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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낙수이론(落水理論)은 'trickle down theory'의 번역명으로, 적하 효과에 의해 경제 전반이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 골자는, 부유층과 사업가들이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보다 활발히 활동함으로써 경제 전반이 보다 개선될 수 있고, 그로 인한 혜택은 저소득층 및 하층민에게도 돌아가게 된다는 주장이다. 즉, 기업이 이득을 많이 보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결국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 또한, 그런 이유로 정부가 부유층과 사업가들에게 감세를 포함한 경제적 장려책을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흔히 우파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고 알려져있지만, 미국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과 존 F. 케네디도 한때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실체에 대해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는 주장이기도 하다. 다만, 낙수 효과건 낙수 이론이건 간에 경제학계에서 유래했거나 경제학계에서 그리 잘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까기 위한 정치적 선동용어라 비난한 그레고리 맨큐의 사례에서 보다시피 일부 경제학자들은 낙수 이론을 멸칭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으며, 경제학보다는 시사나 정치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에 해당한다. Trickle down이라는 용어는 1896년 민주당 대선 후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발언에서 유래했다.
분수 이론이 이에 반대되는 이론이다.
1.1. 낙수 효과와의 구분
낙수 효과(= 적하 효과)는 단순히 부유층의 경제 활동이 경기 부양을 이루는 현상에 대한 서술이며, 낙수 이론은 낙수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구분되어야 하지만, 낙수 이론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하도 낙수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우려먹다 보니 국내에서는 낙수 효과 = 낙수 이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좀 더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낙수 효과의 경우는 그저 상위 계층의 부가 하위 계층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에 대한 서술이기 때문에 경제 체제와는 상관없다. 심지어는 중세 장원에서 영주가 돈지랄을 해서 농민들한테 국물이 좀 떨어지면 그것도 낙수 효과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낙수 이론의 경우에는 이와 전혀 다른데, 자유 시장 경제 하에서 적하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경제 전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낙수 이론이다. 즉 낙수 이론은 '주장'이다 보니 정치적 관점이 개입된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낙수 효과가 곧 낙수 이론의 옳음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대기업이 골목 상권에 진출한다면, 대기업과 그 고용인들은 이득을 보겠지만 골목 상권에 생계를 기대던 사람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기업의 고용인들과 그 협력업체 및 농가, 싸고 많은 물량을 공급받게 된 소비자들은 '낙수 효과'를 본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해당 상권 전반으로는 오히려 하류층에게 불리한 구조가 되고, 낙수 이론이 주장하는 '전반적인 경제 개선'과는 멀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에는 낙수 이론의 단점을 분석하면서 더 나아가 '낙수 효과가 현실에 유의미하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낙수 효과의 다른 표현인 적하 효과 문서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수 이론의 설득력도 더욱 논쟁이 커지는 상태.
2. 문제점
일단 낙수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적하 효과 자체는 마케팅 분야의 주도 하에 경제학과 통계학의 발전으로 사실로 증명되었다. 허나 문제는 적하 효과를 노리고, 혹은 적하 효과만을 바라며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아래에서 서술하듯 현실적인 방해 요인이 많으며, 잘못하면 낙수 이론이 의도하는 적하 효과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것. 가령 부유층이 투자든 소비든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기껏 지원을 해줬는데, 그 돈을 그냥 축적하든지 투기에 쏟든지 해서 예상한 것과 달리 다른 계층에게 돈이 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낙수 이론 또한 다른 모든 이론 및 이데올로기처럼 상황과 산업 구조에 따라서 경제 정책을 실행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일 뿐이다.한편, 흔히 낙수 이론의 내용을 따르면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을 착취한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반박하는 의견도 있는데, 낙수 이론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이런 건 상정하지 않고 개인들이 스스로의 이기심을 채우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득을 봄으로써 돌아가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비단 낙수 이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그 자체가 이기심, 나쁘게 말하면 탐욕을 엔진 삼아 돌아가는 체제인 셈.
