형. 유산 상속을 위해 류승민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를 병원에 가둔 장본인이다.
3. 줄거리
어느 누구도 그들의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나’는 전자요, 후자는 승민이었다. 나는 내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자였다. 승민은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는 자였다. 나는 운명을 유전형질로 받아들였고, 승민은 획득형질로 여겼다.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아온 외계인들이었다.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라는 점을 빼면 교집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성미 사나운 운명이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로 우리를 끌고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이다.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서 쫓겨난 참이기도 했다.
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다.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의 유산 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된 신세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나와 승민이 동시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한 정신병원. 우리는 ‘리틀 공주’라 불리는 수리희망병원 501호에 나란히 수용된다.
승민은 입원 직후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자신을 가둔 둘째 형과 유산 양도서류와 퇴원을 맞바꾸는 거래도 해보지만, 자기 카드만 잃어버리고 만다. 야근 중인 간호사를 습격하고, 출입이 금지된 숲에 들어가고, 사이코드라마 시간을 기차놀이 시간으로 만드는가 하면, 여름휴가를 가는 룸메이트를 통해 외부 연락을 몰래 시도하기도 한다. 연락을 받은 ‘선배’가 병동으로 찾아오지만 승민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 모든 탈출구를 차단당한 승민은 광포한 분노발작을 일으키고 간호사실은 약물폭격을 퍼붓는다. 이른바 야수 길들이기. 어떤 징벌로도 제어되지 않던 승민은 이 폭격으로 무릎을 꿇고 만다.
승민이 원하는 건 살고 싶다는 것. 그에게 삶이란, 자신의 인생에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눈이 완전히 멀기 전, 마지막 비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본능이자 의지였고,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나’가 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유령처럼 소리 없이,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 것. 나는 의식적으로 승민과 거리를 두려 애쓰지만, 속절없이 말썽에 휘말리고, 궁지에 빠진다. 아울러 승민의 자유로운 사고와 저돌적인 성격은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내 삶에 혼란을 몰고 온다. 나는 점차 승민을 이해하게 되고 동조자로 변해간다. 그리고 급기야는 승민과 함께 탈출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병원에 들어온 지 100일 째 되던 날, 마침내 우리는 차량을 몰고 정문으로 돌진한다.
- 출판사 은행나무 제공 줄거리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나’는 전자요, 후자는 승민이었다. 나는 내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자였다. 승민은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는 자였다. 나는 운명을 유전형질로 받아들였고, 승민은 획득형질로 여겼다.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아온 외계인들이었다.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라는 점을 빼면 교집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성미 사나운 운명이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로 우리를 끌고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정신분열증 분야의 베테랑이다. 공황장애와 적응장애로 퇴원 일주일 만에 다시 세상에서 쫓겨난 참이기도 했다.
승민은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이다.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의 유산 싸움에 휘말리며 그들이 보낸 ‘전문가’에게 납치된 신세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나와 승민이 동시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한 정신병원. 우리는 ‘리틀 공주’라 불리는 수리희망병원 501호에 나란히 수용된다.
승민은 입원 직후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자신을 가둔 둘째 형과 유산 양도서류와 퇴원을 맞바꾸는 거래도 해보지만, 자기 카드만 잃어버리고 만다. 야근 중인 간호사를 습격하고, 출입이 금지된 숲에 들어가고, 사이코드라마 시간을 기차놀이 시간으로 만드는가 하면, 여름휴가를 가는 룸메이트를 통해 외부 연락을 몰래 시도하기도 한다. 연락을 받은 ‘선배’가 병동으로 찾아오지만 승민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 모든 탈출구를 차단당한 승민은 광포한 분노발작을 일으키고 간호사실은 약물폭격을 퍼붓는다. 이른바 야수 길들이기. 어떤 징벌로도 제어되지 않던 승민은 이 폭격으로 무릎을 꿇고 만다.
승민이 원하는 건 살고 싶다는 것. 그에게 삶이란, 자신의 인생에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눈이 완전히 멀기 전, 마지막 비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본능이자 의지였고,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나’가 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유령처럼 소리 없이, 평온하게 살고 싶다는 것. 나는 의식적으로 승민과 거리를 두려 애쓰지만, 속절없이 말썽에 휘말리고, 궁지에 빠진다. 아울러 승민의 자유로운 사고와 저돌적인 성격은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내 삶에 혼란을 몰고 온다. 나는 점차 승민을 이해하게 되고 동조자로 변해간다. 그리고 급기야는 승민과 함께 탈출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병원에 들어온 지 100일 째 되던 날, 마침내 우리는 차량을 몰고 정문으로 돌진한다.
- 출판사 은행나무 제공 줄거리
4. 여담
4.1. 작품 내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 이 소설은 내게 언젠가는, 어떻게든 써야 할 빚이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왔다. 대학 선배가 광주 인근에 있는 어느 병원의 폐쇄 병동에 들어갈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나는 병동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울 만큼 환대를 받았다. 버킹엄 궁전에서 자랐다는 한 공주님은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자동으로 ‘여왕님’이 되는 호사를 누렸다.
