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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1-16 19:28:14

동음충돌


1. 개요2. 상세3. 해결법
3.1. 다른 음소로 발음3.2. 다른 표현으로 대체
4. 여담

1. 개요

/ homonymic collision

두 개 이상의 동음이의어 혹은 다의어가 같은 문맥에서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경우, 의미가 애매해져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의적 표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2. 상세

일반적으로 동음이의어의 의미를 구별하게 해 주는 단서는 주변 문맥이다. 다음 예를 보자.
동음이의어 '사기'는 첫 번째 문장에서는 '의욕이나 자신감 따위로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기세'를 의미하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나쁜 꾀로 남을 속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사기'라는 단어 그 자체로는 의미가 분별되지 않지만[1] 문장 안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그 단어 주변에 문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각 문장에 어울리는 '사기'의 의미를 다른 문장에 적용해 보면 말이 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해석에 무리가 없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특수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두고 동음충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음 예를 보자.

위 두 예시는 각 한자어 간의 장단음 구분마저 없이 모두 [최고], [사채]로 읽는다. 첫 번째 예시의 '최고'를 最高로 해석하면 현존하는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을, 最古로 해석하면 가장 오래된 것을 뜻하게 되는데 양쪽 모두 문맥상 무리 없는 해석이 가능하여 '최고'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알기 어렵다.[2] 또한 두 번째 예시의 '사채'를 社債로 해석하면 회사채(會社債)라는 뜻이지만 私債로 해석하면 '개인이 사사로이 진 빚'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 또한 어느 한쪽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어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동음충돌 현상은 동음이의어끼리 또는 다의어끼리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맥에서 사용될 만큼 무언가 의미상의 연관을 가질 때 주로 발생한다.

한국어불규칙 활용이 발생한 이유로 이 동음충돌 현상이 꼽히기도 한다. 해당 문서 참고.

3. 해결법

3.1. 다른 음소로 발음

어느 한쪽의 단어를 아예 다른 소리의 단어로 바꾸어 버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알파벳 BV를 한글로는 각각 '비'와 '브이'로 표기하는데, 원래는 그 발음상 모두 '비'로 표기해야 옳다. /b/와 /v/가 한국어에서는 모두 ''으로 인식되는 변이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알파벳에 같은 표기를 적용하면 다른 동음이의어들과는 다르게 너무도 해결하기 어려운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V의 표기를 별도로 '브이'로 정하게 된 것이다. V를 '비', '비이'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으로 규정되어 있다. 같은 이유로 G는 '지'로, Z는 '제트'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3]

또 다른 예로 2인칭 '네'를 '니'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 있다. ㅐ와 ㅔ의 변별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 1인칭 '내'와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 음소의 차이를 두기 어려우면, 초분절 음소를 이용한다. 가령 표준중국어에서 pí, pī로 성조를 달리하여 발음해 각각 베릴륨, 돗바늘이라는 의미로 구별한다. 한국어에서의 예로 가가 가가가 있다.

3.1.1. 일본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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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충돌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자를 일부러 틀린 독법으로 읽음으로써 구별을 도모하는 것을 説明読み(설명독)라고 한다. 해당 문서 참고.

3.2. 다른 표현으로 대체

아니면 아예 표현을 새로 쓰는 방식도 있다. 위에서 예로 든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작품'의 경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과 같이 아예 표현을 다시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 여담


[1] 사실 위 예시는 장단음 차이에서 구별이 된다. 사기(士氣)는 '사'에 장음이 들어가서 [사ː기\]로 읽고, 사기(詐欺)는 장음 없이 [사기\]로 읽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장단음의 구별은 현대 한국어에서 사실상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며 문장으로만 보면 장단음으로 구별할 수 없다.[2] 보통 '최고'라고 하면 最高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가끔 最古의 의미로 사용해야 할 상황이 나오면 '최고(最古)'와 같이 한자를 병기하는 실정이다.[3]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Z를 '제트'로 싣고 있지만, DMZ의 경우 '디엠제트'와 '디엠지'를 복수 수록하고 있어서 Z를 '지'로 표기하는 것이 옳은지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사실 이건 Z의 명칭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트'는 네덜란드식이고 '지'는 미국식이며, 미국식 영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럽 언어(영국식 영어 포함)에서 /zed/나 /tset/ 등 'zeta'에서 파생된 이름을 쓰고 있기 때문.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까지는 일본의 영향으로 네덜란드식인 '제트'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