다만 이런 탐욕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으나, 탐욕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들 때문에 정작 낙수 이론에서 의도하는 적하 효과가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양동이에 물이 가득 차서 흘러내려야 하지만 실제론 더 큰 양동이로 교체할 뿐 흘러내리지가 않아 밑에서 그 효과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2.1. 개방경제 측면
가령 국내 투자 환경이 불완전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자국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식으로 가지 내수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즉, 기업의 투자로 인해 경기가 살아난다는 매커니즘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그런데 투자환경이 불완전한 것은 각종 규제나 생산시설 이전, 비용의 증가와 같은 문제 때문에 말 그대로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져서이지 낙수 이론이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의문시된다.특히 한국은 대기업에 하청하는 기업들이 상당수인데 대기업에서 생산 기지 해외 이전등 해외 투자를 늘리면 당연히 국내 기업들은 일감의 하락등으로 인한 경기 한파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조차도 정부에서 칼을 빼들어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국내에서 물건을 팔 수 없도록 하겠다는 초강경의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상당수의 자유시장질서를 옹호하던 경제학자들이 기업의 자율을 침해하고 결국 물건의 가격이 상승해 소득 하위층에게로 고통이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의 관세, 비관세에 굴복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해외 투자 대신 미국 내 투자를 시작하기 시작했다.[1]
2.2. 즉각적인 효과
비유를 쓰지 않고 말하자면 언제까지 상류층이 돈을 풀 때를 기다릴 텐가? 즉 분명 상류층을 살찌우는 것까진 좋으나 그 여파가 중하류층에게 언제쯤, 얼마나 전달될지가 불명확하다는 게 문제다.
상류층(기업 말고 그냥 일반 가계 기준)이 돈을 풀 경우 그 형태는 각종 자산투자와 그에 따른 소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각종 자산 투자, 특히 주식의 경우는 그 여파가 대체로 금방 나타난다. 가령, 불패의 강남신화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외국 자금 철수 등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졌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상 당장 돈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여 돈의 절대적 규모를 크게 만들수록 더 큰 투자기회가 오는 법칙이 있다. 상류층이 설령 1000억원을 갖고 있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100억원을 써버리는 게 아니라 도리어 2000억을 벌기 위해 자본금을 더 모으는 심리도 존재한다. 투자에 있어서 자본의 규모증대가 가지는 이득 때문에 부자들은 도리어 소비에 인색해질 수 있다.
여기에 낙수(落水)라는 용어 자체에서 유추할 수 있듯,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물이 제대로 흐르듯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조세 피난처, 각종 탈세 행위, 지나친 사내유보금 확보, 정경유착, 자산 '투기', 불법 일감 몰아주기, 불법 증여, 편법 상속 등의 요소들이 드러나고 있다.[2] 낙수 이론이 이론상 완벽한다 한들, 그 이론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황금만능주의, 문화 지체 등에 찌들어 정작 실현을 하지는 않으니, 낙수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물의 흐름을 댐이 가로막고 있듯, 낙수 효과를 탐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도덕적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 즉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죽창 드립이 나온 것도, 허경영의 발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낙수 이론'은 낙수라는 용어의 본질을 망각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OECD, IMF 등에서도 공인한 사실이다. 사람의 욕심에는 한계가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무시한 이야기일 뿐.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주장은 정반대 이론인 분수 이론에도 동일하게 성립하는데, 분수 이론 역시 분수라는 용어의 본질을 망각하면 이론이 성립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맹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흐르는 방향이 아니라 돈 그 자체(권력의 투명성 등)에 있다는 말.
2.3. 계층별 소비성향
상식적으로 경제가 안 좋아지면 중산층~저소득층이 가장 타격이 크고 상류층들의 경우 말 그대로 망해도 삼대는 먹고 살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타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분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지 않은 이들을 거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될 수 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주어졌다면 그 사람에게 1만원의 소유가 늘어난 것은 즉각적인 소비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3] 통계와 해당 통계를 그래프로 분석한 블로그를 보면, 최하위 1분위는 소득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한다. 이건 블로그 분석대로 생계비에 못미치는 소득을 얻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4] 2분위가 되면 번 돈의 전부를 소비하는 100%에 가까운 소비성향이 보인다. 이런 경향은 평균적으로 분위가 올라갈 수록 조금씩 감소해서 10분위가 되면 60% 남짓에서 멈춘다. 1분위와 10분위의 소비성향은 거칠게 봐서 2배나 차이가 난다. 쉽게 예를 들어서 1억원을 10만원씩 1분위 1000명에게 나눠주면, 그 10만원은 1분위 평균 소득의 10%가 넘고, 가처분소득의 20%가 조금 안된다. 이 돈은 바로 소비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고, 그 돈이 들어갈 대상도 비슷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5], 그 돈은 하루에도 몇번씩 주인을 바꾸면서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10분위라면 이들의 평균 소득은 1000만원 초과, 처분가능소득도 850만원 초과이므로 10만원씩 나줘줘서는 전혀 의미가 없고, 결국 100만원씩 100명, 1000만원씩 10명에게 분배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소비성향은 60%이기 때문에 그중 40%는 첫 소유자에게 묶이고, 거래대상도 비슷한 곳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음 거래자에게서도 다시 묶이기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같은 금액 대비로 다수의 저소득층에 소액을 분배한 경우가 동일 금액을 고소득자 소수에게 집중시킨 경우보다 거래량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즉, 거래량 하나만 보아도 낙수이론은 성립하기 어렵다.2.4. 사회적 측면
또 부유층이 과시적인 소비를 즐길 경우, 설사 최종적으로 그 돈이 서민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대번에 '사치성 과소비'와 '계층간 위화감 조성'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부유층의 소비가 억제되어 부유층이 가지고 있는 부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숫자상의 장부로만 남아 있어서 '계층간 위화감'이 없는 것이 차라리 열등감을 자극하지 않아서 서민들의 불만을 사지 않는 셈이다. 또한 부자들이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써준다'는 시혜 의식을 가지게 되어 계층별 갈등을 심화시킨다.2.5. 소비 측면
대하천간(大廈千間)이라도 야와팔척(夜臥八尺)이요 양전만경(良田萬頃)이라도 일식이승(日食二升)이라.
