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人設定 / Fanon[1] / Head Canon[2]
1. 개요
동인, 팬덤에서 만들어낸 원작의 2차 창작 설정. '동인⊇2차 창작'이므로[3] 일본에서는 '2차설정', 영미권에서는 패논(Fanon)[4] 또는 헤드 캐논(Head Canon)이라고 부른다.동인지나 팬픽 등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사용한 설정이 팬들 사이에서 반향이 커서 다른 팬들에게도 공유되는 식의 연쇄 반응을 거쳐서 탄생한다. 아무리 그럴듯 해보여도 원작과는 별개이므로 구분해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작자의 의도와는 어긋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원작을 보지 않고 동인지만 즐기는 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 단 밑에 서술할 동방 프로젝트처럼 일단 원작 자체가 동인이고, 2차 창작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에는 이 구분 자체가 쉽지 않거나 아예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동방맹월초는 본편만화/소설판의 경우 스토리의 개연성과 완성도 등에서의 많은 허점 + 사실상의 메리 수 등으로 비판을 받있고, 보너스 4컷만화 '달의 이나바 지상의 이나바'는 사실상 2차 창작에 속하는지라 특히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주로 원작에서 끝까지 비밀로 하거나, 공개를 안 했을 때도 자주 발견된다. 때로는 원작에서 새로운 설정이 공개되면서 동인 설정이 뒤집히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발전하면 인터넷 팬 캐릭터가 되기도 하며, 동인 설정으로 나왔다가 공식화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Fate 시리즈: 세이버의 식신 설정, 세이버의 바보털 건드리면 흑화
-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 야가미 하야테의 가슴 소믈리에 화
- 동방 프로젝트: 이나바 테위의 당근 메달
- 파이널 판타지 11: 공식 디폴트 모험가가 된 브론트씨
- 전율의 블루: 연방의 하얀 벙어리 유우 카지마
- 아이언맨 2에서의 피터 파커의 행적
- 은혼에서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한자를 잘못읽어 오오구시라고 부르는 것
- 원신: 제트의 눈동자 색깔
2. 장단점
유행하는 동인 설정이 이후에 발표되는 동인 작품들의 동인 설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관련 동인 작품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동인 설정을 차용하여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더욱이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 쉬운 동인계에서는 원작을 보지않고 동인작품을 토대로 동인작품을 만드는 경우동인 작품들을 먼저 접하는 신규 팬들이 동인 설정을 원래 설정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원작을 보지 않고 동인 작품을 토대로 동인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 더욱 혼란을 부추긴다. 이로 인해 동인 설정이 신규 팬의 유입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는데, 공식 설정 중심의 팬들과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인 팬들 사이의 대립을 초래할수 있다. 이는 곧 올드비니 뉴비니 하며 골수팬들은 신규 팬을 까내리고 신규 팬을 받아들이는 걸 부정하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
2차 창작에 있어서 동인 설정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작품으로는 동방 프로젝트가 대표적. 2차 창작의 규모가 커지면서 원작의 배경에 비해 워낙 많은 동인설정이 있는데다 원작을 접하지 않고 2차 창작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띄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원작의 수요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슈퍼로봇대전마냥 '2차 창작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지만 원작을 알고 보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준. 그 결과 한국에서는 동방 프로젝트의 인기가 적었던 시절부터 게임을 해오거나 현재에도 동프를 게임으로 접한 게임파와, 인기에 끌려서 새로 들어오는 설정과 캐릭터 중심의 동인파로 분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사실 말이 좋아서 분열이지 실제로 일어나는 건 대립이라기 보다는 동인파 내부에서 "원작에 관심 좀 갖자"라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가깝다.
물 건너에서는 게임 중심의 원작파, 2차 창작물 중심의 동인파, '게임은 게임, 동인은 동인이니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놀면 되는게 아니냐.'라는 분리주의파가 있다. 원작파와 동인파의 대립은 있지만, 동인의 자유로운 설정 창작을 존중하는 ZUN의 태도와 동방을 좋아한다면 동인 설정에도 통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있는지라 동인 설정 자체를 부정하는 풍조는 희박하다.
흔히 동인 설정은 캐릭터가 단순화(극단적인 변태화, 개그 캐릭터화, 하라구로화)되는 일이 많은 편이다. 또한 기존의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갭 모에를 노린 설정도 많이 붙여지곤 한다. 이 때문에 캐릭터 고유의 개성이 죽어버릴 때가 많아서 팬들은 물론이고 창작자 역시 왜곡이 심한 동인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몰개성한 캐릭터들이나 본작에서 출연 기회가 없던 캐릭터들이 동인지에서나마 부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므로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이 창작자와 독자 간의 피드백이 활발한 시대에는 그렇다.