‘자동 여왕’이 평민으로 돌아가던 날, 일부 국민들은 화끈한 송별회를 열어줬다. 주스 잔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르며, 오징어 다리와 아이스케키를 입에 문 채 기차가 되어 병실을 돌았다. 그들이 떠나는 내게 속삭인 말은 ‘우리 한을 풀어 달라’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런 약속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작별의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에는 할 수 없었던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노라고.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 이 소설은 내게 언젠가는, 어떻게든 써야 할 빚이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왔다. 대학 선배가 광주 인근에 있는 어느 병원의 폐쇄 병동에 들어갈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나는 병동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울 만큼 환대를 받았다. 버킹엄 궁전에서 자랐다는 한 공주님은 나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자동으로 ‘여왕님’이 되는 호사를 누렸다.
‘자동 여왕’이 평민으로 돌아가던 날, 일부 국민들은 화끈한 송별회를 열어줬다. 주스 잔을 부딪치고, 노래를 부르며, 오징어 다리와 아이스케키를 입에 문 채 기차가 되어 병실을 돌았다. 그들이 떠나는 내게 속삭인 말은 ‘우리 한을 풀어 달라’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런 약속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작별의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에는 할 수 없었던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노라고.
-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의 말 중 책날개에 실린 부분. 《7년의 밤》에서 정점을 찍은, 정유정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치밀한 취재'가 초기작인 이 작품에도 해당됨을 알 수 있다.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하여 걸어가야 한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책이 내 손에 돌아왔다.
"챈들러를 좋아한단 말이지. 표지며 책장까지 침 발라서 씹어 먹을 정도로, 응?"
- 본문 104p
책이 내 손에 돌아왔다.
"챈들러를 좋아한단 말이지. 표지며 책장까지 침 발라서 씹어 먹을 정도로, 응?"
- 본문 104p
나는 수레를 살폈다. 대부분 오래된 잡지였다. 만화도 몇 권 있었다. 소설은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표지와 앞쪽 20여 페이지가 통째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아쉬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여 장부의 제목 기입 칸에 《높은 창》이라고 썼다.
- 본문 88p
- 본문 88p
- 정유정이 평소 동경하는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작품에 등장한다.
-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인 트위스트 신에는 처비 체커의 Let's Twist Again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류승민 역의 이민기 배우가 직접 부른 버전이 실렸다.
- 프롤로그와 각 부, 그리고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정유정 작품 특유의 구성이 등장한다.
- 《7년의 밤》 속표지에 실린 세령마을 지도처럼, 본 작품에도 병동의 일정표, 그룹 명단, 기사글 등 작품의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는 정유정만의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
4.2. 작품 외
- 평론가 이동진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7년의 밤》을 소개하며 이 작품을 언급한다. 본 작품에는 《7년의 밤》 작법의 특징이 분명히 있지만, 무엇이 더 재미있고 덜 재미있는지, 무엇을 더 많이 묘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확신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 2019년, 출간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특별판이 발간되었다. #
- 정유정의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작품 속의 류승민이 마지막까지 닿기를 갈망하던 네팔의 히말라야산맥[18]으로 작가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28》을 탈고하고 찾아온 무력감을 털어내고자 자신의 주인공이 염원하던 곳으로 향하는 작가의 담대함이 돋보이는 에세이.
5. 미디어 믹스
5.1. 영화
2014년 주피터필름에서 본 작품을 이민기, 여진구 배우 주연으로 영화화했다. 개봉일은 2015년 1월 28일. 대체로 원작의 구현에 충실했다는 평. 다만 원작의 문어적 표현을 그대로 옮긴 탓에 듣기에 어색한 부분이 간혹 있다.자세한 내용은 내 심장을 쏴라(영화)문서 참고.
5.2. 연극
제목을 <내 심장을 쏴라!>로 각색한 연극이 2017년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1]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류승민이 이수명보다 앞에 등장한다. 소설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 모두를 비중 있게 다루지만, 이수명의 서술에 주로 의존한다. 이수명의 이야기는 독백으로, 류승민의 이야기는 류승민의 말을 직접 인용하거나 이수명이 그에게 전해들은 것을 간접 인용하는 방식 등으로 제시된다.[2] 작품에서는 조현병의 영문명 'Schizophrenia'의 약어인 '스키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3] 작품은 이를 공황장애라고 표현한다.[4] 이름은 류원식.[5] 류승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만, 증오, 충동, 구속 등.[6] 상류층을 다룬 작품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7] 열네 살의 방화는 그가 저지른 것이 맞으나, 스물다섯 살의 방화는 그의 상속권을 견제한 둘째 형이 씌운 누명.[8] 영화에서는 수간호사라고 나온다.[9] 쇠로 만들어진 시계이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죽었을 것.[10] '입가엔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11] '오늘 밤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는 듯, 다시는 덤빌 꿈조차 꾸지 말라는 듯, 자근자근 길들이고 있는 것이었다.'[12] 김용은 '걔가 보기하고 달리 불여우잖아.'라고 표현한다.[13] 비슷하게 ECT 치료를 받은 후 수명과 승민이 트위스트를 추는 것을 보며 미소지었다.[14] '봤나? 이발사 오빠는 없어.'[15] '기왕이면 예쁘게 묶어. 물론, 귀엽게 묶어도 용서해준다.'[16] 작품에서는 조울증의 영문명 'Bipolar disorder'의 약어인 '바이폴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17] 작품에서는 ‘희망반’에 속한다.[18] 정확히는 안나푸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