큰 집이 천간이라도 밤에 눕는 곳은 여덟 자뿐이고, 좋은 밭이 1만 평이 있다 해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 되 뿐이다.
-명심보감 중
큰 집이 천간이라도 밤에 눕는 곳은 여덟 자뿐이고, 좋은 밭이 1만 평이 있다 해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 되 뿐이다.
-명심보감 중
[ruby(起, ruby=お)]きて[ruby(半畳, ruby=はんじょう)]、[ruby(寝, ruby=ね)]て[ruby(一畳, ruby=いちじょう)] [ruby(天下取, ruby=てんかと)]っても[ruby(二合半, ruby=にごうはん)]
서면 다다미 반 장, 누우면 다다미 한 장. 천하를 얻어도 (한 끼에 먹는 건) 두 홉 반
-일본 속담
서면 다다미 반 장, 누우면 다다미 한 장. 천하를 얻어도 (한 끼에 먹는 건) 두 홉 반
-일본 속담
사람은 돈이 많아도 두 켤레의 신발을 신지는 않는다.
-척 피니
-척 피니
부자라 할지라도 한 사람이 소비하고 따라서 공급하는 재화는 재산과 비례하지 못한다. 이는 설령 소수 부자만 보유 재산이 크더라도 이 부자의 재산이 사회에 적극적인 도움이 된다는 낙수 효과와 대비된다. 사람은 탐욕하며,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고, 보유 재산을 남에게 그냥 환원하지는 않고, 최대한 아끼며 타인의 돈을 끊임없이 소유하려 한다. 부자가 제 스스로 소유를 포기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재산을 환원하길 기대하는 것은 꿈 같은 소리다. 사람은 계산기가 아니라 결국 인간임을 문득 떠올린다면 된다. 즉 부자라고 해서 하루에 30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청바지를 한번에 50장씩 입는 것도 아니다. 즉 소수의 부자들이 얼마나 보유하고 소비하는지는 총 소비량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뜻이며, 한마디로 부자 1명이 고급 레스토랑 1곳에서 500만원짜리 정식을 먹는 것보다 차라리 서민 1,000명이 기사식당 100군데에서 각각 5,000원짜리 식사를 하는 것이 성장과 분배에 더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소비" 측면에 맞추어 낙수효과의 반대 효과인 분수효과 이론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낙수이론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주로 기업가의 소비보다는 "투자"와 "공급" 측면에 초점을 놓고 논리를 전개한다. 빌 게이츠가 청바지를 100만 벌 사 입을 수는 없지만 컴퓨터를 100만 대 팔 수는 있기 때문. 물론 이와 같은 소수의 자본가가 기존의 소비와 공급이란 자연스런 논리를 뛰어넘는 잭팟을 터뜨려 세계에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낙수 효과는 소수의 초인이 기술적으로 대박을 터뜨리기만을 기대해야 하는 너무 위험한 논리다. 물론 현대라고 해서 그런 '대박'이 터지는 가능성도 있으나(마이크로크레디트는 소수의 자본가가 말 그대로 '선한 영향력'을 이끌어 경제에 긍정적인 수준을 넘어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낙수효과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대신에 대부분의 재산을 극소수에 몰아줘서 대박이 터지길 기대해야만 하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재산을 이용한 자가 발전 가능성을 잃는다' 는 것이다. 이는 엘리트주의나 철인정치와도 맥이 닿는다. 과거 사회는 인프라와 기술이 객관적으로 떨어져 이러한 이론이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었으나, 소수의 초인 자본가를 기대하기에 현대 사회는 너무 고도화되었고 발전되어 소수의 초인이 높은 자본을 이용한 공급으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너무 낮아졌기에 낙수효과는 설령 효과가 있었단들 현재의 관점에선 낡았다고 볼 수 있다. 비유하면 과거의 명장은 그 사람 자체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으나 현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명장이라 한들 두 명, 혹은 세 명의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해 대승할 수는 없는 법이다.