이런 면에서는 보자면 2차 창작을 할 때는 기존의 동인 설정에 너무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성을 시도하여 캐릭터의 매력을 다르게 조명해보는 것이 보다 창조적인 동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특수한 경우로, 캐릭터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인에서의 2차 설정이 다양하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VOCALOID 관련 캐릭터. 하츠네 미쿠는 이런 2차 설정을 제작사에서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하게 소비할 여지를 남기는 것에 의해 대성공을 거둔 예다.
3. 유의 개념
3.1. 동네 설정
조금 다른 경우지만, 예전에는 상상력이 많은 어린이들이 오락실 게임의 스토리를 마음대로 생각하고 공유하다보니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설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말하자면 동네 설정.당시에도 아케이드 게임에 스토리가 있기는 했지만, 애초에 스토리가 희박해서 거의 없는거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스토리가 있어도 아케이드 게임의 짤막한 데모 정도로는 거의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은 영어를 잘 못 읽었기 때문에 그런 정보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그나마 정보원으로 게임 잡지가 있기는 했지만, 과거 한국의 게임 잡지는 워낙 수준이 낮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보다는 왜곡된 정보가 더 많을 지경이었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물론 한국에만 있던 현상은 아니고, 일본에서도 타지리 사토시가 처음으로 제비우스 공략본을 냈을 때 동네 오락실들에서 유포되던 루머들을 정리한 페이지를 마련하기도 했었던 것처럼 아케이드 게임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인터넷처럼 쉽게 접근가능한 정보원이 부족한 시기에 비슷하게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3.2. 팬 이론
Fan theory. 한국에서는 '해석'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동인설정이 원작에는 없는 무언가를 팬들 사이에서 "창조" 한 뒤 그것이 공감대를 얻어 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팬 이론은 (주로 설명이 좀 불친절한) 원작의 여러 복선이나 장치들, 설정을 이해하고 설명해내기 위해 팬들이 이것저것 붙여넣어 보고 접목시켜 보면서 만들어내는 설명의 체계이다. 즉 양쪽 모두 원작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인설정은 원작자의 생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팬 이론은 그 원작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다시 말해 나름대로 원작에 충실하기 위한) 팬들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정보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뇌피셜만으로 썰을 푸는 것은 크게 지지받지 못하고, 적어도 이런저런 외전이나 파생작품, 관련상품, 소설판, 극장판 등이 충분히 모였다고 판단될 때 이것들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풀어내는 설명이 지지를 얻는다. 이 역시 작가와 팬 사이의 벽이 낮을 경우에는 관심 있게 지켜본 작가에 의해 본편의 설정으로 인정되기도 한다지만, 간혹 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공식 후속작이 나와서 팬들을 멘붕시키는 경우도 있으니 문제. 이 경우에는 당연히 팬 이론도 격변을 맞이한다.
과학 이론이 여러 현상들을 관찰한 사례들을 근거로 해서 그 모든 것들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새로운 관찰의 결과까지 예측하는 인식론적인 힘을 갖는 것처럼, 팬 이론 역시 기존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속편이나 파생상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된다. 작중 캐릭터나 환경, 각종 사건들과 행위를 관찰하는 팬들은 그 여러 내용들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며 이것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할지를 만들어 간다. 이것이 만들어지지 않는 작품은 완성도가 지리멸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장되고 만다. 일단 만들어진다면, 그때부터 팬들은 이걸 바탕으로 흔한 동인지에서부터 시작해서 공식 후속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들을 가늠하게 된다. 만일 팬 이론과 부합하는 현상들이 새로 관찰되면, 그 팬 이론은 더욱 확고한 지지를 얻는다. 다소간 이질적인 내용들이 제시될 경우, 팬 이론은 기존의 설명을 다듬고 바꾸면서 스스로를 보완한다. 완전히 뜬금없는 내용이 제시된다면, 중핵에 해당하는 설정이 부정된 이상에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진 팬 이론은 전복돼 버리고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는 과학 이론의 발전에 대해 과학철학자 임레 라카토슈(I. Lakatos)가 생각한 것과도 유사하게 보인다.
하나의 캐릭터나 사건, 설정 등의 주제에 대해서 상반되는 여러 팬 이론들이 서로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결국에는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은 팬 이론의 특징. 팬 이론에 가장 크게 파급력을 끼치는 것들이 바로 작가 인터뷰나 공식 설정집, 제작노트 같은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가부가 밝혀지기 전까지, 팬 이론들은 그 추론의 논리성 여하에 따라서 다수설 대 소수설의 형태로 경쟁하게 된다.