3. 한국의 경우는?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경제 성장, 삶의 질 개선과 시민 복지 향상, 경제 개방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그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낙수 이론이 실제로 한국 사회에 적용이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긍정하는 쪽에선 한국의 경제 성장기 시절 낙수 이론이 실현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경제 성장의 선두에는 대기업이 있었던 만큼 대기업이 돈을 벌어 하위 계층인 중소기업 및 노동자까지 흘러가는 낙수 효과가 있었다는 것.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수치상 확인되는 흔히 말하는 소득분배의 균등화는 노태우 시대, 정확히는 87년 6월 항쟁 이후부터야 크게 실현되었다. 이전까지는 노조 가입자수는 증가하였지만 사실 지금같은 노조 활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6월항쟁 이후 민주화 바람 속에서 비로소 노조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소득분배의 안정화도 이루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6]
게다가 한국의 경제 성장은 정부가 주도한 관치경제스런 부분도 있기에, 낙수 이론을 주로 사용하는 신자유주의 진영의 주장인 '규제의 감소, 시장원리에 충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이는 비교대상의 문제에 해당되어, 가령 지금과 비교하면 과거는 상대적으로 정부 통제적 성격이 강했다 할 수 있지만 그 외 비슷한 시기의 개도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상위 20% 안에 들 정도로 시장 친화적이었다는 의견도 있다.[7] 허나 당시 한국은 일본은 물론이고 기타 3마리 용들보다도 정부 통제가 심했고 성장도 떨어진 감이 있으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는 절반만 맞는 사실인데, 세계은행이 1965년~1980년대까지의 세계 국가들의 경제성적을 분석한 the east asia miracle-1993"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대체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7배 이내를 유지하여 동시대에 5배 차이였던 대만, 일본 다음으로 성장의 과실이 나름 잘 돌아갔다. 그리고 민주화 이후 노동자 투쟁의 영향으로 근로자의 근무여건이 훨씬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1997년까지 해마다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웃돌아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석유파동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추월한 박정희 시절과 달리 좀 더 시장 친화적인 전두환 시절은 중반기 접어들면서부턴 물가도 잡혀 서민 경제적 측면에선 양극화가 오히려 완화되던 시기였다. 물론 IMF 사태 이후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부마다 개혁을 하면서 현재 한국의 시장경제 자유화는 전두환 시절보다도 더 커졌다지만 그래도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이 관치경제에 기울어 시장지향적이지 않았다는 평가 역시 한번쯤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3.1. 2000년대 이후
2000년대 이전까진 그나마 낙수 이론이 실제 있었다 없었다로 토론해볼 건덕지라도 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턴 한국에서 낙수 이론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매출액 및 영업익이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수출도 크게 늘어 수치상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내수는 부진한 현상이 일어났다. 조선일보, KBS 뉴스2이는 1997년 외환 위기가 '투자 신화'를 지나치게 믿다가 유동성 위기로 거하게 발등 찍힌 사례였기 때문에, 이후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가 소극적인 행보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8] STX가 적극적으로 나서다 폭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하는 것도 있고. 특히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 경제민주화 이슈가 한참 거론될 때 나온 대기업의 일방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갑의 횡포,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거래, 대기업의 소규모 소비사업[9] 진출 등의 문제는, 낙수 이론에서 주장하는 '적하 효과에 의한 경제 전반의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결정적으로 정작 그 기업들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기업에 투자를 꺼린다는 사실 역시 낙수이론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제성장과 빈곤의 관계에 대한 논의와도 관련이 있다.
학자들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논란은 있지만, 빈곤을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 나눈다면 후자는 잘 모르겠으나 전자는 경제성장을 통해 확실히 치유할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절대적 빈곤은 말 그대로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상대적인 공감의 폭도 크지만, 상대적 빈곤은 그 자체로는 생존과 무관한 현상이라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낙수 효과나 낙수 이론도 이런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
하지만 상대적 빈곤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대다수의 경제학자들도 대동소이하다. 상대적 빈곤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당연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허나 여기에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잡는 문제에선 의견이 갈린다.
4. 기타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 황희의 이웃사랑이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의 기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더 가깝다. 이것은 경제활동에서 벗어난 의무에 기반한 행동이다. 낙수이론은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쓰기 '때문에' 결국 서민에게까지 이익이 파급된다는 뜻이고, 이들의 행동은 돈이 있는 사람이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임의(동정심과 자기만족, 사회환원의 가치 실현, 평판 제고 및 알리바이, 세제혜택)로' 한 일이기에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행동 조차도 개개인의 미담 정도로만 기록될 뿐이지 사회 전 범위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경우는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보기 힘들다.OECD의 2014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불평등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하는 내용의 낙수효과를 부정하다시피한 결론이 나왔다. 다만, 이런 분석은 이전에도 OECD가 같은 주제로 벌인 분석과 명백히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아직 불평등과 경제 성장의 관계에 대해서 일관된 학계의 견해는[10] 존재하지 않고, 학자마다 다른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 낙수 이론이란 것 자체가 한 국가 내에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가 있는데, 예를 들어 중국은 80년대 개혁개방 정책이 시행될 당시 분배주의 우선의 공산당 이념을 전면 수정하고 소위 '선부론(先富論)'을 주장하며 동부 해안지역에 집중적인 개발 정책을 펼쳐 30여년간 고도 성장기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현재 중국 동부와 서부의 소득격차는 약 500:1이라는, 사실상 다른 나라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서부 지역의 대대적인 불화가 잇따르자 중국도 이를 문제로 보고 칭짱철도 개통 등의 서부대개발 정책을 2000년대 중반부터 시행 중이지만, 결국 낙수 이론이란 것도 실제 존재한다 치더라도 국가 단위가 아닌 어찌보면 자그마한 지역 단위로 돌아가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도시간 격차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니..
2015년 IMF는 부의 낙수 효과는 완전히 틀린 논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사 150여 개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 포인트 증가하면 되려 이후 5년의 성장이 연평균 0.08%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조 바이든은 2021년 4월 28일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인들이여, 낙수 경제학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그간 미국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40년간 의존해온 이론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
반대 개념으로, 돈이 아래로 넘쳐 흐르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돈을 저절로 토해내도록 부유층을 두들겨 패는 피냐타 이론이 농담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한국의 2010년대를 풍미했던 죽창드립과 맥락이 동일하다. 포인트는 높으신 분들의 취급이 피냐타와 같다는 것.
[1]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등의 많은 사업들을 이미 자국내 생산대신 해외에서 공급받는 체제로 돌렸는데 이것이 과연 말이 될 수 있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2] 거기다 불법을 저지른 이상 소위 죽창 혹은 동업자의 배신 소송전을 대비하여 파산과 몰락을 막겠다는 부유층의 심리가 작동한다. 지역 경제 상생보다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신을 택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3]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서 10등분한 것. 하위 10%가 1분위이고, 차례로 증가한다.[4] 최저생계비 지원 때문일 수도 있다.[5] 이 사람들이 백화점 같은 고급 상점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으니까[6] 심지어 GDP의 급격한 성장도 구글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이뤄진다. 괜히 한국의 리즈 시절로 80년대 후반~IMF 직전 90년대를 꼽는게 아닌 것. (다만 양극화 문제를 빼고 보면 2천년대까지도 GDP 자체는 급격히 증가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국내에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시기가 이때기도 하고. 물론 한류 등으로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늘어난건 2010년대 후반부터.)[7] 사실 아무리 관치경제가 횡행했다 하더라도 결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체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삼성 반도체 진출만 하더라도 딱히 당시 정부에서 뭔가 개입이나 지시를 한 게 아니다. 게다가 사실 7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대형 국가사업은 물론 국가예산도 반영되었지만 대기업의 돈으로 해결된 경우가 많다. 평화의 댐이 대표적. 물론 이런 사업의 상당수는 당시 군부정권이 대기업들한테 사실상 삥을 뜯는 행태다 보니, 국제그룹처럼 독재정권에 쓴소리하다 공중분해되는 비극의 역사가 발생하기도 한다.[8] 다만 사내유보금을 단순히 기업이 자사에 쌓아둔 자산보유량으로 생각하면 그것도 골룸할 수 있다.[9] 빵집, 분식집 등의 소규모 자영업.[10] 'The Debate Over the Relationship Between Income Inequality and Economic Growth: Does Inequality Matter for Growth?' Jorge Alberto Charles-Coll. 2013