3.3. 비공인 설정
공식설정이 아니다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비공인 설정은 공식이 아니긴 하지만 엄연히 작가 또는 저작권자가 만들거나 공식 라이센스를 받아 만들어진 설정으로 팬덤에서 만들어진 2차 창작 설정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고.4. 특징
나무위키에 한정하여 동인설정에서 종종 목격되는 특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우선, 기존의 특성에 대해 팬들이 느끼는 감정을 만족시키는 설정은 무관한 설정보다 통용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티확찢. 어째서인지 팬들에게 티모는 도대체가 곱게 죽는 일이 없는 챔피언이다. 물론 이는 티모충으로 대변되는 악성 게이머들의 존재, 그리고 캐릭터 특유의 얄미움이 한 몫 한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팬들의 억눌린(?) 가학성 등을 대리만족시킬 수 있는 설정이 나오면 그 설정은 삽시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특성을 복잡하게 설명하는 설정보다는 단순하게 설명하는 설정이 더 공감대를 얻기 쉽다. 예컨대 매사 귀찮아서 투덜투덜하는 캐릭터와 안하무인이지만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 캐릭터, 감정표현이 투박한 캐릭터가 있을 경우 팬들 사이에서 이들은 전부 똑같은 츤데레 캐릭터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발렌타인 데이 기념 팬픽을 보면 이렇게 이상하리만치 츤데레화된 캐릭터들은 어째 죄다 상대방에게 성질을 내면서 초콜릿을 건네는 장면들이 많다.
기존의 특성을 과장시키는 설정도 온건하게 하는 설정보다 통용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특히 성적인 의미에서의 과장. 그냥 성에 호기심이 많은 흔한 청소년 캐릭터 면모가 드러났다고 할지라도 팬들 사이에서는 온갖 성벽에 환장하는 색정광으로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변태화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고.
꼭 성적인 게 아니더라도 여러 캐릭터의 유형이 실제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팬들 사이에 통용될 수 있다. 예컨대 냉혹한 전사형의 인물이 아예 피도 눈물도 없는 킬링머신처럼 소비된다거나, 근육질의 건강하고 남자답던 캐릭터가 허구한 날 싸나이를 부르짖는 마초가이가 된다거나, 원작에서는 그냥 폭력녀였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팬들 사이에 창작이 이어지면서 괴력녀 속성까지 추가된다거나... 물론 이는 극단적이고 선명한 캐릭터성일수록 팬들 입장에선 가지고 놀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과장된 성향은 그만큼 희화화하기도 쉽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특성을 정반대로 뒤바꾸는 설정이 때로 인기를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원작에서 매우 착한 캐릭터가 겪게 되는 하라구로의 운명. 한 사례를 들면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에 관련된[5] 팬 창작 영상인 쓰레기 같은 마도카가 있다. 작중에서 카나메 마도카는 예수에 비견될 정도로 고귀한 자기희생을 하는 이타적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일부
이런 동인 창작물을 소비하는 경우, 핵심은 역시 갭 모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갭 모에에 거부감을 갖는 팬층도 만만치 않기에, 반전의 요소가 들어간 동인설정은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설정"의 위상을 얻는 데에는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양덕후들도 FANDOM 위키에 Fanon을 다루는 산하 위키를 만들기도 한다.
[1] Fan+Canon. 영미권에서 Canon은 한국에서 '공식'쯤의 의미를 가진다. 대표적인 예가 유명한 스타워즈 캐넌(Star Wars Canon). 유명한 작품의 팬덤들이 모여서 팬메이드 캐릭터와 포스터, 에피소드 등을 만드는 것으로 단어는 중립적으로 쓰이는 일이 많기에 부정적인 어조로 쓰이는 우소바레의 안티테제이다.[2] 철자를 잘못 써서 n을 두 번 쓰게 되면 head cannon, 즉 "머리 대포"가 된다. 때문에 이걸로 드립을 치는 그림도 많고, 양웹에서 실수로 head cannon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이 그림 링크를 걸면서 놀린다.[3] 예를 들어 동방 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동인 게임이므로 동인이지만 2차 창작은 아니다.[4] Fan + Canon[5] 마마마 관련 동인설정을 더 들자면 "토모에 마미는 사실 중2병 환자", "아케미 호무라는 마도카 팬티에 미쳐있는 이상성애자" 등이 있다. 정작 작품에서 마도카가 호무라에게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내용은 한 장면도 없건만,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기정사실. 그래도 팬티성애에 대해서는 드라마 CD에서 호무라가 그걸 심정적으로 이해한다는 듯한 대사 한 줄이 실제로 나왔으며 이것에 수많은 팬들이 뿜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